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 - 제10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천명관 지음 / 문학동네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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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다.

웃긴다.

황당무계한 무협지 같다.

맑고 순수함이 깃든 아름다운 판타지다.

우리 문화인 '한(恨)'도 느껴진다.


부커상 최종 후보에 오른 천명관 작가의 장편 소설을 읽으면서 느낀 점이다.

2004년 세상에 나온 고래가 20년이 지나 더 빛을 발하는 날이다.

부커상이 좋아하는 장르가 뭔지 모르지만 천명관 작가는 천부적인 이야기꾼이 맞고 소설 '고래'는 우리 삶의 희로애락(喜怒哀樂)이 두루치기처럼 잘 섞여 있다.


작가 소개

천명관(1964년 경기도 용인 출생)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20대에 골프용품 판매, 보험 외판원 등 여러 직업을 전전하다가 30대부터 충무로에서 시나리오 작가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오랫동안 충무로에서 떠돌았으나 나이 사십까지 영화 한 편 만들지 못하고 최종적으로 준비하던 영화까지 엎어지고 먹고살기가 너무 힘들어 동생의 권유로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2003년에 곧바로 등단하였고, 연이어 2004년 문학동네 소설상을 수상한 장편 소설 <고래>가 비평적, 대중적 성공을 동시에 거두며 유명해졌다. 작품으로 유쾌한 하녀 마리사/문학동네, 고령화 가족/문학동네(영화로도 만들어졌다.), 칠면조와 달리는 육체노동자/문학동네 등이 있다. 영화를 만들고 싶었던 그는 2019년  '뜨거운 피' 감독으로 입봉을 했다. 2023년 장편소설 <고래>로 부커상 최종후보에 올랐다.


 소설의 내용은 한마디로 여인 3대 이야기다. 그 속에서 만나는 사람들, 사건들이다.

한(恨)이 서린 국밥집 노파, 산골 소녀가 바다를 거쳐 도시로 진출하면서 성공하는 사업가 금복, 금복의 지체 장애가 있는 거구의 딸 춘희.

 근현대를 배경으로 하는 우리의 역사에, 얼마 전에도 텔레비전에 방영한 교도소 드라마 같은 이야기(폭력과 비리)에, 산속에 사는 도인인지 신령인지 헷갈리는 능력을 가진 애꾸의 이야기가 있다. 애꾸의 이야기가 무협소설의 냄새를 풍긴다.

뜬금없다. 딱 그 말이 맞다. 그런데 말도 안 되게 이야기가 재미있고 웃게 된다. 지금 이 글을 쓰면서 생각하니 나도 모르게 웃고 있다. 치아가 8개 이상 보이게 입술을 활짝 벌리고서. 이렇게 이야기하니 마냥 웃긴 코미디라고 생각할까 다시 말한다. 이 소설은 우리 조상들의 '한(恨)'이 서린 여인의 삶의 이야기다. 아프고 눈물 나고 서러운 이야기다. 여인들의 삶이라고 해서 여자만 나오는 게 아니다. 누아르 장르 같은 '남자'이야기도 있다.

우리 삶의 이야기니 남자, 여자, 아이, 계급, 자본주의, 사상 등이 다 들어있다. 코끼리가 등장하니 동물이야기도 되네. 코끼리 '점보'와  맑고 순수한 '춘희'와 판타지가 이루어진다. 이렇게 들으면 내용이 섞여 엉망진창 같은데  정신 사납지 않게 플롯을 잘 다. 혹자는 구성면에서 전문적인 요소가 부족하고 이야기의 힘으로 나간 소설이라고 하던데 독자가 읽기에 무슨 내용인지 쉽게 이해하면 구성도 훌륭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소설에서 화자는 3인칭 관찰자다. 화자의 언변은 조선시대에 많은 사람들의 주머니에서 돈을 술술 꺼내게 만드는 이야기꾼 '전기수'를 떠오르게 하고, 등장인물 중에 사람을 혹하게 만드는 '약장수'의 말솜씨를 가지고 있다. 아랫계급 사람들의 말솜씨라 천하다 생각하지 마시라. 다듬어지고 정형화된 언어가 아니라 날것에 가깝다는 말이다. 소설 속 판타지와 여인의 삶의 이야기는 우리의 마음을 따뜻하게 하고  위로하며 풍요롭게 한다. 야설은 본능적 감각을 깨운다. 빠져드는 소설이다.


등장인물의 이름은 금복, 춘희, 수련, 몇 명을 제외하고 특징으로 표현된다.

칼자국, 트럭운전사, 애꾸, 노파, 춘희의 양부이자 벽돌을 만드는 문(文), 쌍둥이 자매, 국밥집 노파 등 특징으로 표현하니 많은 인물을 기억하고 읽기가 쉽다.


  책을 읽기 전에 다른 사람들의 평을 잘 보지 않는 편인데 천명관이 쓴 단편소설에 대한 짧은 댓글의 평을 보게 되었다. 전체적으로 천부적 이야기꾼이라는 찬사가 많았는데 다른 평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여성을 성적 도구화하고 허영심과 섹스를 위한 물건으로 본다는 시각이었다.


