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한의 품격
김기석 지음 / 현암사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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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이따금씩 챙겨 보던 유튜브 채널 중 <잘 믿고 잘 사는 법>이라는 채널이 있다. 이 채널을 통해 처음으로 김기석 목사님을 접하게 되었다. 나직하지만 말씀하시는 것이 귀에 잘 들어왔고 사용하시는 어휘가 품위있고, 생각하시는 품이 참 너른 분이라 생각했다. 조용하지만 확신있고, 따스하지만 옳은 것을 잘 일러주시곤 했다. 그렇게 만나 책을 찾아보며 알게 된 저자가 이번에 새로운 책을 내신 것을 보고 반가운 마음에 냉큼 가져오게 되었다.


제목이 <최소한의 품격>이어서 어떤 내용일지 궁금했는데 2021년부터 현재까지 저자가 국민일보, 경향신문, 월간에세이에 게재하신 칼럼을 주제별로 분류해서 재구성한 책이라고 한다. 국민일보는 기독교재단 신문이지만 나머지는 일반 신문이요 잡지이기에 글의 독자는 다양한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기독교인이 아니어도 누구나 편안하게 읽고 사유하고 위로받을 수 있는 글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시대의 한 어른, 마음 따스하고 지혜와 연륜이 있는 스승과 같은 분이 현시대의 여러 아픔과 혼돈에 대한 소회를 잔잔히 나누어주시는 글들이다. 

읽어가다보면 정갈한 문장과 섬세하면서도 격조있는 어휘가 저자의 학문적 높이와 인격적 깊이를 가늠해볼 수 있게 하곤 한다. 새롭고 매력적인 한글 어휘도 종종 만나게 되어 국어사전을 찾아보면서 읽는 재미가 있었다. 사실 굳이 찾지않더라도 의미파악은 되지만 고운 우리말 어휘를 알아가는 재미를 즐겼던 것 같다.


그 중 몇 문장을 기록해 본다.


p. 40.

세상은 끊임없이 사람들에게 절망감을 심어주지만 보짱이 센 사람들은 절망조차 희망의 디딤돌로 삼는다.

*보짱 : 마음속에 품은 꿋꿋한 생각이나 요량.



p. 41.

실패와 고통을 우리 삶의 일부로 받아들일 때 비로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심연의 가장자리로 떠밀려도 명랑함을 잃지않는 검질김이야말로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이들에게 꼭 필요한 덕목이 아닐까?

*검질기다 : 성질이나 행동이 몹시 끈덕지고 질기다.



p. 55.

무릇 살아있는 것은 부드럽고 죽은 것은 딱딱하다. 살아있는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만 고사목은 흔들리지 않는다. 흔들림은 변화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대립되는 세계와의 만남이 조성하는 긴장감 속에 머물 때 인식의 지평이 넓어지고 정신의 탄력이 증대된다.

*고사목: 말라서 죽어 버린 나무.



p. 160.

좋은 사람이 되기를 꿈꾸다가 이런저런 장애물을 만나 시르죽은 이들을 볼 때마다 안쓰러움을 느낀다. 좋은 사람으로 자기를 이미지화하는 것은 아름다운 일이지만 그 이미지가 영혼의 덫이 되어서는 안 된다.

*시르죽다: 기운을 차리지 못하다. 기를 펴지 못하다.



신문에 실린 칼럼이기에 글 한편의 길이가 길지 않은 편이다. 그래서 편안한 마음으로 하나씩 읽어나가며 곱씹어보기 좋은 글, 생각해볼 만한 글들이었다. 또 개인적으로는 필사하여 간직하고싶은 문장, 문단들이 많아서 필사할 만한 좋은 책을 찾는 분들이 있다면 적극 추천해주고싶다. 또 쉬엄쉬엄 읽어가면서 세상을 바라보는 생각을 넓히고, 염세주의에서 벗어나고 싶은 이들에게도 추천하는 바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두 문단을 소개하고 서평을 마쳐야겠다.


p. 143.

지금은 전환의 시대다. 전환의 시대는 기존의 중심을 해체하고 새로운 중심을 구성해야 한다. 에고ego중심의 세상에서 에코ecology 중심의 세상으로, 탐진치 삼독이 제도화된 탐욕greed의 세상을 넘어 생명이 중심이 되는 녹색 세상green으로, 적대hostility의 세상에서 환대hospitality의 세상으로, 고립solitary의 세상에서 연대solidarity의 세상으로 이행하는 것이야말로 이 시대의 가장 큰 과제다.

