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원으로 평화통일기행을 준비한다면 철원의 현재 모습뿐 아니라 철원의 옛날 모습도 알아보면 좋겠다고 생각하여 읽기로 한 책 '1945, 철원'.
마치 1945년의 철원에 다녀온듯 생생하다. 그때 철원시내의 모습, 사람들을 직접 만나고 온듯이 아주 표현이 잘되어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은 이라면 누구나 그렇겠지만, 당시의 철원의 생생한 모습에 감탄을 자아내기 보다는 38선이라는 분단의 선이 그어진 곳, 더이상 기차가 다니지 않은 철원역, 이념갈등, 분단 이런것들로 마음이 자꾸만 심란해질 것이다.
분단은 어느 누구하나 비켜가지 않고 우리를 할퀴고 가고 있지만, 이렇듯 생생한 이야기로 만나니 더욱 그 마음이 아리고 속상하다.
이 책의 주인공은 해방되던해에 15살이 된 '경애'다. 경애는 만가대 라는 마을의 소작농의 셋째 딸이었다. 하지만 일제 그 수탈의 시대, 아버지는 지주의 횡포에 반항하다 맞아 죽었고, 엄마는 친일관리의 차에 들이받아 죽고, 큰언니는 친일 경찰에게 시집가고, 멀리 돈 벌러 떠난 작은언니의 행방도 모른채, 아버지를 죽게한 지주 집의 계집종으로 5년을 살았다.
해방 된 그날 지주 집의 머슴 벙어리 홍서방이 실은 벙어리가 아니라 공산당 간부로 그동안 몸을 숨기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고 경애도 마침내 만가대 자신의 집으로 들어가 살수 있게 된다.
해방 되었을때 이미 38선이 그어져 있어, 철원은 북쪽에 속해 사회주의 사회로 하루빨리 변화되어 갔고, 그간 친일을 했던 지주나 악질들은 남쪽으로 떠났다.
홍서방을 중심으로 인민위원회를 꾸리고 민청활동이 활발해지고 철원에 공산당사를 새로 짓고, 토지개혁이 완수되는 등 정말 변화의 새바람이 일어났다. 하지만 '철원애국청년단'이라는 이름으로 북한 정부를 비난하는 삐라가 살포되고, 인민서점이 불에 타고, 심지어 홍서방이 테러를 당해 죽는 사건까지 일어난다.
이 사건들은 해방후 혼란한 사회를 틈타 자신의 재산을 찾으려는 지주들과 친일부역자들이 벌인 일들이었다.
경애는 해방과 함께 그야말로 사람답게 대우 받는 새세상이 왔나 하고 꿈을 꾸었지만, 현실은 그렇게 호락호락 하지 않았고, 기차가 다니지 않는 철원은 퇴락해만 간다.
이 책 '1945, 철원'은 철원을 1945년, 1946년, 1947년 3개의 장으로 나누어, 3년의 시간동안 철원이 어떻게 변화의 몸부림속에서 살아왔는지를 보여주고있다. 해방과 함께 찾아온 공산주의, 인민위원회, 토지개혁의 과정들이 소상히 나와있다. 그리고 '반동'이라고 불리는 반대세력의 반대 또한 혹독하게 겪으며 가장 혼란한 시기가 어떻게 흘러 왔는지 잘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어쩌면 1947에서 끝난것이 다행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1948년엔 각각 단독정부가 들어서고, 더욱 분단은 고착화 되어가고, 1950년엔 전쟁이 일어나고... 그 웅장했던 철원당사 건물이 폭격으로 폐어가 된 걸 보면 경애는 그보다 더한 모진 세월을 겪어야 했을 것이니, 만약 소설로 계속 이어졌다면 더욱 속상한 이야기들이 펼쳐질것이 뻔할 것이기 때문이다.
'1945, 철원'은 오랫만에 읽어보는 스토리가 있는 재미있는 소설이다. 마치 대하드라마를 보는 느낌이라고 할까? 당시 역사의 흐름, 인물들의 얽히고 설킨 이야기들로 긴장감이 팽팽하며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마음이 조마조마한게 아주 플롯 구성도 뛰어난 작품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창비청소년문학으로 나왔다. 물론 청소년이 읽어도 좋겠지만 전세대가 두루 읽어도 좋을 훌륭한 작품이어서 안타까운 생각마저 든다.
표지도 너무 청소년책인것 같이 디자인 되어있는 점은 아쉽다.
물론 이 책을 읽고 그당시 철원상황 이런것들이 재미있고 이야기 구성도 탄탄해 좋았는데, 나는 무엇보다 '분단'이 무엇인가에 대해 더욱 많이 생각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