평대로 모여들었다. 목도꾼을 위시한 철도 인부들과 현장소장을 위시한 건설회사 직원들이 먼저 들어오고 그들을 상대로 한 술집과 음식점이 들어서자 뒤따라 몸 파는 여자들이 들어오고, 또 그네들을 상대로 한 도붓장수와 등짐장수, 방물장수가 들어오고, 마침내 일 년 뒤 기차가 마을 앞을 지나다니게 되자 일을 하다 다친 인부들을 치료해 줄 의원과 영혼을 치료해 줄 목사와 전도사, 신부와 중이 기차를 타고 한꺼번에 들어오고, 예배당과 성당과 절이 한꺼번에 세워지고, 다시 예배당과 성당과 절을 지을 인부들이 한꺼번에 들어오고, 다시 그들을 상대로 몸을 팔 여자들이 한꺼번에 들어오고, 이런 식으로 일거리를 찾아, 볼거리를 찾아, 기회를 찾아, 신도를 찾아, 짝을 찾아 먼 도시 또는 인근마을에서 사람들이 모여들었는데 훗날 평대의 향토사학자들은 이때의 갑자스런 인구팽창을 가리켜 '평대의 일차 빅뱅'이라 일컫었다. P148


 재미있게 읽어가다 잊고 있었던 댓글의 평가가 떠 올랐다. 건설 인부 다음에 가족이 따라 들어오지 않고 몸 파는 여자들이 먼저 들어올까? 건설 현장의 순서인가? 수컷의 본능을 해소해야 하는 중요한 문제라서? 남성 중심의 시대를 살았으니 그러했다고는 하나 여자인 금복이 성공하면서 남성이 되는 황당한 부분이 있다. 남자들의 입장에서는 당연한 이야기인가? 성공한 사람은 남자여야 하는 건가? 이 시대를 사는 여자들의 권리와 영역이 넓어진 것이 원래의 것이 아님을 무의식 중에 인식시키고 싶은 걸까? 여자를 하대하고 역할에 한계를 짓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인공 3명이 다 여자인 건 신기하네. 이 작가의 생각은 뭘까? 수상소감을 읽으면서 이해가 되었다.


 작가는 여성들이 남성들보다 영적인 존재라는 생각을 한단다. 남성의 성기는 환하게 드러나 전혀 신비로울 게 없어 소설 속에서 희화된 모습이다. 여성은 우리 사회에서 여전히 마이너리티로 존재하고 아직 모든 게 밝혀지지 않았으며 그 신비가 다 드러나지 않아서 그 가능성은 아직도 진행형이라고. 이 소설에 등장하는 여성들은 단지 젠더로서 여성뿐 아니라 우리 역사의 뒤편에 존재했던 마이너리티를 대표한다고 보며, 그들이 바로 지난 세기, 벽돌을 만든 사람이라고.

다행이다. 책 끝자락에 작가의 수상소감을 실어 그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여행을 자주 떠나는 사람들 혹은 역마살이 있는 친구들이 공감할 말이 있다.

방랑벽이 있는 트럭 운전사가 사람들과 헤어질 때 자주 하는 말이 있다. 춘희에게도 말한다.

공감하는 문장이라 적어본다.

이봐, 벙어리. 이 벽돌을 다 팔아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으라고. 하지만 언제 오겠다는 약속은 못 해. 내가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게 바로 약속이거든. -P377


소설의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고  '에필로그 하나.'를 읽다가 빵 터졌다.

기적의 건축술이라는 둥 금세기 최고의 건축물이라는 둥 우리 건축학의 수준에 세계가 놀랐다는 둥 언론의 유난스러운 호들갑과 모든 공을 이름 없는 한 벽돌공에게 돌린 건축가의 겸손. 그녀가 죽은 지 이미 오래되었지만 이쯤 되면 뭔가 훈장이라도 하나 추서해야 되는 게 아닌가 하는 관리들의 관습적인 반응, 훈장을 주긴 주되 산업훈장을 줄 것이냐, 아니면 문화훈장을 줄 것이냐를 두고 벌인 부처 간의 논쟁, 뒤이어 쏟아진 벽돌을 주제로 한 수많은 학술회의와 연구논문..........
 이윽고 대극장을 지은 모든 원인을 제공한 남북회담. 그러나 호텔 직원이 방을 잘못 배치하는 바람에 극장이 보이는 반대편에 투숙하게 된 북쪽의 특사들. 그래서 실은 아무것도 못 보았다는 믿을 수 없는 후일담. 호텔 직원의 해고와 의전 담당자의 문책. 춘희와 벽돌에 관련된, 봇물처럼 쏟아져 나온 서적과 드라마의 제작. 원래는 주인공의 몸무게가 백 킬로그램이 넘지만 스타를 캐스팅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사십팔 킬로그램으로 줄여야 했던 방송 작가의 고민. 여주인공을 맡은 배우가 벽돌보다는 도자기가 더 예쁘지 않느냐고 해서 할 수 없이 도자기를 굽는 주인공으로 바꿔야 했던 대대적인 윤색작업. 다시 이름이 촌스럽게 춘희가 뭐냐고 해서 마지못해 주인공의 이름을 애니로 바꿔야 했던 대대적인 수정작업. 남자 주인공을 맡은 배우가, 직업이 씨팔, 가오 상하게 트럭 운전사가 뭐냐고 해서 어쩔 수 없이 다시 재벌 2세 사업가로 바꾼 대대적인 밤샘 작업. 그렇게 해서 결정된 사십팔 킬로그램의 가난한 도예과 여대생과 재벌 2세의 신분의 벽을 뛰어넘는 슬픈 로맨스. 시청률과 대중성의 법칙. 이미 예정된 드라마의 대히트와 대중들의 무의미한 눈물......  p415

 왜 웃는지 모른다면 이 책을 다 읽으면 알 거다.


개인적으로 인상적인 문구를 더 적어본다.

