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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예술고 음악과 2학년 학생들에게 음악을 묻다 - 음악 영재들이 이야기하는 나의 전공, 나의 인생
세종예술고 음악과 2학년 지음, 허영훈 기획, 박영주 지도 / 대경북스 / 2020년 12월
평점 :
아들이 초3일 때, 여러가지 목적으로 아이와 함께 캐나다 여행(사실은 모험)을 갔었다. 상대방과 소통할 수 없는 나의 영어 실력과 기댈곳 없는 상황에 무모하게 시작한 여행이었다. 우여곡절을 겪으며 나도, 아이도 한뼘 이상 성장할 수 있었던 경험이다.
캐나다에서 있었던 일이다. 쇼핑센터에 갔다가 숙소로 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 단어 몇 개로 묻고 또 물어본 후 탑승한 버스안에서 만난 소년. 부족한 내 이해력으로 혹시나 숙소까지 못갈까봐 아이랑 이야기를 주고 받을 때, 한국말로 나를 안심시켜 준 소년이 있었다.
이야기를 나눠보니 피아니스트가 되고 싶은데 한국에서는 음악실기보다 성적이 더 중요해 자기 성적으로는 대학을 갈 수 없을 것이라고 판단. 스스로 알아보고 혼자 캐나다로 유학 와 있는 15세의 소년이었다. 한국인 가정에서 홈스테이 하면 언어의 장벽을 넘기가 어려울까봐 스스로 이탈리아인 가정에서 홈스테이 하면서 혼자 도시락 싸고, 학교 다니면서 피아노 치고 있다는 아이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너무나 놀라워 벌어진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었다. 어린나이에 자신의 꿈을 정하고 그 꿈을 위해 상식을 초월하는 용기로 도전하고 하나씩 그 꿈을 이뤄나가는 모습에 어른인 나 자신이 몹시 부끄러웠었다. 아이도 형의 말을 듣고 생각하는 것이 많았는지 자기 가방에 들어있던 한국 간식을 몽땅 꺼내서 형에게 주는 아량을 보여주었다. (욕심 많은 아이가 자기 것을 모두 내놓았다는 건 엄청난 행동이다.^^)
나는 그 아이가 분명히 훌륭한 피아니스트가 될 거라고 믿고 지금도 귀국 연주회가 있을까 가끔씩 공연 소식을 찾아본다. 그 아이가 연주회 할 때 꼭 가기 위해서~~
이 책은 세종예술고 음악과 2학년 17명과 함께 진행된 프로젝트 내용을 책으로 펴낸 것이다. 10가지 지정 주제와 2가지 자유 주제에 대해 아이들이 자신의 생각을 표현한 것을 그대로 실었다. 음악을 전공으로 선택한 고2 학생들에게 음악에 대해 묻고, 음악과 진로설계라는 주제로 급격하게 변하는 세상에서 어떻게 자신의 음악을 삶에서 실현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과 대답을 담고 있다.
가장 먼저 이런 질문을 받고 자신의 신념과 계획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 아이들은 참 행운아라는 생각이 들었다. 공부에 치여서 진정 자신이 누구인지, 자신이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깊이 생각하지 못한 채, 떠밀리듯이 살아가야 하는 현실에서 프로젝트를 통해 깊이 자신과 대화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는 것은 인생을 살아가는데 큰 힘이 되는 시간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고2 아이들이 이렇게 깊게 생각하고, 자신의 미래를 명확하게 그리고 있다는 점에 놀라웠다. 때로는 아이다운 단순함과 솔직함이, 때로는 사회를 향한 날카로운 분석이 엿보여서 기특하고 흐뭇한 미소가 떠올랐다. 반면에 모든 아이들이 비숫한 미래를 그리는 것을 보면서 사고의 폭을 넓힌다는 것이 참 어려운 일이고, 현실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안타깝기도 했다.
한해를 마무리하는 이 시점에, 자신의 꿈을 위해 젊음을, 열정을 불태우는 17인의 음악가를 만난것이 참 뜻깊은 시간이다. 나도 내 꿈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고 꿈꾸는 사람이 넘치는 사회가 되길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