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 함께 입사했다가 올해 1월에 그만둔 동기가 있다.
그 친구가 이번에 우리 집 근처에 프랜차이즈 샌드위치 가게를 냈다.
정년 퇴임한 아버지를 두고 전업주부 엄마를 둔 나는 장사를 한다든가 사업을 한다든가 하는 것에
막연히 불안함을 가지고 있다. 몇개월 전 만났을 때에도 샌드위치 가게를 낸다는 소리에
과연 잘될까 하는 걱정이 앞섰었다.
그리고 그건 역시나 기우였다. 무척 즐거워보였다.
비록 회사생활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을 가게에서 보내고 있지만, 어떻게 해나가야겠다든가
어떤 근무환경을 만들어야겠다든가 하는 것들을 고민하는 모양이 좋아보였고, 본인도 만족한다고 했다.
올리브를 유독 좋아하는 손님을 위해 올리브를 따로 한통 더 담아주고,
추운 아침시간에는 커피도 하나 뽑아 건내주고 한다고 했다.
장사가 끝나는 밤 시간에 오는 손님한테는 판매하는 쿠키도 공짜로 다 나눠준다고 한다.
그 몇푼 아껴서 뭐 하겠냐며 웃는 모습에 얼마 전에 읽었던 <장사의 신>이라는 책이 생각났다.
그 친구는 장사를 할 줄 아는 사람이었던 모양이다.
어쩌다 제목에 끌려서, 어디 얼마나 잘났나 보자며 읽었던 책이었는데, 꽤 재밌게 읽었다.
아 이런 가게라면 나도 당연히 끌리겠는걸, 이라는 생각도 했고 나도 이런 가게 한번 해보고 싶은데 생각도 들었다.
게다가 이 아저씨가 매번 맥주병 딸 줄 알고, 양배추 좀 썰줄 알면 누구나 이자카야를 열수 있다고
꼬시는 통에 더욱 혹했다.
책을 빌려봐서 그 문장이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이렇게 한번 장사해봐 라고 하는 말 중에 이런게 있었다.
무더운 여름날 가게에 들어서자마자 맥주 한잔 주문한 손님이 맥주를 받자마자 한입에 숨도안쉬고 다 마셔버린 경우,
아이고 시원하게 잘도 마시네 이거 한잔 공짜로 더 드릴께라며 맥주 한잔을 더 건내는 거다.
맥주 한잔 까짓거 얼마나 한다고 아껴봤자 소용없다고 말하는데, 맥주러버인 나도 끄덕끄덕 했다.
그래 장사 이렇게 해야지. 장사는 모름지기 푼돈 아끼지 않는 배포있는 사람이 해야하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