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하고 호쾌한 여자 축구 - 한 팀이 된 여자들, 피치에 서다
김혼비 지음 / 민음사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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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에게 어떤 운동 하나가 삶의 중심 어딘가에 들어온다는 것은 생각보다 커다란 일이었다. 일상의 시간표가 달라졌고 사는 옷과 신발이 달라졌고 몸의 자세가 달라졌고 마음의 자세가 달라졌고 몸을 대하는 마음의 자세가 달라졌다. (8-9)

하지만 난 고독과 싸운 적이 없었다. 아니, 그렇게 편하고 조용한 애하고 대체 왜 싸우지? (16)

센 말을 확 지를 이유는 충분해 보였지만 내 안에 뿌리 박혀 있는 정치적 올바름에 대한 강박과 내 안에서 아직까지 살아 숨 쉬며 쓸데없는 생을 이어 가고 있는 한국 전통 유교 소녀가 나를 막아섰다. (26)

이 모든 것이 여자들이 그라운드로 진입하는 것을 겹겹이 막으며 철통 수비하고 있다. 축구로 입문하는 과정 자체가 하나의 축구인 것이다. (34)

"나의 킥은 느리고 우아하게 너희들의 ‘코칭’을 넘어가지." 느리고 우아하고 통쾌했던, 잊지 못할 로빙슛! 러빙슛! (60)

우리 팀 축구 경기가 한 권의 책이었다면 두 트리오가 월패스로 공간을 만들어 나가는 장면들마다 책장 한 귀퉁이를 접어 놓았다가 나중에 다시 펴서 보고 또 봤을 것이다. 거기에는 마음 한구석이 벅차오르는 무언가가 있다. (87)

순간, 피치 위를 감싸고 있던 후덥지근한 공기가 긴장으로 팽팽하게 당겨지는 듯하더니 우리 팀 선수들의 눈빛에 무언가 반짝이기 시작하며 대역전의 서막이 열렸다, 같은 건 스포츠 만화 속에서나 일어나는 일이다. 그런 일도 다 체력이 받쳐 줘야 일어날 수 있는 것이다……. (107)

김나래! 잘했어! 김나래! 힘내라! 김나래! 우리 여기 다 있다! (214)

하지만 40~50대 여성 비율이 가장 높은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자녀들이 어느 정도 성장해서 육아에서 자유로워졌기 때문이다. 아마추어 여자 축구팀을 통틀어도 현재 미취학 자녀를 둔 선수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고, (물론 출산 시기에 따라 예외도 있지만) 보통 여기에 30대가 딱 걸린다. 우리 팀만 해도 축구장에 나오는 30대들은 미혼이거나 나처럼 아이가 없는 기혼이다. 나와 동갑내기인 6년 차 미드필더 오주연도 아이를 가지면서 더 이상 나오지 못하게 됐다. (269)

일 나가고 아이 돌보는 시간을 쪼개고 쪼개 어떻게든 일상에 축구를 밀어 넣는 이 여정 자체가 어떻게든 골대 안으로 골을 밀어 넣어야 하는 하나의 축구 경기다. 기울어진 축구장의 세계에서 살아가는 여자들에게 결코 쉽지 않은 여정이라는 걸 잘 알기에 모두들 최대한 모두의 일상에 축구가 들어갈 수 있도록 패스를 몰아주고 공간을 터 주고 리듬을 맞춰 준다. 여기서 우리는 한 팀이다. (2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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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갑니다, 편의점 - 어쩌다 편의점 인간이 된 남자의 생활 밀착 에세이
봉달호 지음 / 시공사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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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흐 정말정말정말 재미있어서 이분이 최근 조선일보에 연재 시작한 코너도 찾아 읽었다.

아직 세 편이 올라왔을 뿐이지만 그중 <편의점 수학선생님>이라는 글이 정말 좋았다.

편의점 이야기라면 이제 지긋지긋하다는 마음이 들 때까지 계속 써주시면 좋겠다.

