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주보기 - 에리히 캐스트너 시집
에리히 캐스트너 지음, 정상원 옮김 / 이화북스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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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리히 캐스트너가 쓴 '가정 상비약' 시집이다.


우리가 겪는 마음을 치료해 주는 책이다.



주머니나 가방에 넣고 다니면서 힘들 때마다 꺼내어 보기를 바라며


책 크기도 한손에 들어오는 아담한 사이즈다.





특이하게 '사용 지침서'가 있는데 


슬플 때, 아플 때, 어머니를 생각할 때, 게으름을 피우고 싶을 때 등 


상황에 맞춰서 보면 좋은 시들의 페이지가 가이드 되어있다.



내가 골라본 주제는


아이들을 볼 때, 삶에 지칠 때, 어머니를 생각할 때 


이렇게 3가지 주제였다. 



처음 펼쳐서 본 시부터 찌릿한 느낌이다.



'견진성사를 받는 소년의 사진' 이라는 제목의 시다.


개신교의 입교식과 비슷한 가톨릭의 견진성사는 '성숙' '성인' 의 의미와 관련이 깊다.



우리가 사회의 첫 발을 내딛을 때 


면접을 보러 검은 양복을 입고 가거나,


첫 출근 때 검은 양복을 입고 가는 흔한 풍경이 있다.



그저 단정해보이려고 라는 의미 외에 다른 생각을 한 적이 없었다.


하지만 에리히 캐스트너의 시를 보고 


어린시절이 끝났음을 의미하는 검은 양복을 떠올리게 되었다.



나의 어린시절에 장례를 치루고 


슬픔을 떠안는 어른의 첫 걸음을 떼게 된 것이다.



그 순간 이 시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섬뜩하면서도 고요한 기분.


어른이 되어 슬픔을 떠안게 되는 현실을 인정하는 시간.



그렇게 시를 보고 또 보았다.




그러곤 다른 시를 보았는데


이럴수가.. 이번 시도 그냥 넘어갈 수가 없다.



애플파이 말고 달걀만 낳는 닭,


달걀에 적응해버린 닭.



그 모습이 바로 내가 아닌가?


견진성사의 검은 양복은 미래, 성숙만을 생각했던 나이고


닭은 당연히 달걀이지 라고 생각했던 나였다.



어릴 때 그런 생각을 했다.


'난 어른처럼 틀에 박힌 생각만 하는 사람이 되지 말아야지'


그렇게 어른이 된 나는 달걀에 적응해버렸다.


스미듯 적응해서 이제야 깨닫게 되었다.




 마주보기는 가방에 넣어놓고 다니면서 매일 하루에 하나씩 음미해보기 참 좋은 책이다.


지하철 안에서, 버스를 기다리면서 그렇게 흘러가는 시간에


시 한편을 읽는다면 그 시간이 풍성해질 것이다.



시로 위로를 얻고 나의 시간을 그저 흘려 보내기 싫다면


에리히 캐스트너의 시집 '마주보기'를 꼭 펼쳐보라.



*이 책은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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