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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가메시 서사시 - 인류 최초의 신화 ㅣ 현대지성 클래식 40
앤드류 조지 엮음, 공경희 옮김 / 현대지성 / 2021년 10월
평점 :

「현대지성」 “리더는 리더다”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 등이 왜 선진국이 되고 세계를 영도해 가고 있는가. 해당 국가의 국민 80% 이상이 100년 이상에 걸쳐 독서를 한 나라들이라고 한다. 제국주의 시대 이후에도 저 나라들이 계속 그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시대에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많이 창출해 냈기 때문이다. 페이스북만을 살펴보아도, 대한민국에는 싸이월드, 아이러브스쿨 같은 초창기 SNS가 존재했었다. 무려 페이스북보다 10년을 앞섰는데, 왜 세계에는 통하지 않았을까? 책을 읽고 잘 소장하지 않는 편이지만, 모으는 시리즈가 현대지성 클래식이다. 권수가 크지 않다는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고전문학 위주의 시리즈들은 많은데, 이처럼 귀한 인문학 시리즈를 꾸준히 출간해주는 것에 감사한다. 출판을 통한 이익을 창출이 기업이 목표이지만, 매출보다 독자를 우선하는 40년 동안의 한결같은 모습에 인정할 수밖에 없는 곳이다.
「수메르」 메소포타미아 문명권에 속하는 기원전 4500년~ 1900년경의 고대문명을 일컫는다. 오늘날 세계 지도상에서 찾으려면, 이라크 남부 지역 일대를 찾으면 된다. 어디에서 시작되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문명이라고 일컬어진다. 기원전 3000년에서~2000년경 최고로 융성한 시기를 지냈고, 그 후 아라비아 출신의 셈족 계통인 아모리인에 의해서 점령당하고 고대 바빌로니아가 세워지게 된다. 그러나, 몽골의 원나라가 그러했듯이, 바빌로니아 왕국은 수메르의 신화와 종교 그리고 문화들이 고스란히 남아있게 된다.
「길가메시」 일본의 유명 애니메이션 『페이트』의 길가메시는 반신반인의 마인으로 묘사되며, 인류 최초의 영웅으로 묘사되고 있다. 애니에서는 최종 보스의 포지션을 가지며, 세상의 모든 무기를 가진 보물창고를 가지고 나온다. 마동석 배우가 캐스팅되어 한창 상영 중인 영화 『이터널스』에서 맡은 배역이 길가메시이다. 마블에서는 헤라클레스, 삼손, 베오울프 등 지구상에서 유명했던 많은 영웅의 이름으로 불린 것으로 표현된다. 특징은 팔뚝만큼이나 초인적인 힘이며, 부서질 것 같지 않은 체력과 단단함, 그러면서도 속도와 불멸성을 가지며 마치 군신 아레스처럼 묘사된다. 싸움에 관한 모든 영웅들의 모습을 합쳤다고 보면 될 것이다.
역사상에서 길가메시는 메소포타미아 문명 수메르의 도시국가 중 우르크의 제1왕조를 다스렸다고 전해지는 신화적인 왕이다. 입으로 전해 내려오는 왕의 이야기와 고고학적인 발굴 그리고 왕을 찬양한 『길가메시 서사시』를 통해 지금까지도 살아있는 왕이다. 아버지는 인간이지만, 어머니는 반신이라 반인반신의 혈통이라 불린다고 한다. 길가메시의 이름은 길가(늙은이)와 메시(젊은이)가 합쳐진 것이라고 한다. 반인반신의 왕으로 태어났으나 불멸의 운명은 아닌 뜻이라고 한다. 신적인 힘을 떠나서, 인간적으로도 대단한 완력이나, 지력을 소유했으리라 생각된다. 길가메시는 자신이 가진 영웅적 힘과 비교하면, 정서적으로는 성숙하지 못했다고 한다. 백성을 고되게 하고, 여성들을 탐닉하자, 백성들의 호소를 들은 천신 때문에 개과천선하여 영웅이 된다는 것이다.
『길가메시 서사시』 “길가메시, 폭군에서 지혜자로 우뚝 서다. 인간의 자립과 성장에 관한 원형을 담은 이야기” 책을 소개하는 이 문구가 정말 마음에 든다. 인간은 결코 완벽하게 태어나거나 성장할 수 없고, 온전하게 태어나지 못하지만, 성장을 하면서 점차 인간성을 가지게 된다. 인류 최초의 영웅이며, 신화 같은 존재인 길가메시조차도 인간의 이런 성장을 근원으로 이야기가 전해지는 것이다. 책은 의역이나 설명서가 아닌, 최대한 길가메시 서사시의 원형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챕터를 시작하는 부분에, 간단한 시대적 설명 이외에는 결코 다른 의견을 적지 않는다. 이것은 오로지 온전히 독자들에게 읽고, 상상하는 즐거움을 주는 것이다. 인문학 서적에 저자의 해석이 너무 깊게 적히면, 결국은 저자의 생각에 흘러가고 만다. 그런 점에서 원형을 그래도 살린 이번 편집은 나로서는 무척이나 만족스러운 방식이었다.
고대의 서사시는 시의 형태로 따른다. 그러므로, 장편 소설을 읽는 느낌으로 책을 읽으면 감흥이 제대로 오지 않을 수 있다. 전체적인 서사시를 완성하며 읽기보다, 하나의 사건들에 집중해서 상상하며 읽기를 추천한다. 10라운드 복싱 경기를 보듯이 읽는다면, 편마다 왕과 함께 성장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