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의 한자는 다르다 - 공부 무기가 되는 단어 유추의 힘!
권승호 지음 / 블루무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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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의 한자는 다르다]의 저자이신 권승호 선생님은 고등학교의 국어교사로서 어떻게 하면 학생들이 공부한 내용을 쉽게 이해하고 오래 기억하도록 도울 수 있을까 고민하셨다고 한다. 그리고 그 열쇠가 한자 어휘 이해에 있음을 알게 되셨다고 한다. 한자를 알면 어휘력이 늘고, 어휘력이 늘면 공부가 재미있어진다는 원리를 알고 이를 전파하기 위해 노력하고 계신다고 한다. 사실우리말말에서 중요한 용어들은 대부분 한자어이다. 그렇기 때문에 올바른 한자 이해가 없이는 용어를 이해하기가 어렵고 이해를 못하면 무턱대고 암기할 수 밖에 없다. 이는 매우 비효율적인 공부 방식이며 더구나 그 기억이 오래가지 않는다. 이러한 한자 용어가 교과서에서 눈에 띄게 증가하는 중학 시기에 올바른 한자 이해에 근거하여 어휘를 습득하면 여러모로 수월하게 학교공부에 적응해갈 수 있게 될 것이다.


이 책에서는 국어/ 수학/ 사회/ 과학/ 국사의 영역으로 나누어서 교과서에서 자주 나오는 중요 개념 90개를 담고 있다. 각 용어의 한자를 분석하여 그 음과 의미를 표기해서 직관적으로 용어 이해가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또 이에서 그치지않고 관련된 유의어나 반의어, 동음이의어 등을 함께 수록하여서 한 가지 용어를 통해 다양한 개념을 더불어 습득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이런 구성방식이 개인적으로는 꽤 유용하다는 생각이 든다.



국어 영역에 수록된 '반언어적'이라는 용어설명을 보면 여기 쓰인 '반'이 '반대하다'가 아니라 '절반'의 의미라는 것을 한자 풀이를 통해 바로 알 수 있게 되고 이는 '반절언어'라는용어의 의미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그러면서 '준언어적'을 유의어로, '비언어적'을 관련된 용어로 추가 설명해주고 있어서 정확한 용어 이해와 더불어 관련 용어들까지 묶음으로 습득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함께 알면 좋은 용어로 '반어법'을 살펴보게 하고, 여기에 쓰인 한자, '반절 반', '말 언' 이 쓰인 다른 예시도 다양하게 실어두고 있어서 자연스럽게 어휘와 개념을 확장시켜준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마지막은 퀴즈로 완벽한 마무리까지~


이 책의 순서를 따라 이런 방식으로 각 교과별 주요어휘들을 한자를 바탕으로 뜯어보고 이해하고 응용해보다보면 중학 교과서의 용어들이 어렵지않고 편안하게 이해되면서 오래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중학 교과서가 막연히 두려운 예비중학생이나, 교과서 이해가 쉽지않은 중학생, 노력에 비해 학습효율이 나지 않아 공부자신감이 부족한 중학생들이 본다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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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사라진 세계에서
댄 야카리노 지음, 김경연 옮김 / 다봄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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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 댄 야카리노는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일러스트레이터로 어린이 책 작가이자 애니메이션 제작자이다. 그가 지은 책 가운데 <금요일엔 언제나>가 2009 볼로냐 라가치 상 픽션 부문 우수작으로 선정되었다.


<책이 사라진 세계에서>는 아날로그적인 것들이 자취를 감추고 모든 사람이 휴대용모니터를 들여다보며 각자 살아가며, 어디에나 존재하고 따라다니는 '눈'들의 도움과 감시를 받는 세상을 배경으로 하고있다. 모든 사람들이 이렇게 '눈'들의 도움을 받아 편리하게 생활하는데 익숙해져있지만 한 아이 빅스만은 도움을 주는 듯 감시하려는 '눈'들을 피해 뭐든지 스스로 하고싶어한다.


