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 유전학
임야비 지음 / 쌤앤파커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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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역사적인 사실과 과학 이야기를 결합한 SF 소설로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는 도서이다. 이 소설을 쓴 작가는 의과대학에서 의학을 전공한 자로 SF 소설을 밀도 있게 쓸 수 있는 역량을 가진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 점이 작가가 가진 강점이라면 큰 강점이다.


임비야 작가의 글을 처음 접했고, 소설은 나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었고, 소설의 구성이나 전개가 단순하지 않고,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며 글이 술술 잘 읽힌다. 



소위 전문 도서의 경우 무미건조하고 딱딱해 내용이 잘 이해가 안 되는 편인데 이 소설은 과학적으로 문외한 사람이 읽어도 부담되지 않는다. 과학을 흥미롭게 받아들이고 이해할 수 있게 도움을 주는 종류 중 하나라면 SF 소설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이 소설은 획득 형질 이론, 한랭 내성의 유전 등 과학적인 내용을 담고 있지만 과학을 전공하지 않은 사람이라도 무겁지 않게 읽어갈 수 있는 소설이다.



소설의 마지막 에필로그까지 읽고 나서야 제목이 왜 ‘악의 유전학’으로 정해졌는지 이해할 수 있다. 그 의미가 무엇인지 궁금하다면 에필로그까지 꼭 읽어보라고 말하고 싶다. 마지막에 ‘스탈린이 죽었다.’라는 문장과 에필로그를 읽으면서 이 책의 제목 선정에 상당한 연관성이 있었을 것이라고 나름 추측했다. 소설의 처음 부분에는 스탈린이라고 이름이 언급되지는 않았다. 스탈린이 독재자라는 것은 알았지만, 구체적으로 아는 내용은 없었고, 다양한 별명을 가진 인물인지도 몰랐다. 소설 첫 부분에 ‘사내’라고만 나왔기에 전혀 예측할 수 없었다. 관련된 배경지식이 없어 에필로그까지 읽은 후 다시 소설의 첫 부분으로 돌아와 읽어보니 ‘사내’에 대한 성격 묘사 부분이 눈에 들어왔다.



 


‘악의 유전학’은 추위에도 강하게 살아남을 유전자를 연구하고 연구하여 발견된 유전자를 지속시켜 한랭 내성의 우수한 유전자를 만들고 싶은 한 미치광이 천재 과학자 리센코의 욕망과 야심으로부터 출발한다. 


 


리센코와 많은 과학자은 라마르크의 ‘획득 형질의 유전’에 집중했는데, 그것은 ‘특정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부모 대가 노력하여 체득한 특징은 점진적으로 자손 대에 유전된다’라는 진화 이론이었다. 유명한 예로, 기린이 높은 곳에 열린 열매를 따 먹으려고 목을 뻗는 노력을 지속하여 더 긴 목을 ‘획득’했고, 부모 대의 ‘길어진 목’이라는 ‘형질’이 자손에게 ‘유전’되어 지금과 같이 긴 목의 기린이 되었다는 식이다.

악의 유전학, 49~50P



영국에 머물렀던 리센코는 ‘일란성 쌍둥이’와 ‘천재의 혈통’ 연구의 권위자인 유전학자 프랜시스 골턴을 무작정 찾아갔다.

악의 유전학, 50P


이 소설에서 한 미치광이 천재 과학자인 리센코에 의해 수많은 사람이 희생당한다. 이십 년 동안 밝혀내고자 했던 과학적 증명은 결국 실패했다. 하지만 그는 끝까지 살아남아 도망쳤다.


 

소설 내내 후작 리센코의 실패한 실험에서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기적의 케케’가 아들인 이오시프 비사리오노비치에게 자신의 겪은 이야기를 한다. 기적적으로 생존한 그녀는 리센코가 일란성 쌍둥이를 대상으로 실험을 강행했다는 사실을 알았다. 자신은 홀로드나야에서 자신과 또 다른 일란성 쌍둥이는 유쥐나야 마을에서 실험 대조군으로 살았다. 충격적이었다. 실험 대상자들의 이름, 그리고 그들에게서 태어난 자식의 이름까지도 똑같이 지었다. 무서운 실험을 한 리센코에 들불처럼 활활 분노가 솟구친다. 


이 소설은 역사적 사실과 과학적 사유의 결합으로, 한 사람의 탄생을 설명했다고 생각한다. 마지막까지 살아남았던 케케의 아들이 스탈린이었다. 성직자의 길을 가려 했던 스탈린(이오시프 비사리오노비치)은 강철의 사나이, 초푸라(곰보) 등 다양한 별명을 가진 소련의 독재자였다. 그는 리센코 후작의 실험으로 마지막까지 살아남았던 케케의 아들이었다. 케케는 3명의 아이를 잉태하였는데 2명은 죽었고, 1명이 살아남았다. 이 소설을 읽으면 느낀다. 2명의 아들은 케케와 베소의 자식이고, 어쩌면 스탈린은 케케와 후작 리센코의 아들이라는 것을 충분히 유추해낼 수 있다.



이 소설은 획득 형질의 유전도 한랭 내성의 유전도 증명하지 못하고 실패했고, 그것을 증명해 내기 위해 한 사람의 욕심과 욕망으로 인해 참혹한 죽음을 맞이한 사람들, 비극적인 죽임을 당한 어린 아기와 아이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과학을 대하는 과학자의 가치관, 정신, 태도가 반드시 올바르게 작동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강력해졌다.



과학이 이 세상을 발전시키는 데 일조한 것은 분명하지만, 과학자가 과학을 대하는 자세와 태도, 정신을 올바르게 갖추는 것이 선행되어야만 한다는 생각이 든다. 소설 속에서 일어났던 일은 두 번 다시는 현실에서 일어나서는 안 된다. 그러나 요즘 전 세계적인 상황을 볼 때,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것 같아 서글프다.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지구에 사는 우리는 관심을 가져야 한다. 더불어 ‘악의 유전학’에서 벌어지고 만행되었던 일뿐만 아니라 한국이 겪었던 참혹적이고 비극적인 역사도 함께 잊지 말아야 한다.


 


스탈린은 약한 자신의 자식을 거두지 않고, 오로지 자신의 욕망을 향해 나갔다. 그것은 흡사 후작 리센코와 닮았다. 강한 유전자는 유전되지 못했지만, 악의 유전자는 유전된 것이 아닐까?



우리나라 작가지만, 우리나라가 아닌 나라의 실존 인물을 소재로 소설을 구상하고 쓴 것이 신선하게 다가온다. 임비야 작가의 다른 소설도 조만간 읽어봐야겠다.



*출판사의 지원으로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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