*탐진치: (貪瞋癡): 탐욕(貪慾)과 진에(瞋恚)와 우치(愚癡), 곧 탐내어 그칠 줄 모르는 욕심과 노여움과 어리석음. 이 세 가지 번뇌는 깨달음에 이르는 데 장애가 되므로 삼독(三毒)이라 함.



p. 273.

동서양철학을 회통하며 성서의 심오한 의미를 풀어주던 김홍호 목사님은 스승을 가리켜 "아무것도 하지 않지만 사람으로 하여금 자꾸자꾸 자라게 하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스승은 삶에 대한 뚜렷한 자세를 가진 사람이요, 자기를 이긴 사람이요, 스스로 산이 된 사람이라는 것이다. "산이 있으면 사람은 혼자 올라갑니다. 그 존재는 아무것도 하지 않지만 저절로 남을 오르게 합니다. 있음 그자체로 모든 것을 하는 사람이 스승이다. 스승을 만나지 못하는 것이 인생의 비극이라면 비극일 것이다. 바라보고 본으로 삼아야 할 사람을 만나지 못할 때 삶은 빈곤해진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한 리뷰를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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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에 보는 그림 - 매일 흔들리는 마음을 다독이는 명화의 힘
이원율 지음 / 빅피시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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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당신을 쓰러뜨릴 때, 예술이 당신을 일으켜 세운다."

-구스타프 클림트-


책의 제목을 보고 앞표지에 쓰인 클림트의 문장을 보니 이건 나를 위한 책인가보다 싶었다. 그림에 문외한으로 살아온 세월이 길지만 한 때 정말로 삶이 나를 쓰러뜨릴 뻔했던 순간에 나를 조용히 붙잡아준 그림 한 점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림을 포함한 예술을 여유있는 사람이, 여유있는 순간에 누리는 사치의 영역이라고 생각한 때도 있었는데, 알고보니 예술은 생을 지속하기 위한 몸부림이자, 응급처치이기도 했다.


이 책은 목차만 보아도 마음을 추스리는 데 도움이 될 정도로 소제목들이 어여쁘다. 그중 <3장 버텨야하는 순간>은 "슬픔은 깊이를 만들고 아픔은 강인함을 만든다."는 부제를 가지고 있는데 참 아름다운 문장이다. 이 문장처럼 녹록치 않은 인생을 통해 '깊이'와 '강인함'을 선물 받은 열 여덟명의 화가들의 삶과 작품세계를 통해 나는 잔잔한 위로와 중년기에 필요한 지혜를 얻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의 생

암수술 후유증으로 관절이 자유롭지않게되자 손가락에 붓을 묶고 그림을 이어갔던 마티스는 이후 약해진 폐로 인해 물감을 쓸 수 없게되자 가위로 색종이를 오리면서 창작활동을 이어간다. 백내장으로 시력을 잃어가던 모네는 그래도 붓을 놓지않았고 말년에 백내장수술 후유증으로 사물이 시퍼렇게 보이는 청시증을 앓았지만 이 또한 받아들이며 새로운 작품세계를 보여준다. 일생 서른 다섯 번의 수술과 두 번의 유산, 오른발의 절단에도 프리다 칼로는 꺾이지 않고 끝끝내 삶을 예술로 승화시켰다.

예술을 포기한다해도 아무도 이상히 여기지 않을 순간들에 그들은 '오히려' 붓을, 가위를, 자신의 생을 움켜쥐고 살아나갔다. 그리고 그 결과물은 위대한 예술이 되었다. 삶에서 때마다 마주하는 풍랑에 꺾이지 않고 헤쳐나가는 몸부림은 그 모두가 위대한 작품이 된다는 생각이 든다. 또한 이는 생에 대한 애착이자 자기 자신에 대한 포기할 수 없는 사랑일 것이다.

