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리뷰] 상처받은 아이는 외로운 어른이 된다.
대만의 심리상담가인 황즈잉은 대인관계와 가정문제를 주제로 수회 워크숍과 실습을 병행하여 상담을 이어오고 있다.
관계에서 오는 모든 문제가 어린시절 경험과 연결되어 있다고 한다. 이로 인해 같은 문제가 나타나고 같은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어린시절의 상처를 인지하고 그 문제의 근원을 찾아 패턴이 반복되지 않도록 한다는 서두가 마음에 많이 남았다.
나 또한도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이를 숨기고 회피하여 같은 마음의 갈등이 발생했던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1장은 상처받은 아이는 자라서 어떠한 관계의 문제를 겪는지 이야기하고 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사연은 남에게 휘둘리는 분의 이야기였다. 이 분은 주변사람에게 끊임없이 휘둘리는 문제를 들여다 보면 어린시절 가정내에서 오빠에게 늘 양보해야 했던 경험이 있었다. 문제가 있었던 그 오빠에게 베풀던 자발적인 친절을 넘어서 자신에게 횡포를 부리고 무례하게 대하는 오빠의 행동을 억지로 감내해야 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엄마가 속상해 하며 자신에게 실망한다는 이유가 있었다.
자신을 짓누르고 쥐어짜는 사람에게 고분고분 순종하고 석연찮은 감정이 올라와도 온갖 이유를 생각해내 합리화 하고 외면했었다. 불만을 품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죄책감을 느끼기도 하였다.
이러한 갈등상황과 해결방법을 내면화했던 자신이 가정을 꾸리고 남편과 대화할 때나 자녀를 지도할 때에도 계속 이 방법을 사용하였다는 데 문제가 발생하였다. 이때에서야 비로소 범사에 양보하는 건 고매한 미덕이 아니라 자신을 자신답게 살지 못하는 직무 태만임을 깨달았다. 자신을 짓누르는 사람에게 저항할 능력도 갖추지 못했기에 아이는 주관없는 엄마를 원망하고 남편은 아내의 의견을 안중에 두지 않았다. 시누이는 자신의 고집대로 집안 대소사에 간섭하였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생활이 침범당했다고 생각하면서도 이를 맞설 힘이 없었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의 자리는, 서로 다른 삶이지만 비슷한 패턴이 있다고 생각했다. 이런 문제가 생길 때
싫지만 익숙한 감정을 다들 느낀다. 매사에 양보하는 미덕을 가정내에서도 학교에서도 더 나아가 사회에서도 익혀왔기 때문이다. 그 중에 다른 사람이 자기 의견을 고집하거나 세게 밀어붙이면 그를 욕하는 상황을 경험하면서 간접적으로 우리는 이 미덕을 익힌다. 이에 길들여지지 않는 사람을 좋게는 개성적이라고 여기기도 한다.
싸우지 않으며 양보하기는 하나의 생존법이자 사회를 살아가는 중요한 기술이다. 작고 크든 어느 조직이든 이를
묵인하고 있다. 한 사람이 어린 시절 살아남기 위해 내린 중요한 결정이자 큰 자산으로서의 이와 같은 생존전략은 일견 문제가 없어보이지 않지만,
이 전략이 현재 나의 삶에 맞지 않으면 다시 고쳐쓸 필요가 있어야 하는데 심리적 기술만큼은 유연하게 사용할 수 없다는 점에서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과거의 미덕이었던 양보하기가 잔혹한 칼날이 되어 지금 이순간 나를 곤혹스럽게 한다면. 상대방의 비위를 맞추며 자신을 억압하는 행동이 어릴 때에는 가족의 사랑을 지킬 수 있었지만 삶에서 주도권을 잃고 남편과 자녀의 신뢰마저 잃는다면. 타인의 과도한 간섭과 강압으로 인해 새로이 마주한 문제에 지배된다면. 어떻게 될 것인지. 이 책은 질문한다.
2장은 외로운 어른은 어린 시절 어떤 상처를 받았는지 들여다 본다.
이미 타인의 과도한 간섭에 끌려가는 사람을 예를 들여다 보면 그녀는 엄마한테서 제대로 존중받지 못하였고 딸이 가장 쉬운 화풀이 대상이었으며 엄마의 언어폭력에 노출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겉보기에는 뛰어났지만 내면은 무척 고독하고 폐쇄적이었다. 평생 자신으로 살지 못하는 슬픔의 근원에는 어려서 주관과 목소리르 가질 수 없었던 면이 있었다.
엄마의 행복과 가정의 평안을 등에 업고 자신을 바라보지 못했던 경험은 교우 관계에 영향을 미쳤다. 물론 좋은 성적과 매너로 인해 학우들로부터 필요한 관심은 받았으나 친밀한 관계에서는 고배를 마셨다.
나의 진정한 모습을 알게되면 친구로부터 배척을 받거나 사랑받지 못할 거라는 두려움은 그녀의 발목을 붙들었다.
책임을 다했고 노력했다는 점을 인정받지 못하고 누군가를 위해 헌신하지 못함을 비난 받는 엄마의 언어 속에서 수치심과 부끄럼에 시달리고 커서도 가까운 사람에게 도움을 청하지 못하고 움츠려드는 성격이 되었다.
적막한 밤이 되고 커리어의 후광을 내려놓았을 때 자신에 대한 혐오감과 수치러운 감정을 오롯이 마주해야 했다.
3장은 부부는 무엇으로 살고 또 멀어지는지를 설명한다.
부부관계는 가장 진실한 두 사람이 만나는 관계이다. 따라서 갈등 문제가 지극히 잘 보이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이 파트를 어떻게 설명하는지 관심있게 보았다. 이전의 상처를 가진 여성은 새로이 설정해야 하는 가정의 테두리에서 모든 불안과 갈등이 찾아왔을 것 같다. 그렇다고 상황을 방치할 수도 없는 노릇은 바로 아이때문이었다.
자기 자신의 울부짖는 소리를 외면한 엄마는 아이의 울음도 듣지 못했다. 자신에게 그러했듯 아이에게도 감정적인 요구를 허락하지 않았다.
감수성의 신경을 절단해 버리는 바람에 아이의 정서적 욕구도 마비되었고 이 가정은 다른 이의 기쁨을 위한 인생을 목표로 하였다.
이에 대해 작가는 마음의 쉼터에서, 친애하는 당신에게로 시작하는 편지를 남겨놓았다.
그녀의 두려움을 겪는 그 감정을 공감하고 어떤 문제로 힘들어하는지 여러 상황을 나열하며 이 문제는 원인이 있음을 정확히 분석하고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제안한다. 감정은 여러 색을 지니고 있고 여러 색을 허용하지 못하는 자신을 놓아주는 방법은 자신에게 집중할 때임을 조언한다. 감정을 드러내는데 서툴러서 드러낸 적이 없는 그녀에게 차츰차츰 알아가며 그 과정은 쉼없는 노력 속에 완성됨을 알려준다.
*책에 대한 리뷰는 업체로부터 책을 제공받고 읽은 후 기록하였습니다.
*이 책의 리뷰는 업체의 무상 제공을 받아 읽고, 쓴 개인적인 글임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