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를 부탁해
신경숙 지음 / 창비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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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도무지 끝을 알 수 없는 이 세상 모든 엄마의 마음의 깊이는 도대체 어디까지인걸까.
난 그 한없는 사랑을 아직은 잘 모르겠다.
아니, 어쩌면 모르는 것이 당연하지 않을까. 

1. 정겨운 시골의 풍경들

나의 시골은 충남 서천 판교면 수성리이다.
어려서부터 시골에서 나서 자라지는 않았지만, 내 나이 올해로 불혹이고 어렸을때 시골생활을 많이해서 그 환경에는 많이 익숙해있다. 책을 읽는 내내 우리 시골과 너무나도 흡사한 분위기를 느꼈다. 내 기억속에 있는 시골 구석구석의 모든 장소를 대입시켜 이 책의 주인공인 엄마를 따라다니면서 눈으로보다는 마음으로 읽었더니 그 엄마의 행동과 감정을 너무나도 생생하게 느끼게 되어서 어린시절로 돌아간 듯 착각할 정도였다.

나의 시골은 진짜 산골짜기 촌구석에 있기 때문에 지금 가도 그대로일것이다.
그 아름답고 정겨운 풍경들은 아직도 하나하나 다 기억이 난다.
그런데, 세월이 많이 지나 잊혀질만한 기억들을 이 책의 주인공 '박소녀'라는 엄마 덕분에 고맙게도 내 추억의 저편에서 끄집어내어져 그 당시의 살갑고 따뜻했던 풍경들이 새록새록 되살아나는 기쁨도 맛보게 되어 행복했다.
그 어렸을땐 멀 봐도 신기했으니 말이다.
장작으로 직접 불을 지피는 아궁이니 짐승을 키우는 헛간이니 하는 곳도 그랬고, 방안에 또 다른 알수없는 창고가 있는 좁은 다락방의 정체도 놀라웠으니.
특히, 문풍지 바르는 장면에서는 왜 문고리 있는 곳을 한겹을 덧댔는지 의아하게 생각했었는데, 어느 시골이나 다 비슷한 풍경들이 있었나보다.

솔직히, 이 책은 내게 친할머님 생각을 많이 나게끔 했다.
내 친할머님께선 살아생전에 서울에 올라오실때마다 항상 "난 그냥 시골집에 내려갈래. 개와 고양이 밥을 줘야해." 라고 밥먹듯이 말씀하시곤 하셨다. 왜 그렇게 자꾸 가실려고만 했는지 어렸을때는 잘 이해하지 못했었는데, 책을 읽고나니 어렴풋이나마 할머니의 마음을 알 것 같았다.
 

2. 엄마의 실종

이야기는 '박소녀'라는 엄마의 실종으로부터 시작된다.
서울에 있는 아들의 집에 가려고 아버지와 어머니가 서울역에 도착했는데, 지하철을 타려고 하다가 많은 인파 속에서 그만 엄마의 손을 놓쳐버리고 그것으로 결국 엄마와 가족들은 생이별을 하게 된다. 엄마에겐 아들 둘과 딸 둘이 있는데, 그네들은 전단지를 만들고 계속 돌리고 벽에 붙이면서 엄마를 찾으려 찾으려 하는데, 결국 못 찾고 하루하루 괴롭고 힘든 나날을 보내게 된다. 그러면서, 엄마라는 존재를 다시금 생각하게 되고 그런 엄마의 소중함을 하나하나씩 깨닫게 되는 가족들.

글을 읽지 못해서 남들에게 대신 읽어달라고 했지만 그 책이 작가인 첫째딸이 쓴 책이라 그 딸에 대한 자부심을 혼자만 간직한 채 끝없는 사랑을 주려고 했던 첫째딸도 그랬을테고, 첫째 아들에게 라면 하나를 끓여줘도 장독대에 숨겨놓은 라면 한 봉지를 다른 애들 잘 때 몰래 끓여먹였던 그 마음 또한 분명 그랬으리라.

