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려나무들 사이에, 망고나무 위에서 포로가 된 새들이 지저귀고 있다. 새들이 하도 많아 가지들은 그들의 무게로 휘어져 있다. 망고나무들은 살과 깃털의 나무가 되었다. - P214

"훗날 당신은 이 열기를 기억할 거예요." 그녀는 샤를 로세트에게 말한다. "이것이 인도에서의 젊은 시절 당신의 열기일 거예요. 그걸 그렇게 받아들이세요. 당신이 후에 기억할 어떤 것으로 말이죠. 그때 당신은 이 열기가 얼마나 변하는지 보게 될 거예요······" - P219

샤를 로세트는 그녀가 하는 말의 맥락을 놓쳤다. 그는 이야기를 듣지 않은 채 목소리만 듣기 시작한다. 이렇게 하면 그 목소리에 이탈리아 억양이 있음을 발견한다. 그는 그녀를 오랫동안 주시한다. 그녀는 그것을 알아차리고 놀라 침묵한다. 그러나 그는 그녀가 해체될 때까지 그녀를 바라본다. 그녀가 떠나온 그리고 고통의 존재를 배운 그녀가 돌아가야 할 베네치아, 그 베네치아의 한가운데 놓인 그녀 시신의 두 눈, 그 구멍 뚫린 동공으로 침묵하고 앉아 있는 그녀를 볼 때까지. - P220

끝났다. 눈물은 이제 말랐다. 그녀는 약간, 창문을 향해 돌아섰다. 샤를 로세트는 그녀의 얼굴을 볼 수 없다. 그는 그녀를 보려고 애쓰지 않는다. 마치 취기가 오르는 듯 한 여인의, 울고 있는 한 여인의 냄새가 퍼지는 듯하다. 사람들은 거기 남아 있다. 사람들은 그녀 곁에서 기다린다. 어딘가로 떠나 있는, 그러나 다시 돌아올 그녀를. - P226

당신에게 말할 만한 이유도 없이 나는 울어요. 마치 고통이 나를 가로지르는 것과도 같죠, 누군가가 울어야 해요. 마치 그 누군가가 나인 것처럼.
[…]
아마도 샤를 로세트가 그녀 쪽으로 손을 내밀고, 그녀가 이 손을 꼭 움켜쥐며 얼굴 쪽으로 가져가고, 이 손은 그녀의 눈을 가렸던 것 같다. - P22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는 인도의 고통에 대해 흥분하고 있습니다. 우리 모두 다소 그렇지 않습니까, 안 그래요? 이 고통은 우리가 우리 자신 안에서 숨을 쉴 때만 얘기할 수 있지요······ 나는 이 여자에 대해 상상의 기록을 하고 있습니다."
"왜 그녀를?"
"아무것도 그녀에게 일어날 수 없기 때문이죠, 문둥병조차도······" - P180

무엇보다 사람들의 눈에 띄는 것은 갠지스강을 따라 나있는 이 첫번째 성벽이다. 그들은 줄지어 혹은 무리 지어 나무 밑에 드문드문 모여 있다. 때때로 그들은 몇 마디 말을 주고받는다. 샤를 로세트는 자신이 점점 더 그들을 잘 보고 있다고, 자신의 시력이 매일 강렬하게 높아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는 지금 그들이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지를, 부서지기 쉬운 물질로 이루어졌음을, 맑은 림프액이 그들의 몸 안을 돌고 있음을 본다고 생각한다. 더는 힘없는 소리로 이루어진 인간의 대열, 소리의 뇌를 지닌 소리의 인간, 고통을 느끼지 않는 인간 군단. 샤를 로세트는 그곳을 떠난다. - P190

"나는 당신에게 이 얘기를 꼭 해야만 했어요. 아마도 당신은 나보다 더 빠른 시일 내에 그녀를 다시 보게 되리라고 생각하니까요. 그리고 나는······ 현재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기 때문이오. 나는 큰 것을 바라지 않소. 그녀를 다시 보는 일, 다른 사람처럼 그래야 한다면 입을 다문 채, 그녀가 있는 곳에 있는 것이오."
벌써 굉장한 열기다. 안개가 타는 듯이 뜨겁다. 샤를 로세트는 방으로 들어간다. 그는 도망가고 싶다. - P199

