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밑 페스티벌
츠지무라 미즈키 지음, 김선영 옮김 / 문학사상사 / 2012년 8월
평점 :
절판


개인의 관념은, 공동의 관습에 의해 싸그리 사라져버린다. 부정부패는 숨 쉬는 일처럼 당연하다. 얽히고 설킨 관계들이 수면위로 드러날 때, 진짜 이야기는 시작된다. 저 깊은 물밑에선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었던 걸까. 실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던게 아닐까. 그저 고이고, 고여있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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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서비스데이
슈카와 미나토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10년 1월
평점 :
절판


단숨에 읽히는, 슈카와 미나토 식, 힐링 미스터리. 기분이 나빠질 틈도, 여지도 없는 착한 주인공이 줄줄이 나온다. 『창공 괴담』은 나오는 사람들도, 귀신도, 귀엽다고 여겨질 정도. 슈카와 미나토가 꾸준히, 노선을 바꾸지 않고 이런 계열의 소설을 써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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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팡의 소식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4
요코야마 히데오 지음, 한희선 옮김 / 비채 / 2007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살짝 작위적인 냄새를 풍기는 반전이지만, 이야기의 처음부터 끝까지, 빈틈이나 허점은 찾아보기 힘들다. 고민의 흔적이 역력히 보이는 치밀한 구성력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64>를 읽기 전, 도약과도 같은 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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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전설 세피아
슈카와 미나토 지음, 이규원 옮김 / 노블마인 / 2007년 8월
평점 :
절판


 

*** 스포일러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도시전설 세피아>는 <새빨간 사랑>에 이은, 슈카와 미나토의 책 중에선 두 번째로 읽어본 책이다. <새빨간 사랑>을 읽은지는 족히 3년은 되었을 것이다.

 

 

두 번째 책을 읽기까지 왜 이렇게 오래걸렸는지 곰곰히 생각해보았는데 <새빨간 사랑>이 그냥저냥, 실은 별로......에 가까운 편이기도 했고 기억에 남지도 않았던 탓이 클 것이다. 돌이켜보면 딱히 재미가 없었던 것도 아니고, 술술 잘 읽혔던 것 같은데, 읽고 나서는 머릿속이든, 마음속이든 오래 담아두기 힘든, 그런 책이었던 것 같다.

 

 

<도시전설 세피아>를 읽고 나서, 슈카와 미나토의 모든 책을 읽어봐야겠다고 결심하고 책을 찾아보는데, <새빨간 사랑>을 포함해서 <수은충>, <꽃밥>까지 절판 아니면 품절로 확인되었다. 사람 심리가 이상한게, 절판 되었다고 하니까 내용도 잘 생각나지 않는 <새빨간 사랑>도 다시 한 번 읽어보고 판단하고 싶어지고, 못 읽어본 <수은충>, 특히 <꽃밥>은 진짜 읽고 싶어져서, 중고책이라도 뒤져봐야겠다고 또 한 번 결심했다라는......얘기.

 

 

각설하고, <도시전설 세피아>는 정말정말 재미나게 읽은 책이었다. 이걸 읽고 나서, 다른 책도 다 읽어볼까, 생각했으니 말 다한 거지.

 

 

수록 단편 중, 상당수가 제일 좋다고 하는 <어제의 공원>은 나 역시도 제일 좋았다. 아무래도 이런 쪽이 뭉클하니까. 코흘리개 시절 매일 같이 투닥 거리며 노는 친구 사이. 그리고 어느덧 자라, 다정한 아버지가 된 나와 아들 사이. 친밀한 관계에서 오는 간절함과, 안타까움은 감동이 배가 될 수밖에 없다. 아무리 노력하고, 아무리 바꿔보려고 해도, 정해진 운명은 거스를 수 없는 걸까. 그럴 테지. 이미 일어난 일이라면. 이미 받았다면. 오렌지 씨앗 다섯 알, 말이다.

