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라니 합창단, 희망을 노래하다 - 신미식 포토 에세이
신미식 지음 / 끌레마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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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제까지나 계속되는 불행은 있을 수 없다.

 

아이티 사건 이후, 우리나라는 우방국 혹은 한국과 외교관계에 있으면서 도움이 절실히 필요한 나라에 수많은 지원을 하고 있다. 그리고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그들을 위해 매달 1만원에서 3만원의 도움을 주고 있으며, 천원이라도 모금이 이루어져 한 목숨 두 목숨을 살리고 있다. 우리에게 한끼 식사값도 안 되는 돈으로 그들의 생명을 구한다는 것이 실제 보지 않더라도 놀라운 건 마찬가지 일 것이다. 게다가 아이티 사건 이전에도 꾸준히 도움의 손길을 줬던 내용들이 하나 둘 공개되면서 그 어느나라 보다도 따뜻한 나라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들게 하는 우리나라.

 

 

 



 

 

<지라니 합창단, 희망을 노래하다>신미식 사진작가의 포토 에세이이다. 작가는 처음 TV에서 소개되는 지라니 합창단의 노래를 들었던 그 순간부터 그들을 잊을 수 없어 운명처럼 합창단을 만나게 된다. 케냐의 쓰레기 처리장 고로고초 마을. 쓰레기 더미 속에서 살고 있는 그들은 전기도, 수도도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3평 남짓한 공간에서 생활하고  쓰레기를 뒤져 끼니를 채우고, 늘 주린배를 움켜쥔 채 공부도 할 수 없는 열악함을 이겨보려 힘쓴다. 그런 그들에게 남아 있는 것은 도데체 무엇일까? ' 희망'조차 없다면 매일매일 매시간 매분 매초 쉬는 들숨과 날숨의 교류는 필요가 없을 것이다. 희망을 가진 다는 것은 어떠한 열악함이라도 뚫고 나올 수 있는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는 그 무엇이니까 말이다.

 

 

 

 

외부와의 접촉뿐만 아니라 희망과도 단절 된 삶.

지독한 가난과 절망, 최소한의 인간다움조차 사치가 되는 곳. 고로고초.

(P. 69~70)

 

 

 

 

 



아이들과 함께 있으면 영혼이 치유된다 - 도스토예프스키 -

 

 

 

지라니(jirani)는 좋은 이웃이라는 뜻이다. 고로고초 마을은 케냐 정부에서 외면당하는 마을이다.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쓰레기 더미와 함께 쓸려 ' 쓰레기'로 취급당하는 것일까....... 요즘 한창 인기리에 방송되는 드라마의 한 대사가 떠오른다. '이 나라가 지켜주지 못해 생목숨을 잃는 국민은 없어야 한다.'라는 말. 케냐 정부에 대놓고 말해주고 싶다. 자국민을 위해 존재하는 정부가 국민을 외면하는 것이 있을 수 있는가. 인간은 평등한데, 격을 둔다는 것 자체가 모순인거 같다. 생존이 위험한 고로고초 마을 사람들. 희망이라곤 찾아보기 힘든 그들에게 드리운 빛과 같은 존재. 바로 우리나라의 임태종 목사와 김재창 지휘자이다.

 

 

 임태종 목사와 김재창 지휘자는 불가능할 것 같은 그들과 함께 2개월 만에 첫 공연을 갖는다. 2006년 케냐 나이로비 국립극장에서 지라니 합창단의 첫 공연이 있었다. 그 후 미국 뉴욕과 시카고 등지에서 공연을 하고 매년 우리나라를 찾아 감동을 전하고 있는 그들. 쓰레기장을 배회하는 것이 다였던 아이들에게 희망이 생겼다. 아이들의 합창단 입단을 반대하던 부모들도 태도가 변하고, 지금은 입단을 위한 경쟁률이 엄청나다고 한다. 내일이 없던 아이들에게 꿈 꿀수 있는 내일을 만들어준 합창단이다. 쓰레기 더미여도 괜찮다. 오늘을, 내일을 살 수만 있다면 꿈을 꿀 수 있다는 그들......

 







 

 


이 아이들은 음악이 있기 때문에 현실을 잊을 수 있다. 아니, 현실을 뛰어넘을 용기를 얻는다. 쓰레기 한가운데서 시작된 감동이 깊고 넓은 파장으로 퍼져나가기를 기도한다. (P.105)

 


 

 

언뜻 보기엔 다 똑같아 보이는 흑인 아이들. 그러나 신미식 작가의 사진 속엔 그들의 희망이, 그들의 행복이 보인다. 노래부르는 게 뭐라고 이리들 즐거워 할까? 쓰레기 처리장의 악취와 온갖 질병들, 가난함이 합창단에서 보내는 4시간보다 더 클텐데 사진속의 그들에겐 나에게서 볼 수 없는 희망섞인 미소가 보인다. 그 어떤 꽃보다도 활짝 펴 있는 아이들의 미소가 내 가슴을 뻐근하게 만든다. 컬러사진보다 흑백사진이 흑인 아이들을 더 잘 표현한 듯 보이는 이 책은 검은 피부색도, 흑백사진의 어두움도 고로고초 아이들의 빛나는 희망을 흐려놓은 순 없는 것 같다.

 


 



 

음악은 우리의 영혼에서 일상의 먼지를 씻어낸다. - 레드 아워백 -

 

 

 

 

 무기력한 삶이 지속되면 걸음을 걸을 일도, 말할 이유도, 눈을 꿈뻑일 이유도 없지 않을까? 땀흘려 일하는 것이 그저 힘든 노동이라고 치부되기엔 성취감이라는 세 글자가 안타까워진다. 가정을 꾸려 사는 것이 지겨운 매일이라면 그 안에서 얻을 수 있는 사랑이라는 단어가 안타깝지 않은가. 쓰레기 더미 속에서 숨쉬며 내일을 꿈꾸는 이유는 아마도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이 있을 것이다라는 '희망'이 있기 때문이란 생각이 든다.  그들에게 반드시 존재되어야 할 단어 ' 희망'이야 말로 전 인류를 살리는 가장 큰 구원이 아닐까...... 지라니 합창단의 흥겨운 춤과 노래가 머릿속에서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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