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드리 느티나무 아래에서 선생님을 기다리는 한 손님이
그림의 운동장 어디엔가 있을터이다.
텅빈 운동장과 교정이 그려진 그림에서 여백과 평화로움이 물씬 느껴졌다.
그리고 그 교정에서 그네를 타고 있는 내 모습을 상상해 그 안에 그려넣는다.
비닐하우스에 토마토 농사를 짓고 있는 수현이네 가족이
개구리 소리가 들려오는 달무리 진 밤에
바쁜 일과를 보내고 난 후
마루에서 휴식하는 이야기에 시골의 풍경이 머릿속에 저절로 그려졌다.
하나 둘씩 도시로 떠나 비어 있는 집들이 늘고,
농사를 짓던 수현의 삼촌도 도시의 공장으로 떠나며
빈 집 인동집에 가꾸었던 꽃밭은 수현의 몫이 된다.
하지만 그 집에 새로운 친구 민우가 이사를 오며 수현이 가꾸던 꽃밭이
상하는 것에 수현의 마음도 상한다.
친구들에게 관심이 없고 결석하는 날이 더 많은 전학생 민우가 수현이 짝이 되고
민우네 가족들은 수현이네의 일손을 도우며 생활하게 된다.
그러나 민우는 친구에게 관심이 없는 아이 같았습니다.
그래서 수현이는 사이가 좋아지려고 노력하지 않았습니다. -p80-
결석이 많은 민우의 사정을 알게 된 수현이
선생님 심부름으로 민우에게 전해줄 편지와 동화책 한 권을 들고 인동집에 간 어느날
우연히 민우의 일기장을 보게되며 놀라고,
그걸 본 민우는 수현에게 불같이 화를 내며
둘의 갈등은 깊어진다.
하지만 민우가 감추고 싶은 진짜 비밀은 아픈 것이 아니라,
분꽃을 책갈피에 넣어두었다는 것...
비밀을 공유하며 둘은 서로 마음을 연다.
둘만의 <비밀의 화원>이 생긴 것이다.
농구를 하다 코피를 흘려 실려간 민우가
수술을 받으러 가고 나서 전해진
꾸러미 속 편지 한장과 <비밀의 화원>...

작가의 길을 걷게 해준 24년전의 데뷔작이라고 소개된 <마음에 심는 꽃>은
독자의 마음에 또 이렇게 예쁜 꽃씨를 뿌린다.
오래된 사진을 꺼내보는 것처럼 먼 기억 속에서 나누었던 사랑과 우정을
생각나게 하는 어여쁜 동화다.
잠깐 동안 몇번의 전학생으로 있던 시골학교에서의 기억이 생각났다.
난 고무신을 처음 봤고, 친구들은 나의 빨간 구두를 처음 봤을 터였다.
책을 읽는 동안 주인공 수현이 마음을 따라
어렴풋하지만 지나온 그 날들에 미소지어지어 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