 

 

표제작이라고 보여지는 <올빼미 사내>는 오히려 이 책에서 제일 임펙트가 없었다. 표지 얘기를 안 할 수가 없는게, 솔직히 표지가 맘에 드는 책은 아니다. 사둔지도 꽤 됐는데 이제와서 읽게 된 이유로 표지 탓도 무시할 수 없다. 읽고 싶어지는 표지,라는게 확실히 있다. 수록된 다른 단편들 중에서 하나를 골라 표지를 만들어도, 지금의 표지보다는 훨씬 나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표지 얘기는 이쯤 하고,<올빼미 사내>는 제목처럼 도시의 전설이 되고 싶은 한 남자의 수기느낌이 나는 편지글이다. 대체적으로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많이 떠도는 허무맹랑한 이야기이지만, 전설로 떠도는 그 전설. 사내는 그저 살인마일 뿐인지만, 괴수라는 이름으로 지금까지와는 다른 진짜 전설로 남고 싶어한다. 전설에 골몰. 혹은 환상에 집착하는 사내의 이야기라고 해도 좋겠다. 호오- 호오- 하고 올빼미 우는 소리를 내는 장면이 몇 있는데, 기괴하면서도 좀 우스꽝스럽다. 그러나 실제로 찍찍- 거리며 대답 했다가는 확 잡아먹히니까, 조심해야한다.

 

 

<사자연>은, 두 여자가 죽은 한 남자를 두고 기묘한 경쟁 아닌 경쟁을 하는 이야기. 읽다보면, 둘 다 정상이라고 할 수는 없는데 또 묘하게 그러려니, 하고 보게 된다. 집착의 대상이 이미 죽은 사람이라서, 더 이상하게 보이기도 하지만 거기에 자신의 인생을 다 바치게 되면, 머리가 살짝 도는 것도 이해가 된달까. 갈구하고, 사랑하고 있지만 이미 이 세상에 없다. 그러니 당연히 그 남자에 대한 다른 것, 이를 테면 가족, 또는 유품, 묘지, 같은 것에 더 매달리게 된다. 불행한 삶이라고 어렴풋이 짐작해보지만, 그러는 내내, 그녀들은 행복했을 수도 있다. 일그러진 행복일수록 더 진짜같으니까.

 

<아이스맨>과 <월석>은 둘 다 다른 느낌으로 오싹오싹했던 이야기였다. 결말 즈음에서는 그 느낌이 확 갈리지만.

 

<아이스맨>은 이 책에서 제일 호러 소설답다고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요괴를 놓고 벌이는 진짜 혹은 거짓. 그리고 진짜 요괴. 예측 가능한 진실은, 그렇게 생각하게끔 작가가 의도한게 아닌가 싶다. 여기 나오는 '갓파'처럼 물컹물컹하고, 비린내가 나는 것도 같지만 결국엔 서늘한 그런 단편.

 

 

<월석>은 이미 죽었다고 생각한 사람이 엉뚱한 아파트에서, 전철안을 달리는 '나'를 매일매일 보고 있다는 설정과 함께 시작된다. 닮은 사람이겠거니, 하지만 아니다. 그 사람이 맞다. 내내 미안함을 가지고 있던 그 사람. 그렇게 닮은 사람은 또 있을 수가 없는데, 아침마다 응시하고 있는 것이다. '나'를, 내 얼굴을. 돌아가신 어머니로 바뀌기도 한다. 그 뒤로는 또 어머니와 매일 마주한다. 미안함이 가장 큰 존재가 보이는 것으로 대상이 바뀐 것이다. 가시지않는 죄스러움, 혹은 미안함이 응어리져 그렇게 보인다. 그 사람으로 보인다. 그렇게 보이는 것과, 실은 그렇지 않았다는 것에 어떤 큰 차이가 있을까. 중요한 건, 줄곧 그렇게 생각해왔던 내 마음인 것을. 그리하여 지금의 '나'를 투영하고 있다는 것을. 달에서 떨어져나온 월석을 위해, 아니 '나'를 위해 달리던 어머니,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라멘가게에서 잘 적응하고 있는 회사 후배. 원망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 그래서 '나'는 멍하고, 조금 아프다. 그랬던 마음들에게.

 

다 읽고나서 떠오른 생각인데, 이 책과 츠네카와 코타로의 책들과 비교해가면서 읽는 것도 재밌을 것 같다. 작풍이랄까, 분위기가 비슷한 면면이 은근히 있다. 호에 가까운, 아주 좋아하는 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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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양장)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2년 12월
평점 :
품절


엉킴없이 촘촘하게 꿰어진, 잘 만들어진 이야기. 울다, 웃다. 코끝이 찡해지는 순간이 많았고, 흐뭇하게 웃으며 쉼없이 페이지를 넘기게 하는 힘이 있었다. 놓치고 싶지 않은 장면, 장면이 더해져 뭉클한 감동이 된다. 나미야 잡화점은 기적이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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