"신은 그녀에게 무자비했다. 하지만 칼로는 굴복하지 않았다. 배 앞머리가 파도를 마주해야 침몰하지 않듯, 그녀는 밀려오는 풍랑을 당당히 직시했다. 휩쓸리지도, 가라앉지도 않은 채 파도를 타고 헤엄치는 법을 익혔다. '결국'으로 끝나도 이상하지 않았을 삶을 '그럼에도 불구하고'의 생으로 바꾼 것이다. "


'결핍과 약점'을 예술의 동력으로

너무나 내성적이라 상대의 눈을 마주치기도 힘들었던 헤르메스회는 오랜 유학생활로 기진맥진하여 방에서 가만히 시간을 보낼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그는 집의 내부와 아내를 주로 그리게 되었고 이 '싱거운 일상'의 회화로 인해 그는 가장 존재감 있는 위로의 화가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어머니 수잔 발라동의 무관심과 부재로 외로움과 결핍에 시달렸던 모리스 위트릴로는 알코올중독 치료를 위해 그림을 시작하게 된다. 그는 미술을 통해 깊은 상처와 외로움을 넘어서 평정에 이르게되고 그 회복의 여정은 아름다운 예술작품으로 남겨지게 된다.

폭언과 다툼이 만연하는 가정에서 움튼 잭슨 폴록의 불안은 알코올 중독으로 더욱 커져 그를 삼킬 지경이 되었지만 폴록은 이 불안과 극단의 감정을 예술의 연료로 삼았다.

되돌아보면 사실 예술가에게는 그들이 가진 것 그대로가(심지어는 결핍마저도) 가장 좋은 소재이자 동력임을 보게된다. 나의 삶도 하나의 작품으로 완성되어가고 있다면... 그 작품에는 내가 가진 것 외에 더 필요한 것이 없을 게다. 그것이 때로는 불안과 결핍, 상처일지라도 그마저도 오히려 좋은 연료가 될 것이다.

"폴록을 정상으로 이끈 것도, 파멸로 이끈 것도 불안이었다. 이 감정은 그에게 고통을 안기면서도 한편으로는 늘 깨어있게 만들었다. 불안이 준 극단의 상태 덕에 되레 여러 명작을 만들 수 있었던 건 아닐까. 그의 생은 마음 속 여러 감정을 어떻게 해야 삶의 동력이자 영감의 원천으로 만들어나갈 수 있을지를 알려준다."


마지막으로 모리스 위트릴로에 대해 한번 더 언급하고싶다. 사생아였던 수잔 발라동의 사생아 아들, 어머니로부터 외면당한 오랜 시간, 어머니로 인한 기묘한 관계들... 사실 원망과 미움으로 충만하더라도 만인이 이해할 수 있는 생이었지만 그는 미움으로 자신의 삶을 소진하지 않았다.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일로 괴로워하기를 멈추고 묵묵히 몽마르트의 풍경을 화폭에 담아내었다. 소중한 삶을 미움이나 원망으로 소진하지 않고,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일로 괴로워하지 않기로 마음 먹는다면 삶은 언젠가 내게도 꽤 괜찮은 길을 열어줄 것이다.


"마흔 무렵이 되면 초연해질 줄 알았습니다. 언제나 의젓하고, 어디에도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 될 것으로 믿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압니다. 여전히 마음 한편에는 여린 꼬마가 웅크려 있고, 그 옆에는 아직도 세상 모든게 서툰 청년이 서성이고 있다는 것을요. 이렇게 인생의 이치에 실망감이 밀려오면, 저는 예술을 통해 마음을 다독이곤 합니다. "

- 이원율/ 마흔에 보는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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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마감, 오늘도 씁니다 - 밑줄 긋는 시사 작가의 생계형 글쓰기
김현정 지음 / 흐름출판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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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 김현정 작가는 <손석희의 시선집중>에서 작가생활을 시작하여 10년간 생방송 원고를 썼고, 이후 JTBC의 <앵커브리핑>, KBS의 <뉴스9>의 작가로 원고를 써왔다. 또 2021년부터는 대학에서 방송글쓰기 강의를 하며 요즘은 웹툰도 연재하고 있다. 매일 촌각을 다투는 긴급함과 살벌함이 존재하는 방송현장에서 이렇게나 오래도록 살아남은 작가경력이라면 사실 보통은 아니라는 느낌이 든다. 쉬지않고 꾸준하게 글을 써온 내공있고 뚝심있는 작가라는 증거일 것이다. 그래서인지 저자 자신 또한 이런 꾸준함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내고있다.


글 좀 쓰는 사람이 차고 넘치는 세상에서 내가 작가 행세를 하는 이유는 딱 하나, 매일 써왔기 때문이다. ...

누구에게나 반짝이는 한 줄은 있다. 하루이틀, 혹은 몇 주는 재능과 순발력으로 이어갈 수도 있지만, 매일 써낸다는 것은 재능과는 다른 문제다. ... 적어도 나는 이 지긋지긋한 글 감옥에서 도망가지 않았다.

