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 시대의 지성 이어령과 ‘인터스텔라’ 김지수의 ‘라스트 인터뷰’
김지수 지음, 이어령 / 열림원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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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제부터 자네와 아주 중요한 이야기를 시작하려 하네. 이 모든 것은 내가 죽음과 죽기 살기로 팔씨름을 하며 깨달은 것들이야. 어둠의 팔목을 넘어뜨리고 받은 전리품 같은 것이지.” 2007년 기독교를 믿고 세례를 받으면서 많은 사람을 충격에 빠뜨렸다고 한다. 보통 지성을 추구하는 학자들은 비이성적인 종교를 비판하기 바쁘다. 게다가, 70년대에는 기독교인들과 숱한 논쟁을 벌인 분이다. 목사가 된 딸의 영향도 있지만, 70세 이후 일본에 혼자 거주하면서, 인간의 근원적인 고독에 관한 의문이 신에 대한 이해로 이어졌다고 고백한다.

 

 

「이어령」 (1933년 ~ 88세) 문학평론가, 언론인, 교육자, 정치가로서, 대한민국 제29대 문화부 장관을 지냈다. 서울대 국문과와 서울대학원 국문과를 졸업하고, 단국대에서 박사과정을 받았다. 경기고 교사와 단국대 강사를 거쳐 이화여대 국문과 교수를 역임하였다. 1955년 서울대 재학시절, 당시 문단의 거두였던 김동리, 조향, 이무영을 각각 ‘미몽의 우상’, ‘사기사의 우상’, ‘우매의 우상’이라고 비판했고, 22세인 그의 글은 한국일보 논설 전면에 실리며 화려한 데뷔를 하게 된다. 그 이후로도 황순원, 염상섭, 서정주 등을 신랄하게 비평했다. 우상파괴, 불온논쟁, 명저의 반열에 든 에세이까지, 그의 주장에는 일관성과 이유가 명확했다.

 

 

『흙 속에 저 바람 속에』, 『축소 지향의 일본인』, 『장켐 문명론』 한국, 일본, 중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베스트셀러를 기록하였고, 지금까지도 번역 출간된다고 한다. 이 시대 최고의 지성, 한국에서 가장 돋보이는 창조적 인물로 불리지만, 선천적인 자유분방함과 수많은 논쟁으로 일부에서는 강한 비판을 받기도 한다. 세상에 완벽한 것은 존재하지 않는데, 긍정과 부정이 함께 하기에 진정 인간답다가 나는 생각한다. 칭송만 존재했다면, 오히려 재미없는 할아버지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암 투병 중에도 글쓰기를 멈추지 않는 이어령 교수와의 대담을 저자 김지수가 책으로 엮은 것이다. “죽음이 목전에 와도 글을 쓰겠다”라고 말하는 노교수는 글과 자신이 혼연일체가 된 모습을 보여준다. 문단의 권력자니, 신군부의 장관이니 하는 비판을 보잘 것 아니게 하는 것이 이 모습이라 생각된다. 죽음을 앞두고 두려운 게 무엇이고? 가져야 할 욕심이 무엇일까? 천 가지의 고민이 단 한 가지의 고민을 이길 수 없다고 한다. 만약 노교수가 한 가지의 욕심을 가진다면, 인간의 근원적인 삶에 대한 애착이 아닐까? 이 외에는 모든 것을 내려놓은 인터뷰는 읽는 내내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최고의 지성이라 불리며, 이성으로 비평하고 맞섰던 노교수가 던진 한마디는 ‘아직도 모르는 게 너무 많다.’라는 솔직함이며, 모르는 것만큼 아직도 납득가지 않는 것들이 수천 수백 가지라고 말한다. 육신은 꺼져가지만, 노교수의 지성은 마치 소년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것 같다.

 

 

“죽음을 기다리며 나는 탄생의 신비를 배웠네” 이번 만남이 마지막 인터뷰가 될 것이라고 말하는 노교수의 한마디이다. 책에는 무엇을 추구하거나, 어떠한 것을 남기거나, 심지어 수업이지만 가르치려고 하는 것들이 없다. 그저 저자의 질문에 담담히 생각을 이야기할 뿐이다. 그저 그뿐이다. 책을 읽는 내내 편안했고, 평소 신념과 맞지 않는 몇 가지 이야기에서도 노교수의 입장이 되어보려 해보았다. 왜냐하면, 사람의 신념이나 생각은 불변이 아니라, 언제든지 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위대한 지성의 마지막 수업을 읽은 것은 2021년 올해에 가장 훌륭한 수업이었다.

