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쉬는 것들 다, 소중하여라 - 세상을 만만하게 생각했다면 나오지도 않았다
박종민 지음 / 이가서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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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는 사진과 닮았다.

간직하고 싶은 어떤 순간을

구도와 색감 빛의 노출 등을 고려해서 셔터를 누르면 사진이 되고

사색과 단어를 엮으며 시가 되니 말이다

흔히 시는 쉽다고 생각한다.

학창 시절 논설문이나 수필을 쓰는 일은 어려워하면서도

시 쓰는 과제는 쓱쓱 몇 줄 적어내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니까.

책 읽는 습관을 들이는 어떤 사람들은

얇고 글자 수가 적은데 한 권으로 쳐주는 시집을 선호하기도 한다.

얇은 탓에 시집의 가격은 여느 책보다 저렴하기도 하다.

그러나 막상 제대로 된 시를 적어내려면 참 어려운데,

내가 시를 쓰는 방식은 다음과 같다.

일단 내가 하고 싶은 말을 길게 쓴 다음

가지치기를 하듯 하나 둘 쓸 데 없는 말들을 지워나간다

그리고 단어를 앞뒤로 바꿔가면서 더 나은 흐름을 보고

입으로 읽어가면서 좋은 발음을 찾아본다.

쉼표 하나도 허투루 쓰지 못한다.

그래서 시를 읽을 때는 시인이 고민한 만큼의 시간을 들여서 읽어야

비로소 그 맛을 다 알게 된다고 생각한다.

이를테면

숨 쉬는 것들, 다 소중하여라가 일반적일 텐데

숨 쉬는 것들 다, 소중하여라라고 작가가 썼다면 그대로 소리 내어 읽어본다.

일반적인 숨 쉬는 것들이 아니라

민들레 홀씨 하나, 흔들리는 바람 하나가 쉼표 안에 들어간 느낌이라

더 섬세한 소중함이 담긴다.

나는 디카시는 처음 접하는데

시각적인 면을 부각시켜서 상상을 현실로 갖고 온 느낌이 든다.

마른 가슴에

하나씩 품으라고

별 쏟아진다

-11월

이라는 시만 봤을 때는

쏟아질 듯 총총한 별을 바라보는

강원도의 어느 산에서 쓴 느낌이다.

'마른 가슴'은 혼자 그곳에 간 화자의 삶이 쓸쓸하겠거니 생각되고

그러면 화자는 왜 쓸쓸할지 상상해 본다.

어쩌면 취업을 앞둔 20대일지도 모르겠다.

쏟아지는 별을 바라보며 나 또한 반짝여봐야겠다 싶은 희망을 안고

다시 서울로 상경할지도 모르지.

그런데 떡하니 단풍 사진이 나오니 이야기는 전혀 달라진다.

늦가을의 습기 없는 바람에 말라가는 가슴.

그 안에 품는 단풍잎은

가을이면 단풍잎을 모아 책갈피 사이사이에 끼워 넣는 친정 엄마가 떠오른다.

시건 사진이건 창작하는 모든 사람들은 대단하다

지나칠 수 있는 모든 사물과 시간에 촉수를 세우고 보는 셈이니까.

마른 가슴에

하나씩 품으라고

별 쏟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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