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 웨이스트가 뭐예요? 미래를 여는 키워드 6
장성익 지음, 이진아 그림 / 풀빛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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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단 자격으로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요즘 분리수거를 나름 열심히 하는 편인데, 분리수거함에 쌓이는 플라스틱 통들을 볼 때마다 마음이 참 편치 않다. 배달 음식을 한번만 시켜먹어도 플라스틱통이 어찌나 많이 나오는지 분리수거를 하고 와도 금방 산처럼 쌓인다. 그리고 1회용 플라스틱 통의 퀄리티가 한번 쓰고 버리기엔 너무 아까울 정도라 버릴 때마다 더 죄책감이 든다. (그렇다고 계속 나오는데 여러번 쓰기도 애매함. 가끔 몇 번 활용하고 버리기도 함.)


환경문제가 심각하기에 참 많이 들어 이젠 익숙해진 단어, [제로 웨이스트]. 쓰레기 제로- 단어의 의미는 알지만, 그래서 어떻게 하자는 거지? 뭘 해야 되지? 사실 자세히는 모르고 있었다. 그래서 이참에 분리수거 -음쓰, 일쓰- 구분도 확실히 하고 제로 웨이스트의 의미도 확실히 공부해보고 싶어서 이 책을 읽게 됐다. 환경관련책 <제로 웨이스트가 뭐예요?> (풀빛)


그냥 책 제목만 보고 이벤트에 신청해서 몰랐는데, 책을 받고 보니 어린이 도서였다. 그래서 글씨도 크고 그림이 함께 이해를 돕고 있어서 내용이 더욱 전달이 잘 되는 것 같다. 솔직히 어린이 책이라지만, 내용이 매우 충실하고 '제로 웨이스트'의 의미와 개념을 이해하는데 부족함이 없어서 좀 놀랐다. 문장과 표현만 단순할 뿐이지 어른이 봐도 전혀 상관 없을 정도. 제로 웨이스트에 대한 모든 것을 이해하기 쉽게 완벽히 알려준다.


환경과생명 연구소 소장인 장성익 저자는, 환경 관련 잡지와 출판사에서 편집자를, 강연 출판 기획, 환경 컨설팅 등 다양한 일을 하고 있으며 오랫동안 환경을 비롯한 주제로 글쓰고 책 만드는 일을 해왔다고 한다. 그리고 인간과 자연, 현세대와 미래 세대가 사이좋게 어깨동무하는 녹색 세상을 꿈꾸고 있다고.


저자는 작가의 말에서 우리 각자가 '불편한 진실'을 똑바로 볼 필요가 있다고 촉구한다. '나의 일상생활, 크게는 인류 문명이 어마어마한 쓰레기 더미 위에서 유지'되고 있다는 분명한 사실을 똑바로 직시하라고 말이다.

쓰레기가 당장 내 눈 앞에 없다고 해서, 없는 것이 아니니까. 쓰레기를 줄이려고 노력하는 '제로 웨이스트'는 이제 우리 지구인들에게 선택이 아닌 필수이다. 이대로 계속해서 늘어난다면 지구가 쓰레기에 잠식될지도 모를 일이라고.


제일 충격적으로 와 닿았던 내용은, 선진국들이 가난한 나라들에 쓰레기를 수출하고 있다는 부분이다. 몇 달 전인가 넷플릭스 한 다큐에서도 봤었고 알고 있는 내용이었지만 그 '쓰레기 수출국'에 우리 나라 역시 포함된다는 내용이 너무 충격적이다.

그 다큐에서는 더 이상 수용하지 못할 정도의 너무나 많은 옷들을 아프리카 한 마을로 보내서 그 마을 바닷가에는 거대한 옷의 쓰레기가 문자 그대로 산을 이루고 있었다. 우리가 좋은 마음으로 '누군가 잘 입겠지' 하면서 수거함에 내놓은 옷들은 누군가 잘 입는게 아닌 어느 가난한 나라 바닷가에 쓰레기로 고스란히 쌓여왔던 거다.