... 하루 반짝 잘 쓰는 사람은 많다. 하지만 매일 쓰는 사람은 많지 않다. 오늘 좀 못 썼다고, 주눅 들지 않아야 내일도 쓸 수 있다.


그런면에서 좋은 작가의 요건 하나를 건져올리게 된다. 그건 꾸준함이다. 더구나 날마다 비난과 평가가 난무하는 방송계에서 꾸준하기 위해서는 용기도 필요할 것이다. 그렇다. 글을 쓰는 작가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그냥 꾸준함이 아니라 무지막지한 꾸준함, 용기와 배짱을 장착한 수퍼 울트라 꾸준함이 필요해 보인다. 그리고 그녀는 실제로 그런 사람이었다.


그녀를 통해 배우는 좋은 작가로서의 또 하나의 요건은 배움과 흡수의 자세이다. 그토록 오랜 작가 경력을 내세울 만하지만 그녀는 늘 눈과 귀를 열어두고 부지런히 읽고 또 읽어 자신을 먼저 채운다. 그러고보면 좋은 작가는 동시에 매우 부지런한 독자이기도 한 것 같다.


나는 신문이 없으면 일을 못하는 사람이다. 누군가 글쓰기 비법을 물어본다면 나의 답변 1번은 언제나 같다.

- 신문 하나 정해서 처음부터 끝까지 꼼꼼하게 읽고 메모하세요. ...

몇년 동안 지치지않고 꾸준히 읽는다면 그 사람의 글쓰기는 누구도 못 이긴다. 진짜다.

종이신문은 하루의 세상이 모두 집약된 종합예술이다.


김현정 작가의 매력이자 능력은 "해볼게요 정신"인 것 같다. 이 또한 좋은 작가의 요건이 될 수 있을게다. 자신의 분야가 아니더라도, 경험이 없는 영역에 대한 제안이 오더라도 그녀는 그 기회를 그냥 지나치게 두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이 성장하는 기회, 자신의 영역이 확장되는 글쓰기 공부기회로 삼고야 만다. 개인적으로 그녀의 이런 태도는 작가로서나, 인간적으로나 정말 너무 멋지다는 생각이 든다.


# 골든디스크어워즈 예고영상 제안을 받고서...

당시는 매일 앵커브리핑을 막아내느라 숨이 턱턱 막혔던 처지였다. 맡은 원고도 제대로 못 쓰는 주제에 무슨 광고영상..., 이런 망설임도 잠시, 주책없는 욕심이 머리를 들었다. 평생 시사원고만 쓸 거야? 기회가 왔을 때 얼른 잡아. 바보야.

- 해보겠습니다. 대신 처음이니 많이 도와주세요.


# 다큐멘터리영와 시나리오 제안을 받고서

하지만 안 될 건 또 뭐있나. 수업료를 내가며 배우는 사람도 있을 텐데, 원고료까지 받아가며 공부할 수 있는 기회가 아닐까? 도전하고 싶었다. '해볼게요.'


김현정 작가를 통해 배울 수 있는 좋은 작가의 요건을 마저 정리해서 덧붙이자면 내가 써야할 대상에 "한걸음 더 다가서는 열심""번거로움과 비평을 감수하는 용기"라는 생각이 든다.


사실 이 책은 목차그 자체가 좋은 작가에게 필요한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기도 하다. 그리고 마지막 7장에서는 글쓰기를 실제로 연습해볼 수 있게 구성되어 있어서 큰 도움이 되는 것 같다.


1장 연중무휴, 오늘도 씁니다

2장 연중공부, 채워야 씁니다

3장 연중궁금, 한 발 더 다가가 씁니다

4장 연중도전, 처음이지만 씁니다

5장 연중취재, 내성적이어도 씁니다

6장 연중마감, 오래 달리듯 씁니다

7장 나를 찾아가는 글쓰기 수업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한 리뷰를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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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가지 식물로 읽는 세계사 - 사과와 장미부터 크리스마스트리까지 인류와 역사를 함께 만든 식물 이야기 테마로 읽는 역사 8
사이먼 반즈 지음, 이선주 옮김 / 현대지성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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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역사를 지탱해온 가장 울창한 세계에 관하여

인간은 식물 없이는 하루도 살 수 없다.

우리 과거는 모두 식물과 관련이 있다.

우리의 현재도 모두 식물과 관련이 있다.  

식물이 없다면 우리의 미래도 없다.

