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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스러운 사이 - 제주 환상숲 숲지기 딸이 들려주는 숲과 사람 이야기
이지영 지음 / 가디언 / 2023년 8월
평점 :
사람들이 붐비는 도시보다 나무와 식물이 우거진 숲을 사랑한다. 숲해설가가 되고 싶지만 선뜻 용기가 나지 않는 나를 본다. 그러나 그녀는 이십 대에 숲지기를 자처했다.
은행원으로 25년을 살았던 아버지가 마흔일곱에 뇌경색으로 쓰러지셨다. 그녀는 서울의 삶을 잠시 보류하고 제주도로 돌아왔다. 아버지가 삼십 대에 구매한 돌 땅에서 아버지와 함께 그녀는 숲을 만들었고, 여전히 만들어 가고 있다.
돌을 옮기고, 길을 내는 어려움 속에서도 계속 숲을 만들어 가는 열정을 지속한 아버지는 건강을 회복했다. 자연 치유의 힘이 과히 놀랍다. 아버지의 건강 회복에는 어머니도 있지만, 이 책의 저자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서울살이를 버리고 고향 제주에 다시 돌아와 아버지와 함께 숲지기로 살아간다. 그녀와 그녀의 가족이 인간극장에서 나온 것을 기억하고 있어 책을 읽는 동안 친근감과 함께 환상숲곶자왈을 꼭 한번 방문해야겠다는 목표가 생겼다.
2011년 5월 오로지 제주 올레길을 걷기 위해 제주에 갔었다. 그 당시 제주 올레 코스 중 14-1코스에 있는 저지곶자왈을 걸으며, 제주 숲만이 주는 특별함에 걷는 내내 행복했었다. 만약 혼자 곶자왈을 걸었다면 완주하지 못했으리라 생각한다. 숲이 깊고, 다양한 수종의 나무들이 서식하는 곶자왈은 길을 잃어버리기에 딱 제격이었다. 그런데 그날따라 함께하는 이들이 있어 곶자왈을 충분히 즐기며 걸을 수 있었다. 다른 지역에서 볼 수 없는 특별함이 존재하는 곶자왈에서 숲지기로 살아가는 그녀가 앞으로 더 많은 사람에게 제주 곶자왈에 대해 알리며, 숲과 사람이 공존할 수 있는 삶을 많이 전파해 주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이십 대에 제주 곶자왈에 내려온 저자의 결혼을 걱정하던 이웃들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평생의 반려자를 만나 지금 제주에서 함께 숲지기로 살아가고 있다. 저자는 숲을 통해 자연도, 평생의 반려자도, 아이도, 부모님도 모두 품었다. 자연을 지키는 삶이 꽤 매력적이라 생각이 든다.
잦은 폭염, 폭우 기후변화 속에서 우리의 후손들에게 더 이상 악화되지 않는 자연을 남겨주는 것이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의 책임과 의무라는 생각이 요즘 부쩍 든다. 그런 면에서 그녀의 역할이 크고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육아로 쉽지 않지만, 그녀는 숲지기로서 역할을 씩씩하게 해내고 있다. 코로나로 힘든 와중에도 숲을 포기하지 않는 그녀와 그녀의 가족이 앞으로도 계속 환상숲곶자왈에서 자연의 소중함을 한국인을 비롯해 지구에 사는 더 많은 지구인들에게 알려 줬으면 더없이 좋겠다.
개인적으로 숲해설가 과정을 들으려고 몇 번을 고심한 적이 있었다. 호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아 이백만 원이 훌쩍 넘은 숲해설가 과정을 수강할 용기가 나지 않아 포기했었다. 이 책을 읽으며 언젠가 꼭 한 번쯤 숲해설가 과정을 들어야겠다고 각오를 다져본다.
사람들에게 자연의 신비로움과 생명의 소중함 그리고 그것들로부터 우리가 받은 혜택들을 재미있고, 다양하게 알리려는 그녀의 삶의 철학을 배우고 싶다. 나는 나만의 인생을 살겠다며 다양한 선택을 지금까지 해왔다. 그러나 90% 이상 실패의 쓰디쓴 잔을 마셨다. 지금도 마시고 있다. 그래서 나는 당장 먹고사는 일에 바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으며, 다시금 나를 돌아볼 수 있었다.
어쩌면 아니 나는 진짜 그녀가 부럽다. 아버지가 버려진 땅 소위 돌 땅을 구매했기에 그녀가 숲지기로 살아갈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았을까. 만약 그 땅이 없었다면 가능했을까. 숲해설가 과정을 망설였던 나를 스스로 위로해 본다. 물려받을 재산도 땅도 없는 나에게 그냥 그런 핑계라고 삼아야 내 인생이 조금은 위안이 된다.
그러나 그녀가 설사 기본적인 토대 위에 있었더라도 아버지와 꿈을 함께하는 것을 주저했다면 지금의 그녀는 없었을 것이다. 그녀의 선택으로 그녀와 그의 가족 역시 새로운 삶이 펼쳐졌음에 분명하다. 그래서 그녀를 더욱 응원하게 된다. 내가 꿈꾸는 삶이지만, 나에게 있어서는 쉽게 이룰 수 없는 꿈으로, 올해는 그저 책에서만 만족하련다. 그러다가 숲해설가 과정을 배울 기회가 되면 꼭 도전해 봐야겠다. 그리고 제주 환상숲곶자왈을 꼭 엄마아 함께 방문해 봐야겠다.
*출판사의 지원으로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