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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1년만 계획적으로 살아보기 - 1년에 하나씩은 꼭 이뤄내는 소소하지만 가장 확실한 방법
임다혜 지음 / 잇콘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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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다운방식으로 10년 계획부터 5년, 3년, 1년 단위의 계획을 세분화해보니 지금 당장 내가 해야 하는 일과 중요한 것들을 판가름할 수 있었습니다. 1년 후 제 모습이 어떻게 변화했을지 벌써 궁금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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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 쉬는 것들 다, 소중하여라 - 세상을 만만하게 생각했다면 나오지도 않았다
박종민 지음 / 이가서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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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는 사진과 닮았다.

간직하고 싶은 어떤 순간을

구도와 색감 빛의 노출 등을 고려해서 셔터를 누르면 사진이 되고

사색과 단어를 엮으며 시가 되니 말이다

흔히 시는 쉽다고 생각한다.

학창 시절 논설문이나 수필을 쓰는 일은 어려워하면서도

시 쓰는 과제는 쓱쓱 몇 줄 적어내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니까.

책 읽는 습관을 들이는 어떤 사람들은

얇고 글자 수가 적은데 한 권으로 쳐주는 시집을 선호하기도 한다.

얇은 탓에 시집의 가격은 여느 책보다 저렴하기도 하다.

그러나 막상 제대로 된 시를 적어내려면 참 어려운데,

내가 시를 쓰는 방식은 다음과 같다.

일단 내가 하고 싶은 말을 길게 쓴 다음

가지치기를 하듯 하나 둘 쓸 데 없는 말들을 지워나간다

그리고 단어를 앞뒤로 바꿔가면서 더 나은 흐름을 보고

입으로 읽어가면서 좋은 발음을 찾아본다.

쉼표 하나도 허투루 쓰지 못한다.

그래서 시를 읽을 때는 시인이 고민한 만큼의 시간을 들여서 읽어야

비로소 그 맛을 다 알게 된다고 생각한다.

이를테면

숨 쉬는 것들, 다 소중하여라가 일반적일 텐데

숨 쉬는 것들 다, 소중하여라라고 작가가 썼다면 그대로 소리 내어 읽어본다.

일반적인 숨 쉬는 것들이 아니라

민들레 홀씨 하나, 흔들리는 바람 하나가 쉼표 안에 들어간 느낌이라

더 섬세한 소중함이 담긴다.

나는 디카시는 처음 접하는데

시각적인 면을 부각시켜서 상상을 현실로 갖고 온 느낌이 든다.

마른 가슴에

하나씩 품으라고

별 쏟아진다

-11월

이라는 시만 봤을 때는

쏟아질 듯 총총한 별을 바라보는

강원도의 어느 산에서 쓴 느낌이다.

'마른 가슴'은 혼자 그곳에 간 화자의 삶이 쓸쓸하겠거니 생각되고

그러면 화자는 왜 쓸쓸할지 상상해 본다.

어쩌면 취업을 앞둔 20대일지도 모르겠다.

쏟아지는 별을 바라보며 나 또한 반짝여봐야겠다 싶은 희망을 안고

다시 서울로 상경할지도 모르지.

그런데 떡하니 단풍 사진이 나오니 이야기는 전혀 달라진다.

늦가을의 습기 없는 바람에 말라가는 가슴.

그 안에 품는 단풍잎은

가을이면 단풍잎을 모아 책갈피 사이사이에 끼워 넣는 친정 엄마가 떠오른다.

시건 사진이건 창작하는 모든 사람들은 대단하다

지나칠 수 있는 모든 사물과 시간에 촉수를 세우고 보는 셈이니까.

마른 가슴에

하나씩 품으라고

별 쏟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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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설명이 필요한 밤 - 쉽게 잠들지 못하는 밤은
안녕하신가영 지음 / 빌리버튼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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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펙타클한 사운드가 빵빵 웅장한 음악보다

조곤조곤 옆에서 속삭이는 촉촉한 목소리를 찾게 되는 건,

흥미진진한 사건들이 줄줄이 펼쳐지는 소설보다

나도 겪고 옆 사람도 겪었을 것 같은 일상 속의 단편 수필들에 마음이 끌리는 건,

베개에 머리를 대고 딱 3초만 있으면 잠에 꼬로록 빠져드는 날 사이사이에

앞으로 뭐를 하면서 살아야 하는지, 나는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몸을 뒤척이면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의 고리를 연결 짓는 밤을 보내는 건,

그건 아마도 내가 조금은 식상한 어른으로 살고 있다는 뜻일 테고

또한 그건 아마도 내게 되새김질할 기억들이 많아졌다는 뜻일 테다.