그들 사이에는 더 이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긴 침묵이 흐르고, 이 침묵은 샤를 로세트가 문손잡이에 손을 댈 때, 갠지스강에서 헤엄치는 미친 여자에 대한 불편한 몇 마디로 중간에 끊긴다. 그녀는 궁금증을 일으킨다. 그녀를 보았는가. 샤를 로세트는 묻는다.
아니다.
밤에 노래 부르는 이가 그녀라는 걸 그는 알고 있었는가?
아니다.
그녀가 거의 언제나 해역 안에, 좀더 멀리, 갠지스 강가에 있다는 것을, 그녀가 언제나, 본능적으로, 백인들이 있는 곳으로 간다는 것을, 그러나 기묘하게도······ 결코 그들에게 다가가지 않는다는 것을······
"진행 중인 삶 속의 죽음," 마침내 부영사가 말한다. "그러나 결코 만나지지는 않는 죽음? 그것이오?"
그것이다. 아마도, 그렇다. - P201

경사지 위의 수많은 사람, 그들은 무언가를 옮기고, 내려 놓고, 빈손으로 다시 떠난다. 물이 말라 있는 논 주위의 사람들, 곧게 뻗은 구릉의 논들, 사방에 수천의 사람들, 사방에 수만의 사람들, 경사자 위에 알알이 박혀 그들은 걷는다. 끝도 없이 계속되는 행렬. 그들의 양옆으로 맨살의 연장, 두 팔이 매달려 있다.
피로. - P203

피터 모건은 자고 있는 안-마리 스트레테르를 바라본다.
"그녀는 자연 그 자체처럼 더럽지. 믿지 못할 정도야······ 모든 것으로 이루어진, 오래 묵은 그녀의 때, 그녀의 살갗에 스며들어—피부를 만든 그녀 몸의 때, 아 나는 바로 그 층위를 포기하지 않을 거야. 나는 이 때를 분석하고 싶어. 이 때가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지를 말하고 싶어. 땀과 진흙, 네가 여는 대사관 만찬회의 기름기 있는 간으로 된 샌드위치의 찌꺼기, 너희를 구역질 나게 하는 기름기 낀 간, 먼지, 역청, 망고, 생선 비늘, 피, 이 모든 것······ 으로 이루어졌다는 것을."
왜 자고 있는 이 여인에게 말을 하는가?
[…]
"그녀는 마치······ 긴 직선 끝의 한 점처럼, 실상 별다른 의미 없는 사건들 끝의 한 점처럼 캘커타에 있게 된 것일까? 거기에는······ 잠과 굶주림, 감정의 소멸, 인과관계의 소멸 만이 있었던 것일까?"
"내 생각에 그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마이클 리처드가 말한다. "그건 그 이상이야. 그는 그녀가 사는 것을 바라보는 사람에게만 존재한다는 것을 말하고 싶은 거야. 그녀 자신은 아무것도 느끼지 않아." - P21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얼은 말했다. "실제로 생각하는 데 긴 시간을 쓰는 게 아니라 작업 전환에 시간을 쓴다면, 뇌가 시간을 낭비하고 있는 겁니다." 즉 스크린 타임 기능이 하루 핸드폰 사용 시간이 네 시간이라고 알려준다면, 사실 우리는 집중력을 상실함으로써 그보다 훨씬 긴 시간을 잃고 있다는 뜻이다. - P61

방해받지 않는 자유로운 시간이 주어지면 우리의 정신은 자동으로 그때까지 흡수한 모든 정보를 돌아볼 것이고, 그 정보들 사이에서 새로운 관련성을 끌어낼 것이다. 이 모든 것은 사람들이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일어나지만 바로 이러한 과정을 통해 "새로운 생각이 튀어나오고, 관련이 없다고 믿었던 생각들이 갑자기 관계를 맺게" 된다. 이렇게 새 아이디어가 탄생한다. 그러나 얼은 "작업을 전환하고 실수를 바로잡으며 정보 처리에 많은 시간을 쓴다면, 뇌가 ‘떠오르는 관련성을 따라 새로운 장소에 도착하고 진정으로 독창적이고 창의적인 생각을 할" 기회가 그만큼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 P62

UCLA의 한 연구팀은 사람들에게 동시에 두 가지 작업을 시키고 그 영향을 추적했다. 실험 이후 이들은 한 번에 한 가지 일만 한 사람들만큼 자신이 한 일을 기억하지 못했다. 아마도 자기 경험을 기억으로 바꾸는 데는 정신적 여유와 에너지가 필요한데, 그 에너지를 빠른 속도로 일을 전환하는 데 쓰느라 그만큼 기억하고 학습하는 정보량이 줄어드는 것으로 보인다. - P63

