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인 장애인은 제도적으로 투표권을 보장받지만 문턱이 있는 기표소와 비장애인 중심의 선거 공보물은 장애인이 정치에 참여하는 것을 어렵게 만듭니다. - P19

사생활은 혼자만의 공간이나 가정에서만 이루어지는 게 아니에요. 사생활의 자유란 자신이 어디서 무엇을 했는지를 다른 이에게 알리지 않을 자유까지 광범위하게 포함해요.


즉 특정 시간이나 공간에서 보내는 생활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스쳐 지나가는 일상 속의 여러 가지 일이나 경험을 다른 이에게 알리지 않을 자유를 갖는 것이 사생활이라는 말이 담고 있는 의미예요. - P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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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는 외롭지만 그렇기 때문에 외롭지 않을걸요. 반대로 그 외롭지 않을 수 있는 능력 때문에 외로워지기도 하고요. - P257

미안해. 정말 미안. 앞으로 안 그럴게.
그러나 열세 살에게 관용이나 이해심은 없었고, 상황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동화나 만화영화와 달리 화해는 쉽지 않았다. 아이들은 무섭다. 손아귀에 누군가가 잡히면 쥐고 흔들고, 편 가르고 내쫓는 일에 순수하게 재미를 느낀다. - P268

……지영아, 자기가 하는 짓, 떠벌리는 말, 그게 다 질투라고 솔직하게 얘기하는 사람은 없어. - P271

나에게는 이렇게 괴로운 일이 다른 사람에게 설명할 때엔 아무 렇지 않게 되겠지. 내가 한 달간 온 신경을 쏟았던 일이, 정체를 궁금해하고 알지도 못하는 얼굴을 향해 저주한 일이, 나의 불행이 아주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 P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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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오래된 건 이토록 이상하구나 생각하면서 동시에 왜 이렇게 압도적일까. 원망도 들었다고 했다. 그런데 그 변화가, 아름다움과 무서움의 차이가 너무 미세해서 마음이 달라진 건지 여전한 건지 알 수 없었다. - P201

사람이 사람을 떠나면서도 몸이 바뀌나. 아마도 그렇겠지. 이 전 몸을 떠나 다른 몸으로 갈아입으면 얼마간은 새로 입은 몸이 낯설고 두렵고 껍데기처럼 느껴지겠지. - P207

세선이 나를 안아주는 건지 밀어내는 건지 의심했다. 따지고 싶으면서도 뭘 따지고 싶은지 알 수 없었다. 그가 나와 가장 가까우면서 가장 멀게 느껴졌다. 그게 가능한 관계도 있는 것이다. 모든 관계가 전부 그럴지도 모르겠다. - P224

나는 대체로 유쾌한 사람들을 좋아하네. 어째서일까? 내가 불유쾌한 사람이어서인가? 나에게 없는 것을 좋아하기 마련인 걸 까? 하고 자조적으로 물으면 세선은 고개를 저었다. 너는 너도 모르게 유쾌한 사람이지. 그러고는 웃었다. 내가 그 말을 정말 믿을 수 있도록. - P234

우리는 우리가 숨고 싶을 때 숨을 수 있고 나타나기를 원할 때 나타날 수 있다. 나는 언제 어디에서든 사랑을 할 수 있다. 참 쉽고, 그 쉬운 것이 이토록 어렵다는 생각이 동시에 들었다. - P248

세선은 언제나 내 마음 한쪽 어딘가에 있었고 그 일부인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알기 어렵고 말하기 어려운 마음. 꺼내서 자세히 보려고 노력하지만 가장 마지막까지 알 수 없고 할 수 없는 마음. - P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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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의 얼굴. 해사하고 웃음기 띤 얼굴. 어쩌면 그 표정을 본 순간 영은은 그가 마음에 들었는지도 몰랐다. 커피 쿠폰에 첫 도장을 꾹 찍는 것처럼, 아무것도 없이 깨끗했던 마음에 뭔가가 남았다. - P163

마음이 엇나가면 이렇게 굳게 되는구나. 영은은 스스로의 모습을 보며 그런 생각을 했다. 살면서 뭔가를 어기거나 어깃장을 놔 본 기억은 거의 없었다. 대체로 착실한 모범생으로 살았다. 그렇게 살았는데 ....당신은 나에게 좀처럼 마음이 없는 게 서운하고, 이십대 후반인데 아직 변변한 직업도 갖지 못한 채 병만 얻은 자신에게 자신은 없고, 그래 이런 사람을 누가 좋아할 리 없지 하는 바닥의 바닥 같은 마음이 되어 털어놓고 말았다. 실은 꾹꾹 참으려고 했는데 동정 섞인 배려라도 받고 싶어져버린 것이다. 주문 한 맥주가 나오자마자 벌컥 들이켜는 영은을 보고 주현이 웃으며 천천히 드세요. 저 못 데려다드려요. 하고 말한 순간. - P166