그녀의 그 밤들에 나 또한 설명을 덧붙이자면,

내게 문래동은 스물 일곱의 기억이다.

사과 맛이 나는 마늘이 듬뿍 올려져 있던 촉촉한 치킨과

살을 곱게 바른 닭다리에 매콤한 양념을 올려 숯불에 구운 닭갈비를 먹었던 곳.

그리고, 양파가 잔뜩 올려진 바삭바삭한 깐풍기를 먹자는 약속은 끝내 지키지 못한 곳.

몇 번이나 얘기하던 그 깐풍기를 먹지 못했지만 크게 아쉽지는 않았다.

그러고 보니 전부 닭에 관련이 되어 있네, 그렇게 닭살 돋는 사이는 아니었는데.

거실에 걸려있는 커다란 가족 사진 빈 공간을 톡톡 두드리며

언젠가 여기가 네 자리겠네하고 씨익 웃는 그 눈을

그 때 나는 순식간에 외면했던 것 같다. 아무 말도 대답한 기억이 없으니까.

그렇게 늘 그 마음들을 부담이라 여기며 외면했었을까.

연필, 나는 연필을 좋아하는데 사실 잘 사용하지는 않는다.

굳이 따지자면 연필로 글씨는 쓰는 것보다는

커터칼로 연필을 서걱서걱 깎아내는 그 시간을 좋아해서

좀처럼 연필심이 줄지 않는 날에는 이면지를 꺼내고 마치 데생 연습인 척 색을 칠한다.

그렇게 한참 칠하다 연필심이 뭉툭해지면 손을 떼는데

그 때 종이에 닿는 손바닥이 검게 반짝이는 부분이나

가운데 손가락의 첫 번째 마디가 빨갛게 움푹 패인 부분이 나는 마음에 든다.

아마 나는 조금 때가 묻고 상처가 나고 울퉁불퉁한 걸 멋있다고 생각하나 보다.

 

그리고 포춘쿠키,

이십 대의 나는 제법 운을 믿었던 것 같다.

종종 친구들과 타로 점이나 신년 운세를 보러 가곤 했는데

연애나 공부, 그런 것들에 대해 심각하게 듣고 또 까르르륵 웃었었다.

두어 번인가 연인과 궁합을 보러 간 적도 있다.

4월에 새로운 인연이 들어온다는 말이면 괜시리 마음이 울렁거리고

시험에 나와 찰떡같이 잘 어울린다는 색의 속옷을 입고 가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전혀. 장난 삼아 보는 오늘의 운세도 보지 않는다.

제법 연이 잘 맞아서 크게 다툴 일이 없을 거라는 연인과는 헤어졌고,

시험 성적은 공부한 만큼 나오는 거고,

인생의 어떤 것도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가 해결해 줄 수는 없다는 걸 알았다.

차라리 그 돈으로 맛있는 걸 사먹거나, 좋은 그림 한 점, 공연 하나를 보는 게 낫다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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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밤 당신에게 필요한 이야기
스탕쥔 엮음, 오하나 옮김 / 북플라자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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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엄마는 나를 재우기 전이나 한가로운 주말 아침이면

나를 안고 그보다 더 어릴 적의 나의 이야기를 해주었다.

엄마가 세탁기를 앞으로 다 끌어내고 베란다 청소를 하고 있었는데

청소를 다 하고 세탁기를 다시 밀어 넣으려고 해도

암만 해도 세탁기가 들어가지를 않는 거야.

뭔가 이상해서 세탁기 뒤를 들여다봤더니

아니 글쎄 네가 거기 끼어서 배시시 웃는 거 아니겠니.

아마도 네 딴에는 그게 숨바꼭질인 줄 알았나 보지?