저자는 개인들보다 주범인 기업이 먼저 나서야겠지만, 개개인의 노력이 모이면 기업과 정부를 노력하게 움직일 수 있다고 강조한다. 개개인의 '플라스틱 어택'을 예로 들면서 플라스틱 생산을 줄일 수 있게끔 기업에 요구하는 목소리를 내야한다고 말하고 있다.

'코펜힐'이라는 별명으로 유명한 덴마크의 유명한 쓰레기 처리 시설 '아마게르 바케 소각장' 또한 우리가 배워야할 점으로 소개하고 있다. 쓰레기를 태워 전기, 열에너지를 생산하는 발전소이자 여가 문화시설도 겸하고 있다고. 또한 브라질의 정책, 독일의 판트 제도 등 선진국들의 사례를 이해하기 쉽게 소개하면서 환경 선진국이 진정한 선진국임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제품을 버리지 않고 내가 직접 수리해서 쓸 수 있는 '수리권', 버려진 핸드폰, 노트북 같은데서 금속 자원을 뽑아내 재활용하는 '도시광산' 등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에 대해서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준다.


서울 마포구에 '알맹상점'이란 곳이 있다고 한다. 말 그대로 용기를 직접 들고 가서 알맹이만 담아 구매하는 가게라서 알맹 상점인가 보다. 이런 가게가 있는 줄 이 책을 보고 처음 알았다. 이런 곳에서 구매하면 플라스틱 용기를 사거나 버릴 때 드는 죄책감을 한결 줄일 수 있을 것 같다. 이런  제로 웨이스트 가게들이 전국에 많아지면 더욱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일상 생활에서 어떻게 노력할 수 있는지,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지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어서 제로 웨이스트의 기본에 대해 알고싶다면 추천하고 싶다. 그리고 이 책으로 공부하고 배우면 쓰레기를 잘 버리는 현명한 어른으로 성장하지 않을까. 부모가 자녀와 함께 같이 읽는걸 추천하고 싶고, 더 나아가 생활에서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자녀와 함께 한다면 더욱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풀빛 출판사는 이번 기회에 처음 들어봤는데, [미래를 여는 키워드] 라는 주제로 시리즈를 내고 있나보다. 탄소중립, 메타버스, 모빌리티, 공유경제 등.. 어른에게도 다소 어려울 주제를 어린이들에게 이해하기 쉽게 소개하는 시리즈인 듯. 이해하기 어려운 개념은 어린이 책으로 먼저 쉽게 다가가보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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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리케어
진보라 지음 / 은행나무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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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위적으로 나의 과거의 안 좋은 기억들을 삭제할 수 있다면 나는 과연 삭제할 것인가. 우리가 행복한 사건만 기억한다고 해서, 과연 행복할 수 있을까? 그것이 과연 진정한 행복일지 생각해보게 되는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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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리케어
진보라 지음 / 은행나무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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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주도권이 타인에게 넘어간 세상]

은행나무 출판사에서 8월에 출간된 신간, 진보라 작가의 장편소설 <메모리 케어>


이 소설은 새로운 글로벌 한국 작가를 발굴하는 장편소설 공모인 제1회 'New Korean Voice Prize' 수상작으로 예스24 크레마 클럽에서 출간 전 선연재된 작품이다.


저자인 진보라 작가는 대학에서 행정학을 전공하고 도시계획직 공무원으로 일하다가 이 작품이 공모에 수상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다고 밝힌다.



[기억 관리 시스템 '메모리 케어'로 사람들의 기억이 관리되는 세상]


나의 기억의 주도권이 타인에게 넘어간 세상에서 과연 우리는 살아갈 수 있을까?


분쟁과 갈등에서 벗어나 안정적인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서 미래에 사람들이 도입한 기억 관리 시스템인 '메모리 케어'. 이 소설은 그런 디스토피아를 그린다.


