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로 늙어간다는 것엘케 하이덴라이히 유영미북라이프책표지에 이렇게 소개했다. 80대 독일 국민 작가의 무심한 듯 다정한 문장들이라고. 이 소개야말로 아주 딱 들어맞는 한 줄로 표현하기 적절한 축약임에 틀림없다. 스타일을 볼 때 던지듯이 얘기하지만 뼈가 있어서 친근하면서 진지하게 다가온다. 그런 점이 많은 독자들에게 어필이 된 듯하다. 물론 나도 그 중에 하나이고 말이다.고달플 때도 즐거울 때도 있었던, 남들보다 더 고생스러웠을 수도 아니면 불행한 어떤 무자비한 인생보다 나았을 수도 있었을 그런 인생을 걸어왔다. 사실은 인생을 바라보는 시각은 사람마다 허용치가 다르기에 감내할 수 있는 정도도 다를 것인데 저자는 대체로 그점에서 포용적이다. 단지 글이라서 독자에게 보여주기 좋게 썼을까 싶기도 하지만 솔직한 심정이 느껴질정도의 무심함을 적당히 드러냈기 때문에 신뢰를 가질 수 있었다. 즉 가식적이지 않았다.저자는 올해로 80세가 넘고도 좀 지난 1943년생, 즉 82세이다. 하지만 글에서 느껴지는 느낌은 그 절반인 40대의 글 같다. 전혀 글이 익었다는 느낌이 아니다. 신선하고 지루하지도 않았다. 나이가 들었다고 글도 나이가 들지는 않는 것이니까. 저자가 본인이 나이를 밝히지 않았다면 늙어감에 대한 단상, 나이 먹었을 때 가질법한 생각을 상상으로 떠올리듯 적은 것으로 알았을 것이다.이 글을 접하는 나같은 40대의 사람과 저자와 같은 80대의 나이의 사람이 느끼는 맛은 완전히 다를 터다. 또 그 사이에 있는 다양한 나이대의 사람들도 그렇고. 하지만 아마 저자의 말을 이해하려면 나이가 많을수록 유리한 것은 확실하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오늘 만 45세에 읽었지만 10년 후에 다시 읽었을 때 또 다시 10년 후에 또 다시 10년 후 75세에 읽었을 때 어떠할 지 궁금해진다.시나 소설 등 다양한 문학작품에서 나이를 먹음에 대한 여러가지 글들을 인용하는데 그 부분도 맘에 든다. 그래서 글이 더욱더 풍성해졌다. 누구든지 노년이 되기 전에 미리 읽어두시면 좋겠고 현재 노년을 보내고 계시더라도 꼭 한 번 읽어보셨으면 좋겠다.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나무들의 비밀스러운 생활페터 볼레벤 프레드 베르나르벤자민 플라오유정민 남효창더숲이 정도의 포스일 줄은 몰랐다. 이 <나무들의 비밀스러운 생활> 이라는 책이 말이다. 이 책의 토대가 되며 먼저 글로만 되어 나온 책의 제목은 <나무 수업>이다. 나무 수업은 이미 40개국에 있는 700만 독자가 인정하였다. 그래서 그래픽노블로 제작될 만했을 터이다. 차후 나무수업을 꼭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산책하며 자연을 보고 듣고 느끼는 것을 즐기는 나는 숲은 그저 푸르기만 하고 아름답기만 했는데 이번에 속속들이 숲의 존재가 돌아가고 있는 면면들을 알게 되어 숲이 더욱 가깝게 느껴지고 달라 보이게 됐다.저자는 산림을 가꾸고 다루는 직업을 가지고 싶어서 이루었고 이는 어렸을 때부터 가진 취미와 선호가 바탕이 되었던 것이다. 우리가 어렸을 때 곤충이나 생물을 채집하고 키우고 표본을 했던 시절이 그에겐 다른 이들보다 더욱 흥미진진하고 마음을 제대로 사로잡은 일이었던 것이다.자신이 좋아하는 분야를 직업으로 택하여 자신만의 노하우와 신념을 가지고 꿋꿋이 외압과 싸워나가며 어느 정도 진정이 된 후에 숲전문가로서 그에 걸맞는 자리를 얻게 되었다. 그런 과정이 책에 담겨 있고 처음 산림일을 시작할 때 몰랐던 숲에 대한 지식을 꾸준히 책을 읽어가면서 습득해갔다. 숲의 주인공은 나무이니 정확히 말하자면 나무에 대해서 공부하고 습득을 했을터다. 저자가 나무를 공부하다보니 공생하는 균사나 균류, 곤충 그리고 조류와 설치류와 같은 동물들 반대로 기생하는 곤충이나 기생충을 통한 질병에 대해서 알게 된다. 그리고 기후도 공부하며 나무와 다른 생물과 관계된 특정 행동이나 반응도 관찰하며 알게 된 것 모두 독자에게 공유해주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나무의 번식과 생존전략 부분이 흥미로웠다.나무를 사랑하는 사람이 많아지면 인간의 삶도 더욱 쾌적하고 안락해진다. 우리 옆에 나무와 숲이 있어서 또 그 전에 땅 속에 복잡하고도 오랜 세월 구축된 유기체로 가득찬 영양넘치는 대지가 나무들과 공생하고 있어서 그들이 인간에게 살기 좋은 환경을 조성해준다. 태양이 바닷물을 증발시켜 구름을 만들어 비를 내리면 숲이 흡수하여 사용하고 남은 것은 대지에 돌려주고 공기에 돌려준다. 물의 순환의 한 축을 숲이 담당한다. 숲이 건강하지 않으면 물의 순환은 끊기고 인간에게 재앙이 된다. 우리가 나무를 사랑해야 하는 이유이다.확실히 이 책은 나무를 사랑하는 사람으로 탈바꿈시켜줄, 온 인류에 적용해야 할 필수적인 세뇌용 서적이다.