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무에게 인생을 배웠다 - 세상에서 가장 나이 많고 지혜로운 철학자, 나무로부터 배우는 단단한 삶의 태도들
우종영 지음, 한성수 엮음 / 메이븐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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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보면 세상 모든 문제를 정해진 틀 안에서 해석하고, 자신의 삶조차 규격화된 공식 안에서 가두어 살아가는 존재는 인간뿐이 아닐까 싶다. 우리가 추구하는 '성공한 삶'이라는 것도 실은 누가 정해 놓았을지 모를 인생 공식 안에 갇힌 박제 같은 인생이 아닐는지.

나는 나무에게서 인생을 배웠다. 253p

생리적으로는 풀의 성격을, 형태적으론 나무의 성격을 지닌 대나무를 보며 한 작가의 생각이다. 식물은 어떠한 방식에 구애됨이 없다. 그냥 주어진 자연환경에 맞추어 최대한 자신의 삶을 창조적으로 개척하며 생존할 뿐이다. 그런데 우리 인간만이 유일하게 어떠한 '성공'공식에 맞춰 자신을 평가하며 그에 맞지 않는 삶을 산다며 힘겨운 생을 연명한다.

나는 항상 부모님께 부채감이 있었다.

어릴적부터 유독 똑똑했던 나. 나는 그냥 배우지 않고도 스스로 한글도 떼도, 산수셈도 했다.

학교에 가서도 특별히 노력하지 않는데도 공부를 그럭저럭 잘했으며, 말도 잘하고, 타고난 리더십도 있어서 줄곧 반장, 회장을 도맡아 했다.

이런 나에게 부모님은 큰 기대(?)를 가졌다. 어디를 가든 자랑스러웠던 딸. 그런 딸이 세상에서 알아주는 '성공'을 해서 부모님을 더욱 기쁘게 하고, '성공'한 자식이 있다는 뿌듯함을 가질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셨다.

깡촌 시골에서 뼈빠지게 농사지어서 고생하셨지만, 자신들의 딸이 '성공'할 날만을 기다리며, 시골마을에서 딸 임에도 불구하고 최초로 4년제 대학을 보내시기까지 하셨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나는 그런 부모님의 성공기대에서 점점 멀어지는 삶을 살다가 현재는 자식중 가장 '아픈 손가락'이 되고 말았다.

부모님의 바람대로라면 나는 공무원이 되었거나 선생님이 되었거나 정치인이 되었거나, 아님 최소 돈이라도 따박따박 받는 직장에 취직이라도 했어야 했다. 그런데 나는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반백수로 세월만 축내고 있으니, 부모님 마음에 얼마나 상처를 주는 삶을 살고 있는가?

그렇다고 해서 나도 내 삶이 만족스럽겠는가? 젊은 푸르른날 나도 내가 무엇인가가 되어서 '성공'한 삶을 살리라고 기대했다. 무엇이든 될수 있을것 같았고, 사람들이 알아주는 성공한 누군가가 되고 싶었다. 딱히 편하게 안주하면서 살지도 않았다. 항상 무엇인가를 열심히 하고 살아왔다. 하지만 50년 가까이 살아온 세월이 그저 허송세월처럼 흐르고만 말았다.

이렇게 쓰고 보니, 나야말로 인생의 '실패자'가 아닌가 싶다. 세상의 '성공'이라는 잣대를 보면...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며 막연히 들었던 '성공'이라는 것에 대한 잣대에 대해 '그것은 성공이 아니야!'라고 명확하게 이야기 해 본다.

나무는 주어진 환경에서 자신의 고유사명인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시시각각 노력하고 살고있다. 그런데 그 모습은 어느 나무 하나 같지 않다. 키작은 나무는 나무대로, 바위에 뿌리를 내리는 나무는 그 나무대로, 먼나무는 먼나무대로, 벚나무는 벚나무대로 나름 자신을 키우고 꽃피우며 자신만의 생장에 맞게 성장했고, 또 성공적으로 자신만의 삶을 완성해나가며 살고 있다.