숨도 제대로 못 쉬면서 그러다가 찍찍 창자가 터지면 어쩌려고

하루는 네가 아파서 병원에서 주사를 맞히고 들어오는데

온 몸에 힘을 다 빼고 늘어져서 자더라고.

몸이 흐물거려서 업고 오는데 무척이나 힘들었어.

그런데 집에 도착해서 내려놓자마자 반짝 눈을 뜨더니 노는 거 아니겠니?

화도 나고 어이가 없어서 쳐다보고 있었더니만

처음에는 슬렁슬렁 말을 타다가 점점 신이 났는지

나중에는 손가락으로 하늘까지 찔러대면서

! !” 소리를 내며 땀을 뻘뻘 흘리며 놀더라.

그렇게까지 재미있게 말을 타는데

그래, 앓아 누워있는 것보다 저게 낫겠다 싶더라고.

실제로 내가 기억하는 것들과

그 이야기를 할 때의 엄마의 행복한 감정이 버무려진 그 이야기를 듣는 것은

바쁜 엄마가 나를 안고 있는 가장 긴 시간이었기 때문에

나는 너무 많이 펼쳐보아 닳아버린 동화책 같은,

전적으로 엄마에 의해 왜곡되었을 그 레퍼토리를 따분해하면서도

킁킁거리며 엄마의 살갗냄새를 맡곤 했었다.

가만히 생각을 해보면

잠들기 전에 들었던 이야기들의 대부분은

이야기 그 자체가 가지고 있는 마법 같은 내용이기 보다는

그걸 이야기해주는 사람의 낮은 목소리와

나를 안아주는 그 온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옛날에-로 시작하는 할머니의 이야기가

느닷없이 호랑이가 어흥-하고 나타나고 도깨비가 쿵쿵거리며 골목 끝에서 걸어오는

허무맹랑한 그 이야기가 치밀한 서사구조를 가졌을 리 없다.

그래도 번번히 꺄악 소리를 지르며 파고들 수 있는 그 할머니의 품이 있었기 때문에

한참의 시간이 지나도 즐거운 기억이 되는 것이 아닐까.

이 책을 읽는 동안에도 그런 기분이 들었다.

흥미진진한 사건이 일어나기 보다는 그냥 소소한 일상을 담은 이야기들이,

지금 당장 숨막히는 아픔이기 보다는 조금 지나 무던해진 그 시간들이

잔잔한 독백처럼 툭툭 내려놓는 그들의 삶을 읽는 것이

마치 엄마나 엄마의 엄마가 들려주던 그 이야기들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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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디 수잔
제인 오스틴 지음, 김은화.박진수 옮김 / 바른번역(왓북)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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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윤리 교과서에 성선설과 성악설이 나왔을 때 한참이나 고민했던 기억이 난다.

사람이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는 감정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천사처럼 착한 아이들이 세상을 살면서 악함을 겹겹이 쌓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내가 인생이라는 것을 살다 보니

늘 착하게 살라는 가르침뿐인데

배우지도 않은 나쁜 것들은 어디서 찾아와 내 마음에 노크도 없이 불쑥 들어오는 건지

도통 알 수 없는 때도 있다.

 

그래서 나는

레이디 수잔이 영악하고 못된 여자라고 꾸짖을 수 없는지도 모르겠다.

나 역시 그녀와 같은 얕은 수작을 부린 적이 있으니까.

 

내가 아주 잘 아는 누군가가 흠모하고 있다는 사실을 버젓이 알고 있으면서도

마음을 어쩌지 못해 함께 연정을 품은 적도,

누군가가 나를 미워하고 있다는 게 두려워서 얼버무리며 진실을 왜곡해버린 적도,

이성에게 환심을 사기 위한 앙큼하고 오묘한 눈짓을 보낸 적도,

나도 당신에게도 분명히 있는 순간이다.

 

때문에 그녀의 어디까지 만큼이 용인할 수 있는 여우이고

어디부터가 발칙하고 못된 부분의 시작인지 평가할 수는 없다.

 

다만,

강산이 변한다는 시절을 두 바퀴가 돌만큼 옛 시절에

따박따박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 것조차 되바라진 여자라고 했던 그 시기에도

사랑이라는 감정을 당돌하게 표현했던

심장을 요동치게 하던 미스터 다아시를 만들어냈던

한 천재적인 여성작가에게 감탄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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