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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 아웃 - 사람을 구하는 데 진심인 편입니다
오흥권 지음 / 아토포스 / 2021년 9월
평점 :

“그런 의사는 현실에 없어요. ‘무조건 사람을 살려내는, ’차가운 천재‘의 드라마에 존재하는 의사는 현실에 없다. 하얀거탑의 장준혁은 의학 상식에서 벗어나는 의술로 사람을 살리고, 낭만닥터 김사부는 전문의 자격증을 3개나 보유한 사기 캐릭터로 믿을 수 없는 설정, 슬기로운 의사 생활에서는 동료, 선후배, 사제간의 넘쳐나는 사랑.” 이 모든 것들이 드라마가 만들어 낸 허구들입니다. 드라마에 나오는 훈훈한 가족의 모습들이 우리 집의 모습이던가요? 현실의 의사들은 우리가 방문하는 개업의들의 모습이 진정한 의사의 모습입니다. 인간적이기보단 기계적이고, 설명보다는 얼버무리는, 술·담배 하지 마시고, 잘 주무시고, 잘 드시고, 맵고 짠 거 피하시고, 운동하시고, 스트레스받지 마세요. 녹음기에서 흘러나오는 듯한 이런 말들만 계속 들을 뿐이다.

【사람을 구하는 데 진심임 편입니다】 저자는 분당서울대병원 대장암센터 외과 교수이다. 서울대를 졸업하고 외과 전문의를 취득하고, 2013년부터 분당서울대병원에서 환자들을 돌보고 있다. 제17회 한미수필문학상 대상을 받았고, 일상에서 재미있는 글쓰기를 즐기고, 글쓰기야말로 삶을 흡수하고 정리하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자신을 소개한다. 글쓰기에는 진심을 표현한다. 사람이 기계가 아닌 만큼, 100% 자신의 업무에 최선을 다할 수 없고, 생명을 다루는 의사라 할지라도 몸의 상태나 감성의 상태에 따라 몇% 부족함으로 구하지 못하는 생명이 있을 수 있을 것이다. 완벽이나 최선이 아니라, 할 수 있는 만큼의 최대한이 옳지 않을까?
“타임아웃은 여태껏 보지 못한 의료인의 모습을 보여준다. 과로에 시달리다 일의 의미를 고찰하고 때로 자조하는 생활인이자 기술자, 어쩌면 회사원. 자주 안쓰럽고, 가끔은 삐딱하니 유머러스하고, 놀랍게도 불쑥 친근하게 느껴지는, 말 통하는 이웃. 병원이 두렵고 의사가 어려운 이들에게 썩 편한 진실은 아니지만. 그런 의사 선생님과 위스키 한 잔을 앞에 놓고, 병원 생활과 한국 사회와 문학과 인생에 대해 조곤조곤 이야기를 나누는 기분을 주는 책이다. 품격도 있고 내실도 있고 즐겁기까지 한 좋은 대화다.” 장강명(소설가) 추천사를 통해서 보면, 기술자, 회사원 같은 날 것 그대로의 단어들이 나오는데, 이것이야말로 진정 인간적인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꿈꾸고 이상으로 여기는 것을 포장해서, 사실이 달라진다면 백만 번 그렇게 하는 게 옳을 것이다.

『타임아웃』 직업이 외과 전문의인데 글을 잘 쓴다. 일반인 중에 글을 잘 쓰는 정도가 아니라, 직업으로 글을 쓰는 작가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만큼 간결하고 깔끔하다. 책의 편집은 의도한 것인지, 약간은 복고적인 느낌이 든다. 가장 인상 깊게 읽은 곳은 25번째 이야기인 명의이다. “내가 생각하는 진짜 명의는 널리 이름난 의사가 아니라, 일정 수준 이상의 지식을 가진 한가한 의사이다. 내가 여유가 있어야 남을 잘 돌볼 수 있다.” 저자의 이 말에 전적으로 공감하는 바이다. 우리에게 명의라고 불리는 과거의 허준이 우리 시대로 타임워프 하더라도, 4년 동안 지금까지의 의학의 정수를 배운 수련의에게 결코 미치지 못할 것이다. 지금 시대의 의사들은 결코 지식이나, 기술적으로 모자람이 없다. 그런데, 우리는 왜 의사들을 낯설게 생각하고, 불신의 눈으로 보는 것일까? 그것은 바로, 2~3분도 되지 않는 진료시간에, 환자의 이야기에는 관심도 없고, 그저 공학적인 기술로 돈을 버는 것에 시간을 할애하기 때문일 것이다. 의사들에게 시간은, 많은 환자를, 많은 수술을 한다는 것은 결국 많은 돈이다. 여느 직업에서도 마찬가지겠지만,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는 여유를 가진 사람이 진정 명인일 것이다. 오늘 저자의 한 권의 책을 통해 다시 한번, 삶의 자세를 배우게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