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니문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마야 막스 그림,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0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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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요시모토 바나나를 N.P로 만나면서 참 많은 바나나책을 읽어왔다.
바로 얼마전에만 에도 N.P 티티새 암리타를 다시 읽고, 바나나의 문체가 그리운 나머지
허니문을 읽게 됐다. 한 문장으로 이 허니문을 표현하자면
「요시모토 바나나 식의 슬프도록 아름다운 이야기」 정도로 해두면 좋겠다.
다른 책에 비해 도드라지게 훌륭하거나 특이한 점은 느끼지 못하였고
단지 가벼우면서도 무거운 슬픔같은 애증이 글 전체를 누르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내 짧은 예견으로는 작가 본인이 그런 감정을 주욱 끌고가면서 쓴 글이 아닐까 한다.

요시모토 바나나의 작품은 오묘하게 상승과 하강세를 타고있는 것들로 나뉘는데
이 작품은 깊은 하강, 미약한 상승의 느낌이 강한데도 정감이 가고 아름답다.

허니문의 주인공인 히로시와 마나카의 여행은 암리타에 사쿠미의 여행을 연상시켰다.
하지만 분명 다른 성질을 띈 여행이라고 생각한다.
히로시를 누르고 있는 음울한 모든 것들을 마나카는 조금씩 벗기고 싶었을까
하지만 마나카는 그렇게 적극적이고 활기찬 인물은 아닌 것 같다.
그저 흘러가도록 내버려두지만 그 속에서 긍정적인 변화를 꾀하는 인물이다
이야기의 흐름도 그런 마나카를 닮았다.
한편으론 우유부단하고 결단력이 강하지 않는 마나카의 모습은
내 모습을 연상시켜서 마나카가 그렇게 유쾌하지않았고 허니문 자체가 즐겁게 느껴지진 않았다.
하지만 그 일상의 슬픔을 음미하는 것, 그 것을 유지시키며 털고 나아가는 것
그러한 일련의 모든 모습들이 아름답다고 여겼다.

작가는 그런 것들을 여기에 담고싶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물론 이 것도 나 혼자만의 생각이지만 요시모토 바나나는 내키는대로 큰 고뇌없이
글을 적어나가는 사람같다. 그렇지만 그 문체와 그 줄거리들이 사랑스럽고
나는 요시모토 바나나가 너무 좋다.
그래서 허니문의 유쾌하지않은 마나카의 여행도 잘 지켜볼 수 있었다.
선뜻 추천해주기엔 어렵지만 한번쯤 그 불모함을 음미해보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같다.

결혼은 하지않겠다는 요시모토 바나나, 하지만 6년째 동거하고 있는 연하의 남자친구가 있고
그는 자신에게 오랫동안 함께한 두마리의 개 같은 존재라고 말하는 요시모토 바나나의 말이
인상깊었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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