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그림의 도미노
베아트리스 퐁타넬 지음, 세브랭 미예 그림, 김효나 옮김 / 루크북스 / 2010년 10월
평점 :
절판




글과 그림의 도미노 - 베아트리스 퐁타넬 / 세브랭 미예 - ( LUK Books )

 

 

 

 요즘들어 아이 교육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부분이 바로 ’ 연산 ’ 이다. 연산이 잘 되야 영재로 키울 수 있다는 엄마들 사이의 말에 나 역시 귀가 쫑끗하여 연산에 열을 올려볼까? 하고 계획만 무궁무진 짜 놓은 상태. 가까운 예로 친언니의 아들인 우리 조카는 연산에 있어서는 내 턱이 가슴에 닿을 정도로 감탄적이다. 유달리 텔레비젼을 좋아하는 것이 걱정스러웠다. 너무 텔레비젼만 보는 것이 아닌가 싶어서 말이다. 그런데 아이가 점차 영어와 한자에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아차! 요즘 아이들 프로그램은 기가막히게 교육적이다. 글도 못 쓰는 녀석이 한자를 줄줄 외우는 걸 보고 감탄을 금치 못했다.절대 언니는 강요하지 않았다. 다만, 이이의 호기심이 그 발단이고, 한자를 보면서 조금의 내조(?)를 한 언니.

 

 예를들어 사람 인(人)인 경우 우리 조카의 대답은 다양하다. "사람 인, 한글 ’시옷’, 여덟 팔이랑 비슷해 하지만 달라," 한자 사람 인과 한글 시옷까진 이해한다. 하지만 사람 인 한자의 사이를 떨어뜨려놓으면 여덟 팔이 된다는 말. 이것을 이 이모에게 가르쳐주는 어린 조카. 말 배우기 시작할 때부터 하늘을 바라보며 ’ 하늘 천’ 혹은 ’ 윗 상’이라고 외치던 그 녀석. 언니는 아이의 연산능력에 본인도 감탄하면서 경계를 늦추지 않는다. 우리 아이 연산이 잘된다! 하면서 안심하면 그 순간 아이의 연산력은 점차 떨어질 것이다. 꾸준히 바라지해 줘야 하는 것이 바로 아이의 연산이다.

 

 



 

사실 루크북스의 책은 처음 만났다. 하지만 이번에 만난 < 글과 그림의 도미노>덕분에 루크북스에 대한 관심이 지대해졌다. 그리고 출판된 책을 보니 대체적으로 아름다운 책들이 많이 보였다. 이 책은 간결한 일러스트를 보여주면서 매우 서정적이고 아름답다.

 

 



 

첫 페이지. 이책에서 자주 만나 볼 수 있는 흰 갈매기가 보인다. 저 멀리 배도 보인다. 그리고 항상 오른쪽 페이지엔 다른 색의 계열이 귀퉁이를 차지한다. 다음에 이어서 나올 페이지의 색을 미리 알려준다. 이것 또한 연산의 일부분. 아이와 몇번 책을 보다보면 어느새 책의 귀퉁이에 손가락이 간다. 다음에 나올 색을 알아맞추는 재미가 솔솔한가보다.

 



 

붉은 색의 페이지. 이토록 간결한 일러스트가 화려한 여러색을 쓴 어느 그림보다도 아름다워보인다. 바다를 바라보는 나. 바다위를 나르는 갈매기, 수평선에 떠 있는 배. 이들은 이 책의 주인공이다. 겨울을 표현한다면 눈이 펑펑 내리던가, 바람이 휘몰아치던가 할텐데.... 이 그림에선 그냥 단순함밖에 찾아 볼 수 없다. 하지만 확실하게 이 페이지는 겨울바다다.

 

 



 

나는 막막한 바다, 안개 자옥한 바닷가에서 겨울을 꿈꾸는 것이 좋아.

 

나는 또 문득 달려와 발을 덮치곤 황급히 뒷걸음치는 파도가 좋아.

 

 

나는 겨울 바다가 좋고, 파도가 좋다. 파도는 조각배도, 화물배도 좋다. 화물배는 부두와 기중기를 좋아해. 부두는 부둣가의 아이를 좋아하고 아이는 갈매기를 좋아해. 갈매기는 농부가 좋고, 늙은 농부는 도시사는 손녀가 좋고, 손녀는 민들레 꽃씨를 좋아하고 민들레 씨는 바람을 좋아하고...... 이렇게 꼬리의 꼬리를 무는 이야기로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다음에 이어질 장면을 글과 그림으로 보여줌으로써 연산을 자극한다.

 

 

.

 일러스트를 자세히 보면 간결하다지만 무척이나 섬세하다, 배 위의 작은 와인잔이 보인다. 정말 아기자기하면서 아이들의 섬세한 시선에 발맞춰준다. 아이들은 책을 몇번 들춰보다가 이런 세세한 부분의 발견에 감탄하곤 한다.

 

 



 

민들레 꽃씨를 후~ 하고 부는 장면이 더이상 무엇이 필요할까? 우리 아이들은 이 책의 이 장면을 가장 좋아한다. 강렬한 색감이 시선을 자극하고, 아이들이 경험했던 민들레 꽃씨를 후~ 하고 불었던 기억이 떠올라 페이지를 넘기자 마자 자그마한 입을 모으고 ’ 후~’ 하고 따라 불어낸다.

 

 



 

 낙엽이 한참인 요즘  아이들과 낙엽밟기를 나간 적이 있다. 이 책을 보고 나서 낙엽밟기를 한 터라 아이들 추억에 제대로 한 몫한 페이지이기도 하다. 낙엽의 바스락거림과 알록달록하면서 다양한 모양의 낙엽놀이는 아이들 정서에 딱이다. 물길따라 떠내려가는 낙엽들. 그 사이사이를 들여다보면 도토리와 작은 물고기를 찾을 수 있다. 우리 아이들은 도토리와 물고기 찾는 재미로 이 페이지를 떠나려 하지 않는다.

 

도미노처럼 모든 글과 페이지의 그림이 연결되어 있다. 반복스럽지 않지만 반복스럽고, 형형색색으로 보이는 듯 하지만 심플한 색감의 이 그림책은 아이들 정서에 좋은 자극이 될 것 같다. 단 몇가지의 색이 페이지를 메우지만, 한 페이지에 사용되어지는 두 세가지 색만으로 오토록 아름다운 일러스트가 만들어질 수도 있구나하고 감탄했다.

 

한편의 시를 읽는 듯한 글은 아이들에게 리듬을 선사하기도 한다. 세상의 모든 것이 마치 꼬리에 꼬리를 물어 원점이 되는 듯이 이야기의 전개는 겨울바다에서 시작해 겨울바다로 끝을 맺는다. 무한한 상상력의 길을 내어주는 < 글과 그림의 도미노>를 만나 아이와 또다른 추억거리를 만들 수 있어 의미있는 그림책으로 남을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