이모가 죽었는데, 울고 싶어도 머리가 미치도록 너무나 아파서 눈물조차 안 나오게 한 엄마의 병. 그런 병을 앓고 있으면서도 그런 내색 절대 안 하고, 어찌보면 한심스러울 정도로 그저 묵묵히 집안일하고 그저 내 새끼만 생각하는 엄마라는 존재.
아...얼마나 아프고 고통스러웠을까.
이 장면은 내겐 소설이 아니었다. 
진짜 가슴이 에려온다. 눈물이 눈 앞을 가린다.
그 마음을 어떻게 다 글로 말로 표현한단 말인가.
 

3 . 엄마의 가족 한 사람 한 사람에 대한 끝없는 희생과 사랑

책을 읽으면서 이런적이 한번도 없었다.
그래서, 더욱 놀라기도 했지만.
눈시울이 붉어지다 못해 눈물 한 줄기가 나도 모르는 새 내 빰을 타고 흘러내리고, 책으로 떨어져셔야 눈물을 흘렸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나 역시 여느 누구와 다르지 않은 감정의 동물이기에.

그 어려웠던 시절, 힘든 환경에서는 더 그랬으리라.
지금이야 세상이 많이 바뀌고 생활자체가 예전과 비교할 바가 아니지만, 1938년생인 엄마의 나이 17살때 얼굴도 안 보고 결혼을 하는 풍습이 있던 그 시절엔 과연 엄마의 역할이란 무엇이었을까 하고 많은 생각을 하게끔 했다.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은 아예 꿈꾸지도 못하는, 하루하루 먹고 살기에도 바쁘고 힘든 시대인 것은 분명했으니 그런 것을 보면 우리가 사는 요즘은 정말 복 받은 시대라는 말에 더욱더 공감하게 된다.
못 먹어서 죽는 아이들도 많으니 당연히 자식들을 많이 낳고 본인은 못 먹어도 남편과 자식들 뒷바라지하면서 한 평생 궃은 일 도맡아 하고, 그나마 자식들에게 희망을 걸어보고 그들이 커서 잘 되는 것만이 마치 엄마 자신이 이 세상에 태어난 목적인마냥 그렇게 엄마는 일상을 반복하고 희생하면서 살아가지 않았을까. 

어렸을때부터 남달리 똑똑하고 공부도 잘했던 첫째 아들 형철이에 대한 기대와 희망으로 그가 검사가 되길 바라며 엄마는 공부하는 방의 문 여닫는 소리조차 방해될까봐 조심조심하는 그녀의 모습은 너무나도 안스러울 정도인데, 그 꿈을 접고 난 아들에 대한 엄마의 쌀쌀맞은 태도는 당연할지도 모르지만, 오히려 너무 깊은 애정으로 부담을 주지 않으려는 또 다른 속깊은 마음일까 참 알다가도 모르겠다. 그것이 바로 "미안하다, 형철아."라고 습관적으로 되뇌이던 말이었던가. 

또한, 그녀가 실종됨으로 그녀의 빈자리를 제대로 느끼게 된 사람은 자식들뿐만은 아니었다.
다시 말해서, 엄마 '박소녀'의 존재로 힘을 얻게 된 사람들도 있었고, 바로 곁에 있을때는 전혀 몰랐는데, 옆에 없다는 사실만으로 큰 변화를 절실히 느끼게 된 남편도 그 중 한 사람인 것이다.
자식들이 붙여오는 돈 중 거의 대부분을 매달 고아원에 후원금으로 내고 희망원 일도 혼자 도맡아하고 아이들 역시 정성껏 돌봐주는 일을 했던 엄마 '박소녀'.
여기서도 난 소설과 현실의 경계가 허물어짐을 또 한번 눈물로 느껴야만 했다.