그렇게 말하고 웃는 주현을 보자 정반대의 마음이 동시에 들었다. 아픈 게 네가 아니라 나라서 다행이라는 마음과 아무런 나쁜 일 없이 말끔한 너를 괴롭히고 싶다는 마음. 좋아하나? 아니면 미워하나? 마음이 혼종이었다. 그러나 다행이라는 쪽이 근본적으로 더 컸다. 영은이 선해서가 아니었다. 자신이 아픈 사람들을 잘 대하지 못하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나쁘지만, 더 나빠지고 싶지 않은 마음에 가까웠다. 귀가 닫히자 마음들이 살아 움직였다. 그 궤도가 보였다. - P173

왜 먼저 마음을 열어 보여주지 않아? 내가 좋다면서 왜 내 쪽으로 더 넘어오지 않아? 그러나 지금 영은은 그렇게 물으면서도 처음으로 당당했다. 목적이 달라졌으니까. 이제 그 물음표들은 상대를 향해 이쪽으로 넘어오라고 거는 갈고리가 아니었다. 자신의 마음을 거둬들이는, 닫히는 쪽의 문고리에 가까웠다. 다른 사람의 세계에 구명을 크게 뚫는 일이, 그래서 내 쪽으로 넘치게 하는 일이 뭐가 그렇게 좋겠어. 거기엔 이미……내 고름 같은 것들이 꽉 차 있는데. - P174

누군가가 자신의 연약한 면을 고백해주는 일은 생각보다 기쁘고, 흥미롭고, 짜릿했다. 나는 이제 너에게 그런 사람이구나.…..
그건 황홀감에 가깝기도 했다. 기쁨에 찬 감정들은 순식간에 고조되고, 차례로 떨어졌다. 그런 말을 들어도 아무것도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것, 우리 사이에 달라질 건 아무것도 없다는 걸 깨달은 순간. 나는 그 말을 잘 몰라요. 그 말 아래의 실체를. 심지어 정말로...... 잘 듣지를 못해요. 당신이 당신의 아픔을 말해도 나는 내 아픔에만 놀라요. 안 들려요? 라고 잘못 들었을 때 심장이 쿵 하고 떨어지던 느낌이 선명했다. - P177

우리는 서로 아플 때 해줄 수 있는 게 없네요.
그런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뭘 줄 수 있는 사람은. - P180

자기 슬픔은 자기가 알아서 하고 갈게요. 수술대 위에 누워 영은은그렇게 생각했다.
나는 나를 지켰어. 최선을 다해 그렇게 믿고 싶었고 그것이 최선이라고도 믿었다. 너라는 총체적인 세계보다 내 오른 귀의 편협한 청력의 세계가 중요해. 아픈 게 지나가고, 그 아픔의 무늬를 지닌 어떤 사람이 되었을 때 다른 아픔의 무늬를 알아보는 일에는 최선을 다하겠지만. 아픔의 한복판에서 발을 구르는 채로 다른 사람 곁에 갈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너무 가까이 가면 머리채를 잡혀 함께 가라앉을 것이고 너무 멀찍이 서서 그의 이름만 반복해 외치는 건 그에게나 나에게나 무력하다, 그렇게. 그러니까 우리, 나중에 만나요. 나중에 못 만날지도 모르지만 나중에 만나요. 영은은 처음으로 결정짓지 않는 관계를 결정지었다. - P181

고통은 절대적인 동시에 상대적이었다. - P187

몇 초가 흐른 뒤 누군가가 그 불안을 애인에게 말해본 적이 있나요? 하고 물었고 은주는 조용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내 불안을 설명하고, 납득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동안 그 모든 말들을 내가 듣잖아요. 그렇게 불안을 구체화하면 견딜 수 없을 것 같았어요.
그렇게 말하는 은주는 약해 보였다. - P189

안도하는 표정. 나는 늘 상대방의 얼굴에서 그런 표정을 찾으면 마음이 놓이곤 했다. 상대를 편안하게 만들었다는 성취감은 내 안의 유능감을 고취시키고 상대방에 대한 호감도를 상승시켰다. 상대가 내 맘에 들든 맘에 들지 않든 그건 별로 중요한 일이 아니었다. 내가 상대의 마음에 드는 일. 그게 중요했다. - P190