그렇게 '눈'들을 피해다니다가 만난 영리한 쥐와 함께 지하 세계로 들어가게 되고 도서관의 책들을 통해 예술과 동물과 우정이 뭔지 알게된다. 이전에는 '눈'들이 골라주는 텍스트를 화면을 통해 읽어야 해서 읽기를 싫어했던 빅스가 도서관의 책들을 자유롭게 골라 읽으면서 읽기의 재미를 알게되고 더 더 많은 책을 읽고싶어하게 된다.


이곳에서 빅스는 모든 것을 스스로 하며 음악, 역사 등 더 많은 것을 알아가게된다. 그리고는 가족에게로 돌아온다, 책을 가지고.


이후 빅스의 가족과 사람들은 책을 통해 생각의 변화를 얻게되고 그들을 도와주면서 감시, 통제하려는 '눈'들에 대해 함께 힘과 지혜를 모아 대항하여 자유를 되찾게 된다. 그리고 휴대용 모니터를 가지고 각자 지내던 삶에서 벗어나 서로가 마주하고 부대끼며 함께 하는 삶을 누린다, 책과 함께.


앞표지 내지에서 각자가 천편일률적으로 헬멧을 쓰고 휴대용 모니터를 들고 살아가던 풍경이
뒤표지 내지에서는 모두 헬멧을 벗고, 모니터를 내려놓고 다양한 모습으로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는 풍경으로 바뀌어있는 것이 인상적이다.


편리한 디지털 시대가 정말 유토피아인지, 또 편리함을 얻는 대신 우리가 잃고 있는 소중한 것들은 무엇인지에 대해 아이와 함께 이야기 나눠볼 수 있는 좋은 책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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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일 밤의 우주 - 잠들기 전 짤막하게 읽어보는 천문우주 이야기 Collect 22
김명진 외 지음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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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일 밤의 우주!


신비로운 표지부터가 마음과 눈을 사로잡는 책이다.


이 책은 우주에 대해 구체적으로 유니버스 Universe, 스페이스 Space, 코스모스 Cosmos로 구분하여 90일 분량으로 쪼개어 다루고 있다.


<유니버스>에서는 별, 은하, 오로라, 행성 등 낭만과 신비로 가득한 우주에 대해, <스페이스>에서는 우주탐사, 우주여행 등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는 우주 산업에 대해, <코스모스>에서는 우주 거대 구조, 블랙홀, 시간 여행 등 우주 그 이상의 우주에 대해 차근 차근 풀어내고 있다.


우리나라의 대표 천문기관인 한국천문연구원(KASI) 소속 8인이 조곤조곤 들려주는 경이로운 우주에 대한 90개의 이야기가 흥미롭게, 부담스럽지않게 담겨있다. 서두에 8명의 저자가 각각 들려주는 우주와 천문학에 대한 애정어린 이야기도 흥미롭게 읽혔다. 한 꼭지의 분량이 4~6 페이지 정도라서 <잠들기 전 짤막하게 읽어보는 천문우주 이야기>라는 부제가 잘 어울린다. 천문학, 우주산업, 우주이론에 대해 관심 있는 사람 또는 이 분야에 대한 배경지식을 넓히고싶은 사람이라면 이 책을 선택한 것을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표지도 멋지지만 중간 중간 총 천연색의 아름답고 정교한 사진들이 실려있어서 사진을 보는 재미도 꽤 쏠쏠하다. 그리고 각 날짜의 제목 아래에 해시태그형식으로 주요내용이 정리되어 있는 점도 보기에 좋았다.



유니버스 Universe


Day 09 우주 먼지 입자들의 불꽃놀이 #별똥별 #별똥비 #유성폭풍우


별똥별, 유성은 혜성이나 소행성에서 떨어져 나온 먼지입자들이 우주 공간에서 떠돌다 지구 대기권에 부딪쳐 마찰 때문에 밝게 빛나는 현상을 말한다. 그 중에서도 유성우는 혜성이나 소행성이 지나간 우주 공간을 지구가 정확히 통과하면서 별똥별이 마치 비가 내리듯 쏟아지는 현상이다. 운이 좋으면 시간당 100개 이상도 볼 수 있다고 한다. 이 책에서는 별똥별을 좀 더 많이 보고싶다면 3대 유성우, 즉 1월 4일 부근의 사분의자리, 8월 12일 페르세우스자리, 12월 14일 부근 쌍둥이자리 유성우를 기억하면 된다고 알려준다. 매년 3번의 기회가 있는 것이다. 그보다 더 놀라운 사실은은 1966년 미국에서 유성 폭풍우가 관찰되었는데 1시간에 수십만개의 유성이 떨어졌다고 한다! 이는 33년 주기로 찾아오는 유성우로 지난 2001년에도 관찰되었고, 이제 2034년에 또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한다.