긍정적인 기억만 보존하고 트라우마가 될만한 기억들은 모두 인위적으로 제거해서 사회의 불안정과 불행을 없애는 시스템.


그 시스템에 의해 정해진 가장 중요한 규칙은 바로 '고인이 된 가족들의 기억은 모두 삭제해야 된다는 것'.


처음에는 사회의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 '왜 고인에 대한 기억을 삭제해야만 하지? 모든 가족의 죽음이 반드시 트라우마와 불행이 되는 것은 아닐 텐데.' 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런데 결국 사랑하는 가족의 죽음은 어떤 형태로든 상실감을 줄 것이고, 고통과 슬픔, 그리고 부정적인 기억에 더해 '정서적인 약함'을 유발하기 때문이라는 이유에 수긍이 갔다.


책을 읽으면서 가족의 죽음과 고인에 대한 기억에 더해 특정 사건들에 대한 '기억'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되었다.


우리가 행복한 사건만 기억한다고 해서, 과연 행복할 수 있을까? 그것이 과연 진정한 행복일까. 인위적으로 나의 과거 안 좋은 기억들을 삭제할 수 있다면 나는 과연 삭제할 것인가.


그런데 문제는 과거의 암울하고 불행했던 기억이 삭제되었다는 사실을 본인이 인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걸 아는 상태에서도 과연 행복할까?


더구나 그것이 나의 자의적인 선택이 아니라, 법 제도에 의한 인위적인 규칙에 의해서라면.



주인공 '봄이' 역시 이런 의문을 품는다. 할아버지에 대한 기억을 반드시 꼭 삭제해야만 할까? 꼭 그래야만 행복한 것일까?


"나는 할아버지가 이 세상에 존재했었다는 사실을 잊고 싶지 않다."


주인공은 가장 중요한 규칙인 고인에 대한 기억 삭제라는 규칙에 점점 의문을 품게 되고 결국 시스템의 통제에서 벗어나려 한다.


표면적으로 보기에는 긍정적이고 좋아 보이는 시스템도 그 이면에는 또 다른 비밀과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는 사실.


그 사실을 깨닫게 된 주인공은 시스템을 만든 도시의 주도권을 가진 자들과 치열하게 대립하게 된다.


인간의 기억과 행복에 대해 그리고 부정적인 기억은 반드시 나쁜 것인가 하는 질문을 해볼 수 있었던 좋은 소설이었다.



*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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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있는 요일 (양장) 소설Y
박소영 지음 / 창비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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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 청소년문학 에서 나온 9월 신간 장편소설 '네가 있는 요일'이다.



사실 이 소설의 가제본 책을 신청할 때만 해도 청소년 소설인지는 몰랐다. (상관은 없지만) 그냥 이 소설의 소개에 홀렸던 것 같다.



책을 그렇게 가려서 읽지는 않지만, 소설은 스릴러나 공포 장르, SF 장르를 주로 읽는 편이다.



평소 전혀 읽지 않던 '로맨스'라는 단어를 보고도 책 신청을 하게끔 나를 홀린 이 소설의 설정은 바로 - '인간 7부제'



이 소설의 배경은 하나의 신체를 여러 사람이 공유하는 미래, 바로 '인간7부제'가 시행되고 있는 미래이다.



식량난과 환경 문제 등으로 인해 더 이상 많은 인간을 수용할 수 없게 되자, 사람들은 몸을 공유하는 방법을 고안한다.



일곱 명씩 '보디메이트'라는 그룹을 만들어 하나의 신체를 공유하는데 일주일 중 단 하루만 몸을 사용할 수 있다.



각자 몸을 사용하는 요일이 정해져 있고 화요일에 몸을 쓰는 사람들은 '화인', 수요일을 사는 사람은 '수인' 등



다른 사람이 몸을 쓰는 나머지 6일간은 가상 현실 공간인 '낙원'에서 생활한다.



