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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모퉁이 구름김밥집 ㅣ 꾸러기 나무 3
신소영 지음, 핸짱 그림 / 씨드북(주) / 2024년 5월
평점 :
하얀 이팝나무 꽃이 핀 길모퉁이 구름김밥집에는 구멍김 사장님이 있다. 쓰레기로 버려질 뻔 했던 구멍김은 아이들 마음에 구멍이 나 있는 것을 발견하고, 비록 자신은 김밥이 되지 못했지만 김밥을 싸서 아이들을 위로하기로 한다.
아이의 마음에 구멍이 나면 하늘에서 구름 한 덩이가 떨어지는데 구멍김은 아이의 마음과 구름을 주워 구름김밥을 만든다.
운동회에서 달리기 주자가 된 용이도 마음에 구멍이 생겨 구름김밥집에 오게 되었다. 용이의 김밥 재료는 인정 참치, 그리운 오이, 노력 단무지, 행운 당근, 꽈당 계란, 바보 햄, 실망 시금치, 승리 게맛살이다.
누구나 마음에 구멍이 생기는 경험이 있을 것이다. 아이들도 가족, 친구, 공부, 학교생활 같은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어느 순간 마음이 툭 떨어져버린 것 같은 기분이 들 때가 있을텐데 각자의 마음 속 김밥 재료는 어떤 이름을 가질까.
구름김밥집에서 용이는 난생 처음으로 김밥을 싸보기로 한다. 구멍김 사장님은 자신의 마음을 고요히 들여다보며 김밥을 싸면 된다고 했다.
"마음을 들여다보는 일 말이야. 그 일은 쉬운 게 아니야. 처음엔 고통이 먼저 느껴지거든. 어두운 것들만 보이고 말이야." (p.97)
용이가 마음 속 고통과 어둠을 이겨내고 더 깊은 곳을 들여다보았을 때, 용기와 희망을 찾아낸다. 김밥을 다 싸고 구멍김 사장님과 이야기하면서 용이는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러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깨닫게 된다. 용이의 특별한 김밥을 먹기 위해 찾아온 손님은 용이가 그렇게나 기다리던 사람이었다.
하얀 구름으로 갓 지어낸 구름밥을 깔고 마음 재료로 만들어내는 신비한 김밥은 만드는 과정에서 회복과 치유를 얻는다. 김밥을 싸고 나서 각자가 발견하고 싶은 마음은 어떤 것일지 아이와 함께 이야기해보는 시간도 의미가 있었다.
무언가에 집중하면서 자신이 원하는 진짜 마음을 발견하는 것, 서툴더라도 시도해보는 과정에서 가능한 것 같다. 감정을 처리하는 것이 어려운 친구들이 있다면 이런 몰입의 시간을 갖게 해주는 것도 도움이 될 것 같다. 낙심되고 좌절할 때, 우리 마음 속 재료를 아낌없이 넣어 구름김밥을 만들듯 마음을 잘 들여다보며 회복의 시간을 가지고, 우리 어린이들이 다시 두둥실 떠오를 만큼 가벼운 마음이 되길 소망한다.
ㅡ출판사의 서평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