그런데 우리 인간은 나만의 성공, 나만의 삶을 찾기보다 세상이 정해놓은 어떠한 기준에 맞추어 나를 평가하고 거기에 맞추려고 끊임없이 담금질하며 나답게 사는 것에 대한 것을 잃어버리는 삶을 살고 있다.

이 책의 저자처럼 나답게, 나로 살기 위해 세상의 기준을 버린사람만이 진정한 '성공'을 이룬 사람이 아닐까.

저자는 중학교 졸업 학력에 길거리에서 허드렛일로 사회생활을 처음 시작했고 온갖 고생을 하며 살아왔지만 자신만의 길, 자신이 행복한 길을 뚜벅 뚜벅 걸어와 '포레스트 위스퍼러'라는 세상에 하나뿐인 명함을 가진 이가 되어 이제 사람들에게 자신의 생각을 들려줄 정도의 작가가 되었다.

만약 남들과 똑같은 '성공'가도를 걸으려고 노력했다면, 오늘의 그는 절대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러한 길을 걸을수 있었던 것은 다 나무와 함께 살아오며 쌓아온 지혜가 축적되어서 이다.

이 책은 너무나 많은 교훈과 감동을 준다. 정말 한 장 한 장이 주는 감동과 성찰이 마치 잠언같아서 매일 매일 한장씩 읽고 묵상을 해야 될 정도이다. 아마 삶에서 나온 순수한 그 통찰이 고스란히 묻어있기에 이러한 감동을 주는것 같다.

"나는 나답게!" 안타깝게도 나는 아직 세상의 잣대에서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했지만, 이 책과 더불어 나답게 사는 것에 대한 자신감을 더욱 갖게 되었다. 부모님에 대한 부채도 조금 더 덜게 되고... 무엇보다, 지금까지 살아왔던 내 삶에 살을 붙여 더욱 나다운 지혜로운 사람이 되면 좋겠다는 소망을 가져본다.

#나는나무에게인생을배웠다 #우종영작가 #나무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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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지음, 박은정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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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는 새로운 장르의 문학이다.

이야기의 맥락이 없으면서도 묘하게 연결되어 하나의 이야기로 읽히는 독특한 문학이다.

그 독특함의 효과 때문인지 이 책을 읽고 있노라면 마치 현장에 있는듯 몰입감이 높고 작가가 이야기 하고자 함을 어느새 알고 있다.

이 책은 이미 소련에서 1985년에 출간된 책이나, 2015년에 노벨문학상을 받게 되면서 우리나라에서는 2015년에서야 출간된 책이다. 1985년에 출간된 책이 36년이나 지나서 노벨문학상으로 빛을 보고 우리나라에서도 출간된걸 보면 그 문학의 생명력과 영향력이 대단한것 같다.

그런데,1985년이면 아직 소련이 건재하던때가 아니던가. 그러한 때에 이런 작품을 써서 출간하려고 노력한 작가의 용기가 대단하다. 아니, 이 책은 이미 1970년대 부터 쓰기 시작해 완성 되었다고 하니까, 그야말로 엄혹한 시기에 책을 쓰고 책을 내기위해 노력하였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용기이다.

17년후 2002년~2004년의 이야기와 출판검역 당국과의 이야기를 보면 그가 어떻게 치열하게 이 책을 만들어 왔는지 더욱 알수 있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나름 크게 세가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첫째, 우리는 왜 이런 책을 갖지 못했는가? 이다.

소련은 차르정권을 무너뜨리고 사회주의혁명, 1,2차 세계대전을 온 몸으로 겪은 그야말로 전쟁으로 얼룩진 역사를 가지고 있다. 그 숯한 전쟁에서 어느 한사람 전쟁과 연관을 맺지 않은 사람이 없을것이다. 그래서 전쟁에 대해서 쓸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다르다. 여자의 목소리를 가감없이 담담하게 증언하고 있는 책이기 때문이다. 작가도 책의 앞부분에 이렇게 언급했다.