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청소년을 위한 수호지시내암 이상인 최정주평단수호지의 매력이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해본다. 중국의 4대기서 중 하나로 꼽는 수호지인데 말이다. 나머지는 삼국지연의 금병매 서유기다. 초한지는 포함이 안되었다. '기서'라는 기준에서 볼 때 정통역사를 다룬 것이 아니라 실존인물을 바탕으로 소설로 각색되어 희대의 기린아가 되고도 남을 영웅들의 의리와 용맹 넘치는 활극적인 요소가 짙다. 고로 초한지는 정통역사를 그대로 가져온 터라 그 재미와 스케일에도 불구하고 4대 기서에 들지 못한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더 나아가 진시황제의 통일 전 과정을 다룬 전국 7웅시대를 전격적으로 다룬 '킹덤'이라는 일본 망가를 보더라도 중국역사를 소재로 한 작품들이 심심치않게 있다. 이 수호지는 북송 시대를 기점으로 시작이 된다.양산박이라는 곳이 있다. 수호지에 나오는 영웅들이 모여있는 장소를 일컫는다. 무려 108명이나 되는 두령들이 모였다. 두령이라함은 어떤 그룹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기린아들을 나타내는 것일터다. 그럼 수준의 인물이 100명이 넘게 모였고 그들 중에 가장 덕이 높고 명망있는 자인 급시우 송강이란 사람이 우두머리가 되었다. 무공이 뛰어나거나 지혜나 모략이 뛰어나거나 수완이나 그 밖의 기술이나 재주가 뛰어난 사람들은 종종 있다. 하지만 그들을 전부 아우를 수 있는 리더는 덕이 높고 공명정대하며 배포가 크고 포용력이 넓은 인성을 갖추어야 할 것이다. 영웅들 사이에서 만장일치로 택하여 세운 리더가 바로 송강이었다. 송강을 필두로 표자두 임충, 화화상 노지심, 구문룡 사진, 별칭 생략하고 무송 시진 이규 노준의 오용 공손승 장청 대종 양지 원소이 등 나열하기도 벅차다. 수호지는 다른 나라에서 70권으로 또는 120권으로 구성 되어있다고 한다. 국내에도 번역된 장편 수호지가 있다. 이 책은 청소년용으로 짜여져 굵직한 스토리만 모아서 한 권에 담은 것으로 볼 수 있다.이 책만 보면 감질맛이 날터이니 완역본을 보아도 좋겠다.다소 과격한 장면들이 있지만 고대 역사소설이 그러하듯 사람의 죽고 사는 것이 종이 한 장 차이다. 공권력이 낱낱이 미치지 못하는 일이 당연할 때라서 도적이나 강도로 인한 살인, 원한이나 의리에 따른 살인, 복수심에 불탄 우발적 살인 등이 난무했다. 그런 무법사회에서 누명을 쓰거나 피신하여 모인 곳이 양산박이기도 하다. 지금 잣대로 영웅이라 불릴 수 있을까 의문이지만 당시 시대상에서 보여지는 영웅들의 모습을 픽션인만큼 가볍고 재밌게 즐겼으면 좋겠다.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워런 버핏 투자노트하마모토 아키라 서희경소보랩워런 버핏의 삶을 투자의 관점에서 시작했지만 주변의 패턴들도 같이 곁들여 버무려져 있어 재밌게 읽었다. 일본에서 일본 사람이 일본에서 출간된 책을 참조하여 엮은 책이나 워런 버핏을 분석하는 내용은 한국이나 일본이나 다른 나라나 크게 다를 수는 없다. 왜냐면 워런버핏을 특징지을 수 있는 키워드는 복잡하지 않고 단순하기 때문이다. 한 아이가 책을 읽고 감명을 받아 돈을 버는 것에 관심을 가졌고 아르바이트로 번 돈으로 어린 아이임에도 처음 주식에 투자해보고, 경마도 해보았다. 또 다른 책을 읽고 투자의 원칙을 배워서 실천하고 그리고 장기적인 꾸준함으로 좋은 결과를 내었다. 그리고 투자와 시대흐름을 위해 독서를 멈추지 않고 꾸준히 공부를 해왔다. 한 분야에서 탁월하기 위해 그가 한 노력이다. 애초에 탁월하게 못할 것은 손대지 않는다. 잘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한다.투자의 원칙을 고수하듯 실생활도 단순하고 검소했다. 저렴한 자택과 차량, 패스트푸드같은 정크푸드와 코카콜라, 달콤한 간식을 매일 꾸준히 즐겼다. 채소는 싫어한다. 햄버거에서 야채를 빼고 먹는다. 튀김은 먹지 않았다. 지금 그는 94세다. 타이트한 건강관리보다 즐거움을 택했다. 그리고 열정적으로 단순하게 좋아하는 일을 한다. 기부도 엄청나게 했고 재산의 85프로는 기부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자녀들에게 용돈도 별로 주지 않았고 상속도 거의 없을 거라고 한다. 아버지가 부자인줄 자녀들이 상당기간 몰랐다고 한다. 워런 버핏은 무리하지 않고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해서 잘하려고 했다. 그런 점이 그의 라이프스타일이다. 그리고 나도 그런 검소하고 단순하고 꾸준하고 정형화된 삶을 선호하는 편이다. 그는 본인 말로 운도 따랐고 1퍼센트에 속하였기에 99퍼센트를 위해 기부를 약속했다. 1930년에 태어난 나보다 훨씬 어른이시지만 한 인간으로서 좋은 귀감이 되었고 동시대의 사람인 것이 든든하고 존경스럽다. 워런 버핏을 배울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