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속적인 화려함 따위는 조금도 개의치 않는 듯 밤이 주변의 모든 색채를 지워 버리는 것은 기묘한 일이다. - P243
나는 ‘사실‘이라는 말을 남발하는 사람이야말로 거짓말쟁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 P260
"가끔 그런 생각이 들어요. 오랜 세월 함께 살아온 사람인데도전혀 알 수가 없다는 생각이요." - P281
"예전에 개를 두 마리 키웠어요. 개들은 모든 게 자기들에게 공평하게 배분되는지 항상 주시했어요. 먹이를 주거나 쓰다듬어주거나 권한을 허락해 줄 때 말예요. 동물들은 정의감이 매우 강하거든요. 내가 잘못을 저지를 때마다, 아니면 부당하게 꾸짖거나 약속을 어길 때마다 나를 바라보던 그 애들의 눈빛이 기억나요. 내가 도대체 왜 신성한 법칙을 어기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그렇게 지독히 슬픈 얼굴로 나를 바라보곤 했죠. 그 애들은 내게 아주 단순하고 기본적인 정의를 가르쳐 주었습니다." 나는 잠시 말을 끊었다가 덧붙였다. "우리에겐 ‘세상을 보는 관점‘이 있지만, 동물들에게는 ‘세상을 느끼는 감각‘이 있답니다. 아시겠어요?" - P281
"모든 면에서 인간보다 더 인간적이었어요. 더 다정하고 현명하고 쾌활했죠…… 사람들은 동물들에게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마치 생명체가 아닌 물건인 양 취급하죠." - P282
나는 별들도 우리를 볼 수 있는지 궁금했다. 만약 그렇다면 그들은 우리를 어떻게 생각할까? 별들은 정말로 우리의 미래를 알까? 그래서 우리를 불쌍히 여길까? 움직임의 자율성이 배제된 채 이렇게 현재에 갇혀 있는 것에 대해서? 하지만 우리의 연약함과 무지에도 불구하고, 그래도 우리가 별보다 유리한 위치에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이 작동하는 건 바로 우리 때문이니까. 이 고통스러운 세상을 행복하고 평화로운 것으로 바꿀 기회역시 우리에게 있다. 별들은 자력으로 스스로를 가두었기에 우리를 도울 수 없다. 그들은 그저 그물을 디자인할 뿐이다. 그들이 우주의 베틀로 날실을 짜면 우리는 거기에다 우리의 씨실을 엮어야한다. 문득 흥미로운 가설이 떠올랐다. 어쩌면 별들은 우리가 개를 보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우리를 바라볼지 모른다. 예를 들어, 우리는 때로 개에게 좋은 게 무엇인지 개보다 더 잘 안다. 그래서 그들이 길을 잃지 않도록 가죽끈으로 묶어 놓기도 하고, 쓸데없이 번식하지 않도록 불임 수술을 시키기도 하며, 아플 때는 치료받게하려고 수의사에게 데려가기도 한다. 하지만 개는 무엇 때문에, 어떤 목적으로,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그저 우리의 결정을 따를 뿐이다. 어쩌면 우리 또한 그런 방식으로 별의 영향력에 굴복해야 할지도 모르지만, 그럴 때도 인간의 감수성을 잃어버려서는 안 된다. - P293
불꽃은 빛의 근원에서 흘러나오고 가장 순수한 밝기에서 만들어진다고, 가장 오래된 전설은 이야기한다. 인간이 태어나려고 하면 먼저 불꽃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우주 공간의 암흑을 뚫고, 그 뒤에는 은하수를 통과하여 날아가다 마지막으로 여기, 지구로 떨어지기 직전에 그 가여운 불꽃은 행성의 궤도에 부딪힌다. 각각의 부딪힘으로 인해 불꽃은 특정한 속성에 물들고, 그렇게 점차 어두워지고 희미해진다. - P301
나는 꽤 오랫동안 ‘잿빛 작가‘가 한 말을 곰곰이 되새겨 보았 다. 그리고 나는 그것이 내 이론 중 하나에 부합된다고 생각했다. 인간의 정신은 우리가 진실을 보는 것을 막기 위해 발달된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우리로 하여금 그 메커니즘을 직시하지 못하게하기 위해서 말이다. 정신은 우리 주변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있는지 우리가 절대 이해하지 못하게 만들어 주는 방어 체계다. 우리 뇌의 용량이 어마어마하다지만, 정신의 주된 임무는 정보를 걸러 내는 것이다. 지식의 무게를 모조리 짊어지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세상의 모든 입자는 고통으로 이루어져 있으므로. - P309
호랑이가 동물원에서 탈출하지 않는 한 신문도, 티브이도 동물 따위에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 P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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