그는 집중력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10분간 한 가지 작업만 수행한 다음 1분간 이런저런 것들에 정신을 팔고, 다시 10분간 한 가지 작업에 집중하는 식으로 해보라고 말한다. 이렇게 하면 이 과정이 점점 익숙해지고, 뇌도 여기에 점점 능숙해집니다. 이 행동과 관련된 [신경 회로의] 연결을 강화하고 있는 거거든요. 얼마 안 지나 15분, 20분, 30분, 어쩌면 그 이상 집중할 수 있을 겁니다··· 일단 해보세요. 연습하세요··· 천천히 시작 하세요. 연습하면 결국 해낼 수 있습니다." - P66

"우리에게는 본질적 한계가 있습니다." 애덤이 덧붙였다. "그 한계를 무시하고 하고 싶은 일을 전부 해낼 수 있는 척할 수도 있지만, 그 한계를 인정하고 더 나은 삶을 살아갈 수도 있지요." - P68

몰입은 하고 있는 일에 너무 푹 빠진 나머지 모든 자아 감각을 잃은 상태, 시간이 사라진 듯한 상태, 경험 그 자체의 흐름을 탄 상태를 뜻한다. 몰입은 우리가 아는 것 중 가장 깊은 형태의 집중 상태다. - P85

오늘 날 미국인의 40퍼센트가 만성 수면 부족으로, 하루에 최소한으로 필요한 수면 시간인 일곱 시간을 채우지 못한다. 영국에서는 놀랍게도 인구의 23퍼센트가 하루에 채 다섯 시간을 못 잔다. 우리 중 겨우 15퍼센트가 개운함을 느끼며 잠에서 깨어난다. 이는 새로운 현상이다. 1942년 이후로 평균 수면 시간이 한 시간이나 줄어들었다. 아동은 지난 1세기 동안 하루 수면 시간이 평균 85분 줄었다.‘ 정확한 감소 규모를 두고 과학적 논쟁이 벌어지고 있지만, 국립수면재단 National Slep Foundation은 지난 100년간 수면 시간이 20퍼센트 감소했다고 추정했다. - P103

실제로 우리는 피곤할 때 순간 집중력을 상실하는데, 아주 단순한 이유 때문이다. 찰스의 말에 따르면 사람들은 자신이 깨어 있거나 잠들어 있거나 둘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찰스는 두 눈을 뜨고 주변을 바라볼 때에도 (부지불식간에) ‘국소 수면‘ 상태에 빠질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이 상태의 이름이 국소 수면인 이유는 뇌의 국소 부위만 잠들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태에서 본인은 정신이 또렷하고 지적 능력이 온전하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책상에 앉아 있고 겉으로는 깨어 있는 듯 보여도 뇌의 일부는 잠들어 있으며, 이때 우리는 지속적으로 사고할 수 없다. 찰스는 이러한 상태에 빠진 사람들을 연구한 뒤 "놀랍게도 사람들은 때때로 눈을 뜨고서도 앞에 있는 것을 보지 못"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 P104

찰스는 이렇게 설명했다. "많은 사람이 이렇게 말해요. ‘난 밤을 꼬박 새우지는 않으니까 괜찮아‘ 하지만 매일 두어 시간씩 적게 자고 이 상황이 계속 이어지면 한두 주가 지난 후에는 밤을 꼬박 새운 상태와 같은 수준으로 수행 능력이 손상됩니다. 그러니까 한두 주 동안 하루에 네다섯 시간을 자면 그렇게 될 수 있다는 뜻이죠." 찰스의 설명을 들으며 나는 우리 중 40퍼센트가 그 아슬아슬한 경계 위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 P107

"우리는 분명 잠을 줄일 수 있어요. 하지만 거기에는 대가가 따라요. 그 대가는 바로 몸에서 교감신경계가 활성화 된다는 거예요. 그럼 우리 몸은 이렇게 생각해요. ‘어, 잠을 줄이고 있네. 비상 상황인 게 분명해. 그러니 비상 상황에 대비할 수 있도록 온갖 생리적 변화를 일으켜야겠어. 혈압을 올리자. 패스트푸드가 당기게 만들어야지! 빠르게 에너지를 보충할 수 있도록 당도 더 당기게 만들 거야. 심박도 올릴 거고···‘ 이 모든 변화는 나는 대기 상태라고 말하는 것과 같습니다." - P107

