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국의 사건기록에서 사실과 풍문을 구분하기 위해 화이트는 간단하지만 멋진 접근방법을 결정했다. 용의자 각자의 알리바이를 꼼꼼히 확인할 것. 셜록 홈스의 유명한 말 그대로였다. "불가능한 것들을 제거하고 나서 남은 것이 무엇이든, 아무리 터무니없어 보이는 것일지라도 그것이 바로 틀림없는 진실이다." - P169

파이크의 말이 사실이라면, 법과 질서를 지키는 모범적인 시민으로서 몰리 버크하트의 가장 든든한 보호자 역할을 자임하던 헤일이 애나의 살인사건에 대해 그동안 내내 거짓말을 했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파이크는 화이트가 가장 답을 알고 싶어 하는 질문에 답변하지 못했다. 헤일은 단순히 브라이언을 보호했을 뿐인가, 아니면 치밀하고 사악한 음모의 일원인가? - P191

이날의 일을 비롯한 여러 처형 장면을 직접 보았기 때문인지, 아니면 이런 시련을 겪을 때마다 아버지가 어떤 영향을 받는지 보았기 때문인지, 아니면 무고한 사람이 잘못 사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인지, 톰은 때로 ‘합법적인 살인‘이라고 불리는 사형 제도에 점점 반대하게 되었다. 그가 보기에 법은 다른 사람들의 폭력적인 충동뿐만 아니라 각자 자신 안의 폭력적인 충동 또한 제압하려는 몸부림이었다. - P201

기마경찰대에서 각각 다른 부대에 배치된 박사와 더들리처럼 톰의 월급도 고작 40달러밖에 되지 않았다. 그는 "카우보이와 똑같다"고 표현했다. 톰은 애빌린에서 서쪽으로 104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숙영 중인 부대에 합류했다. 예전에 한 기마경찰대원은 이 숙영지에 도착한 뒤 다음과 같은 글을 남겼다. "펜을 놀릴 가치가 있는 광경이 펼쳐졌다. 긴 턱수염과 콧수염을 기르고 온갖 다양한 옷을 입었으나, 단 한 가지 텍사스 기마경찰대의 제복임이 틀림없는 늘어진 모자를 쓰고 허리에 권총 여러 정을 찬 남자들이 여러 무리를 지어 담요를 말리고, 총을 청소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여러 군데에 피워진 모닥불에서 요리를 하는 사람도 있고, 말을 돌보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보다 더 거친 광경은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 P204

오세이지족이 석유로 벌어들이는 돈의 흐름을 조사할수록, 화이트는 겹겹이 쌓인 부정부패의 증거들을 발견했다. 일부 백인 후견인과 관리인은 부족을 위해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했지만, 후견인 제도를 이용해서 자신이 보호해야 하는 사람들의 돈을 사취하는 백인들은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았다. 많은 후견인들이 피후견인에게 필요한 물건을 자신이 운영하는 상점에서 부풀린 가격으로 구입했다. 자신이 이미 보유하고 있는 물건을 부풀린 가격에 내놓는 경우도 있었다(어떤 후견인은 자동차를 250달러에 사서 피후견인에게 되팔면서 1,250달러를 받았다). 피후견인이 특정한 상점이나 은행하고만 거래를 하게 만든 뒤, 리베이트를 챙기는 후견인도 있었다. 또는 사실 자기 집이나 땅을 사면서 피후견인의 집이나 땅을 구매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는 후견인도 있었다. 심지어 아예 대놓고 돈을 훔치는 후견인도 있었다. 정부가 실시한 연구에서는 1925년 이전에 후견인들이 오세이지족 피후견인들의 계좌에서 적어도 800만 달러를 직접 훔쳤을 것이라는 추정치가 제시되었다. "우리 주의 역사에서 가장 어두운 부분은 인디언들의 재산관리를 위한 후견인 제도일 것이다." 한 오세이지족 지도자는 이렇게 말했다. "후견인들이 많은 오세이지족의 돈을 수백만 달러나, 다시 말해서 수천 달러가 아니라 수백만 달러나 탕진해버렸다." - P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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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모는 평범한 삶과 닮은 구석이 하나도 없다.
그것은 차갑고 확실하고 흔들림 없는 내부자의 수작이며, 우리와는 영원히 차단되어 있다.
혼잡한 일상을 대략적으로나마 이해하려고 애쓰는 우리는 결함 있는 자, 무고한 자이다.
음모꾼들은 우리가 도달할 수 없는 대담성과 논리를 지니고 있다.
모든 음모는 범죄적인 행동에서 통일성을 본 사람들이 늘어놓는 긴장된 이야기이다.
_돈 드릴로, <리브라> - P142