하지만 왜? 나는 여러번 자신에게 물었다. 절대적인 남자들의 세계에서 당당히 자신의 자리를 차지해놓고 왜 여자들은 자신의 역사를 끝까지 지켜내지 못했을까? 자신들의 언어와 감정들을 지키지 못했을까? 여자들은 자신을 믿지 못했다. 하나의 또다른 세상이 통째로 자취를 감춰버렸다. 여자들의 전쟁은 이름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나는 바로 이 전쟁의 역사를 쓰고자 한다. 여자들의 역사를.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18p

소련에 못지않게 지독한 전쟁의 몸살에 우리도 살아왔지 않았던가. 전쟁이 일상이었던 일제시대, 2중 3중의 수탈을 당한 여성들. 한국전쟁, 군사독재에서의 여성들. 우리의 전쟁에 대한 참상과 피해도 엄청난데도, 우리는 이와 같은 책으로 기록되지 못한 점이 못내아쉽다. 전쟁은 과연 여자의 얼굴은 지우고 그위에 남성의 역사만 새기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의 위대함이 있겠다. 순전히 작가 개인의 고군분투에 의한 것이기는 하지만, 우리도 우리의 여자의 얼굴을 기억하고 기록한 책이 있으면 좋겠다.(있을수 있는데 내가 못찾았을수도 있겠지만...)

둘째, 사회주의와 자본주의의 전쟁에서의 여자의 모습에 대한 것이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한국전쟁당시 전쟁에 참전한 여군들이 있었었다. 하지만 간호장교나 남성군인의 보조자적 역할에 머무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보다 우리는 전쟁에서 여성은 성착취의 대상, 남성의 전쟁의 스트레스를 풀어줄 대상으로 더 여성을 대하였다. 여성은 먼 임진왜란, 병자호란에서부터 일본군 성노예, 한국전쟁 성노예(위안부), 군부대 인근 양공주라 불리는 매매춘으로 이어지며, 여성은 전쟁의 당당한 일원이라기 보다는 철저히 남성에 의해 착취당한 수탈의 연속이었다.

맥락이 다를지 모르겠지만, 이 책을 읽으면 좀 놀랐던 것은 이 책의 구술자들이 대부분 2차세계대전당시 10대 후반의 어린 소녀들로써 그들 스스로 조국을 위해 두려움없이 일떠서서 전쟁의 당사자로써 그 역할을 당당히 수행 했다는 것이다. 그들에게는 당연한 모습일지 모르겠으나 우리 역사에서 보지 못했던 광경이라 생경하기도 하고 또는 부럽기까지 하였다. 여기에서 여성을 대하는 체제의 다른 면모를 보여주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전쟁이 끝나고 전쟁의 주인공은 남성으로, 여성은 전쟁의 감상에 젖어 쓸데없는(?)회상에 잠긴자들이라는 그 사회의 낙인이 존재하지만, 여하튼 여성도 전쟁의 당당한 당사자였다는 것이다.

셋째, 전쟁은 그냥 惡이라는 것이다.

무엇때문에 전쟁이 필요했고, 전쟁을 해야만 했을까?

전쟁은 너무나 잔인하다. 인정이라고는 있을수 없다. 그냥 살육의 장일 뿐이다.

어떠한 거창한 수식어가 있다고 한다 하더라도 전쟁은 악일 뿐이다.

그런데, 아직도 내가 살고 있는 땅은 전쟁 중인 곳이다.

불안정한 휴전상태로 68년의 시간이 흘러가고 있다.

지금 이땅에서 전쟁의 지속을 원하는 자들은 누구인가? 전쟁을 끝내지 않고 끊임없이 남북의 대결을 부추기는건 누구인가? 누구를 위해 우리는 이 전쟁을 지속해야 하는가?