그러니까 평소에는 뇌의 상태로만 존재하며 세계를 가상으로 느끼다가 일주일 중 하루만 실재하는 오프라인에서 생활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모든 사람들이 '뇌'의 상태로만 존재하지는 않는다. '환경부담금'을 지불할 수 있는 재력가들은 자기 몸을 가지고 일주일 내내 자유롭게 살아간다.



참, 현재와 다를게 없는 미래이지 싶다. 돈이 없는 사람들은 신체가 없이 뇌로만 존재하는 미래라... 지금 현재를 살아가는 나로서는 끔찍하다는 생각이 든다.



처음에는 이 소설의 제목을 그냥 <<네가 있는 요일>> 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제목을 자세히 보니 '네가 있는' 다음에 언더바가 쳐져 있다. <<네가 있는 _요일>>



그러니까 네가 있는 요일이 무슨 요일인지 빠져 있다. 왜 요일이 없을까. 네가 무슨 요일에 있든지 따라가겠다는 뜻일까?



SF적인 설정에만 빠져 있느라 이 소설이 로맨스라는 사실을 망각하고 있었는데, 로맨스임을 염두에 두고 제목을 다시 떠올려봤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몸을 같이 쓰는 '보디메이트'여선 안 된다. 평생 만날 수도 볼 수도 없을 테니까. 나와 같은 '요일'을 쓰는 사람이여야 만날 수 있다.



주인공 '현울림'은 보디메이트 '강지나'와 웬수같은 사이이다. 화인인 강지나는 수인인 현울림에게 항상 '거지같은' 상태로 신체를 넘겨준다.



지금 현실에서도 인복은 정말 중요하고 어디에서든 사람을 잘 만나야 하는데, 현울림은 '보디메이트' 복이 지지리도 없는 것 같았다.



룰을 지키지 않는 보디메이트는 벌점을 때리고, 강지나 같은 사람은 그룹에서 영구 제명시키는 룰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진지한 고민을 해봤다. ㅎ



가상 세계에서 뇌만 살아간다는 설정은 예전부터 영화고 소설 등에서 많이 봐왔지만, 몸을 여러 명이 공유한다는 설정은 새롭게 느껴졌다.



박소영 작가의 소설은 이 책을 통해 처음 접해보게 되었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물론 소재도 한몫하지만, 마치 웹툰이나 영상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는데 이유가 있었다.



이미 6개국에 수출됐고, CJ에서 영상화가 확정되었다고 한다.



박소영 작가는 웹소설 <<인생 2회차를 샀다>> 를 쓴 경력이 있고, 2016년에 대한민국 창작소설 공모대전에서 창작스토리상을 받았다.


2020년 <<스노볼>>로 창비 영어덜트 장르문학상 대상을 수상했고 <<스노볼 2>>도 펴냈다.



뛰어난 상상력과 스토리텔링에 굉장히 강점을 가진 작가분이 아닌가 싶다.



*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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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에 관하여
정보라 지음 / 다산책방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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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렸을 때 몸이 좀 약했다. 어린애인데 뭣 때문인지 항상 머리가 아팠고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꼭 코피가 났다. 늘 기운이 없었고 체력도 약했다. 학교 체력장 점수는 거의 꼴찌였고, 성적표 '체력발달상황'(이런 비슷한 제목이었지 싶다.)은 가, 나, 다 중 늘 '다'였다.



고등학교 때까지도 이런 저질 체력은 그대로였고 거기에 지병 몇 가지가 더 추가됐다. 한의원에 갔더니 맥박이 노인 같다고 했다. 나는 튼튼하고 건강한 사람의 에너지를 이해할 수 없었다.



베프였던 윤경이는 건강 체질을 타고난 것 같았다. 몇 시간 동안 걸어 다녀도 지칠 줄 몰랐고 기운이 넘쳤다. 한참 쌩쌩하고 건강할 청소년기이니 당연했다.



