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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는 말들 - 우리의 고통이 언어가 될 때
조소연 지음 / 북하우스 / 2024년 6월
평점 :
우리는 태어난다.
우리가 태어날 때 우리의 ‘말'도 함께 태어난다.
그리고 우리의 말은 우리의 죽음과 함께 사라진다.
죽은 자는 말을 할 수 없다.
오직 산 자만이 말을 할 수 있다.
그래서 조소연 작가는 글을 쓴다.
더 정확하게는, 글로 말한다.
말할 수 없었던 어머니,
말할 수 없어서 살 수 없었던 어머니,
살 수 없음을 알았기에 살지 않기를 선택한 어머니.
그렇게 세상을 떠나
더 이상 말할 수 없는 어머니를 대신해
어머니의 말을, 어머니의 이야기를, 어머니의 인생을
저자는 대신하여 말한다.
그것만이 저자가 사는 길이다.
침묵할 수밖에 없는 어머니의 말들을 정성스럽게 모아서 대신 말하는 것이
자신이 사는 길이며, 죽은 어머니를 다시 살리는 길이다.
그렇게 말할 때 다시 말들이 태어난다.
새 생명을 품은 말들로 인해
생명을 잃었던 작가의 삶도 새 생명을 얻는다.
말하는 것으로 인해 회복되고 치유된다.
인생의 고통과 아픔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책이다.
그 이야기를 마주하다 보면
어떤 대목에서는 불편해서 인상이 찌푸려진다.
산 자로서 그다지 유쾌하지 않은 이야기들도 있기 때문이다.
죽음으로 나아가는 과정의 이야기들이기에.
하지만 외면해서는 안 되는 이야기들이다.
저자는 외면했던 어머니의 이야기를
어머니의 목소리가 사라진 후에야 듣고자 하였다.
지금에야 궁금한 이야기들,
이제서야 듣고 싶은 목소리를
들을 수 없어서 아파했다.
그래서 허공에 떠도는 어머니의 남겨진 이야기들을 그러모아 가슴에 안았다.
그저 들어주고, 그저 이해하였다.
판단하지 않고, 평가하지 않고..
이 책을 통해
인생의 불편함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한 인생의 목소리를 있는 그대로 들어주는 것의 의미를 새롭게 발견하게 될 것이다.
또한 나의 목소리를 내는 것의 소중함을 느끼게 될 것이다.
그러면 쓰게 된다.
우리의 목소리를, 말을, 글을.
그렇게 우리의 말들은 다시 태어나 세상의 빛을 보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