 이쯤 해두자 진실은 모두 사라졌다. 이제 그 모든 호들갑은 우리의 주인공 춘희의 인생과 아무런 상관도 없어졌다. 그녀는 영웅도 아니었고 희생자도 아니었다. 그녀는 뚜렷한 목표를 가진 장인도 아니었으며 숭고한 예술가는 더더욱 아니었다. 그녀는 뚜렷한 목표를 가진 장인도 아니었으며 예술가는 더더욱 아니었다. 우린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며 살았는지 어떤 삶을 원했는지 알 수 없다. 그녀는 우리와 달랐으며 다르다는 이유로 평생 고독 속에서 살았다. 춘희를 둘러싼 한 많은 얘기들은 제 스스로 생명을 얻은 아메바처럼 무한히 확장해가고 있지만 정작 진실은 그 옛날 지상에서 사라진 무림비급처럼 세상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단지 그녀는 세상에 벽돌 남겼을 뿐이다. P.416


에필로그 둘

우린 어떻게 되는 거지? 우린 사라지는 거야. 영원히 하지만 두려워하지 마. 네가 나를 기억했듯이 누군가 너를 기억한다면 그것은 존재하는 것과 마찬가지니까. P.421


 천명관 작가의 소설은 처음 읽었다. 고령화 가족이라는 영화는 봤었다. 그의 작품인지 작가 자료를 찾아보면서 알게 됐다. 그의 동명 소설이 영화로 만들어졌고 시나리오 각색도 그가 했다. 박해일, 윤여정, 윤제문, 공여진 등의 배우들이 나왔다. <고래>를 읽고 다시 기억해 보니 천명관의 색이 확실히 있는 영화다.

작가는 시조의 운율처럼, 힙합의 라임처럼 이야기마다 생식(生殖)의 법칙, 거지의 법칙, 자연의 법칙, 감방의 법칙 등 '법칙'이라는 말을 넣었다. 정작 그의 소설은 법칙보다는 변칙을 생각하게 하는 소설이다.

글쓰기의 변칙.  소설이 이렇게 재미있기? 이건 반칙.


 아주 좋아하는 작가가 있다. <망원동 브라더스>, <불편한 편의점>의 호연 작가다. 나이는 1974년 생으로 천명관 작가와 10살 차이다. 공통점은 영화계에서 먼저 일을 시작했고 천명관 작가처럼 소설을 수상하면서 사람들에게 알려졌다. 김호연 작가는 2013년 <망원동 브라더스>로 세계문학상 우수상을 수상했다. 유쾌하고 위트 있는 문장으로 독자를 즐겁게 한다. 꾸질꾸질한 삶이지만 그 속에 애환이 있고 희열이 있다. 사람 사는 냄새가 나는 소설이라는 점에서 두 사람이 비슷한데 좀 다른 색이다. 김호연 작가의 글은 노랑과 연두색, 파랑과 회색이 들어가 있다면 천명관의 소설은 보라와 군청색, 흰색, 검은색 들어있다는 느낌이 든다. 등장하는 인물은 인간 내면의 본능에 가깝다. 날 것에 가깝다.  천명관 작가는 문학 공부를 한 적이 없다고 하는데 김호연 작가는 고려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김호연 작가가 정돈된 정원이라면 천명관 작가는 마구자란 숲 속의 정원이다. 김호연 작가의 <망원동 브라더스>라는 한 권의 책을 시작으로 팬이 되어 다른 책들도 줄줄이 읽었다. 천명관 작가의 <고래>도 그렇다. 그의 다른 책들도 읽고 싶어졌다.


천명관 작가의 문학동네 소설상 당시 수상 소감.

사람들은 말한다. 이제 소설이 현실을 포착해 내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그리고 질문한다. 현실이 이미 거대한 허구가 된 마당에 그 허구의 허구를 보태는 일이 무슨 의미가 있냐고. 서사는 멈춰 섰고 시간은 흩어졌다. 새로운 것은 이미 새로운 것이 아니다. 숙주를 찾아 헤매는 에일리언처럼 작가의 영혼은 아득한 우주 공간을 떠돈다. 그리고 다시 증식을 꿈꾸며 유일한 숙주로 남은 자신의 육체마저 먹어치운다. 그들은 끝내 살아남기 위해 죽기를 각오한 전자의 장수처럼 비장하다. 이 시대에 소설가가 된다는 건 행복한 일일까, 아니면 불행한 일일까? p454
졸고를 뽑아주신 심사위원들께 감사한다. 그분들은 나의 생각을 너그럽게 용인해 주었다. 나에게 사랑을 주신, 그래서 그 사랑이 나에게 있게 하신 부모님, 처음 소설 쓰기를 권했던 나의 동생, 언젠가 내가 무언가가 되기를 바랐던 친구들, 모두에게 감사한다. 모든 게 쉽지 않았지만 그래도 다행이다.  그리고 다시, 이야기는 계속된다. p.455


이 작가의 겸손이, 감사함이 능력에 더해 상을 수상한 원동력이 되지 않았을까?

2023년 부커상 최종 후보에 오른 지금, 그는 작은 행운이라 생각하고 담담하다고 한다.

응원한다. 수상이든, 아니든. 이번 기회에 멋진 작가를 알게 되어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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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를 듣는 소년
루스 오제키 지음, 정해영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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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 있는 '소년'이라는 단어에 뻔한 상상을 거두길 바란다.

'우주'라는 단어로 이 책이 공상 과학 소설이라는 추측도 금한다.