 

 

“선생님은 라스트 인터뷰라는 형식으로 당신의 지혜를 ‘선물’로 남겨주려 했고, 나는 그의 곁에서 재앙이 아닌 생의 수용으로서 아름답고 불가피한 죽음에 대해 배우고 싶었다. 그렇게 매주 화요일, ‘삶 속의 죽음’ 혹은 ‘죽음 곁에 삶’이라는 커리큘럼의 독특한 과외가 시작되었다. 우리는 사전에 대화의 디테일한 주제를 정해두지 않았고, 그날그날 각자의 머리를 사로잡았던 상념을 꺼내놓았다. 하루 치의 대화는 우연과 필연의 황금분할로 고난, 행복, 사랑, 용서, 꿈, 돈, 종교, 죽음, 과학, 영성 등의 주제를 타고 변화무쌍하게 흘러갔다.“ 「프롤로그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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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 수업 이야기 - 20년 차 한국어 교원이 바라본 외국어로서의 한국어
이창용 지음 / 프시케의숲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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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내용을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한국어를 가르치는 일은 멋지면서도 보람 있는 일이다. 하지만 한국어 교원의 지위는 불안정하고 처우도 좋지 않으며 코로나 상황 속에서 더욱 어려움에 부닥쳐 있기도 하다. 그럼에도 우리는 한국어에 대한 수요가 늘어갈 것이며 한국어 교원의 위상도 제자리를 잡아갈 것으로 기대한다. 이 책을 읽으며 내가 한국어 교실에 들어가 있는 듯 점점 내용에 몰입해가게 되었고, 이런 내용을 진작 알았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 자신이 효용을 절실히 느꼈기에 주저 없이 이 책을 추천한다.” 「황선엽 (서울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을 추천사를 통해 인지하게 되었다. 공교육의 테두리 안에 있는 국어교사들은 분명 안정된 지위를 보장받고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외국인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사람들에겐 어쩜 봉사와 희생만을 요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표음문자」 사람이 말하는 소리를 기호로 나타내는 글자를 말한다. 하나의 문자가 하나의 음소에 상응하는 음소 문자와 음절 문자로 나뉘는데, 음절 문자는 거의 사라지고 없다. 표음문자에서 중요한 부분은 사람의 소리를 정확하고 다양하게 표현해내는가에 있다. 스페인어, 이탈리아어, 터키어, 산스크리트어, 조지아어, 에스페란토, 바스크어, 세르비아어, 크로아티아어, 핀란드어, 라틴어, 영어 등이 표음 성이 높은 언어로 알려져 있다. 일본의 히라가나와 가타가나도 표음문자이다. 고유의 소리만 익히면, 무슨 뜻인지는 모르더라도 읽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중 한글은 낱자가 음운까지 나타내고 있어서, 자질문자로 분류되기도 하는데, 실존하는 언어를 표현하는 것에서 가장 우수하다.

 

 

「영어」 소리를 표현하는 언어 중 가장 우수한 한글이지만, 왜 세계의 공용어는 영어일까? 전 세계 5억의 인구가 원어민이며, 대부분 제2외국어로 영어를 사용한다. 인도유럽어족에서 게르만어파로 앵글어로 발전된 계통이며, 라틴문자로 표기한다. 영어의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초기 500~1200년의 영국은 보잘것없는 나라였고, 중세와 근대를 지나면서 ‘해가 지지 않는 나라’라는 제국주의를 거쳐 오늘날의 위상을 가진 언어가 되었다. 고대에는 스칸디나비아, 중세에는 프랑스어, 현대에는 세계 각지의 언어들로부터 어휘를 흡수하여, 영어의 어휘는 상당히 방대하다. 꾸준히 발전하는 언어이다.

 

 

표현력으로 놓고 보자면 한글이 영어보다 우수하다. 그러나, 한글은 영어의 위상을 결코 넘어설 수 없다. 왜냐하면, 컴퓨터의 문자 인코딩은 ASCII 표를 따르는데, 0과 1의 전기적 신호만으로 표시하는 언어에 한글은 부적합하다. 아스키의 기반이 서구권이고 영어이다 보니, 100년을 넘게 진행되어 온 현재의 컴퓨터 언어를 교체할 수는 없다.

