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건강하게 나이 든다는 것 - 무엇이 우리의 노년을 결정하는가
마르타 자라스카 지음, 김영선 옮김 / 어크로스 / 2020년 12월
평점 :
솔직히 오래살고 싶은생각이 없다. 더더욱이 병이 들어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받는다거나, 움직일수 없는 상황인데도 생명을 남의 손에 맡긴채 하루하루 의미없는 시간을 보내야 한다면... 막상 닥치면 마음이 달라질지 모르겠지만, 인생 자체가 苦이므로 그냥 내게 주어진 생이 오늘까지라면 달게 받을 용의도 있다. 삶에 너무 비관적인가?
아무튼, 이 책을 읽게 된것은 내가 원해서가 아니라 독서모임 선정도서이기에 읽었다. 오래산다는데 별 관심과 미련이 없기에 오래오래 나이들어 살고싶지 않으므로 이 책을 스스로 선택해서 읽을 일은 없었을 것이다.
여기에 독서모임의 장점이 있다. 평소라면 내가 읽으려고 시도하지도 않을 책을 읽게되고 뜻밖의 감명을 받게 되는점 말이다.
처음 이 책의 제목이라든가, 표지를 보고, 또 두께를 보고(무려400페이지다) 나의 평소생활습관과 잘못된 영양섭취등등에 대한 기나긴 반성의 시간이 되리라 생각하며 지레 겁을 먹고 책 펴기를 두려워 했다.
하지만 읽어야 하기에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머릿글부터 이 책은 내 마음을 상쾌하게 해주기 충분했다. 건강은 부로콜리를 하루에 몇개 섭취하고 비타민제를 얼마나 얼마만큼 먹어야 되는지, 혹은 하루에 몇km를 뛰어야 하는지와 건강은 별 상관이 없다는 것이었다.
건강은 우리가 통상적으로 생각하는 그러한 것들로 지켜지거나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고, 내 안에서 나오는 마음, 이를테면, 즐거운 마음, 함께 나누는 마음, 자원하는 마음, 배려의 마음... 이런 것들과 사람들과 맺는 관계에서 오는 사회적 유대감으로 건강해질수 있다는 것이었다.
저자는 머릿말에 이렇게 적어놓고 무려 400페이지에 어떻게 그러한 심리적 요인이 우리에게 건강을 안겨주는지 일일이 사람을 만나고 장소를 취재하고 과학적 데이타로 증명해 주었다.
건강에 이토록 유익한 책은 처음이다. 스트레스없이 건강을 유지하고 건강하게 나이드는 법을 제대로 알려주어 너무나 고맙다. (하지만 평소 생활 철학과 상반되는 사람들에게는 상당한 스트레스를 줄지도 모르겠다)
부부간에 사이가 좋으면 수명이 몇년 더 연장, 모임에 참여하면 몇년 더 연장, 자원봉사 활동을 몇년 더 연장... 이런식으로 건강과 사회적 삶과의 관계를 구체적 연구 데이타로 제시하며 약을 먹거나 시술을 받거나 치료를 받거나 하는 것이 아닌 내 스스로의 마음가짐의 바뀜으로 가꿀수 있는 건강과 장수의 비결을 꼼꼼히 정리해 주다니... 책을 읽을수로 그 성실성과 꼼꼼함과 제대로 알려주려는 마음에 감동하였다.
맨 마지막에 일본의 장수 예가 나온다. 일본의 노인들은 은퇴후에도 노인관련 일자리에서 꾸준하게 일을 하며 마을 공동체 내에서 활동을 하고 봉사를 하면서 '삶의 의미'를 가지고 건강하게 오래 산다는 것이었다. 그들이 좋은 음식을 먹는 것도 일조 하겠지만 무엇보다 탄탄한 사회적 참여망이 그들이 건강하게 오래 살수 있는 비결인것 같다고 하였다. 그러면서도 말미에 사회 양극화, 개인주의로 인한 고독감 상승등이 가파라지고 있어, 과연 지금의 노인들의 증손자들도 그들과 같은 건강한 노년과 수명을 갖게 될지는 의문이라고 하였다.
그렇다. 건강과 장수의 비결은 좋은 약, 좋은 치료시설, 좋은 의료기술에 있는 것이 아니라, '튼튼한 사회적 관계와 공감능력, 삶의 의미를 통해 더욱 건강한 삶에 이르는 마음가짐'에 있다.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우리는 점점 그와 반대 방향으로 가고있는 것 같다.
점점 더 좋은 의료시설과 의료기술 발전, 기적의 신약개발과 같은 것이 우리의 건강을 보장해주리라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서로에게는 더욱 무심하고, 상대방에게 갖는 관심과 친절이 인권침해의 소지가 있는 것으로 보여지고, 나의 정보를 상대와 공유하길 원하지 않는다. 모두 각자의 방에서 소통하는 것이라고는 일방적 소비를 요구하는 상업 온라인일 뿐이다. 그래서 우리는 더욱더 외로워진다. 돈이 없으면 그 소비에 낄수 없고, 그래서 나는 더욱 소외되고 위축되어가고 있다.
정말 나의 후손은 나보다 더 건강하게 오래 살것이라는 장미빛 미래가 핏빛으로 다가오는 듯 하다.
이 책의 저자가 이야기 한 건강과 장수의 비결은 오히려 우리의 '오래된 미래'인줄 모르겠다. 온식구가 아랫목에 발을 뻗고 한 이불속에서 뒹굴면서 생사고락을 함께하면서 안락했던 때, 이웃과 숟가락 숫자까지 셀 정도로 긴밀했던 유대관계. 한 집안의 대소사를 마을 사람 모두가 함께 치루던 사회적 공동체... 이런 것들이 실은 우리에게 건강하게 오래살수 있게 한 비결이었다. 그런데 그런길에서 우리는 너무 멀리 온 느낌이다. 의료기술의 발달로 수명은 늘었을지 모르겠지만 모두들 공허한 마음으로 육체의 외피에만 집착하며 살고 있지는 않는지...
#건강하게나이든다는것 #건강 #장수의비결 #마르타자라스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