Day 14 당신 카메라 속 우주 #천체사진 #천체사진공모전


성단이나 성운, 은하와 같은 심우주 사진은 화려한 색감을 자랑하는데 이는 단번에 촬영해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각각의 천체들은 특정 파장의 빛을 내므로 해당 빛을 받아들일 수 있는 전용필터를 활용해 촬영한다. 이렇게 찍은 사진에 빛의 3원색인 빨강, 초록, 파란색을 부여하거나 RGB 필터를 활용해 촬영한 뒤에 조합해 컬러사진을 완성한다고 한다. 심우주 사진이 이렇게나 복잡한 과정으로 거쳐 탄생하는지 몰랐다.


2022년 천체사진공모전 대상 수상작(하트성운)은 총 노출시간은 14시간, 3개의 필터로 촬영한 702장의 사진을 합성한 작품이라니 그 기술력과 노고에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세계 곳곳에서 찍은 다양한 천체 사진을 감상할 수 있는 '오늘의 천체사진' 웹사이트, 매년 열리는 천체사진 공모전의 수상작을 볼 수 있는 인스타그램 등이 QR코드로 실려있는데 이 또한 흥미롭고 유용했다.




스페이스 Space


Day 34 태양계 인싸 #소행성 #별처럼보이는 #별은아님


우주의 돌, 작은 행성이라고도 불리는 소행성은 영어로 아스테로이드Asteroid라고 하는데 '별과 같은' '별처런 생긴'이라는 뜻의 그리스어 아스테로이데서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룩셈부르크는 '나라의 미래가 소행성에 있다.'라고 선언한 뒤 소행성에서 광물을 채취하는 미래자원 활용에 국가적으로 투자를 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는 지구와 공전궤도가 비슷한 소행성에는 적은 연료만으로도 탐사선이 방문 가능한데다 수백미터 크기의 소행성에는 반도체, 전기차의 핵심소재인 희토류가 지구전체 생산량보다 몇배나 많이 존재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또한 백금 소행성, 다이아몬드 소행성 같은 이야기는 소행성에 대한 관심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고 한다. 소행성이 이렇게나 중요한 존재인지 미처 몰랐다.




코스모스 Cosmos


Day 65 블랙홀의 그림자를 보다 #EHT #사건지평선망원경


EHT는 Event Horizon Telescope의 약자로 사건지평선 망원경이다. 여기서 '사건지평선'은 물질이 빨려들어가는 블랙홀의 경계면인데, 이 경계를 넘어가면 어떤 정보나 빛 조차 밖으로 나오지 않아 우리는 블랙홀 내부에서 발생하는 일(사건)을 알 수 없다고 한다. 대신 사건지평선 바깥쪽 가까이에서는 싱크트론 복사라는 강한 빛이 나오기 때문에 관측이 가능하다고 한다. 이 밝은 부분으로 인해 가운데 어두운 부분이 블랙홀의 그림자로 관측되어질 수 있는 것이다. ETH 공동연구팀은 지난 10여년 동안 세계 6개 지역에 총 8기의 전파망원경을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해 가상의 큰 망원경을 만들고 블랙홀의 그림자를 관측해왔다. 2017년 4월 5번의 관측이 성공적으로 진행되었고 2년에 걸친 정밀한 관측자료처리와 영상화작업, 엄격한 상호교차검증까지 마친 끝에 최초로 블랙홀 그림자를 포착해내었다고 한다. 5500만 광년이나 멀리 떨어진 블랙홀조차 직접 관측할 수 있는 시대라니 놀라웠다. 그러나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인류는 더 나아가서 사건지평선 주변의 물질들이 블랙홀로 빨려 들어가는 생생한 모습을 동영상으로 볼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한다. 인간의 무한한 도전 정신이 사뭇 숭고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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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한 송이 꽃 그리기 수업 - 마음을 전하는 꽃말 · 꽃 도감 컬러링북
이마이 미치 지음 / 이아소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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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햇살 비추는 카페 창가에 앉아서 색연필로 사부작사부작 꽃 한송이씩 색칠해보는 낭만이 꽤 어울리는 계절이다.