 

 

『한국어 수업 이야기』 책은 한국어보단, 한글 수업이 더 어울려 보인다. 의미와 감정을 전달하기 위해 배우는 언어는 문법이 크게 중요하지 않다. 반면에 글자를 적어야 할 때는 어느 정도의 규칙이 필요하다. 책은 전반적으로 외국인 학생들에게 한글을 가르치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이처럼 영어가 전 세계의 공용어이자, 컴퓨터에서도 공용어인데, 왜 많은 외국인이 한국어를 배우러 올까? 그것은 원인은 문화, 즉 ‘K 문화’라고 일컬어지는 현재의 흐름 때문이다. BTS, 블랙핑크 등 수많은 한류가 동남아, 남미뿐만 아니라 유럽본토를 강타하고 있다.

 

 

비즈니스와 개발의 언어로서 영어는 상당히 훌륭하다. 반면에 문화와 놀이에서는 오히려, 표현력이 더욱 다양한 한국어가 더욱 어울리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언어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이 20%도 되지 않고, 80%는 행동, 예술, 감정 등 다른 것들로 채운다. 영어가 채우지 못하는 문화의 빈자리를 한국어가 채운다는 생각이 든다. 미국의 3대 수출 물품은 무기, 영화, 스포츠이다. 무기를 제하면 두 가지가 문화인 것이다. 우리의 한국어는 세계의 문화를 선도할 수 있는 충분한 여력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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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의 하루
스테파노 타르타로티.크리스티앙 지오베 지음, 김남광 옮김 / 만두게임즈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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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30년쯤 엄청 유행한 책이 있었다. 『 Where's Wally?』, 『월리를 찾아라』 기억하는 사람도 많으리라 생각한다. 1987년 영국의 일러스트레이터가 그린 그림책인데, 책의 각 페이지에서 안경 쓴 애를 찾는 게임 북이다. 한국에는 1990년 대교출판을 통하여 처음 들어왔다고 하는데, 정확히 기억은 나지는 않지만 한창 텔레비전 광고와 각종 예능에서 본 기억이 난다. 동그란 뿔테 안경에 빨간색 방울 모자를 쓰고, 빨간색과 흰색이 섞인 줄무늬 티셔츠에 월리를 찾는 건데, 지금 아이들에게 엄청 재미있을 것이다. 팬데믹 전 2019년까지 오프라인 행사도 했었고, 30년 동안 어느 정도 인기가 있었다고 한다.

 

 

「게임북」 읽는 사람의 선택에 따라 스토리의 전개방식과 결말이 나오게 만든 책을 말한다. 초기에는 장르 소설로 분류돼 성인용도 많이 나왔다고 한다. 1970년~1980년 엄청난 인기를 끌다가 그 뒤로는 학습만화 쪽으로 굳어졌다고 한다. 기술의 발전에 의한 영향이라고 봐야 하는데, 인터넷이 보급되면서 텍스트 어드벤처나, 비주얼 노벨 같은 선택형 게임들이 나오면서 그 자리를 대신했다고 한다.

 

 

「스테파노 타르타로티」 밀라노 만화 학교 출신의 일러스트레이터이다. 어린이용 출판 작업과 일상의 이야기를 풍자형식으로 그린 만화를 오랫동안 그려왔다고 한다. 책에 등장하는 루시의 실제 주인이라고 한다. 「크리스티앙 지오베」 동계 올림픽으로 유명한 토리노 출신으로, 보드게임 전문 작가라고 한다. 2016년 첫 보드게임 출시 이후 6개의 보드게임을 출시하며, 어릴 적 꿈인 보드게임 디자이너를 직업으로 이루었다 하겠다. 처음의 시작은 미약했을지 모르나, 현재는 유럽과 미국의 출판사들과 9개 이상의 게임을 개발 중이라고 한다. 진정 꿈을 현실로 만든 소년 같은 아저씨다.

