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서 가장 큰 문제는 인간이 스스로 만들어낸 고뇌입니다. 아무리 교묘한 형이상학도 자기를 사랑한 여자의 마음을 짓밟는 남자를 정당화시킬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해명할 수만 있으면 어떤 실수도 용납될 수 있다고 믿는 그 자만심을 나는 증오합니다. 자기가 저지른 죄악을 말하면서도 실은 자기 자신의 문제에만 골몰해 있고, 자신을 이야기하는 의도 속에는 남의 동정을 살 수 있으리라는 흑심을 숨기고 있으며, 파멸의 한복판에 태연히 서 있으면서도 뉘우치기는 커녕 제 자신을 이리저리 따지려 드는 그 허영심을 나는 증오합니다. 자신의 무력함을 남의 탓으로 돌리려 들고, 죄악은 주변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자신 속에 있다는 것을 모르는 그 의지박약한 태도를 나는 증오합니다. - P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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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이름을 전달한다. 어머니는 울부짖음을 전달한다. - P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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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일상의 경험으로 늘 겪고 있으면서도 아직까지 인간에게 불가사의한 신비. 우리 마음을 전혀 위로해주지도 않고 치유해주지도 않으면서 틀림없이 다가오는 종말. 평소에는 무관심의 대상이지만 그러나 어느 순간이 오면 공포의 대상인 것. - P114

사람은 이해관계를 떠났을 때 이렇게 공정해지는 것이리라. 누구도 제 마음의 이해득실을 남에게 맡겨서는 안 된다. 마음만이 마음의 입장을 변호할 수 있고, 마음만이 마음의 상처를 다스려줄 수 있다. 모든 중개자는 심판자가 된다. 중개자는 분석하고, 타협하고, 냉담함을 이해한다. 그 냉담함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불가피하다는 점을 인정해준다. 냉담함을 변호해주기까지 하니까, 결국은 냉담함이 정당한 것으로 여겨지는 데에는 당사자도 놀랄 일인 것이다. - P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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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매력이여, 어느 누가 그대를 그려낼 수 있으랴! 자연이 우리를 위해 점지해준 짝을 찾아냈다는 확신, 삶에 생기를 불어넣어줄 뿐만 아니라 삶의 신비를 밝혀주는 광명, 아주 하찮은 것이라 할지라도 무시하거나 저버리지 않고 가치를 부여하는 어떤 미지의 손길, 감미롭기 때문에 오히려 세세한 것들은 모두 추억 속에서 사라지게 만들고 그러면서 우리의 영혼 속에 행복의 기다란 흔적만을 남기는 저 유수같은 시간, 때로는 지극히 평범한 감동에 까닭도 없이 섞여드는 미칠 듯한 즐거움, 눈앞에 있으면 기쁨이고 눈앞에 없으면 희망인 그 무엇, 온갖 세속적인 걱정으로부터의 해방감,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온갖 것들에 대한 우월감, 이 세상 어느 누구도 우리가 지금 놓여 있는 경지에 이를 수 없으리라는 자신감, 단 하나의 생각조차 미리 헤아려주고 단 하나의 감정조차 서로 주고받는 상호 이해. 사랑의 매력이여,
설령 그대를 몸소 겪어본 사람이라 한들 어느 누가 감히 그대를 그려낼 수 있으랴! - P58

사랑하는 두 마음 사이에 비밀이 생기고, 그래서 두 사람 가운데 어느 한쪽이 상대에게 생각을 속이거나 감추게 되면, 당장에 사랑의 매력은 깨지고 행복은 무너져버린다. 격한 분노나 부정한 행실조차 서로의 이해와 노력으로 되돌이킬 수 있다. 그러나 감정을 숨기고 비밀을 감추는 짓은 사랑을 해치는 독소를 사랑 속에 스며들게 함으로써 사랑을 변질시키고 시들게 만든다. - P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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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은 당장에 먹구름 속으로 사라지고, 수많은 번개가 창백한 백합처럼 흐드러지게 피어나, 다섯 사람의 얼굴에 각각 다른 표정으로 떠오른 느낌을 비웃고 있었다. - P97

죽음이라는 건 가까이 다가가 냄새를 맡아보면 정말 놀랍고 두려운 일이지. 하지만 잘못 생각하면 제값 이상으로 과대평가하게 돼. 마치 나그네의 불안한 눈에는, 나무 그늘에 돋아난 잡초도 밤의 어둠속에서는 거인처럼 보일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지. - P204

저는 치릴로로 변장했을 때, 처음에는 부끄러워서 견딜 수가 없었지만, 나중에는 점점 더 치릴로를 닮아가는 제 자신에게 기쁨을 느꼈을 정도입니다. 감정만이 아니라 말투까지도 치릴로를 그대로 닮아가고 있었던 것입니다. 저는 그런 제 자신을 보고 놀라고, 놈들과 가진 대화에 놀라면서,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나는 도대체 누구인가? 우리 인간들은 무엇인가? 우리는 실체인가 가짜인가? 종이로 만든 허구, 하느님의 형상을 모방한 피조물, 죽음의 팬터마임 무대에 등장했을뿐 실재하지 않는 존재, 적의를 가진 마술사가 빨대로 불어대는 비눗방울? - P229

저는 그동안 줄곧 무슨 꿈을 꾸었던 것일까요. 그리고 지금은 또 무슨 꿈을 꾸고 있는 것일까요. 마치 무대의 막을 내리는 끈을 손에 쥐고 있는 것처럼, 심장이 두근거려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고, 설명할 수 없는 강렬한 행복감이 넘쳐흐르는 느낌입니다. 초인간적인 알파벳의 신비로운 작용 속에서, 제가 굴러 떨어진 어둠의 ‘오메가‘가 영원한 빛의 ‘알파‘가 되는 것은 아닐까요? - P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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