그리고, 언제나 집에 오면 "나, 왔네."라는 말만 하고 어딜 같이 외출이라도 할 참이면 아내보다 항상 걸음이 빨라서 먼저가며 아내를 챙기지 못한 그녀의 남편은 또 어떤가. 그가 배고플때나 아플때나 늘 티안나게 챙겨주던 아내로서의 마음 역시 그는 아내가 곁에 없는 후에나 비로소 그녀의 소중함을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
아내에게 너무나도 미안하다는 혼잣말과 뺨 위로 흐르던 회한의 눈물과 함께.

그리고, 그런 남편의 역할을 대신해준 이가 있었으니 그는 바로 '균'이라는 삼촌이었는데, 엄마와 이심전심 잘 맞았고 언제나 엄마의 일을 도와주고 둘째를 낳을때도 남편대신 곁을 지켜준 좋은 사람이었다. 그런데, 그렇게 착하고 정이 넘치는 '균'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엄마에겐 충격 그 자체일 수 밖에 없었을 거다. 그렇게 엄마는 '균'을 가슴속에 평생 묻었다.
 

4. 엄마, 정말 보고 싶어요. 그리고, 영원히 사랑합니다.

다시 나의 현실로 돌아와본다.
현재 내게도 '우리 어머니'는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이다.
물론, 주인공 '박소녀' 어머니와는 연배는 비슷하지만, 살아오신 환경이나 생활이 분명 다르다.
내가 태어나기 전의 어머니의 상황은 잘 모르지만, 한 가지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있다.

그것은 다름아닌 이 소설의 주인공 '박소녀' 어머니의 마음과 어쩜 그리 닮았을까 하는 것이다.

'우리 어머니'라서 이렇게 말하는 것이 아니다.
세상 모든 어머니의 마음일 것이다.
이 책을 읽고나서 더욱 그렇게 느끼고 확실해진 것이다. 
그 드넓고 드넓은 모든 어머니의 마음의 '조족지혈' 정도라도 느끼게 된 것을 진심으로 감사하게 생각한다. 난 내 친한 친구의 어머니도 어렸을때부터 지금까지도 변치않고 '우리 어머니' 라고 생각하면서 잘 따르고 인사하고 만나뵙고 있는데, 이번 기회에 더욱 값지고 큰 것을 느끼게 됬고, 절대 잊어버리지 않고 우리 어머니를 비롯한 어르신들 살아계실때 더 잘해야겠다는 다짐을 다시 해본다.

특히, 난 우리 어머니께 너무나도 감사하고 있다.
사실 앞에서도 말했듯이 내 나이 불혹인데도 현재 장가도 못 갔지만, 더 중요한 먹고 사는 일도 못하고 있는 정말 힘들고 어려운 현실에 처해있다. 당연히 이 난관을 뚫고 나가려고 노력하고 있고 반드시 이겨내리라 나 스스로 믿고 있다. 그만큼 내 일에 대한 몸고생, 마음고생을 많이 해와서 이젠 두려워하거나 힘들어하지 않지만, 그 전까지 내 주위의 사람들이 돈벌이가 안되는 나의 일에 대한 무시와 조롱을 해왔다면, 처음부터 현재까지 변치않고 그와 정반대의 한없는 믿음과 힘을 주셨던 분은 다름아닌 우리 어머니이기 때문이다.
이 고마움 역시 말로 표현할 수 없다.
나 역시 이 고생한 이야기를 하면 눈물부터 나지만, 아무튼 이젠 그 눈물 거두고 새해엔 정말 좋은 일 많이 생기길 간절히 기원하면서 어머니 살아계실때 더욱 잘 해드리고 건강 잘 챙겨드리며 평생 함께할 것을 이 자리에서 다시 한번 굳게 약속한다.

정말 불러보고 싶고 평생 내 가슴속에 간직할 그 위대한 이름.
어머니. 
영원히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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