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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있는 요일 (양장) ㅣ 소설Y
박소영 지음 / 창비 / 2023년 9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요즘 소설을 예전보다 많이 읽으면서 이야기를 짓는 소설가들이 존경스럽다. 다양한 인물과 상황적인 묘사, 배경들이 서로 얽히고설켜 하나로 집결되어 나가는 장면을 그려내기 위해 숱한 시간을 글과 싸웠을 작가들을 생각하니, 절로 탄성을 지르게 된다.
이 소설은 공상과학소설(SF: science fiction)이다. 네이버 지식백과에 의하면 과학적 지식과 공상적 모험담을 결합시킨 허구적 서사 양식. 과학소설, 혹은 줄여서 SF라 한다.
17세부터 환경부담금을 낼 수 없는 사람들은 인간 7부제의 삶을 살아간다. 7일 중 6일은 가상현실인 낙원에서 7일 중 1일은 일곱 명이 하나의 신체를 공유하며 살아가는 이야기이다. 이 문장 하나만 읽어도 인도의 카스트제도처럼 느껴져 섬뜩했다.
“7부제는 자기 몸 하나 소유하고 유지할 돈조차 없는 이들을 위한 제도라고. 7부제에 종속되지 않고, 공유 신체가 아닌 자신의 신체로 평생을 살아가는 ‘365’는 사회를 끌어 나가는 계층으로서 자부심과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고.” - 19p
엄마를 잃고 보육원에서 자란 이 소설의 주인공 현울림은 17세가 되어 7부제로의 삶을 사는 인간이 되었다. 그런데 공유되는 신체에 자신과 감정적으로 좋지 않은 강지나와 보디메이트로 얽히게 된다. 화요일에 강지나, 수요일에는 현울림으로 하나의 신체를 공유하며 혼을 바꾼다.
그러던 어느 날, 강지나는 필리핀에서 스킨스쿠버다이빙 배에서 수요일의 현울림으로 혼을 바꿨다. 수요일보다 이른 시간에. 현울림은 물 공포증이 있었고, 물 속에서의 상황을 대처할 수 없었다. 그렇게 그녀는 오프라인에서의 죽음을 맞이한다. 그녀는 낙원에서 그녀의 죽음이 강지나의 계획된 살인이라고 주장했다. 재판을 오프라인으로 진행했지만 결국 그 어떠한 것도 증명하지 못하고 현울림은 패소한다.
강지나의 지상에서 삶은 누구보다도 부유한 자였다. 그녀는 악한 사람이었다. 얼마든지 사건을 왜곡할 힘이 그녀에게 있었다. 그녀의 아버지는 낙원 코리아 대표이며, 뇌과학자였고, 타인을 거둘 만큼 재력이 있었다. 365로 살아갈 수 있는 여유로운 부자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지나는 7부제의 삶을 선택한다.
현울림은 억울했다. 계획된 살인이라고 확신했지만, 물증이 없었다. 결국 그 어떠한 것도 밝히지 못한 채 오프라인의 사망신고를 하기 위해 다른 신체를 빌렸다. 그녀는 잠깐 빌린 그 몸을 가지고 공무원이 하던 말을 듣고 자신의 억울한 죽음을 밝히기 위해 여울시로 떠나기로 결심한다.
책을 읽는 중반부까지도 현울림이라는 주인공이 남성이라고 생각했다. 읽으면서 여성이라는 알게 되었다. 참 늦은 인지였다.
그녀는 보육원 친구인 김달과 젤리, 그리고 최사장과 함께 여울시로 이동한다. 버스에서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최사장은 잃어버린 딸을 찾기 위해 함께 여울시로 떠난다. 그녀는 그 전에 딸을 찾기 위해 여러 차레 여울시로 달려왔지만 결국 딸을 찾지 못했다. 브로커들을 통해서라도 그녀는 자기 딸을 찾고 싶었지만, 여울시로 입성하는 일이 절대 쉽지 않았다. 여러 번 여울시로 향했던 최사장 덕분에 그들은 그 누구도 쉽게 입성할 수 없는 여울시에 입성할 수 있었다.
그곳에서는 그녀는 강지나 집에서 같이 살았던 강이룬와 똑같은 얼굴을 한 무재를 만난다. 그러나 그는 자신이 강이룬이 아니라는 식으로 행동했다. 불곰과 악어와 같이 브로커로서 활동하는 무재는 현울림을 돕기로 한다. 임신한 김달과 공동 양육자인 젤리 그리고 무재는 그녀가 계획적인 살해를 당했다는 진실을 찾기 위해 길을 떠난다.
그들은 진실에 다가섰다. 수상한 것들이 많았다. 결국 집요하게 파고들어 강지나의 낙원 맵주소를 알아낸 현울림과 무재는 강지나의 낙원 맵 주소로 접속한다. 그곳에 강지나가 있었다. 그러나 진짜 강지나가 아니었다. 강지나를 부러워했던 심해윤이 강지나를 흉내 내고 있었던 것이었다.
낙원 접속이 끊어진 후 현울림과 무재는 혼은 강지나이지만 신체는 심해윤인 사람을 찾았고, 그런 사람이 정신병원 있다는 것을 알아내 정신병원으로 향했다. 그곳에 심해윤의 신체가 있었다. 심해윤의 언니나 엄마가 정신병원에 있는 심해윤의 말과 행동이 이상하게 느끼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로인해 강지나는 결국 스스로 심해윤의 신체로 정신병원에 갇히게 된 것이다.
현울림은 강지나가 자신이 만든 감옥에 사는 것이 오히려 법률에 의해 고통받는 것 보다 더 고통스러울 것 같다고 생각해 그대로 내버려 두었다. 이 소설은 오프라인이나 낙원에서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위협을 무릅쓰고 타인에게 피해를 주고, 상처 주고, 살인까지 서슴지 않았던 강지나가 결국 자신이 만든 감옥에 갇혀 살게 되는 사필귀정의 교훈을 알려준다.
이 소설 마지막에는 현울림은 무재가 강이룬이라는 사실을 알고, 무재도 강이룬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며, 서로를 향한 애틋한 마음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현울림은 무국적자들이 활개 치는 여울시에서 강이룬과 살아가기로 결심한다.
강이룬은 강지나의 아버지인 강형운의 연구소의 실험군이었다. 천재로서 모든 것을 기억했다. 그러나 나이를 먹으면 기억이 사라진다는 것을 다른 실험군을 통해 알았고, 강이룬 역시 점점 기억을 잃을 수 있었다.
강이룬은 현울림을 점점 기억 못 할 수 있는 순간이 두려워 그녀가 곁에 있어 주기를 내심 바라지만 보내려 한다. 그러나 현울림은 떠나지 않는다. 강이룬이 기억하지 못하면 자신이 기억하면 된다고 하며 그와 함께 살기로 한다. 이 소설은 해피엔딩으로 끝을 맺는다.
“아침마다 네가 나에 대한 기억을 전부 잃은 채로 눈을 뜬다고 해도, 어차피 너는 또 나를 좋아할 거잖아.” 울림이 울음을 참으며 말했다.
이룬은 자신도 모르게 옅은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면 내가 매일 말해 줄게, 우리가 서로에게 어떤 존재였는지.” -429p
*출판사의 지원으로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