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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자와 장자에 기대어 - 최진석의 자전적 철학 이야기
최진석 지음 / 북루덴스 / 2022년 12월
평점 :
2020년 2월의 한 어느 날. 최진석 작가는 제자 2명과 함께 전라남도 신안의 한 섬을 향해 길을 떠났다. 목포까지 가서 배를 타고 들어가야 하는 가깝지 않은 길이다. 어떤 목적이 있어서 떠난 것일까? '노자와 장자에 기대어' 라는 책의 머리말은 이러한 이야기로 시작하고 있었다.
최진석 작가는 몇 년 전까지 서강대 철학과 교수였다. 지금은 따로 재단을 꾸려 다른 일을 하고 계신 것으로 안다. 내가 이 분을 알게 된 건 유튜브 알고리즘의 추천에 의해서였다.
https://youtu.be/xqkdjSR5eIw
나는 누구인가? 자신의 주인으로 산다는 것 - 이 영상은 무려 8년전에 업로드 된 영상이다. (2022년 기준) 46분짜리 강의의 내용이 너무 좋아서, 몇 번이나 돌려보았다. 주위에 여기저기 추천도 많이 해주었다. 내용을 조금이라도 실천하기 위한 노력도 많이 기울여왔다.
콘텐츠가 좋을 때 우리는 관련 영상을 모조리 찾아보게 된다. 나도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최진석 키워드가 들어간 영상을 유튜브에서 모조리 찾아 빠짐없이 보기에 이르렀다. 삶의 중심축을 잃어버리기 쉬운 중년의 고비를 넘는 큰 힘이 되어주었다.
그런 저자의 새 책이 나왔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마음 속 전등이 동시다발적으로 켜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건 꼭 읽어야 한다.
저자가 전라도 깊숙한 곳으로 배를 타고 들어간 건, 스스로를 찾기 위해서였다. 육십갑자를 한바퀴 돈 날, 그 옛날 본인의 태가 묻혔던 곳을 찾아 떠난 것. 신안, 장병도 등 지역이름은 나에게는 무척이나 생소했다. 어린 아이의 태를 암투라고 했다는 사실도 처음 들어보았다. 그리고 저자의 어릴 적 이름이 진석이 아니었다는 사실에서도 잔잔한 놀라움이 밀려왔다.
아버지가 예전에 묻었던 나의 태. 야구에서 점수를 내듯, 운동장을 한바퀴 돌아 60년만에 돌아온 제자리. 나의 물리적 기원을 찾은 건 어찌보면 참된 나를 찾고자 하는 저자의 욕망이 반영된 의식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저자는 목적과 목표가 다르다고 말한다. 목적은 자유, 자존, 사랑, 자비 등의 가치이며 주로 존재와 본질 등과 관련이 있다. 반면 목표는 죽어가는 모든 것들이 삶을 영위하기 위해 갖는 조건이다. (저자의 철학이므로 독자마다 생각이 다를 수는 있겠다.)
살다 보면 주로 목표만 쳐다보며 살게 되기가 쉽다. 연 수입이 얼마나 되고, 집의 위치가 어디인지 등 물질적 수준이 곧 내 자신이 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하지만 이런 것들은 진정한 나라고 보기는 어렵다. 나는 사라지고 우리만 남아있는 빈껍데기 인생이 되지 않나 생각해봐야 한다. 심각한 것은 스스로가 허깨비가 되어가는지도 모르는 사람이 많다는데에 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별똥별이 지는 것을 통해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가졌던 경험, 윤동주의 서시를 통해 별을 노래하는 마음을 알게 된 것 등을 합쳐서 저자는 말한다. 우리 삶의 목적은 스스로 빛나는 별이 되는 것이라고. 빛나는 남의 별을 모방하거나 박수만 치는 삶은 한계가 있다고 말이다. 저자의 삶을 돌아보는 자전적 경험과 노자, 장자 등의 동양 철학을 버무려, 우리가 가져야 할 바람직한 삶의 태도가 무엇인지에 대해 담백하게 말해주고 있는 책이다.
사람됨, 시선, 태도 등에 대한 저자의 담담한 사색의 결과물을 읽노라니 독서의 진도가 잘 나가지 않았다. 하지만, 속도로 읽는 책이 아니다. 한 줄 한 줄, 내 삶을 돌아보며 곱씹어 읽어야 할 책이다.
스스로 빛나는 별이 되기 위하여, 내 삶의 주인으로 사는 것의 중요성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스스로 빛나야 하고, 주인공이 되어야 할까. 이 질문에 대해 스스로 내린 답은 이렇다. 인생은 유한하기 때문에. 딱 한번만 살 수 있기 때문에. 그 시간만큼은 온전한 나로써 존재해야 하고 나답게 살다가 가야 하는 것이다. 궁금한 것이 있고(호기심), 바라는 것이 있어야(욕망) 한다.
나이가 들더라도 항상 어린아이의 마음으로 살았으면 좋겠다. 무언가를 궁금해하고 끊임없이 움직이고 도전하는. 저자의 경험을 통해, 그리고 저자의 주장과 통찰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우고 또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던 책이었다.
원문 : https://blog.naver.com/yanne240/2229651278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