처음 소설 제목을 보고 공상과학 청소년 소설쯤으로 생각했다. 책 두께가 만만치 않다. 소설 마지막 옮긴이의 글까지 포함하면 695페이지다. 읽어야 할 책의 두께에 놀랐지만, 한편으로 생각해 보니, 이 정도 분량이면 상하 2권, 1~3권으로 만들 수 있는데 한 권으로  만들어 준 출판사가 고맙다는 생각이 든다.


 우주를 듣는 소년은 루스 오제키의 장편소설이다.  제목을 보고 청소년 소설이라 생각했는데 이 책은 청소년 소설이 아니다. 아, 사물의 이야기를 듣는 소년 '베니'가 주인공이니 청소년 소설이 아니라고 할 수도 없구나.

사람과 자연, 동식물, 사물, 모든 세계를 아우르는 모두의 이야기다. 철학, 인문학, 종교, 예술, 교육, 환경 등등. 이렇게 방대한데 소설이 되나? 된다. 아주 조화롭게.

루스 오제키란 작가가 8년 동안 집필하며 그 어려운 걸 해 낸다.


작가 소개

루스 오제키(1956~ )

미국 코네티컷주에서 미국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혼혈아로 어린 시절 괴롭힘을 당했고 정신적인 문제를 겪었다. 소아정신 병동에 입원하기도 했다.

스미스칼리지에서 영문학을 공부하고 일본 문부성 장학생으로 나라대학에서 일본 고전문학을 공부했다. 뉴욕에서 영화 아트디렉터로 경력을 쌓고 다큐멘터리 영화를 제작했다. 이후 소설 창작으로 영역을 옮겼다. 2013년 발표한 《내가 너를 구할 수 있을까 A Tale for the Time Being》는 부커상 최종후보에 올랐다. 2022년 여성문학상을 수상했다. 스미스칼리지 문예창작과 교수. 선불교 승려이기도 하다.

루스 오제키/정혜영/인플루엔셜
 사물의 이야기를 듣는 소년과 말하는 책의 마법 같은 대화

  듣는 소년, 말하는 책이라. 책의 홍보 문구인데 포인트를 확실하게 표현했다. 문장을 잘 뽑는다. 뉘신지 모르겠지만 훌륭하십니다.

 소설을 간략하게 소개한다.

 열두 살의 소년이 아버지가 죽고 사물의 이야기를 듣기 시작하며 이야기를 시작된다. 사물의 이야기를 듣는 소년 베니는 여러 소리 속에 혼란을 겪으며 정신과 치료를 받기도 한다. 소년 베니가 자신의 책을 만나고 대화를 하는 형식으로 풀어나간다. 소년의 이야기는 1인칭으로, 서술자 책은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보면 된다. 여러 등장인물과 그들의 속내를 표현할 방법으로 작가가 선택한 방법이다. 중요한 등장인물로는 엄마, 마약 중독에 정신적 문제가 있는 아름다운 소녀 알레프, 휠체어를 타는 예술가 B맨, 선불교 승려 아이콘 등이 있다.

소년 베니가 상실을 극복하고 자신을 찾아가는 내용이다. 소설 속에 또 다른 책이 등장하는데 액자 소설 형식도 있다. 뭔가 좀 복잡하게 들리겠지만 자연스럽다. 읽다 보면 소설과 소년 베니의 대화도 누가 말하는지 헷갈릴 정도로 하나의 이야기다. 천재적 소설가의 능력이란 이런 것인가 보다.


 사물의 소리를 들으면서 혼란스러운 베니는 그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 거부의 과잉 행동을 한다. 결국 베니는 정신과 의사와 마주하고 분열정동장애 전구 단계라는 진단을 받는다. 베니의 마음을 독자인 내가 안다. "베니가 사물의 소리를 듣는 게 맞다고!" 내가 대신 말해주고 싶다. 현실에서도 사물의 이야기를 듣는 사람들이 정신과 치료를 받는다. 우리는 그들을 미쳤다고 말하고 의사는 진단을 내린다. 낙인이 된다. 당사자의 입장에서는 답답할 노릇이다. 어느 것이 진짜인가? 나도 헷갈리기 시작한다.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 장애와 비장애의 경계.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서 미친 사람이라 칭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좀 더 들어줘야 하는 게 아닌가? 이해불가에서 이해를 해 줘야 하는 부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장을 읽다 보면 감탄이 나온다. 이런 표현을 할 수 있구나 싶어서.

피부에 '나'로 끝나고 '너'로 시작하는 경계선이 표시되어 있다면 그날 밤 그들은 그것을 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했다. - p.55

오해마시라 소년 베니가 아닌 베니의 부모가 성인 남녀로 만나 사랑을 나누는 상황이다.


"그건 한때 모래였어요."베니가 말했다. "모래였던 때를 기억하죠. 새들을 기억하고 새가 걸어 다니며 작은 흔적을 만들 때 그 발이 어떤 느낌인지도 기억해요. 그건 유리가 되고 싶어 한 적이 없어요. 새를 좋아해서 창문에서 새들을 지켜보기를 좋아했죠. 그래서 울었어요. 내가 유리창을 치면 안 되는 거였는데 하지만 울음을 멈추게 해야 했어요." 그가 눈을 들었을 때 1억 개의 걱정과 혼란의 주름으로 쭈글쭈글한 늙은 여인의 얼굴이 보였다. "신경 쓰지 마세요."  -p.110


그는 눈을 가늘게 뜨고 독기 어린 눈으로 그녀를 쏘아보았다. "깨물고 싶어져요."
"좋아." 그녀가 움찔하면서도 안 그런 척하며 친절하게 말했다."나를 깨물고 싶어?"
"아뇨!" 그가 부아가 나서 말했다. "선생님의 말이요 그걸 깨물어서 뱉어내고 싶어요!"
-p.426



인상적이고 공감이 가는 문장이다.

