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공통...
아세요?

인수공통이요?
아니요.

동물과 인간 사이에 전염되는 종간 전염인데
보유 숙주한테는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지만
다른 종, 인간에게 전염되면 치명적인 증상을 일으키는 경우가 많아요.

사스, 메르스, 에볼라, 에이즈, 조류 독감, 돼지 독감,
모두 인수공통 감염병이고 바이러스들은 거의 야생동물로부터 오는데…어떤 병들이 더 있는지 알 수 없어요.

판데믹의 간격이 점점 짧아지고 있고
그에 대한 우려와 대비가 계속되어 온 건 아시나요?

인간이 야생동물의 영역을 계속 없애 좁혀가고 침범하면서
그들과의 접점이 늘어난 것이 주된 이유로 꼽혀요. - P59

바이러스는 항상 번성할 기회를 노리고 있고,
개체수가 많은 인간은 좋은 먹잇감인데

계속 계속 바이러스가 넘어올 환경을 만들면서!
이미 다른 동물들 삶의 터전을 다 조져놔서 이렇게 된 건데

야생동물을 다 죽여야 하느니 마느니….
지뢰밭을 걷고 있으면서
우리가 직접 지뢰를 거기에 묻었다는 것조차도 모르는 것 같아요. - P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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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사이 아버지의 영정은 흰 국화에 둘러싸였다. 살아생전 꽃 따위 쳐다보지도 않았던 아버지였다.
아니다. 생각해보니, 가을 녘 아버지 지게에는 다래나 으름 말고도 빨갛게 익은 맹감이 서너가지 꽂혀 있곤 했다. 연자줏빛 들국화 몇송이가 아버지 겨드랑이 부근에서 수줍게 고개를 까닥인 때도 있었다. 먹지도 못할 맹감이나 들국화를 꺾을 때 아버지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뺏속까지 사회주의자인 아버지도 그것들을 보고 있노라면 바위처럼 굳건한 마음 한가닥이 말랑말랑 녹아들어 오래전의 풋사랑 같은 것이 흘러넘쳤을지 모른다는 데 생각이 미치자 아버지 숨이 끊기고 처음으로 핑 눈물이 돌았다.
사회주의자 아닌 아버지를 나는 알지 못한다. 그러니까 나는 아버지를 안다고는 할 수 없는 것이다. 나오려던 눈물이 쏙 들어갔다. - P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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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책감 드는 마음 저도 알아요.

나한테 딱히 잘못한 것도 없는데 미워해도 되나,
그런 생각을 한적 있거든요.

근데 대부분 날 별로 안 좋아하거나 나한테 관심이 없어서 무례하게 굴었던 거니까 저도 굳이 미안해하지 않기로 했어요.

나처럼 괜찮은 사람을 안 좋아하는 게 바보 같은 거고
그런 사람만 손해 보는 거라고 생각하면서 신경 쓰지 않고 있어요. - P88

동물 학대를 하지 않는다는 만족감은 느낄지언정 자기 자신을 학대하는 거라고,

동물만큼 나 자신도 중요하지.
그리고 다른 사람들 기분을 헤아리느라 나를 미워하는 것도 자기학대인 거겠지.

머리로는 그렇게 생각하는데
문득 그런 의문이 올라왔다.
근데
내가 정말 중요한가? - P96

승연이도 나한테 연락을 안 했다.

승연이도 나도 딱히 잘못한 것 같지 않아.

우리는 그냥 너무 다른 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승연이랑 엄마가 사랑스러운데 그렇게 사랑스럽지는 않고,
밉기도 한데 그렇다고 엄청 밉지는 않다.

그냥 그 감정을 그렇게 남겨두기로 했다. - P121

이러니 저러니 해도 나는 우리가 잘 살면 좋겠다.
인류는 가망이 없단 생각을 자주 하지만
오늘은,
어쩌면 잘 살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 P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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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식 양계장]
산란 효율을 높이기 위해 생체 패턴을 조절하려 조명 조절
공간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 좁은 케이지에서 사육

동물 복지농장은 공장식 양계장보다는 낫지만…

[동물복지 인증 농장]
부리 다듬기가 원칙적으로 금지됨
1m²에 성계 9마리 이하의 사육밀도
본능적 욕구를 해소할 수 있도록 깔짚을 깔고 횃대를 설치함

여전히 열악한데다가,
착취라고 생각해서 이것도 소비를 지양하고 있어요.
근데 그것보다도 더 신경쓰이는 게 있는데,
야생 조류들은 원래 닭처럼 알을 많이,
자주 낳지 않는대요.
닭의 조상 격인 적색야계도그렇고요.

그런데 산란계들은 매일 알을 1~2개씩 낳잖아요?

닭이 이렇게 알을 많이 낳게 된 건 가축화의 결과인 거죠!
닭들이 알을 너무 많이 낳아서 말년엔 골다공증이 온대요.
농장에서는 말년까지 살려두지도 않겠지만요!
그런 게 너무 끔찍하게 느껴지는데 먹고 싶단 생각이 자꾸만 들어서 미치겠어요…! - P35

그런데 그거 아세요?

닭의 조상은
적색야계고,

돼지의 조상은
멧돼지래요. - P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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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내가 아는 K는 그런 사람들과는 거리가 멀었다. 함부로 주먹을 휘두르는 타입도 아니고, 누군가의 진심을 비아냥거리는 경솔한 성격도 아니며, 오래 알고 지내는 동안 성소수자를 향한 혐오나 비하 발언을 한 적도 없으니까. 하지만 K가 나의 모든 것을 아는 게 아니듯 나 역시 K의 모든 것을 아는 게 아니었고, 나는 K에게 면전에서 존재를 부정당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과 앞에서는 받아들여지더라도 결국에는 관계가 끊어질 수도 있다는 염려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무해해 보이는 상대일지라도 그건 어디까지나 내 머릿속의 생각일 뿐, 상대가 기대와는 전혀 다른 반응을 내보일 수도 있었다. - P280

나는 내가 엄마 앞에서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어젯밤의 폭음은 죽음과는 전혀 상관이 없었는데, 사실 그건 죽음보다는 삶에 가까운 것이고, 내 정체성에 대해 말하는 건 기필코 나답게 살아 보겠다는 삶의 의지와 다름없는 것인데……… 어째서 엄마를 마주하자 그런 말이 튀어나온 건지, 어째서 내가 나를 때리면서까지 울어야만 했는지 나는 알 수가 없었다. - P288

나는 잠든 사람은 깨울 수 있어도 잠든 척하는 사람을 깨울 수는 없다는 어느 오래된 격언을 새삼스레 떠올렸고, 내가 과연 엄마를 깨울 준비가 되어 있는지, 그 일이 얼마나 오래 걸리든 끝내 포기하지 않을 각오가 되어 있는지 스스로에게 물었다. - P294

나는 책장 한쪽에 엄마의 몫으로 남겨 둔 책을 비스듬히 꽂아 두었다. 그리고 한동안 그 자리에서 꿈쩍도 안 할 게 분명한 그 책을 보면서, 보이기를 간절히 원하면서도 동시에 보이지 않기를 절실히 바라는 듯한 모습으로 놓여 있는 그 책을 눈에 담고 또 담으면서, 내가 쓴 책이 지금의 나와 무척이나 닮은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건 정말이지 나 같았다. - P294

행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택시 안에서 나는 갑작스레 밀려드는 공허함에 살짝 울적해져서는 자문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째서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걸까. 누가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누가 대답을 강요하는 것도 아닌데, 어째서 나는 끊임없이 누군가에게 나는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임을 증명해 보이려는 걸까. - P2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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