 

 

 

 

 

『루시의 하루』 실로 30년 만에 접해보는 게임 북이라 하겠다. 스테파노가 실제 키우는 강아지(?)이며, 8개월간 보호소 생활을 하다 입양되었다고 하는데, 정말 좋은 주인을 만나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보호소에 입소한 강아지들은 그 기억들이 남아있어, 항상 다시 버림받는 것을 두려워한다고 한다. 책은 난이도 있는 게임보다는, 스토리 분기점 선택에 따라 다른 결실을 보는 스토리 적 게임 북이다. 숨은그림찾기나, 어려운 게임들은 진행하기도 전에 포기해버리는 경우가 많다. 계산하거나, 퍼즐을 풀거나 이런 건 정말 질색이다.

 

 

세상은 갈수록 복잡해지고, 새로운 기능들은 계속해서 쏟아져 나오고, 우리의 아이들은 배울 것이 너무 많다. 한시도 쉴 틈이 없는 아이들에게, 지능 개발이나, 감성 개발 같은 무언가를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순전히 여유롭게 즐길 수 있는 책이라 마음에 든다. 책은 무슨 선택을 하던, 어떤 길로 가든 실패라는 것이 없다. 굳이 성공하기 위해 애쓰거나, 경쟁할 필요도 없다. 그저 루시의 하루를 즐기면 그만이다.

 

 

텔레비전이 좋지 않다며, 책 읽기를 강요하고 무언가를 얻기만을 바랐다면, 이 책을 통하여 책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이 교훈이나 지식 말고도 재미있을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줬으면 한다. 전에 ‘멍때리기’ 경기를 본 적이 있는데, 요즘 세상에서 아무것도 안 하고 쉬는 것이 가장 어렵다고 한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쉬는 방법을 잃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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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 선샤인 어웨이
M. O. 월시 지음, 송섬별 옮김 / 작가정신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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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을 향해 나아가지만, 서스펜스는 아니고, 내내 사랑을 이야기하지만, 로맨스가 아니며, 극도로 서정적인 동시에 무척이나 배덕하다. 한 소녀는 사랑하는 마음과 죄의식 사이에서 무한히 진동하는 화자에게서, 그 스펙트럼 어디쯤에서 우리는 반드시 우리 자신의 그림자를 발견하게 된다. 소중한 것은 깨어지고 간절한 사랑은 오해를 부르며 기대는 절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중산층 주거지역에서 한 소녀에게 일어난 사건이 이토록 비극적인 까닭은 그것이 그 애를 사랑하는 소년의 눈과 입을 지나 우리에게 닿았기 때문이 아니라,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우리 삶의 유일하게 일관된 특성이 그러한 탓이다. 삶은 절대로 단순해질 수 없다는 것. 근처에 선한 이웃과 사랑이 있는데도 진실이 자꾸만 무참해지는 것은 당연하고도 본디 삶의 원리일 뿐이다. 하지만 그러므로, 삶이 절대 단순하지 않은 덕분에 우리는 이 이야기가 비극으로만 끝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을 이해한다. 함부로 긍정할 수도 철저히 외면할 수도 없는 한 소년의 사랑과 기억이 우리의 그림자를 닮은 것을 우연이라 할 수 업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박서련 (소설가)」

 

 

책을 가장 먼저 볼 때, 후면의 추천사부터 읽는다. 책의 주제와 읽을 방향을 가장 잘 나타내주기 때문이다. 이번 추천사는 몇 번을 읽어도 그 중심을 찾을 수가 없었다. 인문학자라면 좀 더 간결하고, 전달이 쉽게 썼을까? 몇 줄로 압축하려고 하였지만, 추천사 그대로의 느낌이 있기에, 그래도 옮겨 적어본다.

 

 

「영혼 살해」 성폭행은 당사자의 의사에 반하는 성적인 유형의 모든 폭력 행위를 말한다. 남녀를 불문하나, 특히 여성들에게 많이 벌어지고, 정신적 충격이 매우 강해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증상이 빈번하게 나타난다고 한다. 심하게는 정신착란이나 자살에까지 이르게 한다고 한다. 현대에서는 육체적인 살인보다 더 지탄받는 영혼의 살인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많다. 당사자의 의사에 반하는 범죄나 부당한 일은 살아가면서 무척이나 많다. 학교폭력, 왕따, 강도, 심지어는 직장 내 괴롭힘이나, 상사의 폭언 등 그중에서도 성폭력에 대해서만 굉장히 민감하게 반응할까?

