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가지 식물로 읽는 세계사 - 사과와 장미부터 크리스마스트리까지 인류와 역사를 함께 만든 식물 이야기 테마로 읽는 역사 8
사이먼 반즈 지음, 이선주 옮김 / 현대지성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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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역사를 지탱해온 가장 울창한 세계에 관하여

인간은 식물 없이는 하루도 살 수 없다.

우리 과거는 모두 식물과 관련이 있다.

우리의 현재도 모두 식물과 관련이 있다.  

식물이 없다면 우리의 미래도 없다.

그 100가지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사이먼 반즈는 이 책의 서두에서 인간이 지금까지 식물을 통해 얻어온 것들을 소개한다. 인간은 식물을 통해 태양에너지를 소비한다. 식물은 인간에게 공기를 제공한다. 식물은 안식처와 위로 아름다움 등을 제공한다. 또한 식물은 화석연료가 되어 산업과 교통에 필요한 동력을 제공한다. 이처럼 인간은 식물에게 너무나 많은 것을 얻고 있다. 과연 "식물이 없다면 우리의 미래도 없다"는 말은 과언이 아니다.


사이먼 반즈는 100가지 식물에 관한 역사적, 과학적, 문화적, 예술적, 종교적, 정치적 그리고 문학적인 자료들을 풍부하게 제공하되 인문학적 소회를 더하여 흥미롭게 전달해준다. 이 책은 가히 식물백과사전이라 해도 될만큼 100가지 식물에 관한 지식과 사진, 그림으로 알차게 채워져있다. 책의 표지도 아름답거니와 실려있는 사진들과 그림 또한 매우 보기좋게 어우러져있어서 식물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소장가치가 충분한 책이라 여겨진다. 꼭 순차적으로 읽기보다 자신이 관심있는 식물을 찾아보며 읽어도 되어서 더 편안하고 즐거운 독서가 될 수 있겠다.


이 책을 통해 각 식물에 대한 소소한 상식에서부터 다소 깊은 지식까지도 얻을 수 있다. 복잡한 내용까지는 소개하기가 어렵지만 그 중 몇 가지 상식적인 내용을 소개해본다. 


- 매리골드는 매리의 금, 성모 마리아의 보물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그리고 멕시코에서는 매리골드가 해를 닮은 모양이어서 해의 온기를 가져다준다고 여겨 죽은 자들의 날에 매리골드로 기념한다고 한다. 또한 해충을 퇴치하는 화학물질을 생성하여서 매리골드는 텃밭에 채소들 곁을 지키기도 하고, 또 멕시코에서는 이런 이유로 시체를 장식하는 꽃이 되기도 한다니 흥미롭다.

- 고무나무 편에서는 자가치유능력이 있는 파라고무나무의 유액이 현재의 합성고무로 가공되기까지의 역사를 소개하고 있다. 

- 초콜릿의 원료인 카카오는 콜럼버스 이전 아메리카 대륙문명에서는 상당히 귀한 대접을 받았고 화폐로 사용되기도 했다고 한다. 그리고 이 쓴맛 나는 카카오 빈이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이 되는 복잡한 과정을 기계화하면서 여러  발명과 산업화가 있었고 일자리를 제공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리고 아프리카에서 나는 코코아의 원가를 낮추기 위해 어린이를 인신매매하여 노예로 삼고 그 노동력을 착취하는 현실에 대해서도 기술한다. 초코론리와 같이 이런 어린이 노예를 없애려는 취지의 좋은 초콜릿도 존재한다고 한다.

- 이밖에도 토마토는 엄밀히 보자면 과일이지만 1993년 미국대법원에서는 토마토는 고기와 함께 먹기 때문에 채소라고 판결되었다고 한다. - 또한 아몬드는 식물학적으로 정확히 말하자면 견과류가 아니라고 한다. 


