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메모리케어
진보라 지음 / 은행나무 / 2023년 8월
평점 :
[기억의 주도권이 타인에게 넘어간 세상]
은행나무 출판사에서 8월에 출간된 신간, 진보라 작가의 장편소설 <메모리 케어>
이 소설은 새로운 글로벌 한국 작가를 발굴하는 장편소설 공모인 제1회 'New Korean Voice Prize' 수상작으로 예스24 크레마 클럽에서 출간 전 선연재된 작품이다.
저자인 진보라 작가는 대학에서 행정학을 전공하고 도시계획직 공무원으로 일하다가 이 작품이 공모에 수상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다고 밝힌다.
[기억 관리 시스템 '메모리 케어'로 사람들의 기억이 관리되는 세상]
나의 기억의 주도권이 타인에게 넘어간 세상에서 과연 우리는 살아갈 수 있을까?
분쟁과 갈등에서 벗어나 안정적인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서 미래에 사람들이 도입한 기억 관리 시스템인 '메모리 케어'. 이 소설은 그런 디스토피아를 그린다.
긍정적인 기억만 보존하고 트라우마가 될만한 기억들은 모두 인위적으로 제거해서 사회의 불안정과 불행을 없애는 시스템.
그 시스템에 의해 정해진 가장 중요한 규칙은 바로 '고인이 된 가족들의 기억은 모두 삭제해야 된다는 것'.
처음에는 사회의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 '왜 고인에 대한 기억을 삭제해야만 하지? 모든 가족의 죽음이 반드시 트라우마와 불행이 되는 것은 아닐 텐데.' 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런데 결국 사랑하는 가족의 죽음은 어떤 형태로든 상실감을 줄 것이고, 고통과 슬픔, 그리고 부정적인 기억에 더해 '정서적인 약함'을 유발하기 때문이라는 이유에 수긍이 갔다.
책을 읽으면서 가족의 죽음과 고인에 대한 기억에 더해 특정 사건들에 대한 '기억'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되었다.
우리가 행복한 사건만 기억한다고 해서, 과연 행복할 수 있을까? 그것이 과연 진정한 행복일까. 인위적으로 나의 과거 안 좋은 기억들을 삭제할 수 있다면 나는 과연 삭제할 것인가.
그런데 문제는 과거의 암울하고 불행했던 기억이 삭제되었다는 사실을 본인이 인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걸 아는 상태에서도 과연 행복할까?
더구나 그것이 나의 자의적인 선택이 아니라, 법 제도에 의한 인위적인 규칙에 의해서라면.
주인공 '봄이' 역시 이런 의문을 품는다. 할아버지에 대한 기억을 반드시 꼭 삭제해야만 할까? 꼭 그래야만 행복한 것일까?
"나는 할아버지가 이 세상에 존재했었다는 사실을 잊고 싶지 않다."
주인공은 가장 중요한 규칙인 고인에 대한 기억 삭제라는 규칙에 점점 의문을 품게 되고 결국 시스템의 통제에서 벗어나려 한다.
표면적으로 보기에는 긍정적이고 좋아 보이는 시스템도 그 이면에는 또 다른 비밀과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는 사실.
그 사실을 깨닫게 된 주인공은 시스템을 만든 도시의 주도권을 가진 자들과 치열하게 대립하게 된다.
인간의 기억과 행복에 대해 그리고 부정적인 기억은 반드시 나쁜 것인가 하는 질문을 해볼 수 있었던 좋은 소설이었다.
*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