 

 

「종족 번식」 동물 중에도 쾌락을 위해 성관계를 종종 가지기는 하지만, 인간만큼 즐기는 동물은 존재하지 않는다. 종족 번식이라는 목적이 없이도, 피임하면서까지 관계를 맺는다. 남자만의 욕구만이 아니며, 여자들도 성관계에 욕구를 느끼는 경우가 많다. 서양에서는 성인이 되기 전에 관계를 맺는 것은 당연할 정도이고, 우리나라도 서양만큼이나 개방적이다. 클럽이나 길거리 주점 또는 스마트폰 앱을 통해서 ‘원나잇’이라는 단어는 나온 지가 20년도 넘었다. 그렇게 인간은 즐기는 동물이다.

 

 

영화 올드보이에서 오달수는 이유도 모른 채 15년간 감금되었다가 풀려난다. 요리사 미도와 친구 노주환의 도움으로 이유를 찾아가는 이야기이다. 이우진이 오달수를 가둔 이유는 단순했다. 오달수가 전학을 가기 전 퍼뜨렸던 소문 때문이었다. 이우진은 친누나를 사랑했다. 오달수의 소문으로 상상임신까지 하게 되고 결국 자살하게 된다.

 

 

2013년 주상욱, 양동근 주연의 영화 응징자 또한 학교폭력과 성폭력이라는 주제의 영화이다. 가해자 창식에게 성폭행당한 소은은 다음날 자살하게 되고, 소년범 및 부유한 집안 덕택으로 아무런 처벌 없이 성년이 된다. 피해자 준석은 트라우마 속에서 가난하게 살아가고, 가해자 창식은 잘나가는 게임회사 중견으로 의사 약혼자까지 두며 부유하게 살아간다. 독립군의 후손들은 가난하게 살아가고, 친일파의 후손들은 왜 부유하게 살아가는 것일까?

 

 

인간은 섹스하는 동물이며, 그 의사에 반하는 행동을 당했을 때는 동물과 다르게 정신적 고통을 받는 동물이다. 누군가는 단순히 즐기는 행위이지만, 또 누군가에게는 삶의 커다란 고통이 되는 일이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타인의 삶에 나의 기준으로 함부로 결코 잣대를 들이 돼서는 안 될 것이다.

 

 

『마이 선샤인 어웨이』 나의 햇살은 다른 곳으로. 학교의 육상부 스타이자 인기녀인 린다의 성폭행 사건으로 이야기가 시작되는 소설이다. 이야기를 풀어가는 화자는 당시 린다를 짝사랑했지만, 4명의 용의 선상에 올라 사이가 멀어지게 된다. 결국, 범인은 잡히지 않은 채 사건은 묻히게 되고, 각자의 삶을 살아간다. 성폭행은 영혼을 살해당할 뿐만 아니라, 신체에 직접적인 PTSD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그런데도, 린다는 자신의 삶을 되찾으려 노력하고, 고통을 이겨내려고 한다. 사건이 일어나기 전의 상태로 돌아가지 못하는 것을 슬퍼하는 것일까? 짝사랑했던 그녀의 용의자가 되고 멀어진 화자의 슬픔일까?

 

 

소설은 시종일관 명확한 경계선이 없다. 끝까지 읽고 나서야, 박서련 소설가의 추천사가 눈에 들어올 수가 있었다. 누군가에게 일어난 사건을 다른 사람이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80억 인구 중에 같은 사람이 한 명도 없듯이, 사람의 삶은 절대 단순하게 설명할 수 없다. 이 소설을 읽는 사람들은 단 한 명도 같은 느낌을 받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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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 해빗 - 재능, IQ, 그릿, 운, 환경에 숨어 있는 천재의 비밀
크레이그 라이트 지음, 이경식 옮김 / 청림출판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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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천재를 연구할수록 분명한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천재성은 아이큐, 재능, 운, 환경과는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천재성을 깨우는 비밀은 따로 있었습니다. 천재라면 모두가 가지고 있던 독특한 ‘습관’입니다.” 「소개 글」 “이 책은 천재들이 쓰고 있는 가면을 적나라하게 벗겨낸다.” 「고흥주, 예일대 로스쿨 교수」 책은 80억 인구 중 최소 10만 명을 천재라고 했을 때, 0.00125% 밖에 존재하지 않는 천재가 어떻게 생성되는지 연구한 책이다. 0.0000125% 로또 1등 당첨확률인 800만분의 1보다 더욱 높은 확률로 천재가 될 수 있다.