윤경이랑 쇼핑이라도 할라치면, 나는 보조를 맞출 수 없었다. 백화점 한 바퀴를 돌려면 몇 번이나 쉬었다 가야 해서 우리는 몇 번이나 벤치에 앉았다가 다시 걷곤 했다.



한 번 더 쉬었다 가자고 했을 때 윤경이가 "또 쉬어?" 하고 놀라면서 나를 쳐다봤다. 그때 윤경이 표정은 그 후 오래도록 잊히지 않았다.



윤경이의 표정은 진심으로 나를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어떤 TV 프로그램에서 '노인의 몸을 체험'한 사람의 이야기를 본 적이 있다. 노인 전용 용품을 만드는 사업체를 운영하는 사람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노인의 몸 상태와 비슷하게 만들기 위해 자기 몸에 여러 개의 무거운 추를 달고 인위적으로 목과 허리도 굽게 만든 후 얼마간 일상생활을 하는 것이다. 실험이 끝나고 그 사람은 놀랄 만큼 힘들고 고통스러웠다고 결과를 말했던 기억이 난다.



어릴 때 '노인 몸 체험 실험' 같은 상상을 한 적이 있었다. '고통이 공유된다면 어떨까' 하는 상상. 내가 다리가 아플 때 그 통증의 수치를 입으로 설명하는 게 아닌 타인이 그대로 직접 느낀다면 어떨까 하는 상상.



그럼 윤경이처럼 튼튼한 애들도 내 다리가 얼마나 아픈지 이해할 텐데.. 절대 엄살이 심해서 쉬는 게 아니라는걸. 내 몸의 고통을 타인이 수치로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 이런 상상들. 마치 노인의 신체적 고통을 젊은이가 체험하듯이..



정보라 작가의 신작 장편소설 <고통에 관하여>. 이 소설을 읽는 동안 잊고 있었던 내 어린 시절 고통에 대한 상상들.. 그리고 잊었던 윤경이의 표정이 다시 떠올랐다.


이 소설의 배경은 한국의 미래 어느 때이다.



부작용도 없는 완벽한 '진통제'가 개발되어 더 이상 고통을 느끼지 않아도 되는 어느 미래.


이성과의 결혼만큼 동성과의 결혼도 일상적인 일이 된 어느 미래. 체세포로 정자나 난자를 만들어서 임신하는 것도 일상인 어느 미래.



완벽한 진통제가 존재하는 세상. 얼마나 행복할까. 부작용도 없으니 매달 독한 진통제를 먹으면서 마음 졸이지 않아도 된다. 너무 부럽고 나도 살고 싶은 미래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런 완벽한 진통제가 개발되기까지의 과정에는 끔찍한 희생이 존재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문제점은 '세상에서 고통이 사라지자, 인간은 다시 고통을 갈망하기 시작했다.' 고통을 인위적으로 없앨 수 있게 되니, 오히려 그 고통을 원하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교단'이 그런 단체였다.



'교단'은 고통의 숭고함을 말한 '데카르트'와 '도스토옙스키'의 주장을 근거로 교리를 만들었다.


-고통이 없는 삶은 자신의 영혼을 자각하지 못함.


-고통을 겪지 않는 인간은 신의 구원을 갈구하지 않음.


-고통이 없는 상태는 죄악보다 더 무서운 타락.



결론적으로 통증의 신체적 감각뿐 아니라 고통에 수반되는 두려움, 절망, 모멸감, 자괴감, 분노 등의 정서적 반응, 이것이 영혼의 존재를 증명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고통은 곧 영혼이자, 인간의 정수이기에 고통을 거부하는 것은 곧 신과 구원에 대한 모독이라고 간주한 그들은 인위적으로 없는 고통을 만들기에 이른다.



그러한 '교단'의 중심인물인 '태'의 테러로 인해 완벽한 진통제를 개발한 제약회사의 오너 부부가 죽는 사건이 벌어진다. 교단의 눈에는 진통제를 만들어서 구원에 이르게 하는 고통을 없애는 그들이야말로 악의 무리였기 때문이다.



