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련에 못지않게 지독한 전쟁의 몸살에 우리도 살아왔지 않았던가. 전쟁이 일상이었던 일제시대, 2중 3중의 수탈을 당한 여성들. 한국전쟁, 군사독재에서의 여성들. 우리의 전쟁에 대한 참상과 피해도 엄청난데도, 우리는 이와 같은 책으로 기록되지 못한 점이 못내아쉽다. 전쟁은 과연 여자의 얼굴은 지우고 그위에 남성의 역사만 새기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의 위대함이 있겠다. 순전히 작가 개인의 고군분투에 의한 것이기는 하지만, 우리도 우리의 여자의 얼굴을 기억하고 기록한 책이 있으면 좋겠다.(있을수 있는데 내가 못찾았을수도 있겠지만...)
둘째, 사회주의와 자본주의의 전쟁에서의 여자의 모습에 대한 것이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한국전쟁당시 전쟁에 참전한 여군들이 있었었다. 하지만 간호장교나 남성군인의 보조자적 역할에 머무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보다 우리는 전쟁에서 여성은 성착취의 대상, 남성의 전쟁의 스트레스를 풀어줄 대상으로 더 여성을 대하였다. 여성은 먼 임진왜란, 병자호란에서부터 일본군 성노예, 한국전쟁 성노예(위안부), 군부대 인근 양공주라 불리는 매매춘으로 이어지며, 여성은 전쟁의 당당한 일원이라기 보다는 철저히 남성에 의해 착취당한 수탈의 연속이었다.
맥락이 다를지 모르겠지만, 이 책을 읽으면 좀 놀랐던 것은 이 책의 구술자들이 대부분 2차세계대전당시 10대 후반의 어린 소녀들로써 그들 스스로 조국을 위해 두려움없이 일떠서서 전쟁의 당사자로써 그 역할을 당당히 수행 했다는 것이다. 그들에게는 당연한 모습일지 모르겠으나 우리 역사에서 보지 못했던 광경이라 생경하기도 하고 또는 부럽기까지 하였다. 여기에서 여성을 대하는 체제의 다른 면모를 보여주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전쟁이 끝나고 전쟁의 주인공은 남성으로, 여성은 전쟁의 감상에 젖어 쓸데없는(?)회상에 잠긴자들이라는 그 사회의 낙인이 존재하지만, 여하튼 여성도 전쟁의 당당한 당사자였다는 것이다.
셋째, 전쟁은 그냥 惡이라는 것이다.
무엇때문에 전쟁이 필요했고, 전쟁을 해야만 했을까?
전쟁은 너무나 잔인하다. 인정이라고는 있을수 없다. 그냥 살육의 장일 뿐이다.
어떠한 거창한 수식어가 있다고 한다 하더라도 전쟁은 악일 뿐이다.
그런데, 아직도 내가 살고 있는 땅은 전쟁 중인 곳이다.
불안정한 휴전상태로 68년의 시간이 흘러가고 있다.
지금 이땅에서 전쟁의 지속을 원하는 자들은 누구인가? 전쟁을 끝내지 않고 끊임없이 남북의 대결을 부추기는건 누구인가? 누구를 위해 우리는 이 전쟁을 지속해야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