 

 

「천재」 는 보편적인 인간보다 압도적으로 강한 정신적 능력을 타고난 사람들을 말한다. 지능만이 아니라도, 감성이나 사회적인 업적이 높을 때도 우리는 천재라고 말한다. 그러므로 지능이 높다고 해서 전부 천재가 되는 것이 아니다. 천재는 시대가 선택하고 만들어 주는 타이틀이다. 「예술가」 인간의 창조적인 활동을 표현하는 사람들을 말한다. “이 세상에서 아무 논란의 여지 없이 순수하게 좋고 선한 것은 여름날 날벼락처럼 찾아오는 개인적 행복과 예술뿐이다.” 흔히들, 예술은 예술가 혼자만의 표현이나 창작물로 오해하기 쉬운데, 예술은 창조자와 관람자가 상호작용이 일어남으로써 예술이 되는 것이다. 베토벤의 음악도, 다빈치의 그림도 관람자가 없다면 예술이 될 수 없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인류 역사상 창조성 분야에서 여전히 1위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챔피언이다. 인류 역사상 최대의 기업가치를 만들고, 21세기의 문화를 바꿔버린 스티브 잡스가 도전장을 내밀었다가 패배하고 말았다. 다빈치의 그림 모나리자는 프랑스에서 30조 정도를 내면 팔 의향이 있다고 할 정도의 값어치를 가진다. 루브르 박물관에서 모나리자를 30초 정도면 보고와도 수천만을 벌고 오는 것이다. 이런 역사상 최고의 천재가 미성년인 남자 제자를 사랑한 퀴어란 것을 알고 있는가? 중세 가톨릭 사회에서 재판까지 회부 되어 영원히 사라질 뻔한 위험도 있었다. 과학, 예술, 문학, 의학, 건축 수십 가지의 직업에서 천재성을 발휘한 그가 단 한 가지는 범인보다 못했다. 퀴어가 틀렸다는 것이 아니라, 사회의 시스템에 적응하지 못했다.

 

 

『히든 해빗』 400페이지 분량의 가볍지 않은 책이라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다. 이런 재미있고, 관심인 주제를 소개 정도만 하고 마무리한 책이 너무 많았다. 우리가 어릴 적 꿈을 적으라 하면 무엇을 적었던가? 과학자, 대통령, 판사처럼 권력이 있거나, 무엇인가를 만들어 내는 창조적인 인물이 되는 것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요즘의 아이들에게 물으면, 과학자, 연예인으로 정치인들을 옳게 보지 않고, 닮지 않으려고 한다. 대중들에게 인기가 있는 연예인이 압도적으로 많다. 조선 시대 연예인이란, 기생집에서 술을 팔며 창을 하던 기녀, 평민의 계급에도 들지 못하던 천출 같은 사람들이었다. 그들의 기예와 창을 즐기면서도, 신분을 차별하며 무시했었다. 오늘날은 유명한 배우, 가수의 영향력이 한나라의 지도자보다 높을 때도 있다.

 

 

얼굴이 예쁘면 얼짱, 몸매가 예쁘면 몸짱이라고 한다. 유튜브나 SNS로 건강미를 뽐내는 사람들의 몸은 남녀를 불문하고 정말 예쁘다. 그런 몸매를 타고 났을까? 몸매를 가꾸기 위해 매일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고, 올바른 식습관으로 노력했을 것이다. 국민 MC 유재석의 공감 능력은 천재적일까? 국민 여동생 아이유의 노래는 어떻게 우리의 감성을 적셨을까? 김연아의 체육적 능력은 천재적인 것일까? 저자의 강연장에서 천재가 되고 싶은 사람은 손을 들라고 했을 때, 4분의 3의 학생이 손을 들었다고 한다.

 

 

처음으로 돌아가서 0.00125%가 천재라면, 99% 이상의 사람들이 하는 습관과 다른 무언가를 가져야 할 것이다. 예술의 시작은 모방이라고 했고, 천재가 되려면 먼저 천재들은 어떤 습관을 지니며 인생을 살았는지를 먼저 알 필요가 있다. 불가능할 것 같은가? 100살을 1살 남겨두고, 그림의 재능을 발견하고 화가로 등단한 할머니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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