우리는 다시 어딘가를 향해 정신없이 내달렸다. 또다시 미래라는 시간을 향해, 혁명은 언제나 헛된 꿈에 불과하다는 시실을, 특히 우리네 역사에서 그렇다는 사실을 우리는 여전히 깨닫지 못했다(또는 잊어버렸다).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3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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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5, 철원 창비청소년문학 44
이현 지음 / 창비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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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원으로 평화통일기행을 준비한다면 철원의 현재 모습뿐 아니라 철원의 옛날 모습도 알아보면 좋겠다고 생각하여 읽기로 한 책 '1945, 철원'.

마치 1945년의 철원에 다녀온듯 생생하다. 그때 철원시내의 모습, 사람들을 직접 만나고 온듯이 아주 표현이 잘되어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은 이라면 누구나 그렇겠지만, 당시의 철원의 생생한 모습에 감탄을 자아내기 보다는 38선이라는 분단의 선이 그어진 곳, 더이상 기차가 다니지 않은 철원역, 이념갈등, 분단 이런것들로 마음이 자꾸만 심란해질 것이다.

분단은 어느 누구하나 비켜가지 않고 우리를 할퀴고 가고 있지만, 이렇듯 생생한 이야기로 만나니 더욱 그 마음이 아리고 속상하다.

이 책의 주인공은 해방되던해에 15살이 된 '경애'다. 경애는 만가대 라는 마을의 소작농의 셋째 딸이었다. 하지만 일제 그 수탈의 시대, 아버지는 지주의 횡포에 반항하다 맞아 죽었고, 엄마는 친일관리의 차에 들이받아 죽고, 큰언니는 친일 경찰에게 시집가고, 멀리 돈 벌러 떠난 작은언니의 행방도 모른채, 아버지를 죽게한 지주 집의 계집종으로 5년을 살았다.

해방 된 그날 지주 집의 머슴 벙어리 홍서방이 실은 벙어리가 아니라 공산당 간부로 그동안 몸을 숨기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고 경애도 마침내 만가대 자신의 집으로 들어가 살수 있게 된다.

해방 되었을때 이미 38선이 그어져 있어, 철원은 북쪽에 속해 사회주의 사회로 하루빨리 변화되어 갔고, 그간 친일을 했던 지주나 악질들은 남쪽으로 떠났다.

홍서방을 중심으로 인민위원회를 꾸리고 민청활동이 활발해지고 철원에 공산당사를 새로 짓고, 토지개혁이 완수되는 등 정말 변화의 새바람이 일어났다. 하지만 '철원애국청년단'이라는 이름으로 북한 정부를 비난하는 삐라가 살포되고, 인민서점이 불에 타고, 심지어 홍서방이 테러를 당해 죽는 사건까지 일어난다.

이 사건들은 해방후 혼란한 사회를 틈타 자신의 재산을 찾으려는 지주들과 친일부역자들이 벌인 일들이었다.

경애는 해방과 함께 그야말로 사람답게 대우 받는 새세상이 왔나 하고 꿈을 꾸었지만, 현실은 그렇게 호락호락 하지 않았고, 기차가 다니지 않는 철원은 퇴락해만 간다.

이 책 '1945, 철원'은 철원을 1945년, 1946년, 1947년 3개의 장으로 나누어, 3년의 시간동안 철원이 어떻게 변화의 몸부림속에서 살아왔는지를 보여주고있다. 해방과 함께 찾아온 공산주의, 인민위원회, 토지개혁의 과정들이 소상히 나와있다. 그리고 '반동'이라고 불리는 반대세력의 반대 또한 혹독하게 겪으며 가장 혼란한 시기가 어떻게 흘러 왔는지 잘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어쩌면 1947에서 끝난것이 다행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1948년엔 각각 단독정부가 들어서고, 더욱 분단은 고착화 되어가고, 1950년엔 전쟁이 일어나고... 그 웅장했던 철원당사 건물이 폭격으로 폐어가 된 걸 보면 경애는 그보다 더한 모진 세월을 겪어야 했을 것이니, 만약 소설로 계속 이어졌다면 더욱 속상한 이야기들이 펼쳐질것이 뻔할 것이기 때문이다.