나는 자네를 믿는다네. 그건 그 의사의 문제야. 자네는 자네의 문제만을 처리할 수 있어. 자네가 목소리를 듣는다면, 도와주는 게 자네가 할 일이야. 자네는 비서가 되어야 해. 대필자가 되는 거지. 혹시 대필자가 뭔지 아는가? 그건 받아쓰는 사람이야. 받아쓰기가 뭔지 아는가? 그건 말하는 것을 듣고 그대로 적는 것이지. 어쩌면 그게 시야. 어쩌면 그게 이야기이고. 남들이 인식할 수 있도록 자네가 목소리에 형상을 부여하는 걸세. p.356

 

나를 따라다니며 내 인생을 묘사하는 책이 있다고 누구에게 말하면, 나를 영원히 병원에 가둬버릴까 봐 두려웠어. p.424


 국내에서는 '우주를 듣는 소년'이라는 제목으로 출판되었지만, 2021년 바이킹에 의해 출판된 책 제목은 The Book of Form and Emptiness이다. 보이지 않는 것들의 책. 형태와 공허의 책이라고 해석할 수도. 소설은 사람마다 자신의 책이 있다고 한다. 여기서 말하는 책이 혹자는 영혼이라 표현하겠고, 자신의 또 다른 자아내 안의 천사라는 표현도 할 수 있다. 내면의 목소리. 그 소리를 들어 본 적이 있나? 나는 듣는다. 아주 가끔. 큰 시련을 겪고 나서나, 아주 고요히 온전히 나에게 집중하며 질문을 할  때. 첫 시작은 사춘기가 시작되는 중학생 때였던 것 같다. 그때는 내 안에 나를 사랑하고 염려하는 작은 또 다른 '나'라고 어렴풋이 생각했는데 뿌연 안개 같은 존재였다. 유명 강사들이 강연에도 내면의 소리를 듣는 이야기를 한다.

있긴 있다는 이야기다. 지칭하는 말은 달라도. 그래서 공감하면서 읽었다.


 처음 내용을 모르고 우주를 듣는 소년이라는 제목만 보고는 외계인과 소통하려는 영화 '컨택트'가 생각났다. 동물의 말을 듣는 동물학자 템플 그랜딘도 떠올랐다. 읽으면서 다른 이야기라는 걸 알았다. 아니 이 모든 게 포함된 이야기다. 책을 받고 2주 안에 책소개를 한다고 약속을 했다. 책을 받은 주말을 빼고 매일 조금씩 읽었다. 읽다가 중반부를 넘어서면서 베니가 자신의 책을 만나면서 진도가 팍팍 나갔다. 베니가 진짜를 만났구나 싶었다. 모든 일이 그러하다. 진짜를 만나는 일이 쉽지 않다. 여러 과정을 거쳐 우리가 만나야 할 사람, 물건, 상황을 만나 결실을 맺는다. 처음부터 쉽게 만나면 이게 진짜인지 모른다. 우리 인생이 그렇다.


책을 다 읽고 말하고 싶고, 쓰고 싶은 이야기가 정말 많았다.

책을 읽기 전에도, 읽으면서도, 찾아본 자료들도 나열하고 싶었다.

책이 말했다. "쉿 들으라고"

그래. 그러기로 하자.


봉준호 감독이 영화 '기생충'으로 골든글로브 외국어 영화상에서 수상하면서 말했다.

"1인치의 장벽을 뛰어넘으면 더 많은 영화를 즐길 수 있다."


책의 주제가 당신의 관심사가 아닌가? 재미가 없어 보이는가? 책 두께에 흥미를 잃었나?

이 책을 많은 사람들이 읽었으면 좋겠는데 봉준호 감독의 수상소감을 응용해서 말해 본다.

선입견과 편견을 1인치만 버리면 더 많은 이야기를 즐길 수 있다. 이 책은 당신을 더 알게 하고 주변을 이해하며 새로운 시각을 만들어 줄 것이다.


 당신은 우주 속에 떠 있다. 세상의 이 거대한 쓰레기 더미 위에 서 있다. 머리를 뒤로 빗어 넘기고 말쑥한 정장 차림으로 지휘봉을 들고 온갖 열정적인 물건들에 둘러싸여서 말이다 한 번의 빠르고 아름다운 순간을 위해 모든 목소리들이 당신이 지휘봉을 내리는 순간을 기다리고 있다. 음악을 만들어낼 것이냐 미칠 것이냐, 그것은 순전히 당신에게 달려 있다.


(서평단으로 참가하여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쓴 솔찍한 리뷰임을 말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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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의 시대 - 미래의 부와 기회를 선점하는 7대 메가트렌드
이시한 지음 / 다산북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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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생은 없어도 다른 생은 가능하다.

 

아날로그 시대에 태어나 디지털 시대를 학습하며 거치고 앞으로 변화 많은 세상에서 더 생존하기 위해 메타버스 시대에 적응해야 하는 세대다.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메타버스란 말을 처음 접한 사람이다. 메타버스가 무엇인지 처음부터 차근차근 예시를 들어 설명이 잘 되어있어 이해가 쉬웠다. 물론 기초부터 메타버스 네이티브가 되어 내 일과 사업을 확장시킬 방법까지 제시해 주는 책이다.

한 권의 책으로 메타버스의 모든 것을 알 수 있다.