내가 잠이 부족하긴 하지만 커피와 코카콜라 제로, 레드불로 만회하고 있다고 오랫동안 믿어왔다. 그러나 내가 이런 음료들을 마실 때 사실상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를 록산느가 설명해주었다. 우리 뇌에는 온종일 아데노신이라는 이름의 화학물질이 쌓이고, 이 아데노신이 우리에게 졸립다는 신호를 보낸다. 카페인은 이 아데노신의 양을 파악하는 수용체를 차단한다. "저는 이 현상을 연료계 위에 포스트잇을 붙이는 것에 비유합니다. 카페인을 마심으로써 스스로에게 연료를 주는 것이 아닙니다. 그저 연료가 얼마나 텅 비었는지를 알아차리지 못할 뿐이죠. 카페인이 없어지면 두 배로 피곤 해집니다." - P10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녀는 꿈을 꾼다. 그녀는, 죽어버린 그녀의 아이거나, 논에서 일하는 소, 때때로 그녀는 논, 숲이다. 죽음의 갠지스강 물속에 몇 날 밤을 죽지 않고 머물러 있는 그녀, 나중에는 그녀가 물속에 빠져 죽는 꿈을 꾼다. - P76

그는 갑자기 다른 곳에 있는, 생소한 그녀를 본다, 춤추며 날아다니는 중에 붙잡혀 핀에 꽂힌 그녀를. 때때로 그녀의 딸들이 공부하는 동안, 오후에, 그렇다, 낮잠 시간의 적막 속에서, 그는 저택의 한구석에 숨어 있는 그녀, 버려져 쓰이지 않는 한 사무실에서 몸을 웅크린 채 엉뚱한 자세를 하고 책을 읽는 그녀를 본다. 그녀가 읽고 있는 것은······ 아니, 그것이 무엇인지 보지 못한다. 이러한 독서들, 델타의 별장에서 보내는 이 몇 밤들, 곧바른 자세는 흐트러지고, 무언가가 소모되고 표현되지만 이름 지을 말이 떠오르지 않는 그늘 속으로 사라진다. 빛을 동반하는 이 그늘, 그 안에 늘 안-마리 스트레테르가 나타나는 이 그늘은 무엇을 숨기고 있나? 찬데르나고르의 찌는 듯한 도로 위를 그녀가 딸들과 차로 달릴 때, 그녀의 쾌활함은 생소해 보인다. - P120

"요 몇 주간 그랬던 것처럼 만약 3년 내내 이런 식이라면," 샤를 로세트는 말한다. "당신의 말씀에도 불구하고 내가 끝까지 견뎌내리라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알다시피, 거의 아무것도 가능하지 않아요. 이것이 사람들이 말할 수 있는 모든 것이지요. 그러나 바로 이것이 대단한 일이지요."
"아마도 어느 날······ 대단하다······ 이 말을 어떤 의미로 쓰셨습니까?"
"아녜요, 그건······ 아무것도 아녜요······ 여기서는, 이해하시겠어요, 사는 게 힘들지도, 쾌적하지도 않아요. 말하자면 그건 다른 거예요,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달리 쉽지도, 어렵지도 않아요. 아무것도 아녜요." - P121

안-마리 스트레테르와 춤을 추면서, 샤를 로세트는 텅 빈 테니스 근처에서 그가 본 것을 다른 누군가도 알고 있으리라는 생각이 떠오른다. 여름 계절풍의 어슴푸레한 빛 속에, 누군가 다른 사람이 부영사가 지나가는 순간의 텅 빈 테니스랑을 바라보았으리라는 생각이. 지금은 침묵하고 있는 그 누구. 아마도 그녀가.
사람들은 말한다. 필경 모든 것이 라호르에서 시작되었다고. - P129

사람들은 말한다.
"그는 라호르에서 권태로워했어요. 아마도 그 때문이 아닐까요?"
"권태, 여기서는, 인도 전체 크기에 버금가는 거대한 포기의 감정이지요. 이 나라 자체가 그 분위기를 제공해요." - P130

안-마리 스트레테르는 그들이 나누는 대화를 분명 궁금해할 것이다. 그녀가 다가온다. 샤를 로세트는 약간 당황한다. 이것은 지나치다, 너무 빠르기도 하다, 마치 미래가 처리되는 것처럼. 그는 사람들이 협회에서 말한 무언가를 기억해낸다. 대사가 과거에 소설을 쓰고자 했었다는 것을, 사람들은 말한다. 아내의 충고에 따라 그는 포기했지요, 그랬어요. 그에게는 체념한, 그러나 행복한 분위기가 있다. 그가 원했을 성공을 그는 가지지 못했다. 그는 다른 것을, 그가 원하지 않았던 것을, 그가 더 이상 기다리지 않았던 것을 얻었다. 그를 사랑하기에는 너무 젊은, 그러나 그를 따라온 이 여인을 얻었다고 사람들은 말한다. - P155