'1945, 철원'은 오랫만에 읽어보는 스토리가 있는 재미있는 소설이다. 마치 대하드라마를 보는 느낌이라고 할까? 당시 역사의 흐름, 인물들의 얽히고 설킨 이야기들로 긴장감이 팽팽하며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마음이 조마조마한게 아주 플롯 구성도 뛰어난 작품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창비청소년문학으로 나왔다. 물론 청소년이 읽어도 좋겠지만 전세대가 두루 읽어도 좋을 훌륭한 작품이어서 안타까운 생각마저 든다.

표지도 너무 청소년책인것 같이 디자인 되어있는 점은 아쉽다.

물론 이 책을 읽고 그당시 철원상황 이런것들이 재미있고 이야기 구성도 탄탄해 좋았는데, 나는 무엇보다 '분단'이 무엇인가에 대해 더욱 많이 생각하게 되었다.

원석은 한숨을 휴 내쉬고 말을 이었다.

"태규를 딱 마주쳤는데 내 마음이 요상하지 뭐냐? 남조선에서 올라왔다,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경계심이 들더라고. 이 자식은 왜 왔지? 정체가 뭐지? 수상한 생각까지 들더라. 기분 참 더럽던걸. 대체 삼팔선 그까짓 게 뭐라고 내가 동무를 수상하게 여긴단 말이냐? 이제 남쪽에서도 그럴 거 아니냐? 이게 뭐냐, 대체?"

1945, 철원 327p

어처구니 없게도 우리는 강대국들이 그어놓은 38선에 매여 이렇게 남과 북이 점점 벌어지고 멀어졌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거기에서 한발자국도 떨어지지 못한 듯한 현실...

왜 우리는 서로를 끊임없이 경계하고, 의심하고, 나와 다르다고 등을 돌리고 있어야 하는지?

그 분단의 끝이 현재로선 요원해 보여 한번더 심란함으로 속상하다.

#1945철원 #이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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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하게 나이 든다는 것 - 무엇이 우리의 노년을 결정하는가
마르타 자라스카 지음, 김영선 옮김 / 어크로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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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오래살고 싶은생각이 없다. 더더욱이 병이 들어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받는다거나, 움직일수 없는 상황인데도 생명을 남의 손에 맡긴채 하루하루 의미없는 시간을 보내야 한다면... 막상 닥치면 마음이 달라질지 모르겠지만, 인생 자체가 苦이므로 그냥 내게 주어진 생이 오늘까지라면 달게 받을 용의도 있다. 삶에 너무 비관적인가?

아무튼, 이 책을 읽게 된것은 내가 원해서가 아니라 독서모임 선정도서이기에 읽었다. 오래산다는데 별 관심과 미련이 없기에 오래오래 나이들어 살고싶지 않으므로 이 책을 스스로 선택해서 읽을 일은 없었을 것이다.

여기에 독서모임의 장점이 있다. 평소라면 내가 읽으려고 시도하지도 않을 책을 읽게되고 뜻밖의 감명을 받게 되는점 말이다.

처음 이 책의 제목이라든가, 표지를 보고, 또 두께를 보고(무려400페이지다) 나의 평소생활습관과 잘못된 영양섭취등등에 대한 기나긴 반성의 시간이 되리라 생각하며 지레 겁을 먹고 책 펴기를 두려워 했다.

