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아는 부글거리는 속을 달래며 안뜰을 가로지르는 플루 부인을 시선으로 좇았다. ‘어서 심술 떨 계획을 세우러 가야지! 누가 널 막겠니. 발을 삐끗했어? 그래도 넘어지진 않을 거잖아. 조심스런 네 운전기사는 선로를 이탈하지도 않을 거고, 나무를 들이받지도 않을 거야. 넌 눼이의 집으로 잘만 들어가겠지. 그러고는 네가 절대 하지 말아야 할 말을 늘어놓을 적기 - 오늘이든, 내일이든, 다음 주든 - 를 고를 거야. 그렇게 아마도 휴식하고 있을 이들을 휘저으려 하겠지. 그래봤자 네가 할 수 있는 건 나한테 그랬던 것처럼 고작 그들을 조금, 그것도 일시적으로 흔들어 놓는 것뿐이겠지만···‘ - P159
"우린 마치 습관처럼 물어뜯는 실내화를 되찾은 두 마리 개처럼 서로를 되찾은 거야. 참 희한하지! 그 여자는 내 적인데, 내게 위안이 되는 것도 그 여자니 말이야. 정말이지 우린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구나···." - P160
그녀는 오랫동안 사색에 잠겼고 점차로 두려움에 사로잡혔다가 끝내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였다. 신경이 느슨해지자 깜빡 잠이 들었다. 의자에 앉은 채로 쿠션에 한쪽 볼을 대고서 임박한 노령의 꿈속으로 빠져들었다. 그날이 그날인 매일이 그려졌고, 샤를로트 플루와 마주한 삶이 보였다. 세월을 단축시키는 뿌리 깊은 경쟁심과, 성숙한 여인에게 먼저 코르셋을, 이어서 염색을, 마지막으로 섬세한 레이스 속옷을 포기하게 만드는 품위 없는 무기력이 오래도록 지속되는 삶이. 그녀는 노인의 사악한 쾌락을 미리 맛보았는데 그것은 비밀스러운 투쟁, 누군가를 죽이고 싶은 욕구, 그리고 오직 한 존재, 세상의 오직 한 지점만을 남기는 재앙에 대해 끊임없이 되살아나는 강렬한 희망에 불과했다. 그녀는 새벽녘과 같이 불그스름한 해거름의 빛 속에서 놀라며 깨어나 한숨을 내쉬었다. - P160
하지만 그것은 더 이상 지난 어느 해의 거칠고 갈망하는 부름이 아니었고, 눈물도 아니었으며, 정신의 고통이 육체를 파괴하려할 때 온몸으로 고통스러워하고 들썩거리는 저항도 아니었다. - P160
‘나의 가엾은 셰리··· 생각하면 재미있어, 너는 쇠락한 늙은 연인을 잃음으로서, 나는 스캔들 급의 젊은 연인을 잃음으로서, 우리는 우리가 소유했던 세상에서 가장 명예로운 것을 잃었으니 말이야···.‘ - P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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