머리 위의 조명이 깜빡거렸다. 아주 살짝 조도가 낮아졌던 순간 봤던 은주의 얼굴은 그전까지의 얼굴과 어딘가가 달라 보였다. 신비한 느낌을 주는 건 빛일까. 은주의 얼굴일까. 문득 이 시공간이 낯설고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심으로 애인을 이해하려는 은주가 여기에 있다. 이 도시 어딘가에 있을 은주의 애인은 한쪽 귀가 거의 들리지 않고, 누군가가 자기를 이토록 이해하려고 애쓰는 마음을 지녔다는 걸 까맣게 모르고, 오늘 낮까지는 두 사람의 존재 자체도 몰랐던 내가 그 모든 이야기를 안다. 그 어마어마한 시간이 빛이 깜빡이던 찰나에 응축된 것 같았다. 그 순간이 마법 같았다. - P198

내 앞에 이렇게 있는데 이게 다 껍데기인가. 아주 껍데기는 아니라고 해도 나는 여기엔 없는 오래전의 누군가와 영지의 마음을 나눠 쓰고 있고. 그게 싫으면서도 어쩔 수가 없고. 그렇게 산산이 조각난 마음에 목소리를 입혀 영지에게 들려줄 수는 또 없고.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고 이 오래된 무덤들의 도시에서 보내는 시간이 좋고 해서 그저 조금 울었어요. 영지가 힘들었지, 알아, 하고 제 머리를 조용히 쓰다듬어줬어요. 아무것도 모르면서. - P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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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어른이 되는 비밀

요즘 ‘좋은 어른‘이 되는 것에 대해 자주 생각한다. 나이들수록 좋은 어른이 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실감하게 되니까 친구는 우리가 생각하는 멋진 어른들도 비슷한 고민을 거쳤을 거쳤을 거라고 한다. 그냥 나이든 게 아니라 작년보다 어제보다 부단히 노력했을 거라고, 좋은 어른이 되고 싶다. 내가 사는 세상이 전부인 줄 아는, 나이와 위치를 권력 삼아 염치와 부끄러움을 모르는 어른은 되지 말자고 다짐한다. 그러려면 어제보다 오늘 훨씬 더 노력해야 할 것이다. - P336

특별한 삶 대신 특별한 삶의 태도

"예술가는 특별한 삶을 살지 않는다. 평범한 삶을 특별하게 받아들일 뿐이다." 김태경 님의 인스타그램에서. - P343

불평보단 대안을, 과거보단 미래를

"현재의 유산은 과거의 누군가에겐 최선이었다."
친구 이동진이 해준 말.
왜 이것밖에 안 되냐며 나무라기 전에 누군가에게는 이것이 최선일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자. 내 기준으로 판단하고 단언하지 말자. - P356

1/n만큼의 가슴 아픔과 공감

"각자 1/n만큼의 가슴 아픔을 같이 느끼는것."
- 유퀴즈, 신원호PD 인터뷰-

다른 사람들을 외면하지 않고 계속 함께 속상해하고 가슴 아파하는 것,
각자 1/n만큼의 가슴 아픔을 같이 느껴주는 것,
이 사회의 일원이라면 해야 할 의무다.
tvN 신원호 PD의 이야기. 그래서인가, 신원호 PD님이 만드는 ‘응답하라‘ ‘슬기로운‘ 시리즈 드라마들은 우리의 인생을 보듬고 공감하고 위로한다. - P357

여행의 이유

abstract 이언 스폴터
"아무런 장비없이 선천적으로 지닌 감각만 가지고 어딘가에 있어보는거죠. 그렇게 하면 잡음이 사라지면서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역량을 길러주고 더 좋은 아빠, 남편, 동료가 될 수 있게 해줘요.
잠시 한발짝 물러서서 선명한 시각을 체험하는것.
인간에게 주어진 최고의 재능이에요." - P367

지금 이 순간

"일찍 도착하려고 서둘지 말라. 그곳에 도착하면 무엇을 하려는가. 당신이 도착하는 순간 놀이는 끝난다. 해결해야 할 문제는 하나도 없다. 심각하게 받아들일 연극은 하나도 없다. 심지어 탄생과 죽음이라는 연극조차도"
작가 레너드 제이콥슨의 한마디. - P371

조금 앞선 두려움

두려움이 늘 나보다 조금 앞섰다.
아무리 따라잡으려고 해도 나보다 먼저 가 있었다.
- 송원영 감독님

두려움 없는 사람이 있을까?
두려움 없는 일은 거의 없을 테다. 하지만 두려움을 따라잡고 싶다는 마음 자체가 용기이자 시도처럼 느껴졌던 송원영 감독님과의 대화. - P379

달라야 함을 안다

5년 뒤에 무슨 일을 할지 모르지만,
지금 내가 하는 것과 달라야 함을 안다.
크리스토퍼 니먼의 <오늘이 마감입니다만》 중에서.

조금씩 나태해질 때 나를 불러세우는 문장. - P3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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