식물에 대해 관심있거나 시각자료와 함께 여러 다양한 상식을 얻고싶은 독자라면 만족할 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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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뇌 - 뇌과학에서 찾아낸 4가지 양육 원칙
김붕년 지음 / 포레스트북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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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청소년 정신보건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보건복지부장관상, 교육인적자원부장관상을 수상하신 바 있는 김붕년 교수님은 유퀴즈에도 출연하셔서 우리에게는 꽤나 친근한 분이시다. 교수님의 저서 <아이의 뇌>가 12년만에 개정판으로 돌아왔다. 이 책의 주요 골자는 뇌과학에서 찾아낸 4가지 양육원칙과 3단계 핵심 육아 키워드이다. 담고 있는 내용의 중요성과는 별개로 그다지 어렵지않게 술술 읽히는 장점이 있다. 그리고 핵심적인 육아 키워드만이 아니라 잠을 얼마나 재워야 하는지, 아침식사를 해야하는지 등에 대한 궁금증도 세세하게 해결할 수 있다.


Part 1 육아에 뇌과학이 필요한 이유

01 변화무쌍한 아이의 뇌

02 유전일까 환경일까

03 머리 좋은 아이들이 더 행복할까?

04 뇌의 활력소 도파민

05 뇌의 쉼터 세로토닌

06 뇌 속의 경보 시스템 아드레날린

07 잠을 자지 않을 때 생기는 일

08 저는 원래 아침을 먹지 않아요

09 뇌를 튼튼하게 만드는 뜻밖의 습관


Part 2. 세상을 향한 관점을 넓히는 생각 지능

10 결국 해내는 아이들의 비밀

11 뇌는 억지로 일하지 않는다

12 산만한 우리 아이 ADHD일까요?

13 몰입의 즐거움

14 상상력이 뇌 지도를 바꾼다

15 자존감을 높이는 마법사

16 전전두엽을 자극하는 책 읽기의 효과


Part 3 따뜻한 눈으로 타인을 보게 하는 정서 지능

17 어울림도 능력이다

18 공감은 사랑을 먹고 자란다

19 착함에 끌리는 이유

20 행복을 저당 잡힌 아이들

21 검은 불독에 물린 것 같아요

22 행복 근육을 튼튼하게 해주는 스킨십

23 학교라는 안전 울타리


Part 4 마음먹은 대로 행동할 수 있게 하는 실행 지능

24 경쟁을 부추기는 사회

25 기다릴 줄 아는 아이가 세상을 이끈다

26 꿈을 꾸는 아이 VS 꿈을 이루는 아이

27 칭찬의 기술

28 걱정과 불안이 너무 많은 아이에게

29 부정적 기억을 몰아내는 의지력 회로


목차에서 볼 수 있듯이 마음이 건강하고 당당한 성인으로 자라가려면 세가지 지능이 필요하다고 제시한다. 그것은 꿈을 펼치게 하는 생각지능, 따뜻한 눈으로 세상을 보는 정서 지능, 원하는대로 행동하는 실행지능이다.


생각지능 부분에서는 스트레스가 없어야 행복해진다는 믿음은 오해이며 인간의 행복은 생산적인 활동의 과정에서 얻어진다는 내용이 마음에 남았다.

"어쩌면 행복은 추구한다고 얻어지는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추구하면 추구할 수록 느껴지는 행복에 대한 갈증과 결핍감 때문에, 행복이 더 멀리 도망가는 것인지도 모른다. 행복은 행위를 통해서 그냥 자연스럽게 찾아온다. 자신이 가치있는 일을 하고 있다는 느낌, 즉 2차적 보상이 없는 만족감을 통해서 말이다." 75쪽

또한 몰입의 즐거움을 알고자한다면, 자극을 추구하느라 바쁜 원숭이 마음을 제어하고 '지금 여기'에 집중하게 하는 연습과 훈련이 필요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정서지능에서는 인간은 본능적으로 선한 캐릭터에 호감을 느끼고 반응한다는 실험결과가 소개되어 있다. 또한 사이코패스는 진화론적 관점에서 퇴보한 인간으로 설명되어지는 내용이 인상적이었다.

