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펭귄의 섬 - 1921년 노벨문학상 수상작
아나톨 프랑스 지음, 김우영 옮김 / 다른우리 / 2008년 10월
평점 :
품절
아무런 욕심없이 평온한 일상을 살던 펭귄들이
늙어서 잘 보이지 않고 잘 들리지 않는, 하지만 따뜻한 마엘 신부의 세례를 받아
천상에서의 회의결과로 사람이 되어, 그들만의 역사를 만들어 간다.
잘 보이지 않고, 잘 들리지 않음으로 사람이 된 펭귄들,
그래서인가 그들은 역사를 만들어 내는 내내 진실을 잘 보지 못하고 잘 듣지 못한다.
전체적으로 재밌게 읽은 책이지만
중후반에서 보단 서반부에서 나에겐 참 많은 생각더미를 던져주었다.
'왜' 라는 질문을 던지며 내가 왜 존재하는지에 대해 한참 생각중이라서 그럴게다.
글이 시작되는 곳에 펭귄의 역사를 조사하던 소설속의 '나'가 펭귄의 예술에 대해 자문을 구하러 간 집에서
봇물처럼 터져나오는 자료에 깔려서 "아, 예술이여!"를 외치며 근근이 빠져 나오는 부분에서부터 나의 관심을
충분히 끌게 된 이 책은,
마엘신부에게 악마가 접근하여 두번의 유혹으로
펭귄들에게 우리에게 있는 모든 나쁜 것들을 뿌리내리게 하는 근원을 만들어준 부분(여물통에 단 돛대와 방향키, 펭귄들에게 입힌 옷).
펭귄들이 힘으로 권력을 잡으면서 형성되는 부분(성서에 카인과 아벨을 떠올리게 하던)이
특히 인상적으로 남아 있다.
끝내 성녀로 추앙받는, 악마의 우연한 선택으로 절세의 미녀가 된 '오르브로즈'와 영웅 크로켄.
그들의 이야기가 전설이 되는 과정도, 참 많은 생각을 가지게 했고
이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작가가 살던 시절에도 여성의 권리는 무참했구나를
이 책을 읽는 내내 다시 한번 실감했다.
사람을 죽고 죽임이 아무렇지 않던 시대부터, 개개인의 특별함을 되찾는 시대까지
펭귄, 그들도 우리처럼 고통당하고, 울고 웃고 그런 삶을 살더라.
시간을 더 들여 다시한번 읽는다면 또다른 느낌으로 다가올 그런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