하나가 되었다. 그들은 아시아의 여러 수도에서 같이 살았다, 17년 전부터. 지금은 그들 삶의 마지막 구간이 시작되고 있다. 그들이 그다지 젊지 않았던 어느 날, 사람들은 소문을 듣는다, 그녀가 그에게 말했다. 시를 써서는 안 된다. 여기 이곳에, 중국에, 인도에 머무르자, 시는 아무도 모른다. 세기마다 수백만의 사람 중 10여 명의 시인만이 남을 뿐이다······ 아무것도 하지 말자, 여기, 그냥······ 아무것도 하지 말고······ 머물러 있자······ 그녀가 다가와 샴페인을 마신다. 그리고 방금 도착한 누군가에게 간다.
"당신을 봤소." 대사가 말한다. "라호르의 부영사에게 말을 건네더군요. 고맙소." - P155

"우린 서로 안면이 없군요." 마이클 리처드가 말한다.
그는 어디서 왔는가? 그는 캘커타에 살고 있지 않다. 그는 그녀를 보기 위해, 그녀 옆에 머물기 위해 이곳에 온다. 그는 생각보다 젊지 않다. 벌써 서른다섯 살. 샤를 로세트는 어느 저녁, 협회에서 보았음을 기억해낸다. 그가 이곳에 머문지는 아마도 일주일쯤 되었을 것이다. 무언가가 그 둘을 결속시킨다. 샤를 로세트는 생각한다. 안정적이고 결정적인 것이, 그러나 그것은 더 이상 진행 중인 사랑은 아닌 듯하다. 그렇다, 그는 그가 들어올 때를 기억한다. 부영사의 흐느낌이 있기 훨씬 전이다, 검은 머리카락 밑의 어두운 눈. 사람들은 그들이 어느 저녁 ‘블루문‘에서 하룻밤을 지낸 후, 찬데르나고르의 호텔에서 죽은 채로 발견되는 것이 불가능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그것은 여름 계절풍이 부는 동안이리라. 사람들은 말하리라. 무엇을 위해서가 아니라 삶에 대한 무관심에서라고. - P173

"불안하신가요?" 마이클 리처드가 샤를 로세트에게 말한다.
"오늘 밤 그에게 닥친 일은 매우 힘들군요."
"정확히 어떤 것이? 죄송하지만, 제가 그 자리에 없었어요······ "
"결정적으로······ 어디에선가······ 여기에서 제외된다는 것, 그 사실이 요지부동해 보였어요······ 내 생각에는요." 그는 안-마리 스트레테르에게 얘기한다. "그는 오래전부터 당신을 알고 싶어 했던 것 같아요······ 내 생각에는 그가 아침마다 단지 그 이유로, 테니스장에 가는 것처럼 보입니다······" - P176

"그는 테니스창 근처에서 무엇을 찾으려고 했을까?" 피터 모건이 묻는다.
"모르겠어." 그녀가 말한다.
그녀의 목소리는 매우 감미롭다. 마치 아픔을 주지 않는 바늘 끝처럼. 그녀는 샤를 로세트가 자신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고 있는 것을 본다. - P17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들 만화 다 그렸잖아요. 초사쿠는
안 그려요. 왜죠?
–초사쿠 씨는··· 지금 고통 속에서 필사적으로 발버둥치고 계십니다.
[…]
하지만, 티끌만 한 실마리라도 찾으면···
고통 속에서 그가 한 발짝이라도 내딛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기쁨이란, 고뇌라는 큰 과수에서 맺히는 열매다."
빅토르 위고가 한 말입니다. - P180

–드디어 완성한 거네.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사람한테 가닿은 거 같지?
–네. 이상적인 만화를 만들고자 사방팔방 뛰어다닌 끝에···
–그 책은 이제 당신의 보물이야···
–네. 참 감사한 마음입니다.
처음에는··· 책을 완성해야만,
그리고 그걸 많은 독자분들께 선보이고 감상을 들어야만 비로소 큰 기쁨을 얻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무언가를 만들어낸다는 고통···
그 여정 속에야말로 진실한 기쁨이 있다는 것을··· - P20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