"다시 말해 도덕은 우리를 구속하는 올가미가 아니다. 인류가 지구상에서 살아온 1백만년 동안 정제되어 온 마음의 놀라온 자질이자 우리 사회를 발전시킬 수 있는 귀한 자산이다." 142쪽


실행지능 부분에서는 (공정한 환경에서 이루어지는 과도하지않은) 경쟁의 긍정적인 면들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어서 새로웠다. 또한 꿈을 이루는 사람은 낙관주의자가 많다고 한다. 그런 면에서 아이에게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3개의 눈을 제시해주신다. 그 3가지는 긍정적인 '언어의 마술'과 '좋은 모델'을 제공해주는 것, 그리고 아이가 너무 일찍(조급하게, 성급하게) 꿈을 결정하는 잘못을 범하지 않도록 도와주는 것이라고 한다.


이 책은 생각지능, 정서지능, 실행지능에 대해 구체적으로 살펴보고 아이의 성장에 대해 균형있는 시야를 가지는데 도움을 주는 것 같다.


"인간은 선택과 책임을 통해 성장한다. 어떤 것을 선택하든 책임지고 해나갈 때, 그것이 고통스러운 과정이든 달콤한 것이든 삶의 건강한 자양분이 된다."205쪽

"사실 불안은 미래를 대비하여 준비하게 하고, 분노는 굴욕에 맞서 우리의 권리와 자존심을 지켜낼 수 있게 도와주며, 우울은 실패를 인정하고 스스로를 돌아보고 재점검하는 긍정적인 역할도 한다."219쪽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한 리뷰를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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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이 ‘꼭’ 읽어야 할 고전 탐구
김기용 지음 / 사람in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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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는 책을 읽는 행위와 시간 그 자체로 유익함이 있지만 독서의 질적인 유익을 극대화하면서 시간적 효율성을 고려하여 진행해야 한다면 단연 고전읽기에 우선순위를 두게 될 것이다. 그래서 늘 학생에게나, 성인에게나 권장되는 도서목록에는 고전이 상당부분 포함되곤 하는 것이다.


고전을 국어사전으로 찾아보면 "오랫동안 많은 사람에게 널리 읽히고 모범이 될 만한 문학이나 예술 작품."이라고 정의 되어 있다. 두산백과에서는 "예전에 만들어진 것으로 시대를 초월하여 높이 평가되는 문학 예술작품", "오랜 세월에 걸쳐 온갖 비평을 이겨내고 남아서 널리 애독되는, 시대를 초월한 걸작"으로 설명하고 있다.


시대가 달라지더라도 인류가 보편적으로 소중히 여기는 가치, 모두가 고민하는 인생의 화두는 본질적으로는 통하는 것이 있기에 고전을 통해 우리는 과거의 사람들과 공감하고 삶의 의미를 공유하며, 미래를 살아갈 자신만의 가치관을 형성하게 된다. 그래서 고전독서는 늘 우리의 희망사항이 되는 것 같다. 그 희망사항이 실제가 되도록 도와줄 수 있는 좋은 책을 만났다.


"책을 통해 아이들과 웃고 떠들며 생활하는 15년차 초등교사"로 자신을 소개하신 김기용 작가님은 고전이라는 좋은 친구를 아이들에게 소개해주고 싶어하신다. 그리고 고전을 통해 가치관의 충돌과 융합을 경험하며 사고를 넓히고, 재미를 맛보고, 표현력을 키워가도록 이 책을 통해 그 밑거름을 제공해주신다.



처음 목차를 살펴보았을 때 이 책에 담긴 고전도서의 목록을 보며 비단 초등학생만이 아니라 청소년, 어른에게도 필요한 좋은 고전독서 가이드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내 아이는 이미 초등을 지나가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이 책이 탐이 나서 선택하게 되었다. 어린 시절에 읽었던 책들을 다시 리뷰하는 마음으로 활용하기도 하고, 읽고싶었던 책은 동기부여받는 마음으로 책을 활용하게 되었다. 또 아이에게 권해주고 싶은 고전이 있다면 이 책을 참고하여 그 배경이나 인물, 책의 가치를 소개하며 건네줄 수 있을 것 같다.