이때까지 나름 재테크 책을 읽었지만 차별화 된 재테크 책이며. 미래의 부와 기회를 선점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할지 감이 오는 책이다. 단지 '경제적 부'만 이야기 하는 게 아니라 인간의 삶을 먼저 이해하고 통찰해야 하는 인문학 관점에서 여러 방향을 제시해 준다.

말 그대로 "경제 없는 세상에서 살아갈  모든 이를 위한 비즈니스 인문학"이다.

메타버스 세상에서는 일상과 일탈이 가능하고. 다음 생은 없어도 다른 생은 가능하다.

메타버스에 관한 많은 궁금증이 해소될 거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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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룻밤 미술관 - 잠들기 전 이불 속 설레는 미술관 산책
이원율 지음 / 다산북스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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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신문기자 출신 선생님께 독서 수업을 들은 적이 있는데 신문은 중졸 수준의 사람이 읽을 수 있도록 글의 수준을 맞춘다고 하셨다. 쉽게 글을 써야 하는 기자답게 이 책은 쉽게 읽힌다. 그런데 여기서 눈에 거슬리는 단어가 보인다. '비전공자.'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는 글임을 밝히는 단어지만, 한편으로는 '이 책을 믿어도 되나?'라는 의심이 든다. 책 표지를 다시 확인한다. 전문가의 감수를 받았나? 작가의 이름만 있다. 다른 사람의 이름이나 단체는 보이지 않는다. 그럼 이 책은 고려시대 김부식이 나라가 주도하여 편찬한 정사(正史)'삼국사기'가 아니라 일연 스님이 신화나 설화를 모아 쓴 야사(野史)'삼국유사'쯤으로 생각해야 하나?

전문가. 전공자를 따지는 세상에 살다 보니 미술에 관한 학위나 교육 수료 자료 하나 정도는 증거로 내놔야 하는 걸로 생각했나 보다. 사실 전공자, 비전공자가 중요한 게 아니다. 어떤 일이든 관심 있는 사람이 더 많이 알고 파고든다. 중요한 건 자격증이 아니라 얼마나 그 분야에 얼마나 열정을 가지고 공부를 하고 관련 책을 읽었으며 지식을 차곡차곡 쌓아왔냐는 거다. 책 뒤에 참고문헌이 있다. 32권의 책이다. 32권의 책을 읽고 참고하여 쓴 글이다. 책 중간중간 자료를 올리기도 했다. 표시한 책이 32권이지만 이외 다른 책들과 여러 경로로 통한 기사, 영상을 참고했을 거라 추측한다. 한 편의 글을 올리는 것도 많은 고민을 하고 자료를 찾는데, 하물며 책을 내면서 얼마나 준비를 했겠는가? 책을 낸다는 것은 내가 알지 못하는 책임의 무게가 있다고 생각한다.

작가는 작품의 이해를 돕기 위해 문학적 상상력을 더했다고 밝힌다. 시대적 배경을 벗어나지 않도록 고증을 거쳤으며 터무니없는 내용은 배제했으니 의심의 눈초리는 거두어도 된다고 머리말에 적혀있다. 작가 소개만 보고 의심을 한 것이 살짝 미안해진다.


'왜 많은 책중에 '하룻밤 미술관'이었을까?'

 별 관심이 없던 그림이 어느 날부터 눈에 들어오고 마음에도 들어온다. 작가도 모르겠고 기법도 모른다. 그냥 뭔지 모르겠지만 그림에서 이야기가 묻어 나와 나에게 전해온다. 그렇게 그림에 관심이 가서 화가와 작품에 관한 책을 모아 본다. 너무 어려운 이야기는 읽지 않을 테니 아이들, 초중 학생을 겨냥해 만든 책이 있으면 책장에 일단 꽂아두었다. 읽을 것 같았는데 읽지 않은 채 처음 꽂아둔 그대로 있다. 쉬운 그림책으로 만든 이야기도 마찬가지였다. 그림책이 쉽고 재미있다는 것도 고정관념이다. 내가 가진 그림에 관한 책은 재미가 없었다. 화가, 유파, 사조 등등 지루한 설명이 넘친다. 그러는 중에 이 '하룻밤 미술관'을 만났다. 미술에 관심은 있으나, 미술에 대한 전문 지식이 없는 이에게 '하룻밤'이라는 말은 솔깃했다. 적어도 어렵고 지루한 책은 아닐 거라는 이야기다.

그림을 듣다.

책을 다 읽은 후 한 문장 평이다.

분명 눈으로 읽고 있는데 작가의 문체는 나에게 이야기하듯 작품을 설명해준다. 아니 설명은 설명인데 지루함이 섞여 있지 않고 편하게 이야기해준다. 그래서 듣고 있다는 느낌이다.

 '그 남자의 말로, 어디서부터 잘못됐을까요.'

'시작했습니다.'

' 아니었습니다.'

'~꼭 쥐려는 것처럼요.'

밤마다 읽었다면 성시경이 말하는 '잘 자요'처럼 들리려나?

나는 밤에도 낮에도 읽었다. 잠이 오는 이야기라 아니라 흥미로워 계속 읽었다. 날 새면서 읽는 책? 그래서 하룻밤인가? 그렇다고 하루 만에 읽지는 않았다. 작품과 작가의 이야기인데  감상도하고 그림에 대한 여운도 있지 않겠는가.

앳된 소녀가 비스듬히 고개를 돌려 앞을 봅니다. 은은한 눈빛, 살짝 벌린 입술, 가녀린 목…… 허름한 복장의 소녀는 분위기와 달리 값진 진주 귀걸이를 차고 있습니다.