하지만 읽어야 하기에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머릿글부터 이 책은 내 마음을 상쾌하게 해주기 충분했다. 건강은 부로콜리를 하루에 몇개 섭취하고 비타민제를 얼마나 얼마만큼 먹어야 되는지, 혹은 하루에 몇km를 뛰어야 하는지와 건강은 별 상관이 없다는 것이었다.

건강은 우리가 통상적으로 생각하는 그러한 것들로 지켜지거나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고, 내 안에서 나오는 마음, 이를테면, 즐거운 마음, 함께 나누는 마음, 자원하는 마음, 배려의 마음... 이런 것들과 사람들과 맺는 관계에서 오는 사회적 유대감으로 건강해질수 있다는 것이었다.

저자는 머릿말에 이렇게 적어놓고 무려 400페이지에 어떻게 그러한 심리적 요인이 우리에게 건강을 안겨주는지 일일이 사람을 만나고 장소를 취재하고 과학적 데이타로 증명해 주었다.

건강에 이토록 유익한 책은 처음이다. 스트레스없이 건강을 유지하고 건강하게 나이드는 법을 제대로 알려주어 너무나 고맙다. (하지만 평소 생활 철학과 상반되는 사람들에게는 상당한 스트레스를 줄지도 모르겠다)

부부간에 사이가 좋으면 수명이 몇년 더 연장, 모임에 참여하면 몇년 더 연장, 자원봉사 활동을 몇년 더 연장... 이런식으로 건강과 사회적 삶과의 관계를 구체적 연구 데이타로 제시하며 약을 먹거나 시술을 받거나 치료를 받거나 하는 것이 아닌 내 스스로의 마음가짐의 바뀜으로 가꿀수 있는 건강과 장수의 비결을 꼼꼼히 정리해 주다니... 책을 읽을수로 그 성실성과 꼼꼼함과 제대로 알려주려는 마음에 감동하였다.

맨 마지막에 일본의 장수 예가 나온다. 일본의 노인들은 은퇴후에도 노인관련 일자리에서 꾸준하게 일을 하며 마을 공동체 내에서 활동을 하고 봉사를 하면서 '삶의 의미'를 가지고 건강하게 오래 산다는 것이었다. 그들이 좋은 음식을 먹는 것도 일조 하겠지만 무엇보다 탄탄한 사회적 참여망이 그들이 건강하게 오래 살수 있는 비결인것 같다고 하였다. 그러면서도 말미에 사회 양극화, 개인주의로 인한 고독감 상승등이 가파라지고 있어, 과연 지금의 노인들의 증손자들도 그들과 같은 건강한 노년과 수명을 갖게 될지는 의문이라고 하였다.

그렇다. 건강과 장수의 비결은 좋은 약, 좋은 치료시설, 좋은 의료기술에 있는 것이 아니라, '튼튼한 사회적 관계와 공감능력, 삶의 의미를 통해 더욱 건강한 삶에 이르는 마음가짐'에 있다.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우리는 점점 그와 반대 방향으로 가고있는 것 같다.

점점 더 좋은 의료시설과 의료기술 발전, 기적의 신약개발과 같은 것이 우리의 건강을 보장해주리라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서로에게는 더욱 무심하고, 상대방에게 갖는 관심과 친절이 인권침해의 소지가 있는 것으로 보여지고, 나의 정보를 상대와 공유하길 원하지 않는다. 모두 각자의 방에서 소통하는 것이라고는 일방적 소비를 요구하는 상업 온라인일 뿐이다. 그래서 우리는 더욱더 외로워진다. 돈이 없으면 그 소비에 낄수 없고, 그래서 나는 더욱 소외되고 위축되어가고 있다.

정말 나의 후손은 나보다 더 건강하게 오래 살것이라는 장미빛 미래가 핏빛으로 다가오는 듯 하다.