[하루 한 송이 꽃 그리기 수업]의 목차를 살펴보면 총 40가지 꽃 그림이 들어있다. 나에게 다소 새로운 식물들도 제법 있다.



책을 펼쳐보면 '프로가 알려주는 색칠순서', '프로가 알려주는 색칠 테크닉'이라는 코너가 있어서 색연필 컬러링을 처음 시도하는 사람들에게 친절하게 가이드를 준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독일의 유서 깊은 색연필회사 '파버카스텔'의 유성 색연필 '골드파버' 24색을 기본으로 하여 색정보와 가이드를 제시하고 있다는 것을 유념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 각 페이지의 꽃그림마다 아래쪽에 색연필 색정보를 표기하고 있는데 이 정보가 바로 파버카스텔 색연필의 번호이다. 아무래도 이 책을 제대로 활용하고 싶다면 같은 종류의 색연필을 사용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고 또 편리할 듯 하다.


이 책은 제목 위에 마음을 전하는 꽃말, 꽃 도감 컬러링북이라는 부제목이 붙어있다. 그래서인지 책 내용 속에는 각 꽃에 대한 정보가 어느정도 포함되어 있다. (꽃말, 원산지, 개화기, 탄생화)


특히 꽃 이름과 꽃 말이 한국어와 영어로 병기되어 있는데 이것이 꽤나 유용하고 나름 재미 있었다. 튤립에 이렇게나 많은 꽃말이 있는 줄은 미처 몰랐다. 색마다 다른 꽃말이라니.




집에 파버카스텔은 없었지만 초등 아이가 당장 컬러링을 해보고싶어해서 맡겨보았다. 아이는 나름 비슷한 색을 찾아서 열심히 칠했지만 유성색연필이 아니어서인지 아무래도 색칠이 좀 연하게 된 듯 하다. 유성 색연필, 가능하면 골드파버로 도전해보신다면 누구라도 이보다 훨씬 좋은 결과물을 얻으실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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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숙이의 숙제 책 읽는 어린이 연두잎 10
유순희 지음, 오승민 그림 / 해와나무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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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겨운 나날을 살아가던 명숙이에게 주어진 숙제가 바로 이름의 뜻을 알아오는 것이었다는 내용을 책의 뒤 표지를 통해 알게 되었다. 순간 오래전 일이 떠올랐다. 유난히 고전적인 이름을 가지고 있었던 나는 소희라든지, 은서라든지 이런 평범하고도 세련된 이름을 부러워하는 마음이 없지않았다. 그 마음 한켠에는 나의 이름을 부끄러워하는 마음도 있었나보다. 그러다 중학생이 되어 맞이한 첫 국어 시간에 출석을 부르시던 국어 선생님께서 내 이름이 너무 예쁘다고 감탄을 하셨다. 친구들의 시선이 집중되어 부끄럽기도 했지만 순간 마음이 설레면서 자존감 또한 부풀어올랐다. 그 후로는 이름에 대해 부끄러움이 아니라 자부심을 가지게 되었다. 나의 이름에 대한 나의 인식이 바뀌던 그 순간은 어쩌면 나 자신에 대한 나의 인식이 바뀐 순간이기도 할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명숙이의 숙제]를 읽어가다보니 이름의 뜻을 알게 되기 전 후로 명숙이의 태도가 어떻게 바뀌었는가를 눈여겨 보게 되었다.


명숙이의 삶은 매우 고단하고 서글프다. 아버지는 퇴역한 군인인데 노름을 한다. 어머니는 어릴 때 돌아가셨고 새어머니는 시장에서 장사를 하는 억척스러운 분이시다. 언니는 공장에 일하며 기숙사에서 지낸다. 그리고 얼마전 새어머니가 낳은 동생 진주를 돌봐야 해서 명숙이는 학교를 제대로 나가지 못한다. 명숙이는 늘상 배가 고프지만 사랑과 인정은 더욱 고프다. 새어머니를 도우려고 청소도 열심히 하고 동생도 열심히 돌보지만 그 어떤 따뜻한 말도, 용돈 십원도 받지 못한다. 학교도 가고싶지만 아버지도, 어머니도 진주를 돌봐주지 않는다. 배고픔에 건빵을 훔쳐 먹기도 한다. 이토록 팍팍하고 서글픈 삶을 표현하는 유순희 작가님의 문장들은 곱디 고와서 더욱 슬프다.