그중 어린 시절 너무나 재미있게 읽었던 [모모]를 아이에게 권해보고 싶어서 이 책의 소개를 살펴보았다. 내 기억에는 자세한 스토리보다는 아련한 느낌으로만 남은 [모모]이지만 이 책을 통해 다시 살펴보니 감회가 새로웠다.


먼저 책에 대한 한줄 소개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였다. 이렇게 한줄로 각 작품을 표현하는 문장이 눈에도, 머리에도 잘 들어오는 것 같다. 작가 미하엘 엔데에 대한 <작가 소개>와 <줄거리 소개>가 있고 <책의 배경 엿보기>가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30여년이 지난 시기에 이 책이 나왔는데 그동안 사회재건, 부강한 나라를 위해 애쓰며 성공지향적으로 달려오느라 시간을 쪼개 쓰다보니 주변을, 자신을 돌아볼 여유가 없었던 당시 사회분위기를 드러내주고 있다고 한다. 이 책에서는 [모모]의 주제를 "시간의 소중함"과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경청"으로 제시하며 정리하고 있다. <고전 속 인생 한 문장> 코너에서는 인생에 교훈이 되거나 기억에 남을 만한 문장을 작품 속에서 가려 뽑아 실어두고 있다. 마지막으로 <고전으로 생각 넓히기> 코너에서는 작품을 읽고 한번쯤 고민해 볼 만한 질문들을 제시하여 스스로 생각하고 답하며 생각을 넓힐 뿐 아니라 논술까지 대비할 수 있도록 기획하셨다고 한다.


이 책에 소개된 고전들에 대해 살펴보다보면 이름만 알고있던 작품들에 대해서 친절하게 작가, 시대적 배경, 주제 등을 소개해주기 때문에 호기심이 생겨 그 책이 더 읽고싶어지게 되는 것 같다. 또 책에서 제시하는 시사점이라든지, 질문들을 염두에 두고 읽어가다보면 줄거리만 파악하는 독서의 수준을 벗어나 "생각을 넓히는 독서", "삶의 가치관을 정립하는 독서"로 나아가는 발판이 되어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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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한 화가들 - 살면서 한 번은 꼭 들어야 할 아주 특별한 미술 수업
정우철 지음 / 나무의철학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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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철 도슨트를 알게 된 건 EBS 클래스e에서 진행하던 <미술극장>을 통해서였다. 쉽고 편안하면서도 세련되게 화가의 삶과 작품을 이야기로 엮어주던 그의 해설이 참 매력적이었다. 미술작품에 대해 머리로는 알되 마음으로는 그닥 동하지 않아서 다소 무심했던 내가 미술관에 한번 가볼까...? 하는 마음까지 이르도록 유혹한 최초의 도슨트인 셈이다. 덕분에 그가 추천하는 몇몇 전시회도 다녀왔다. 그래서 "전시회의 피리부는 사나이"라는 그의 별명이 이내 공감, 수긍 되어버린다. 그만큼 그의 해설은 화가와 작품에 대한 이해와 공감을 더해주어서 관람객으로하여금 빠져들게하는 매력이 있다. 전시회의 피리부는 사나이 정우철 도슨트의 저서들 중에서 단연 가장 사랑받는 책이 바로 이 책이 아닐까 싶다. 그의 다른 저서들과 더불어 집에 이미 소장하고 있지만 이번 개정판의 표지가 너무나 매혹적이어서 또 다시 손을 내밀고 말았다. 표지부터 벌써 마음이 훈훈해지는 마법의 책.


"그림은 화가의 언어입니다. 화가가 살면서 어떤 일을 겪었고, 어떤 인생을 살았는지에 따라 그의 언어는 달라집니다. ... 그들의 인생을 따라가는 것은 어쩌면 그 화가의 언어를 배우는 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 - 프롤로그 중에서

정우철 도슨트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통해서 화가들의 언어를 조금이나마 배우고 그들의 작품에 대한 이해에서도 한 뼘 자라게 된 것 같다. 또 이 책을 통해 케테 콜비츠나 알폰스 무하, 베르나르 뷔페를 알게 된 것은 정말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은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있는 화가들의 삶을 다정한 시선으로 들여다보게 해주고 또 아직은 조금 생소할 수도 있는 좋은 화가들에 대해 친절하게 안내해주고 있다.