이 책의 저자가 이야기 한 건강과 장수의 비결은 오히려 우리의 '오래된 미래'인줄 모르겠다. 온식구가 아랫목에 발을 뻗고 한 이불속에서 뒹굴면서 생사고락을 함께하면서 안락했던 때, 이웃과 숟가락 숫자까지 셀 정도로 긴밀했던 유대관계. 한 집안의 대소사를 마을 사람 모두가 함께 치루던 사회적 공동체... 이런 것들이 실은 우리에게 건강하게 오래살수 있게 한 비결이었다. 그런데 그런길에서 우리는 너무 멀리 온 느낌이다. 의료기술의 발달로 수명은 늘었을지 모르겠지만 모두들 공허한 마음으로 육체의 외피에만 집착하며 살고 있지는 않는지...

#건강하게나이든다는것 #건강 #장수의비결 #마르타자라스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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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별하지 않는다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한강 장편소설
한강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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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작별하지 않는다'가 가지고 있는 뜻은 무엇일까?

이별과 작별의 다른뜻은 무엇일까?

국어사전에 이별은 서로 갈리어져 떨어짐이고, 작별은 인사를 나누고 헤어짐. 또는 그 인사라고 나와있다.

'작별하지 않는다'는 헤어지지 않겠다는 뜻이겠다. 인사를 나누고 헤어지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 책을 읽기 전에 한강 작가의 다른 작 '소년이 온다'를 읽는 것이 좋을거라는 조언을 듣고 이 책을 읽기전에 먼저 '소년이 온다'를 읽었다. 앳된 중학교 3학년 '동호'가 5.18학살의 장 가운데에서 무슨일을 했었는지, 그리고 어떻게 죽었는지를 중심으로 5.18 학살의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옴니버스 형식으로 엮은 이야기였다.

한강 작가가 '소년이 온다'에 이어 내놓은 책 '작별하지 않는다'는 5.18 학살에 이어 4.3 학살에 관한 이야기 이다.

주인공 '경하'는 '소년이 온다'소설을 쓴 작가로 그 책을 쓰고난 후 심각한 심신의 병을 얻고 모든 이들과 이별하고 스스로 죽음의 곁으로 갔다가 겨우 삶을 추스리다 오래된 친구 '인선'의 연락을 받는다.

인선은 사회초년생일때 작가와 사진작가로 함께 일하는 사이로 만났다가 친구가 된 사이다.

인선은 제주도에서도 외딴곳에 혼자 살면서 다큐멘터리 영화를 제작하고, 평소에는 목공방에서 일을 하기도 한다.

인선은 목공방에서 일을 하다 손가락 두개가 절단되어 봉합 전문병원에서 수술을 받고나서 경하에게 연락한 것이었다. 병원으로 찾아간 경하에게 인선은 목소리가 없는 목소리로 오늘 당장 제주의 자신의 집으로 가서 자신이 기르던 앵무새에게 물과 밥을 주라는 부탁을 한다. 오늘은 3일째 인데, 그 이상은 새들은 버티지 못한다고...

경하는 인선의 부탁을 받고 그 길로 제주로 내려갔는데, 경하가 탄 비행기를 마지막으로 기상악화로 비행기가 더이상 뜨지 못할정도로 눈보라가 휘몰아치기 시작한다.

경하는 눈이 펑펑 쏟아져내리는 제주에서 겨우 버스를 얻어타고 외따로 떨어져 있는 인선의 집을 찾아간다. 펑펑 쏟아지는 눈에, 짙어가는 어둠에, 경하는 길을 잘못들어 구덩이에 빠지고 핸드폰도 잃고 부상을 당하고 천신만고끝에 인선의 집으로 간다. 하지만 앵무새는 죽어있었고 전기는 끊겨있고....

까무룩히 잠이 들었다 깨어나 공방에 가보니, 인선이 와있다. 인선의 손은 멀쩡하다.

인선은 4년여의 시간동안 이 집에서 어떻게 살아왔는지, 그리고 치매에 걸렸던 엄마가 죽기까지 어떻게 사셨는지,, 자연스레 경하에게 보여준다.

