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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의 하루
스테파노 타르타로티.크리스티앙 지오베 지음, 김남광 옮김 / 만두게임즈 / 2021년 8월
평점 :
품절

한 30년쯤 엄청 유행한 책이 있었다. 『 Where's Wally?』, 『월리를 찾아라』 기억하는 사람도 많으리라 생각한다. 1987년 영국의 일러스트레이터가 그린 그림책인데, 책의 각 페이지에서 안경 쓴 애를 찾는 게임 북이다. 한국에는 1990년 대교출판을 통하여 처음 들어왔다고 하는데, 정확히 기억은 나지는 않지만 한창 텔레비전 광고와 각종 예능에서 본 기억이 난다. 동그란 뿔테 안경에 빨간색 방울 모자를 쓰고, 빨간색과 흰색이 섞인 줄무늬 티셔츠에 월리를 찾는 건데, 지금 아이들에게 엄청 재미있을 것이다. 팬데믹 전 2019년까지 오프라인 행사도 했었고, 30년 동안 어느 정도 인기가 있었다고 한다.
「게임북」 읽는 사람의 선택에 따라 스토리의 전개방식과 결말이 나오게 만든 책을 말한다. 초기에는 장르 소설로 분류돼 성인용도 많이 나왔다고 한다. 1970년~1980년 엄청난 인기를 끌다가 그 뒤로는 학습만화 쪽으로 굳어졌다고 한다. 기술의 발전에 의한 영향이라고 봐야 하는데, 인터넷이 보급되면서 텍스트 어드벤처나, 비주얼 노벨 같은 선택형 게임들이 나오면서 그 자리를 대신했다고 한다.
「스테파노 타르타로티」 밀라노 만화 학교 출신의 일러스트레이터이다. 어린이용 출판 작업과 일상의 이야기를 풍자형식으로 그린 만화를 오랫동안 그려왔다고 한다. 책에 등장하는 루시의 실제 주인이라고 한다. 「크리스티앙 지오베」 동계 올림픽으로 유명한 토리노 출신으로, 보드게임 전문 작가라고 한다. 2016년 첫 보드게임 출시 이후 6개의 보드게임을 출시하며, 어릴 적 꿈인 보드게임 디자이너를 직업으로 이루었다 하겠다. 처음의 시작은 미약했을지 모르나, 현재는 유럽과 미국의 출판사들과 9개 이상의 게임을 개발 중이라고 한다. 진정 꿈을 현실로 만든 소년 같은 아저씨다.

『루시의 하루』 실로 30년 만에 접해보는 게임 북이라 하겠다. 스테파노가 실제 키우는 강아지(?)이며, 8개월간 보호소 생활을 하다 입양되었다고 하는데, 정말 좋은 주인을 만나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보호소에 입소한 강아지들은 그 기억들이 남아있어, 항상 다시 버림받는 것을 두려워한다고 한다. 책은 난이도 있는 게임보다는, 스토리 분기점 선택에 따라 다른 결실을 보는 스토리 적 게임 북이다. 숨은그림찾기나, 어려운 게임들은 진행하기도 전에 포기해버리는 경우가 많다. 계산하거나, 퍼즐을 풀거나 이런 건 정말 질색이다.
세상은 갈수록 복잡해지고, 새로운 기능들은 계속해서 쏟아져 나오고, 우리의 아이들은 배울 것이 너무 많다. 한시도 쉴 틈이 없는 아이들에게, 지능 개발이나, 감성 개발 같은 무언가를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순전히 여유롭게 즐길 수 있는 책이라 마음에 든다. 책은 무슨 선택을 하던, 어떤 길로 가든 실패라는 것이 없다. 굳이 성공하기 위해 애쓰거나, 경쟁할 필요도 없다. 그저 루시의 하루를 즐기면 그만이다.
텔레비전이 좋지 않다며, 책 읽기를 강요하고 무언가를 얻기만을 바랐다면, 이 책을 통하여 책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이 교훈이나 지식 말고도 재미있을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줬으면 한다. 전에 ‘멍때리기’ 경기를 본 적이 있는데, 요즘 세상에서 아무것도 안 하고 쉬는 것이 가장 어렵다고 한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쉬는 방법을 잃어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