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이 되는 열네 살부터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열아홉 살까지, 청소년을 바라보는 어른들의 마음에는 이 시기가 빨리 지나갔으면 하는 바람도 있는 것 같다. 아직 어른이 되지 않은 ‘과도기‘이니 웬만한 고민은 어른이 된 뒤로 미루었으면 한다. 다르게 말하면, 어른이 되고 보면 아무 것도 아닌 일에 매달리는 게 답답하게 보이는 것이다. 하지만 당사자는 그렇지 않다. ‘사춘기‘‘청소년기‘가 아니라 하루하루 오늘을 살아간다. 어른이 된 뒤보다 내일이 더 걱정이다. - P170

서현숙 작가는 소년원 학생들과 책을 읽은 기록을 『소년을 읽다』에 담았다. 나는 이 책을 읽는 데 한참 걸렸다. 극단의 상황에 놓인 아이들이 보여주는 속내가 너무나 연약해서 그랬다. 그 아이들의 잘못과 미래를 구분해서 바라보는 작가님은 진정한 어른이다. 그에 비해 나 자신은 부끄러워서 한 문장 한 문장 허투루 읽을 수 없었다. 선생님께 책과 생각의 세계를 안내받은 아이들은 그 이름도 낯설었던 ‘독자‘가 되고 시를 외우는 사람이 된다. 작가는 머리말에 "사람을 살아가게 하는 힘은 ‘사람‘이다"라고 썼다. 사람에게는 사람이 제일 힘센 동력이다. 아이들에게는 도와 줄 사람이 필요하다. - P180

자기 인생을 알아서 설계할 수 있으려면 그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어야 한다. 학교 안에서, 학교 바깥에서, 일터에서 청소년이 고통받는 건 개인이 아니라 사회의 문제 다. 어떻게 해야 할까? 어린이에 대해 고민할 때보다 마음도 생각도 훨씬 복잡해진다. 운동장에서 노래를 듣던 마음을 떠올리고, 지금 나의 책임을 계속 생각해봐야겠다. 아이들의 이야기를 더 많이 듣고 읽고 싶다. 어쩌면 나는 잊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몸 한구석에 가지고 있는 무언가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 P183

헨리 조지는 일을 하는 것이 "인간의 이성과 자연적 질서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했다. "자연은 노동에게만 부를 안겨준다"면서 만일 세상에 한 사람만 있다면 그 사람은 자기가 일한 것 이상을 얻을 수 없을 거라고 했다. "생산하는 사람이 소유해야 하고, 저축하는 사람이 누려야 한다"는 주장은 그렇게 나왔다. 일로써 자신을 먹여 살리는 건 자연스럽고 떳떳한 일이다. 그는 애초에 자연의 것 인 ‘토지‘를 누군가 소유하고 그로 인한 부를 세습하는 것을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모든 인간이 마땅히 누려야 할 ‘일‘과 ‘부‘에 대한 권리가 불평등하게 분배되는 것은 자연의 법칙에 위배된다는 주장이다.
150여 년 전 헨리 조지는 토지에만 세금을 매겨야 정의를 실현할 수 있다고 보았다. 오늘날 ‘재산과 상속‘에 세금을 매기는 문제와 서로 통하는 게 아닐까 생각해본다. 그의 말대로 "생산자가 자신이 생산한 부를 (생산한 부만을) 가지는 사회"라면 일할 기회도 모두에게 고루 주어질 것이다. 그런 사회가 되어야 ‘일‘이 진정한 의미를 되찾을 것이다. - P189

"경제가 어렵다. 물가는 오르는데 월급은 그대로다. 정규직은 하늘이 내리는 것이다. 회사에도 따돌림이 있다. 인공지능이 일자리를 빼앗는다. 사라지는 직업이 많다. 어떤 직업이 새로 생길지 모른다."
어린이도 청소년도 이런 소식을 듣는다. 이들은 분위기에 민감하고 불안을 일찍 알아차린다. 그래야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노동 경력 25년인 나도 걱정스러운데 초심자들 마음은 더하지 않을까. 이럴 때 ‘자아실현‘ ‘노동의 힘‘ ‘사회인의 의무‘ 같은 판에 박힌 말로 그 불안을 달래 줄 수는 없다. 그보다는 함께 ‘노동‘을 새롭게 정의하고 마음가짐도 다르게 해야 한다. - P193

내가 생각하기에 우리 어린이, 청소년들의 미래에 제일 중요한 노동의 역량은 남과 잘 협력하기가 아닐까 싶다. 좋아하지 않는 사람,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과도 일할 수 있는 사람이 된다면 자신에 대해서도 훨씬 유연해질 것이다. 일에 상처받거나 좌절하는 일도 줄어들 것이다. 구조가 잘못되었다면 당장 해결하지는 못해도 문제의식은 가지는 사람이 되면 좋겠다. - P195

흔히 사랑을 받아본 사람이 사랑할 줄도 안다고 한다. 나는 그 말에 줄곧 의심을 품어왔다. 사랑을 잘하는 사람은, 사랑을 해본 사람 아닐까? 누군가의 팬이었던 적이 있다면 알 것이다. 사랑의 진짜 기쁨은 사랑을 주는 데 있다는 걸. 그 기쁨은 사랑을 받을 기회가 없던 사람도 얼마든지 누릴 수 있다. - P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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