그 100가지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사이먼 반즈는 이 책의 서두에서 인간이 지금까지 식물을 통해 얻어온 것들을 소개한다. 인간은 식물을 통해 태양에너지를 소비한다. 식물은 인간에게 공기를 제공한다. 식물은 안식처와 위로 아름다움 등을 제공한다. 또한 식물은 화석연료가 되어 산업과 교통에 필요한 동력을 제공한다. 이처럼 인간은 식물에게 너무나 많은 것을 얻고 있다. 과연 "식물이 없다면 우리의 미래도 없다"는 말은 과언이 아니다.


사이먼 반즈는 100가지 식물에 관한 역사적, 과학적, 문화적, 예술적, 종교적, 정치적 그리고 문학적인 자료들을 풍부하게 제공하되 인문학적 소회를 더하여 흥미롭게 전달해준다. 이 책은 가히 식물백과사전이라 해도 될만큼 100가지 식물에 관한 지식과 사진, 그림으로 알차게 채워져있다. 책의 표지도 아름답거니와 실려있는 사진들과 그림 또한 매우 보기좋게 어우러져있어서 식물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소장가치가 충분한 책이라 여겨진다. 꼭 순차적으로 읽기보다 자신이 관심있는 식물을 찾아보며 읽어도 되어서 더 편안하고 즐거운 독서가 될 수 있겠다.


이 책을 통해 각 식물에 대한 소소한 상식에서부터 다소 깊은 지식까지도 얻을 수 있다. 복잡한 내용까지는 소개하기가 어렵지만 그 중 몇 가지 상식적인 내용을 소개해본다. 


- 매리골드는 매리의 금, 성모 마리아의 보물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그리고 멕시코에서는 매리골드가 해를 닮은 모양이어서 해의 온기를 가져다준다고 여겨 죽은 자들의 날에 매리골드로 기념한다고 한다. 또한 해충을 퇴치하는 화학물질을 생성하여서 매리골드는 텃밭에 채소들 곁을 지키기도 하고, 또 멕시코에서는 이런 이유로 시체를 장식하는 꽃이 되기도 한다니 흥미롭다.

- 고무나무 편에서는 자가치유능력이 있는 파라고무나무의 유액이 현재의 합성고무로 가공되기까지의 역사를 소개하고 있다. 

- 초콜릿의 원료인 카카오는 콜럼버스 이전 아메리카 대륙문명에서는 상당히 귀한 대접을 받았고 화폐로 사용되기도 했다고 한다. 그리고 이 쓴맛 나는 카카오 빈이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이 되는 복잡한 과정을 기계화하면서 여러  발명과 산업화가 있었고 일자리를 제공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리고 아프리카에서 나는 코코아의 원가를 낮추기 위해 어린이를 인신매매하여 노예로 삼고 그 노동력을 착취하는 현실에 대해서도 기술한다. 초코론리와 같이 이런 어린이 노예를 없애려는 취지의 좋은 초콜릿도 존재한다고 한다.

- 이밖에도 토마토는 엄밀히 보자면 과일이지만 1993년 미국대법원에서는 토마토는 고기와 함께 먹기 때문에 채소라고 판결되었다고 한다. - 또한 아몬드는 식물학적으로 정확히 말하자면 견과류가 아니라고 한다. 


식물에 대해 관심있거나 시각자료와 함께 여러 다양한 상식을 얻고싶은 독자라면 만족할 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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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뇌 - 뇌과학에서 찾아낸 4가지 양육 원칙
김붕년 지음 / 포레스트북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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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청소년 정신보건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보건복지부장관상, 교육인적자원부장관상을 수상하신 바 있는 김붕년 교수님은 유퀴즈에도 출연하셔서 우리에게는 꽤나 친근한 분이시다. 교수님의 저서 <아이의 뇌>가 12년만에 개정판으로 돌아왔다. 이 책의 주요 골자는 뇌과학에서 찾아낸 4가지 양육원칙과 3단계 핵심 육아 키워드이다. 담고 있는 내용의 중요성과는 별개로 그다지 어렵지않게 술술 읽히는 장점이 있다. 그리고 핵심적인 육아 키워드만이 아니라 잠을 얼마나 재워야 하는지, 아침식사를 해야하는지 등에 대한 궁금증도 세세하게 해결할 수 있다.


Part 1 육아에 뇌과학이 필요한 이유

01 변화무쌍한 아이의 뇌

02 유전일까 환경일까

03 머리 좋은 아이들이 더 행복할까?

