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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비실
이미예 지음 / 한끼 / 2024년 7월
평점 :
탕비실은….꼭 타인과 함께 살아가는 이 세상의 축소판 같다.
138p
작가의 의도가 적중했다.
‘싫음'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나의 ‘싫음 취향'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내가 무언가를, 혹은 누군가를 좋게 여기는 것에 이유가 있듯이
싫어하는 것에도 이유가 있다.
그리고 그 이유는 지극히 타당하고 합당하며 합리적이다.
나에게는.
하지만
나를 싫어하는 누군가도
지극히 타당하고 합당하고 합리적인 이유로 나를 싫어한다.
서로의 싫음이 상충하는
그 지점을 작가는 정확하게 건드린다.
싫다고만 생각했던 사람들이
나를 싫다고 여기는 것을 알게 될 때.
호의를 베푼 것이 나를 싫어하는 이유가 될 때.
그 ‘싫음'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
그 지점을 생각하다 보면
내가 누군가를 ‘싫어하는 것'에 대해 다시 곱씹고 또 곱씹게 된다.
독특한 빌런들을 비판적인 눈으로 바라보며 책을 읽어나가다가
무방비 상태에서 허를 찔렸다.
그 빌런들이 싫어하는 주인공의 모습이 내 모습인데..?
그리고 깨닫게 된다.
너무 쉽게 싫어하는 것을 조심해야겠구나.
조금은 더 넓은 아량이 필요하구나.
이 세상의 축소판인 탕비실에서부터,
내 삶이 작은 한 귀퉁이에서부터
‘싫어하기'보다는 ‘이해하기' 카드를 먼저 꺼내들어야겠구나.
나의 ‘싫어함'이 다 합당하고 당연한 것은 아니구나.
얇고 쉬운 이 책은
이 시대를 무겁게 덮고 있는
싫어함, 비판, 분열을
우리 마음에서부터 조금씩 걷어낸다.
쉬운 이야기로 우리 마음을 녹이는 것,
신선한 이야기 속에서 묵직한 한 방을 날리는 것이
이미예 작가님의 힘임을
#달러구트꿈백화점 에 이어
또 한 번 느낀다.
책은 하루만에 읽을 수 있지만
며칠에 걸쳐 내 모습을 돌아보아야 하는 책.
청소년, 어른 모두가 읽어보아야 할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