1장 사랑, 오직 이 한 가지를 추구했던 화가들

유한한 삶에서 변치 않는 사랑을 바랐던 마르크 샤갈

색채의 혁명가, 야수파의 창시자 앙리 마티스

매 순간 불타올랐던 보헤미안 예술가 아메데오 모딜리아니

민족을 위해 그림을 그렸던 프라하의 영웅 알폰스 무하


2장 자존, 자기 자신으로 살기 위해 모든 시련을 감수한 화가들

고통으로 그려낸 의지의 얼굴 프리다 칼로

과거와 현대를 동시에 간직한 모순의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

물랭루주의 밤을 사랑한 파리의 작은 거인 툴루즈 로트레크

자신만의 시선으로 현실과 투쟁을 기록한 케테 콜비츠


3장 배반, 세상의 냉대에도 흔들리지 않았던 화가들

원시의 색을 찾기 위해 인생을 걸었던 폴 고갱

죽음으로 물든 파리의 민낯까지 사랑한 베르나르 뷔페

인간의 본성을 꿰뚫어본 비운의 천재 나르시시스트 에곤 실레


사랑/ 자존/ 배반이라는 3가지 테마로 구성된 화가들의 삶 가운데 나에게 가장 인상깊게 남은 부분은 케테 콜비츠의 작품들이다. 케테 콜비츠는 전쟁과 죽음, 상실과 가난 등 현실의 고통을 그에 가장 잘 어울리는 판화로 묵직하면서도 생생하게 표현해낸다. 판화로 표현하는 것에는 한계가 느껴질 법도 한데 그의 작품은 깊은 우물 같아서 쓰라린 아픔, 호된 질책과 더불어 위로와 희망을 퍼올리게 한다. 예술의 목적이 그저 아름다움의 추구에만 있다면 대중의 공감을 얻어내고 오래도록 가치를 인정받기 어렵다. 그래서 콜비츠는 억압당하는 약자의 시각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작품을 통해 전쟁을 반대하고 억압을 반대하는 목소리를 냈다. 전쟁을 통해 아들과 손자를 잃은 어머니인 콜비츠에게 예술은 적극적인 사회 참여이자 반전운동이었고, 소외된 이웃에 대한 공감과 위로였다.


뷔페 신드롬을 일으킬만큼 인기를 누렸던 베르나르 뷔페 또한 전후 프랑스인들의 피폐한 내면을 그림으로써 대변해준 화가이다. "구상의 왕자"로 불리는 뷔페는 직선의 사용에 능숙했고 세상을 직선으로 표현하고자 했다. 그렇게 표현된 그의 작품들은 쓸쓸하고 공허하기가 마치 전쟁이 휩쓸고 지나간 파리의 민낯과 같았다. 그래서 그의 작품들이 사람들의 마음을 파고들었을 것이다. 폭발적인 인기가 사그러들고 평론가들의 질투와 터무니없는 비판의 시기를 지나면서 뷔페는 이또한 그림을 통해 표현했고, 말년에 파킨슨 병으로 그림을 그릴 수 없는 시기가 다가오자 죽음에 대한 작품 24점을 남기고 생을 마감한다. 뷔페의 작품은 쓸쓸하면서도 조금의 따뜻함, 연민이 묻어나는 것 같다.

노년에 그의 아내 아나벨이 왜 평론가들의 비난에 반박하지 않았냐고 질문하자 그는 이렇게 답했다고 한다.