인선의 엄마는 4.3사건이 나던해 11살이었다. 제주도가 온통 학살의 도가니로 몰려갈때 언니랑 해안선 가까이 50리 안에 있던 친척집에 심부름 갔다가 집에 돌아와보니 온 마을 사람들이 모두 학살당했고, 집도 모두 불탔다. 다행히 오빠의 시체는 보이지 않았다. 그로부터 3년의 시간이 흘러 오빠에게서 편지가 왔다. 제주에서 잡혔다가 대구 감옥으로 이송되었다고... 하지만 1950년 한국전쟁이 일어나고 나서 더이상 오빠에게서 연락이 없었다. 엄마는 오빠의 행적을 찾기위해 모든것을 수소문하다 마침내 오빠가 경산 코발트 광산에서 예비검속에 걸린 보도연맹원3,000여명과 학살당했다는걸 알게되었다. 인선의 눈에 한없이 작고 무기력하고 착하기만 했던 엄마는 실은 일생을 거쳐 오빠를 찾아다녔고, 유족회 활동에 열심이었던 것이었다. 인선은 나중엔 정신이 분열되어 치매가 걸린 엄마를 보살피며 이 제주집에서 홀로 살아왔으며 엄마가 돌아가신 후로는 혼자서 이 집에서 살며, 무언가 준비하고 있었다.

인선이 준비한것은 4년전 쯤 경하가 '소년이 온다'를 쓰고 난후 꿈에 나온 등신대만한 나무기둥들로 둘러쌓인 무덤에 관한 것이었다. 함께 그 기둥들로 만든 거대한 조형물을 만들자고 했던 것을 만들기 위해 인선은 혼자 오롯이 기둥들을 준비하고 있었다. 하지만 경하가 이미 1년 전쯤에 우리 그거 그만하자고 말했던 것인데, 인선은 혼자 준비하고 있었다.

경하가 만났던 인선은 살아있는 인선이었던 걸까? 앵무새가 다시 살아와 물과 밥을 먹고 경하는 하루이상의 시간을 인선과 함께 엄마의 행적을 뒤쫓았다. 마지막엔 인선을 따라 거대한 나무기둥숲으로 만들 무덤의 장소에 인선을 따라간 경하는 거대한 눈덩이 속에서 작은 촛불을 들고 잠이 드는데....

이야기는 이렇게 끝났다.

어느 책에서 시인이 있기에 우리가 이렇게 살수 있는거라는 구절을 읽은적이있다. 세상의 아픔과 슬픔과 추억들과 기억들과 별과 바람을 온몸으로 온통 겪는 이들이 있기에 우리가 이렇게 살수 있는 거라고...

이 책을 읽고 경하와 인선같은 이들이 있기에 오늘 우리가 멀쩡히 살아있는지도 모른겠다는 생각을 했다.

어떻게 5.18과 4.3과 같은 끔찍한 학살을 겪고도 우리가 이렇게 멀쩡히 살아있을수 있단 말인가!

마음에 분노와 그리고 또 나자신에 대한 무기력과 슬픔과 한심함... 이 모든 것들이 엉켜붙어 헤어나올길 없는 지옥과 같은 곳에서 멀쩡히 살아있는 우리는 경하와 인선과 같은 이들 덕분에 살고있다.

학살이라는 끔찍함 뒤에 숨어있는 거대한 어둠의 정체는 무엇일까?

무엇이 그토록 그들을 당당하게 하고 오만하게 하는 것일까? 오늘도 그 학살의 후예들은 뻔지르르한 낯짝을 들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자신들이 책임지겠다고 한다.

하지만 아직 그 수많은 피의 강물은 한발자국도 헤어나오지 못하고 거대한 원혼의 강이 되어 검은 그림자 뒤에서 울고 있는데, 그들은 아직도 저렇게 뻔뻔하다.

그래서 우리는 아무도 아직도 '작별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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