'륜'과 '순' 형사, 피해자인 제약회사 부부의 딸 '경', 제약회사의 운영을 맡고 있는 '현', 범죄자 '태', 그리고 정신과 의사. 이들이 함께 제약회사의 본사가 있던 곳으로 사건 조사차 떠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사람의 삶은 모두 다르고, 고통의 경험도, 고통에 대한 대응도 각각 달랐다. 자신의 고통은 자신만의 것이었다. 비일상적인 삶의 경험과 강렬한 고통의 기억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타인과 즉각적인 유대감을 맺기는 불가능했다. 고통과 고통의 탐색은 오히려 경을 타인으로부터 고립시켰다." (본문 중에서.)


제약회사 부부의 딸인 '경'은 이야기의 초반부터 등장한다. 경은 테러를 일으켜 자신의 부모를 죽게 한 '태'에게 어떤 행위를 하는데, 이 행위를 하는 의미가 나는 이해되지 않았다. 그런데 소설의 끝부분에 '경'의 행동에 대한 설명이 나온다. 바로 위의 문장이다. (스포가 되는 부분은 생략)



설명 부분을 읽고 그제야 나는 '경'이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이해'가 갔다. 물론 '몸'이 아닌 '머리'로 이해가 갔다. 아마 작가가 나를 붙잡고 경의 행위의 이유를 밤새워 설명해 준다 해도 나는 끝끝내 경의 행동의 100 프로를 이해할 수는 없을 것이다.



'자신의 고통은 자신만의 것' 이기에.



나에게 10인 고통도 건강한 윤경이에게는 3 정도로 느껴진다. '태'와 '경' 모두 어린 시절 끔찍한 경험을 하고 견디기 힘든 고통을 겪은 것은 같다. 그러나 태를 '탐색'했던 경은 태에게서 유대감을 느끼지 못했다. '경의 고통은 경 자신만의 것'이니까.



나와 윤경이는 서로를 이해하지 못했다. 가뿐한 몸 상태를 가져본 적 없는 나는 늘 쌩쌩한 윤경이를 이해할 수 없었다. 윤경이는 노인의 몸을 가져본 적이 없으니 맥박이 노인 같은 나를 이해할 수 없었을 것이다.



머리로는 이해할 수 있다. 이해하려고 노력할 수도 있다. '얼마나 힘들까, 얼마나 아플까. 많이 고통스럽겠지..' 하지만 몸으로는 절대 이해하지 못한다. 그 고통을 '체험'해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소설을 다 읽고 나서 책을 덮고 가만히 생각해 보았다. 경, 현, 태, 효, 한, 륜, 순, 홍, 욱, 민, 안, 엽... 12명의 등장인물들 중에 나는 몇 명의 삶을, 그들의 고통을 이해한다고 느꼈을까.



극단적이고 비일상적인 경험을 한 경, 태, 등에 비하면 비교적 일상적이고 평범한 삶을 산다고 느낀 인물에게조차 감히 이해했다고는 말하지 못할 것 같았다.



철학적인 소재에 빠져들어 스토리 진행을 따라가다 보면 끝에 다다랐을 땐 급작스럽게 뒤통수를 맞으며 결말을 맞이하게 된다. '저주 토끼'의 괴이한 단편들을 쓴 작가의 책이라는 걸 잊었던 것 같다. 사실 이 리뷰 글을 쓸 때까지 이 책의 분류가 SF 소설로 돼있는지 모르고 읽었다.



진중한 주제, 그리고 다소 기묘한 이야기, 미래 소재 등이 마음에 든다면 추천해 주고 싶다. 진지한 주제와 가볍지 않은 스토리에 마음이 무겁다가 살짝 반전을 준 결말에 가벼운 마음으로 독서를 마칠 수 있었던 소설이었다.


-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서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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