화이트는 자신이 수사에 실패했을 때 어떤 일을 겪을지 확실하게 알고 있었다. 전에 이 사건을 맡았던 요원들이 외딴 변경지대로 좌천되거나 아예 수사국에서 쫓겨난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후버는 이렇게 말했다. "실패할 경우 (…) 변명은 용납되지 않습니다." 화이트는 범인을 잡으려고 애쓰다가 목숨을 잃은 사람들이 벌써 여러 명이라는 사실 또한 알고 있었다. 후버의 방에서 걸어 나오는 순간 부터 그는 표적이 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 P157

화이트는 렌이 수사팀에 반드시 필요한 시각을 제공해줄 것이라고 확신했다.
버거를 포함해서 전에 이 사건을 맡았던 요원들 중 일부는 오세이지족에 대해 흔히 퍼져 있는 편견을 드러냈다. 공동 보고서에서 버거와 또 다른 요원은 다음과 같이 서술했다. "인디언들은 대체로 게으르고, 한심하고, 비겁하고, 방탕하다." 버거의 동료는 또한 "방탕하고 완고한 오세이지족 인디언들이 입을 열게" 만드는 유일한 방법은 그들에게 지급되는 돈을 깎는 것뿐이다. (…) 필요하다면 그들을 감옥에 가둘 수도 있다"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이처럼 인디언을 무시하고 경멸하는 태도 때문에 오세이지족은 연방요원들을 더욱 불신하게 되었으며, 수사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다. 하지만 후버의 "인디언 전사"라고 자처하는 렌은 인디언 보호구역에서 까다로운 사건들을 몇 번이나 유능하게 처리한 경험이 있었다.
화이트는 자신이 원하는 사람들의 이름을 후버에게 전달했다. 그리고 수사국 본부는 그들 중 오클라호마 현장사무소가 아닌 다른 곳에서 일하던 사람들에게 암호로 긴급명령을 하달했다. "신분을 감추고 즉시 톰 화이트 요원에게 가라." 팀 구성을 마친 뒤, 화이트는 총을 챙겨 들고 오세이지 카운티로 향했다. 이번에는 그가 안갯속 여행자였다. - P165

여러 범죄현장의 증거들은 보존된 것이 사실상 거의 없었다. 하지만 애나의 경우 장의사가 몰래 보관해둔 두개골이 있었다. 멜론 크기만 한 두개골의 무게가 신경에 거슬릴 정도로 가벼웠다. 햇볕에 하얗게 바랜 조개껍질을 들고 있을 때처럼 두개골에서 바람 소리도 났다. 화이트는 두개골 뒤쪽에서 총알이 들어간 구멍을 살펴 보았다. 그리고 예전의 수사관들과 마찬가지로, 32구경이나 38구경 같은 작은 구경의 총이 사용되었음이 분명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애나의 두개골 앞쪽에 총알의 사출구가 없다는 기묘한 사실 또한 확인했다. 다시 말해서, 총알이 그녀의 머릿속에 박혀 있었다는 뜻이었다. 검시 중에는 총알의 존재를 놓치려야 놓칠 수가 없었을 터이니, 현장에 있던 누군가가 총알을 훔쳐갔음이 분명했다. 그는 공범일 수도 있고 살인범 본인일 수도 있었다. - P1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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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오세이지족은 아이의 탄생을 와콘타가 주는 최고의 축복으로 받아들인다. 와콘타는 해와 달과 땅과 별들에 널리 퍼져 있는 신비로운 생기이며, 오세이지족은 수백 년 전부터 이 기운을 중심으로 살아왔다. 그렇게 하면 지상의 혼돈과 혼란 속에 질서가 생겨날 것이라는 희망이 있었다. 와콘타는 존재하면서도 존재하지 않는 힘, 눈에 보이지 않고, 냉담하고, 베풀고, 경외의 대상이고, 대답하지 않는 힘이었다. - P33