마지막 회에는 어느 곳에 있는 어느 편의점인지 꼭 알려주셨으면!

덕분에 즐거웠다고 인사하고 싶다.



죽는 날까지 글을 쓰면서도 내가 한때 편의점에서 젊음의 한 시절을 복닥거렸다는 사실에 늘 고마워하고 또 자랑스러워할 것이다. 오늘의 경험은 앞으로 내가 쓰는 모든 글에 잔잔한 밑그림으로 녹아 있을 것이다. (2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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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여성 첫 세계 일주기
나혜석 지음 / 가갸날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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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 보이가 갖다 주는 꽃을 먹고 남은 통조림통에 꽂아놓고, 구매한 음식을 탁자 위에 벌여놓고 부부가 마주앉아 먹을 때, 우리 살림살이는 풍부하였고 재미스러웠다. (36)

구미 만유 1년 8개월 동안의 나의 생활은 이러하였다. 머리를 짧게 자르고, 서양 옷을 입고, 빵이나 차를 먹고, 침대에서 자고, 스케치 박스를 들고 연수소를 다니고(아카데미), 책상에서 프랑스어 단어를 외우고, 때로는 사랑의 꿈도 꾸어보고, 장차 그림 대가가 될 공상도 해보았다. 흥 나면 춤도 추어보고, 시간 있으면 연극장에도 갔다. 이왕 전하와 각국 대신의 연회석상에도 참가해보고, 혁명가도 찾아보고, 여성 참정권론자도 만나보았다. 프랑스 가정의 가족도 되어보았다. 그 기분은 여성이요, 학생이요, 처녀로서였다. 실상 조선 여성으로서는 누리지 못할 경제적으로나 정서적으로 장애되는 일이 하나도 없었다. (87)

구경도 많이 하고 돈도 많이 썼다. 대체 얻은 것이 무엇인가. 아직 비빔밥 같아서 정신을 차릴 수 없다. 이곳에 머무는 동안 이용할 수 있는 대로 최선을 다한 것은 자신에 부끄러움이 없다. (1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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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크아웃 11
최은영 지음, 손은경 그림 / 미메시스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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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고, 괴롭고, 지치고, 부끄러워 때때로 제대로 쓰지 못하는 스스로에 대한 모멸감밖에 느낄 수 없는 일, 그러나 그 시기를 쓰는 일로 극복할 수 있다는 사실에 당신은 마음을 빼앗겼다. 글쓰기로 자기 한계를 인지하면서도 다시 글을 써 그 한계를 조금이나마 넘어갈 수 있다는 행복을 알기 전의 사람으로 당신은 돌아갈 수 없었다. (51)

나는 그런 사람이 되기 싫었어. 읽고 쓰는 것만으로 나는 어느 정도 내 몫을 했다, 하고 부채감 털어 버리고 사는 사람 있잖아. 부정의를 비판하는 것만으로 영영 자신이 정의롭다는 느낌을 얻고 자신이 옳다는 생각만으로 사는 사람들. 편집부 할 때, 나는 어느 정도까지는 그런 사람이었던 것 같아. (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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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 괜찮습니다 - 네거티브 퀸을 위한 대인관계 상담실 자기만의 방
호소카와 텐텐.미즈시마 히로코 지음, 황국영 옮김 / 휴머니스트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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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리의 문제를 다룰 때는 그런 침묵을 ‘파괴적 커뮤니케이션‘이라고 불러요. 한숨이라도 쉬면 ‘기분이 나쁘다‘는 것 정도는 눈치챌 수 있지만 침묵만 하고 있으면 뭐가 뭔지 알 길이 없잖아요. 입을 다무는 건 커뮤니케이션을 포기하는 일이에요. 역할기대를 전달한다는 면에서는 생산성 제로. ‘침묵‘은 괴리를 더 커지게 하는 가장 좋지 않은 커뮤니케이션이에요. (106-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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