 "그럴 필요가 없었어. 나를 향한 비난이 나를 더 훌륭한 예술가로 성장시켜줬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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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결이 바람 될 때 (100쇄 기념 리미티드 에디션) - 서른여섯 젊은 의사의 마지막 순간
폴 칼라니티 지음, 이종인 옮김 / 흐름출판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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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는 모자란 시간과 싸우는 절박함, 중요한 얘기를 꼭 전하고자 하는 절박함이 담겨있다. 폴은 의사이자 환자로서 죽음을 대면했고, 또 그것을 분석하고, 그것과 씨름하며, 그것을 받아들였다. 그는 사람들이 죽음을 이해하고 언젠가 죽을 수 밖에 없는 운명을 정면으로 마주할 수 있게 돕고 싶어했다. 삼십대에 죽는 것은 이제 드문 일이지만, 죽음 그 자체는 드문 일이 아니다. ... 그는 의사라는 열정적인 사명에서 벗어나 다른 사명을 갖게 되었고 남편에서 아버지가 되었으며, 물론 마지막에는 삶에서 죽음으로 나아갔다."

- 에필로그, 루시 칼라니티


폴 칼라니티는 영문학과 뇌과학, 그리고 의학을 전공한 전도유망한 신경외과 의사이다. 그러던 그가 신경외과 의사로서 성공가도에 들어서기 시작할 무렵 폐암진단을 받게된다. 그리고 얼마 남지않은 생을 의사로서, 환자로서, 남편으로서, 아버지로서 최선을 다해 마무리해간다. 그리고 그 과정을 담담하게 기록하여 남긴 것이 이 책이다. 이 책은 언젠가는 반드시 죽음을 마주해야하는 우리 모두를 위해 삶과 죽음의 의미를 가만히 생각하게 한다. 그리고 폴이 죽음으로 나아가는 혹독한 여정을 함께하며 그 여정 또한 삶의 일부이며, 죽음은 실패가 아니라 삶의 완성임을 깨닫게 한다. 그렇다. 내가 이 책을 읽고 느낀 감상을 한 문장으로 정리한다면 이것이다. "죽음은 삶의 완성이다." 죽음이 다가올 때 죽음의 그림자가 주는 덫에 사로잡히지 말고, 삶의 완성을 향하여 나아가는 생의 태도를 고민하라고 폴은 안내하고 있다. "그가 희망한 것은 가능성 없는 완치가 아니라, 목적과 의미로 가득한 날들이었다." (에필로그에서) 죽음의 그림자가 주는 고통과 두려움을 피하지않고 용감하고도 품위있게, 또 진실하게 죽음을 직면하려는 한 인간을 지켜보며 묵직한 감동과 여운을 느끼게 되는 책이다.


"내 인생의 한 장이 끝난 것처럼 보였다. 어쩌면 책 전체가 끝나가고 있는지도 몰랐다. 나는 사람들이 삶의 과도기를 잘 넘기도록 도와주는 목자의 자격을 반납하고, 길을 잃고 방황하는 양이 되었다. 내 병은 삶을 변화시킨 게 아니라 산산조각 내버렸다." 148쪽


"암 진단을 받기 전에 나는 내가 언젠가 죽으리라는 걸 알았지만, 구체적으로 언제가 될지는 알지 못했다. 암 진단을 받은 후에도 내가 언젠가 죽으리라는 걸 알았지만 언제가 될지는 몰랐다. ... 죽음은 사람을 불안하게 만든다. 그러나 죽음 없는 삶이라는 건 없다." 161쪽


"나는 내 삶의 모든 문장에서 주어가 아닌 직접목적어가 된 기분이었다." 172쪽


"내게 남은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 알기만 하면 앞으로 할 일은 명백해진다. 만약 석달이 남았다면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낼 것이다. 1년이라면 책을 쓸 것이다. 10년이라면 사람들의 질병을 치료하는 삶으로 복귀할 것이다. 우리는 한 번에 하루씩 살 수 있을 뿐이라는 진리도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 하루를 가지고 난 대체 뭘 해야 할까?" 193쪽


"모든 사람이 유한성에 굴복한다. 이런 과거완료상태에 도달한 건 나뿐만이 아닐리라. 대부분의 야먕은 성취되거나 버려졌다. ... 그러나 절대 미래를 빼앗기지않을 한 가지가 있다. 우리딸 케이디. "23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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