1870년에 오세이지족은 무덤이 약탈당하고 집에서 쫓겨나는 일을 견디다 못해, 캔자스 땅을 에이커당 1.25달러 를 받고 이주민들에게 팔기로 했다. 그런데도 성급한 이주민들은 오세이지족 여러 명을 죽여 시체를 훼손하고 머리가죽을 벗겼다.
인디언실의 한 관리는 이렇게 말했다. "저절로 이런 의문이 들 것이다. 이들 중 누가 야만인인가?" - P59

흔들리는 수레를 타고 몰리는 아무것도 없는 황무지를 달렸다. 아직은 이곳의 그 무엇도 다듬어져 있지 않았다. 해가 지기 시작하자 마부와 몰리는 수레를 멈추고 야영준비를 했다. 해가 지평선 아래로 떨어진 뒤, 하늘이 피처럼 붉게 변했다가 검은색이 되었다. 짙은 어둠을 조금이나마 희석해주는 것은 달과 별뿐이었다. 오세이지족은 달과 별에서 많은 일족들이 내려왔다고 믿었다. 몰리는 안갯속의 여행자가 되었다. 밤의 세력들이 그녀를 에워싸고 있었지만, 소리만 들릴 뿐 눈에 보이지는 않았다. 코요테들이 횡설수설하는 소리, 늑대가 울부짖는 소리, 그리고 악령이 깃들어 있다고들 하는 올빼미의 비명 같은 울음소리. - P67

"따라서 나는 기차가 들어오자마자 페리를 떠났다." 46번 탐정은 보고서에 이렇게 썼다. 셜록 홈스 이야기에 나오지 않는 부분이 바로 이런 것이다. 진짜 탐정들이 지루하게 거짓 단서를 쫓아다니다가 막다른 길과 부닥치는 이야기. - P89

오세이지족의 부유함에 대해 경계심을 표현하는 백인들이 점점 늘어났다. 언론도 그들의 분노에 불을 지폈다. 기자들은 오세이지족이 그랜드피아노를 잔디밭에 버린다느니, 타이어가 터졌다는 이유로 차를 새로 산다느니 하는 이야기들을 신문에 실었다. 사실을 터무니없이 윤색할 때도 많았다. 잡지 <여행>은 이렇게 썼다. "오세이지족 인디언들은 오늘날 헤픈 씀씀이로 왕좌에 올랐다. 성경에 나오는 탕자는 선천적으로 쓸모없는 껍데기만 좋아할 뿐, 실제로는 검소한 사람처럼 보일 정도다." 주간지인 <인디펜던트>에 날아온 독자 편지에도 비슷한 감정이 표현되어 있었다. 이 편지의 필자는 오세이지족이 "우리 백인들이 개발해놓은 석유의 땅에 불행히도 정부가 그들을 정착시키는 바람에", 부유해진,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인간들이라고 표현했다. 존 조지프 매슈스는 기자들이 "배우지 못한 사람들 특유의 말쑥함과 지혜를 지닌 신석기시대 인간들에게 재산이 미치는 기괴한 영향을 즐거이 묘사했다"고 회상하면서 씁쓸해했다. - P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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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숙사 배정 모자는 제 안에서 슬리데린의 힘을 봤고, 그리고……"
"너를 그리핀도르에 넣었지." 덤블도어가 담담하게 말했다. "내 말 잘 듣거라, 해리. 공교롭게도 너는 살라자르 슬리데린이 학생들을 직접 선발할 때 중요하게 여긴 수많은 자질을 지니고 있어. 그자가 가진 굉장히 희귀한 재능인 뱀의 말을 하는 능력이라든지……지략, 결단력…… 규칙을 무시하는 태도도 그렇고." 또다시 콧수염을 살짝 들썩거리며 그가 덧붙였다. "그런데도 기숙사 배정 모자는 너를 그리핀도르에 넣었다. 이유는 너도 알고 있어. 생각해 보려무나."
"모자가 저를 그리핀도르에 넣은 건 단지……" 해리가 자포자기한 목소리로 말했다. "제가 슬리데린에 넣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기 때문인데요……"
"바로 그거야." 덤블도어가 다시 한 번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게 너와 톰 리들의 큰 차이점이다. 우리의 진정한 모습을 보여 주는 건 말이다, 해리, 우리가 가진 능력이 아니라 우리가 하는 선택이란다." - P3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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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하게 보일는지 모르지만, 옷은 보온이라는 기능보다 더 중요한 기능을 갖는다고 사람들은 말한다. 옷은 우리가 세상을 보는 눈을 바꾸고, 세상이 우리를 보는 눈을 바꾼다.


