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임 안에서 - 1%의 차이가 만드는 좋은 사진과 나쁜 사진 프레임 안에서 1
데이비드 두쉬민 지음, 정지인 옮김 / 정보문화사 / 2009년 12월
평점 :
품절


 



 

고등학교시절부터 사진에 관심이 생겨서 공부해야 할 중간고사 기간에도 카메라를 들고 들판을 돌아다녔던 기억이 난다. 사진부원으로써 영광스러운 전시회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뭐든 아웃포커스만 잘 잡으면 작품스럽겠다 싶어서 무수히 셔터를 누르다가 전시회 출품용 사진 하나를 인화해서 냈더니 탈락되었다.

 

내가 찍은 건 '조'다. 무직하게 고개숙인 조. 아웃포커스도 제대로 된 그 옛날 수동카메라의 작품. 그러나 내게 돌아온 선생님의 질타.

" 넌 수업시간에 뭘 들은거니. 그저 멋내기만 알고. 니가 찍은 사진은 뭔가 부족해. "

정말 많이 울었다. 선생님의 말씀은 그것이다. 조를 찍은 사진이 나무랄데 없어보이나, 고개숙인 조는 그저 파릇한 조라는 것. 이야기가 없단다. 노랗게 익은 조였다면 당연히 내 사진은 그 어떤 작품보다도 뛰어났을 것이란 거다.

그렇다. 나는 작품선택을 잘 못했다. 아니..멋내기에 불과한 사진을 담은 거였다.

그 당시 노랗게 익은 조와 파릇하지만 제대로 아웃포커싱된 사진이랑 뭐가 다를까 고민도 했었지만... 내가 찍은 사진은 1%가 부족한 나쁜 사진이였다.

 

1%의 차이가 만드는 좋은 사진과 나쁜 사진.

고성능 DSLR이 새해 갖고 싶은 목록 중 1위다. 그저 집안에서 아이들 얼굴 찍는데 고감도의 사진을 찍어주고 싶은 욕심이다. 하지만 좋은 카메라를 산 남동생의 경우를 보면 그도 별로 매력없다. 기능을 확실히 공부한 것도 아니고 활용도가 낮기 때문이였다. 더군다나 나같이 집에서 거의 시간을 보내는 사람이라면... 아이들을 위주로 찍는 사진기..그래서 갈등중이다.

 



 

문제는 비전이다.

비전은 사진의 시작이며 끝이다. 우리로 하여금 카메라를 들게 만든느 것도 비전이고, 우리가 무엇을 바라보는지, 그리고 그것을 바라볼 때 우리가 보게 되는 것이 무엇인지 결정하는 것도 비전이다. 비전은 우리가 사진을 어떻게 찍는지 왜 찍는지를 결정한다. 비전이 없으면 사진가도 없다.

--Page 14--

 

그 옛날 '조'를 찍은 내 사진에는 비전이 없었다. 내가 찍은 사거리 모습이 있다고 하자.나는 사거리의 십자모양 길을 보면서 사진을 찍었으나, 그 사진을 본 또다른 어떤 이는 사거리에서 서로 얽혀있는 자동차들의 모습을 주로 볼 수도 있다. 혹은 길가에 서 있는 사람을 볼 지도 모른다. 나아가 차안의 사람들 심정은 지금 어떨까? 저 막힌 사거리처럼 답답해서 한숨쉬고 있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 않을까?그러나 난 아직도 비전을 정확하게는 모르겠다.

 



 

적정노출의방법을 보여주는 사진이다. 이 책은 사진찍는 방법을 나열한 책이 아니다. 사진을 왜 찍느냐를 알려주는 책이다. 그러나 작가가 자신의 생각만을 가득 실어놓은 책은 아니다. 사진찍는 기술에도 충실하다. 설명이 쉬원해서 이해하기 좋다.



 

그가 알려주는 사진찍는 팁들이 섬세하기도 하지만 과학적이기도 하다. 인물사진찍을때 그늘에서 찍으면 멋진 캐치라이트를 잡아낼 수 있단 팁이 인상깊다. 그늘에 서면 인상찡그리는 일도 없고 게다가 동공까지 열리니 감정표현에도 유리하단 이야기다. 이런 팁을 일찍 알게 되어 반갑기도 하지만 사진찍기를 많이 시도해 보지 않은 탓으로 돌리고 싶은 마음도 있다.

 

꼭 좋은 카메라만이 좋은 사진을 담아낸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인물사진을 찍을때나 햇살가득한 한 장면을 보는 그대로 담아보고 싶을때엔 역시 조리개와 셔터가 좋은 카메라가 필요하다는 이야기...그리고 작가의 사진이 모조리 쿠바,이집트, 베트남 태국 네탈의 사진이라서 더 인상깊어 보이기도 하다.

 

사진의 시선방향을 의도적으로 이끌 수 있는 방법(P.106)

 

-작은 요소보다는 큰요소

-어두운 요소보다는 밝은요소

-차가운 색깔보다는 따뜻한 색깔

-흐리게 나온 요소보다는 초점이 잘 맞은 요소

-밋밋한 요소들보다는 원근감이 살아 있는 요소

-복잡하게 얽혀 있는 요소보다는 따로 떨어져 있는 요소

-약한 대비보다는 강한 대비

-직선보다는 사선

-애매모호한 요소보단 무엇인지 잘 알아볼 수 있는 요소

-무생물보다는 사람이나 생물.

 

 

그러고 보니 그의 사진컷들 중 나의 시선이 오래 머문 사진들은 색감이 환하다. 아무리봐도 구도가 좋고, 색도 잘 어울린다. 나도 이런 사진이 찍고 싶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가 사진에 대한 부연 설명을 해서가 아니라 정말 그의 사진엔 이야기가 살아있다. 언젠가 나도 이야기가 담뿍 담긴 사진하나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를일이다.

나만의 비전이 담긴 강렬한 사진 한장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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