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댄 동산 같은 내 영혼
루시 쇼 지음, 김동완 옮김 / 요단출판사 / 2001년 8월
평점 :
절판



[내 영혼의 정원 가꾸기]와는 유사한 듯 하면서도 차이가... 전자가 연구와 묵상을 병행한다면, 이것은 묵상 위주라고 할 수 있을 듯... 루시 쇼의 글은 애니 딜라드의 글과도 많이 비슷한 것 같다. 전자가 '정원'에 국한되었다면, 이것은 야생의 '자연'을 이야기한다. 이 두 권은 서로 짝이 되는 책이라 여겨진다. 서로를 보완하는...

'분재'에 대한 생각... 저자는 기다림의 미덕과 관련하여 분재를 '주인의 취향에 따라 디자인되고 다듬어지는 살아 있는 예술품'(147p)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이 부분에 대해서는 동의하기 어렵다. 한동안 분재를 희한하다는 생각을 하며 보았던 적이 있다. 적어도 분재가 어떤 방식으로 만들어지는지를 알기 전까지는! 그것은 사실상 살아있는 식물에 대한 '폭력'이다! 자연에 대해 이처럼 깊이 있는 이해를 보이는 저자가 분재에 대해 호의적이라는 사실은 믿기 어렵다. 정상적으로 자라야 할 나무에 철사를 감고 '난쟁이'로 만드는 것이 분재라면 그것을 '예술품'이라고 부를 수 없다.

기다림 항목에서는 '시(詩)'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내용을 발견했다. 이전에 문학에 대한 몇 권의 책들(그 중에 하나는 제임스 사이어의 [어떻게 천천히 읽을 것인가]였다)을 보면서, 영어로 된 시를 분석한 것을 보고 매우 놀랐던 적이 있다. 일반적으로 '시'란 어떤 '내적인 충동'에 의해 한 순간에 쓰게 되는 것이라고 생각했기에, 그러한 정교한 구조와 내용이 분석되어 나온다는 것이 충격적이었다. 그런데 저자가 자신의 경우를 예로 들면서 한 편의 시를 쓰는데 몇 달에서 몇 년이 걸리는 경우도 있다는 이야기를 한 것(133p)을 보았을 때에, 시의 분석이라는 부분이 드디어 이해가 되었다.

정원에 물주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이블린 언더힐의 책에 나오는 이야기로 소개한다. 그런데 나는 이 '정원에 물주기'에 대한 내용을 토마스 그린이 쓴 [샘이 마를 때]라는 책에서 읽은 적이 있다. 토마스 그린은 이 비유가 아빌라의 테레사가 쓴 [천주 자비의 글] 11장에 나와 있다는 것을 지적하면서 소개하고 있다. 이블린 언더힐이 1875년 생이고, 아빌라의 테레사가 1515년 생이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이 내용은 이블린 언더힐이 아빌라의 테레사가 가르친 내용을 인용한 것이 틀림이 없다. 비유 하나를 인용하면서 그 뿌리까지 캘 수는 없는 것이지만... 그것이 때로는 사실을 호도하는 경우가 되기도 한다.

파도에 씻긴 조개 이야기(175p)는 예전에 있었던 그림 같은 일들을 추억하게 만들었다. 가족과 함께 휴가를 가서 파도에 곱게 갈려진 병조각(인위적으로 유리 조각을 갈았다면 그렇게 아름답지 않았으리라!)을 줍던 기억... 장례식에 참석하고 돌아오던 길에 들렸던 바닷가에서 다 닳아서 '별' 모양이 되어버린 소라 조각을 줍던 기억...' 마음을 푸근하게 해주는 글 솜씨라 생각이 든다.

씨앗이 힘을 모아 빛을 향한다는 것과 그것을 다시 바울이 푯대를 향한다는 것을 매치시킨 것 역시 나를 놀라게 한 부분이다.

탄자니아에 가 있는 의사의 편지(191p) 역시 나의 삶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한 감동적인 글이었다.

성장과 노화에 대한 새로운 시각(196p)!

삶의 부분 부분을 영성과 연결시키는 것은 참으로 탁월한 저자의 능력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