04 뇌의 활력소 도파민

05 뇌의 쉼터 세로토닌

06 뇌 속의 경보 시스템 아드레날린

07 잠을 자지 않을 때 생기는 일

08 저는 원래 아침을 먹지 않아요

09 뇌를 튼튼하게 만드는 뜻밖의 습관


Part 2. 세상을 향한 관점을 넓히는 생각 지능

10 결국 해내는 아이들의 비밀

11 뇌는 억지로 일하지 않는다

12 산만한 우리 아이 ADHD일까요?

13 몰입의 즐거움

14 상상력이 뇌 지도를 바꾼다

15 자존감을 높이는 마법사

16 전전두엽을 자극하는 책 읽기의 효과


Part 3 따뜻한 눈으로 타인을 보게 하는 정서 지능

17 어울림도 능력이다

18 공감은 사랑을 먹고 자란다

19 착함에 끌리는 이유

20 행복을 저당 잡힌 아이들

21 검은 불독에 물린 것 같아요

22 행복 근육을 튼튼하게 해주는 스킨십

23 학교라는 안전 울타리


Part 4 마음먹은 대로 행동할 수 있게 하는 실행 지능

24 경쟁을 부추기는 사회

25 기다릴 줄 아는 아이가 세상을 이끈다

26 꿈을 꾸는 아이 VS 꿈을 이루는 아이

27 칭찬의 기술

28 걱정과 불안이 너무 많은 아이에게

29 부정적 기억을 몰아내는 의지력 회로


목차에서 볼 수 있듯이 마음이 건강하고 당당한 성인으로 자라가려면 세가지 지능이 필요하다고 제시한다. 그것은 꿈을 펼치게 하는 생각지능, 따뜻한 눈으로 세상을 보는 정서 지능, 원하는대로 행동하는 실행지능이다.


생각지능 부분에서는 스트레스가 없어야 행복해진다는 믿음은 오해이며 인간의 행복은 생산적인 활동의 과정에서 얻어진다는 내용이 마음에 남았다.

"어쩌면 행복은 추구한다고 얻어지는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추구하면 추구할 수록 느껴지는 행복에 대한 갈증과 결핍감 때문에, 행복이 더 멀리 도망가는 것인지도 모른다. 행복은 행위를 통해서 그냥 자연스럽게 찾아온다. 자신이 가치있는 일을 하고 있다는 느낌, 즉 2차적 보상이 없는 만족감을 통해서 말이다." 75쪽

또한 몰입의 즐거움을 알고자한다면, 자극을 추구하느라 바쁜 원숭이 마음을 제어하고 '지금 여기'에 집중하게 하는 연습과 훈련이 필요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정서지능에서는 인간은 본능적으로 선한 캐릭터에 호감을 느끼고 반응한다는 실험결과가 소개되어 있다. 또한 사이코패스는 진화론적 관점에서 퇴보한 인간으로 설명되어지는 내용이 인상적이었다.

"다시 말해 도덕은 우리를 구속하는 올가미가 아니다. 인류가 지구상에서 살아온 1백만년 동안 정제되어 온 마음의 놀라온 자질이자 우리 사회를 발전시킬 수 있는 귀한 자산이다." 142쪽


실행지능 부분에서는 (공정한 환경에서 이루어지는 과도하지않은) 경쟁의 긍정적인 면들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어서 새로웠다. 또한 꿈을 이루는 사람은 낙관주의자가 많다고 한다. 그런 면에서 아이에게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3개의 눈을 제시해주신다. 그 3가지는 긍정적인 '언어의 마술'과 '좋은 모델'을 제공해주는 것, 그리고 아이가 너무 일찍(조급하게, 성급하게) 꿈을 결정하는 잘못을 범하지 않도록 도와주는 것이라고 한다.


이 책은 생각지능, 정서지능, 실행지능에 대해 구체적으로 살펴보고 아이의 성장에 대해 균형있는 시야를 가지는데 도움을 주는 것 같다.


"인간은 선택과 책임을 통해 성장한다. 어떤 것을 선택하든 책임지고 해나갈 때, 그것이 고통스러운 과정이든 달콤한 것이든 삶의 건강한 자양분이 된다."205쪽

"사실 불안은 미래를 대비하여 준비하게 하고, 분노는 굴욕에 맞서 우리의 권리와 자존심을 지켜낼 수 있게 도와주며, 우울은 실패를 인정하고 스스로를 돌아보고 재점검하는 긍정적인 역할도 한다."219쪽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한 리뷰를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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