 소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사연이 뚝뚝 흘러내립니다. 그녀가 어떤 상태인지는 쉽게 짐작 가지 않습니다. p.36

요하네스 페르메이르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는 명화로 알고 있지만 작가의 설명을 보고 다시 그림을 보면 느낌이 다르다. 생명이 들어가 있다.  이 소녀는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 눈으로 뭔가를 말하는 것 같고, 입술로도 말하고 있는데 그게 뭘까? 

 작가의 상상에 나의 상상이 더해진다. 그림이 말하는 걸 알고 싶다. 이 소녀의 이야기가 듣고 싶어 진다. 그림이 한 편의 이야기가 된다.

작가, 작품의 소개, 배경도 있다. 감상만 있는 책이라는 오해를 하지 않기를 바란다.

18세기 조선시대 중인이었던 화가 '최북'의 그림 <공산무인도>, <풍설야귀도>의 그림이 들어가 있다. 우리나라에도 자신의 눈을 찌른 괴팍한 화가가 있었다는 새로운 사실을 접하기도 한다. 빌헬름 하메르스회의 <햇빛 속에 춤추는 먼지>를 소개하면서 그가 왜 이런 그림을 그렸는지, 은둔자 같은 삶인데 그의 활동을 도운 사람이 있었는지 대답해 준다.

 작가는 독자에게 흥미를 안겨주기 위해 상상만으로 단편소설로 푼 이야기도 있다고 한다. 그림을 보고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를 그려보는 일도 작품을 감상하는 색다른 방법 중 하나라면서.

그래, 잊고 있었다. 작품을 감상하는 방법. 오로지 학문적, 미술적 기법, 역사적 사실만으로 공부하듯 하는 게 아니라는 걸. 제주도 유민 갤러리에서 만난 <에밀 갈레의 버섯 램프>는 나에게 소원을 들어주는 '마법의 램프로'와닿지 않았던가?

읽다 보면 당신이 알고 있는 그림의 이야기도 있을 것이다. 전혀 모르는 명화의 속사정을 알게 되기도 할 것이다. 작가는 이 책이 생애 첫 미술책으로 기억되면 좋겠다고 한다. 미술에 대해 적당히 아는 것을 넘어, 제대로 알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계기가 되기를 기원한다고 마무리했다.

작가에게 미안하지만 나의 생애 첫 미술책은 아니다. 하지만 생애 첫 미술책으로 기억될 만큼 그림 이야기를 재미있게 들었다. 조금 더 그림을 알고 싶은 맘도 들었다. 작가의 의도대로……

 지금, 미술관 홈페이지에 예약을 위해 접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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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자처럼 생각하기 - 목적 있는 삶을 위한 11가지 기술
제이 셰티 지음, 이지연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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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했다.

'수도자의 생각'이 아니라, 오프라 윈프리, 윌 스미스, 노박 조코비치 등의 성공한 사람들이 극찬한다는 이 '제이 셰티'라는 사람이. 그리고 그의 생각으로 쓴 이 책이.


유명한 이들이 이 사람을 극찬한다는 건 그들의 생각, 경험을 통해 공감하는 부분이 많다는 뜻일 게다. 그렇다면 그 성공의 방법을 알 수 있는 책이 아닐까? 그 비법을 알고 싶었다.


책을 받았는데 만만치 않은 두께다. 목에 '타투'가 새겨진 채 환하게 웃고 있는 이 젊은 남자는 수도자처럼 생각하기와 거리두기를 할 것 같은데? 농담이다. 보편적 수도자의 이미지는 아닌 듯하다.


여하튼 뭔가가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제이 셰티는 많은 사람들 중에 왜 '수도자처럼 생각하기'를 말하는가?"



"수도자들은 유혹을 참고, 비난을 삼가고, 고통과 불안을 견디며 자존심을 잠재우고, 목적과 의미가 넘치는 삶을 꾸릴 수 있다. 지구 상에서 가장 침착하고 행복하고, 목적을 의식하며 사는 사람들을 우리가 배우지 않을 이유가 있을까? "라고 반문한다.



명상하는 수도자들의 뇌를 연구한 결과를 과학적 자료로 뒷받침하기도 했다. 티베트의 승려 욘게이 밍규르 린포체의 머리에 샤워캡 비슷한 EEG를 씌우고 퇴파를 측정했는데 명상을 시작함과 동시에 뇌파 기록계에 나타나는 두뇌 활동이 마구 요동치기 시작했다. 과학자들이 보기에 뇌파 기록계가 저 정도로 크고 빠르게 덜컹거리려면 스님이 자세를 바꾸거나 몸을 움직여야 했다. 하지만 그들이 지켜보고 있는 스님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10년 간 스님의 뇌 활동을 촬영했는데, 스님의 뇌는 또래에 비해 노화의 징후를 적게 보였다 연구진은 스님이 실제 나이보다 열 살은 더 젊은 사람의 뇌를 갖고 있다고 했다. 또 불교 스님 마티유 리카르의 뇌를 촬영한 연구팀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라는 수식어를 붙여주었다. 그의 감마파 수준이 '지금까지 과학적으로 기록된 것 중 최고'수준이었기 때문이다. 감마파는 집중력, 기억력, 학습력, 행복 등과 관련된다. 스님 한 명의 수치가 그렇다면 '이상 현상'으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스님 스물한 명의 명상 수행 중에 뇌 활동을 촬영한 결과, 명상하지 않은 사람들보다 높은 수준의 감마파가 오랫동안 (심지어 수면 중에도) 지속되었다.