남자는 세상이 마치 그가 사용하도록 만들어지고, 또한 그의 기호에 맞게 만들어지기라도 한 것처럼 세상을 정면으로 직시한다. 여자 올랜도는 비스듬히 미묘하게, 심지어는 의심이라도 하듯 세상을 본다. 그들이 만약 같은 옷을 입었더라면, 그들의 태도도 같았을는지 모른다. - P166

양성 간의 차이는 다행히도 매우 깊은 곳에 있다. 옷이란 깊은 곳에 숨겨져 있는 어떤 것의 상징에 불과하다. 올랜도로 하여금 여자 옷을 선택하게 하고, 여자임을 자처하게 한 것은 그녀 자신에게 일어난 변화이다. 그리고 여기서 올랜도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런 일이 있어도 분명히 말하지 않는데 비해 보통 이상으로 분명히 말하고 있는 것에 지나지 않는지 모른다–그녀는 태어나길 솔직한 사람이니까. 여기서 다시금 우리는 딜레마에 빠진다. 두 성은 서로 다르지만, 서로 섞여 있다. 모든 사람에게 있어 양성은 유동적이며, 남자답거나 여자답게 보이게 하는 것은 옷뿐이고, 그 속의 성은 겉과는 정반대인 경우가 흔히 있다. 이로써 생기는 분규와 혼란은 누구나 경험한 바 있다. - P167

사교계란 노련한 주부들이 크리스마스 때 따끈하게 내어놓는 음료의 일종이라고 결론지을 수 있는데, 그 맛은 10여 가지의 서로 다른 성분들을 제대로 섞어 흔들어서 얻는 것이다. 하나하나의 성분 그 자체는 맛이 없다. 0 경이나, A 경이나, C 경 이나 혹은 M 씨를 따로 떼놓고 보면 별 매력이 없다. 이들을 모두 한데 넣고 흔들어 섞으면, 더없이 사람을 취하게 하는 맛과 더없이 매혹적인 향기를 풍긴다. 그러나 이 도취, 이 매혹을 분석한다는 것은 우리의 능력을 벗어난다. 따라서 사교계는 최고의 것인 동시에 최저의 것이다. 사교계는 이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제품이지만, 전혀 존재하지 않는 존재이다. 이런 괴물은 시인이나 소설가만이 다룰 수 있다. 그들의 작품은 대단하면서 아무것도 아닌 이런 것으로 가득 차, 엄청난 크기로 부풀어 오른다. - P171

만약 무장하지 않은 채로 사자 굴속으로 들어가는 것이 무모한 짓이라면, 노 젓는 배로 대서양을 횡단하는 것이 무모한 짓이라 면, 성바오로 성당 꼭대기에서 한 발로 서는 것이 무모한 짓이라면, 시인과 단 둘이 자기 집으로 가는 것은 더욱 무모한 짓이다. 시인은 대서양과 사자를 합쳐놓은 것이다. 대서양이 우리를 삼켜버린다면 사자는 우리를 물어뜯는다. 사자의 이빨에서 빠져나온다고 해도 바다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환상을 깨뜨리는 사람은 야수이고 홍수이다. 환상은 영혼에 대해 지구를 둘러싸고 있는 대기와 같다. 그 부드러운 공기를 걷어내면 식물은 죽고 빛은 사라진다. 우리가 걷고 있는 지구는 타버린 재가 된다. 우리가 걷는 것은 이회토 진흙이고, 뜨거운 자갈에 발바닥이 탄다. 진실은 우리를 파멸시킨다. 인생은 꿈이다. 깨어난다는 것은 죽음을 뜻한다. 우리에게서 꿈을 빼앗아가는 사람은 우리의 목숨을 빼앗아가는 사람이다. - P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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