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녘의 산 위로 떠오르는 해가 드러낸 세상은 한 사람이 가슴에 품기에는 너무도 광활하고 적대적이어서 젊은 몰이꾼들은 고향 집과 그 집 부엌의 화덕, 어머니의 목소리, 학교의 외투 보관실, 쉬는 시간에 놀러 나온 아이들의 환호성 같은 기억에 매달렸다. 그러다가 고개를 꼿꼿이 들고서, 그들은 버려진 채 비바람에 시달리는 통나무 오두막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그곳은 여름이면 들에 떠도는 말들이 잠시 그늘을 찾아 머무는 쉼터이자, 오래전 그들과 비슷한 처지였을 남자가 끝내 꿈을 이루지 못하고 등진 집터였다. 도로가 가시철사 울타리 근처에 이르러 굽이진 곳에는 총알구멍이 숭숭 뚫린 녹슨 표지판이 서 있었고, 그 표지판을 보면 이제는 생산되지 않는 씹는 담배를 입에 넣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대열 맨 앞, 안장 머리 위로 몸을 숙이고 말을 모는 사람은 숙소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인부였다. 희끗희끗한 머리에 주름 진 얼굴을 한 그 역시 한때는 젊은 몰이꾼들처럼 꿈꾸었을 것이다. 보금자리를, 땅 몇 뙈기, 집, 소 몇 마리, 푸르른 들판, 아내로 삼을 여자를, 그리고 어쩌면, 아이도. - P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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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주문서가 우편물로 변하는 일은 얼마나 신기했던가. 어쩌면 새 장갑과 시내에 나들이 갈 때 신을 새 구두, 축음기에 얹을 레코드판, 바람이 산마루에서 내려온 늑대처럼 울부짖는 겨울밤에 외로움을 달래 줄 악기, 그런 것들이 들어 있을지도 모르는 소포가 시애틀이나 포틀랜드에서 도착하기를 기다리는 시간은 또 얼마나 흐뭇하고 애가 탔던가. - P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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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무도 ‘자연을 이해한다.’ 라고 말할 수 없으며, 사람들이 아무리 찾고 구해도 거기에서 단지 수수께끼만을 발견하고 슬퍼하게 되리라고 대답했다. 햇빛 속에 서 있는 나무, 풍화된 돌, 동물, 산 - 그것들은 저마다 생명과 역사를 가지고서 살아가다가 고통받고, 반항하고, 죽어간다. 그러나 우리는 그것을 이해하지 못한다. - P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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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예민하군요. 하지만 당신은 자신이 얼마나 남이 부러워할 정도로 때 묻지 않은 사람인지, 또 그런 사람이 얼마나 드문지 전혀 모르고 있어요. 아마 일이 년이 지나면 당신은 니체나 다른 예술가들에 대해 나보다 더 잘 알게 될 것입니다. 당신은 나보다 훨씬 철저하고 지혜로우니 말입니다. 그렇지만 지금 그대로가 내 마음에 듭니다. 당신은 니체나 바그너도 모르지만, 눈 덮인 산에 많이 올라가 봤고, 건강한 산악 지방 사람의 얼굴을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당신은 분명히 시인이기도 합니다. 당신의 눈빛과 이마를 보면 알 수 있어요" - P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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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죽음‘과 ‘사랑‘이 찾아오는 시기를 알 수 없다. 그저 그 순간을 온몸으로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다. - P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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