작가는 수도자들이 날 때부터 수도자가 아니라 속세의 다양한 배경에서 출발해 완전히 새로운 사람이 되기로 선택한 사람들이라고 말한다. 바로 우리와 다를 바 없는 사람이었다는 것이다.


이 책으로 어느 종교로 개종시키려는 계략이 아님을 밝히며


"전문가가 아니어도 끊임없이 '현재'를 살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하는 사람은 모두가 수도자다."라고 말한 베네딕트회 수사 다비드 슈타인들라스트의 말을 인용하기도 했다.


집에 촛불을 켜 두고, 맨발로 돌아다니며, 산꼭대기에서 '나무 자세'를 취하고 있는 사진을 걸어두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수도자가 된다는 것은 누구나 받아들일 수 있는 하나의 '마음 자세'다.


그 마음 가짐을 받아들이기 위해 세 단계로 설명한다.



첫째. 놓아줌 - 때로는 놓아주어야 비로소 자유로워진다


둘째. 성장 - 오직 당신 안에서 시작될 때 진정한 변화가 가능하다


셋째. 베풂 - 당신이 나눌수록 주변이 아름다움과 의미로 채워진다



각 파트마다 단계에 맞는 명상법을 소개한다.


첫 번째 비움의 과정에서 몸을 위한 명상으로 호흡법, 두 번째 단계 변화에서는 심리를 위한 명상 떠올려보기.


세 번째 베풂에서는 정신을 위한 명상 만트라이다.


비움의 과정에서 베풂에 이르기까지 11가지 키워드가 정체성, 부정적인 생각, 두려움, 의도, 목적, 루틴, 마음, 자존심, 감사, 관계, 봉사이다. 바로 책의 부제인 목적 있는 삶을 위한 11가지 기술을 말한다.


보통 '기술'이라 함은 우리 생활에 쓸모가 있어야 하는데 과연 쓸만한 기술일까? 읽다 보면 알아차린다. 따라 하고 싶은 게 분명 있다.



맞장구치게 되고, 공감 가는 문장. 문구들이 많다. 여유가 많았다면 천천히 적어가며 느끼는 생각들을 독서 노트에 같이 적어 내려가고 싶은데 급한 대로 책에 줄을 그어가며 읽었다. 그중 인상적인 문장을 적어본다.



'선택할 일은 매일 생기고, 이제부터 우리는 그 선택에 가치를 엮어 넣을 수 있다. 결혼이라는 큰일부터 친구와의 말다툼 같은 작은 일까지 무언가 선택을 내릴 때마다 우리를 좌우하는 것은 가치관이다. 고귀한 가치 때문이든, 저급한 가치 때문이든 말이다. 선택의 결과가 나에게 좋은 방향으로 풀린다는 것은 내 가치관이 내 행동과 일치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결과가 실망스럽다면 내 결정을 좌우한 게 무엇이었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p.53



'오만한 자존심은 존경을 욕망하고, 겸손한 노력가는 존경을 '불러일으킨다'. -p.297



'자존심은 우리를 고립시킨다.' -p.304


'하루를 감사로 시작하면 우리 앞에는 장애물이 아니라 기회가 열릴 것이다. 불평이 아니라 창의적인 생각이 떠오를 것이다. 나의 선택권을 제한할 뿐인 부정적인 생각에 굴복하는 대신 성장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을 찾을 것이다. p.342



'우리가 관계 속에서 확장하고 받을 수 있는 에너지라는 것은 양이 아니라 질이 초점이다.' p.394



'내 성장에 투자하라. 관계 속에서 나를 상실했다면, 이별 속에서 나를 찾아내라.' p.411



500페이지의 책이다. 부록과 참고문헌을 제외하면 450페이지. 분명 소설처럼 진도가 나가는 책은 아니다. 하지만 읽다 보면 어렵지 않게 넘어간다. 중간중간 자신을 점검할 수 있는 '직접 해보기'란도 있고 간단한 그림도 있다. 시간을 가지고 매일 조금씩 읽기를 바란다. 하지만 어느 순간 더 많은 비법을 알고 싶어 속도를 내며 읽게 될지도 모른다. 책을 읽다 보면 글로만 읽는 게 아니라 작가가 말하는 내용대로 나도 모르게 움직이고 있다. 작가가 알려준 상황에 맞는 호흡을 하고 있으며 다 읽어 갈 무렵에는 내가 가진 능력으로 앞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구체적인 구상을 하고 있었다.



제이 셰티는 여러 종교와 문화, 우리에게 영감을 주는 많은 리더와 과학자들의 지혜를 끌어왔다고 밝히고 있다. 그래서 나에게 적용하고 싶고, 적어 놓고 싶은 글들이 참 많다. 누군가의 말이나 개념을 인용할 때마다 출처를 밝히고 참고문헌도 첨부되어 있다. 파트마다 작가의 정성과 노고가 느껴진다. 작가 제이 셰티는 수도자처럼 생각하기의 목표는 자존심, 질투, 욕정, 불안, 분노, 원망, 응어리에서 자유로운 삶이라고 한다 이 책을 읽는 많은 이들이 이 자유로움을 누리기를 기대한다. 아니 스스로 만들어 갈 것이다.



- 이 책을 추천하고 싶은 사람 -


-'나'를 더 잘 알고 싶은 사람.


-'열정'이 있는 사람이 이 지구 호텔에서 어떻게 써야 할지 방향을 알고 싶은 사람


-'현재'를 잘 살고 싶은 사람


-인생에서 실패를 해 본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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