'어쩌면 말이야. 진짜진짜 내가 열심히 집안일하면 줄지도 몰라......

엄마들이 준다는 그 사랑 말이야...... 조금이라도. 아주 조금이라도.'

겉으로는 내색하지 않았지만 사막에서 물을 찾는 것처럼 

그 마음은 간절했다.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그런 날은 오지 않았다. 

나중에는 화가 났다.

'사랑을 주는 게 그리 어렵나. 나라면 말이야.

겨울에 펄펄 내리는 큼지막한 눈송이가 

산과 들을 하얗게 덮을 만큼 내려줄텐데.'



눈물을 다 쏟아내고 나니 가슴이 후련했다.

아까보다 진주도 덜 무겁고, 그릇도 덜 무거웠다.

참 이상하다. 눈물이 그리 무거운 거였나?




그러던 어느날 이름의 뜻을 알아오라는 숙제를 해결하기 위해 동네 할아버지께 자신의 한자 이름을 들고 가서 여쭙게 된다. 버들 유, 밝을 명, 맑을 숙.

밝을 명(明)은 해와 달이 함께 있으니 그 얼마나 밝겠냐는 할아버지의 설명을 들으면서 명숙이는 자신이 빛으로 뭉쳐진 공처럼 굴러다니며 구석 구석 으스스한 어둠을 내쫓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또한 맑을 숙(淑)은 맑고 깊다는 뜻이라는 설명을 들으면서는 자신이 맑은 물을 가득 담은 우물이 된 것 같다고 느낀다. 그 순간 명숙이는 이름답게 살고 싶다는 생각에 앞으로는 욕은 쓰지 말아야겠다고 처음으로 자기 자신과 약속을 하게 된다. 그리고 자신을 빛과 물이 만나 반짝반짝 빛나는 아주 예쁜 존재로 인식하게 된다.



이렇게 이름의 의미를 알고, 자신을 더욱 소중하게 여기게 되었지만 현실은 여전히 녹록치 않다. 결국 새어머니마저 돌아가시자 명숙이는 진주를 돌보느라 더더욱 학교에 나갈 수 없게된다. 그래도 학교에 가고싶은 마음에 어린 동생을 기저귀 천으로 묶어 안방 문고리에 묶어두고 학교를 향해 달려가보지만 귓가에 점점 더 크게 들려오는 동생의 울음 소리에 다시 집으로 발길을 돌리며 이야기는 끝나고 만다. 어찌보면 새드 엔딩이지만 나에게는 그렇게 느껴지지 않았다. 많은 갈등 속에서 마지막에 명숙이가 발길을 돌린 것은 자포자기가 아니라 동생과 늘 함께 있어주겠다고 했던 자신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였기 때문이다. 환경과 상황에 수동적으로 끌려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생각하고 주체적으로 결정한 것이다. 내일부터는 동생과 함께 "나의 교실"로 등교하기로 마음을 먹었기 때문이다.

오늘이 끝이 아니다. 

새로운 날, 또 새로운 날들이 책장처럼 펼쳐져 있다.

그 새로운 날의 시작은 내일부터다. 

명숙이는 선생님이 된 것처럼 속으로 말했다.

'내일은 주먹밥을 만들어서 진주를 데리고 나의 교실로 가자.

거기 가서 국어숙제도 하고 한자도 외우자.

언덕에 있는 학교로 돌아올 때까지.'


유순희 작가님의 [명숙이의 숙제]는 한 아이의 성장기인 것 같다. 어리고 연약했던 명숙이가 자신의 이름의 뜻을 알게되고, 이제는 스스로를 가치있고 귀하게 여기게 되면서 야속한 삶의 파도에 맞설 수 있는 마음의 힘을 기르게 된다. 그 과정을 지켜보며 나 또한 가슴 뭉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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