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스터 아이 - A child born with algorithms=Test Ⅰ
김윤 지음 / 팩토리나인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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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그 시절엔 비디오테이프가 흔했다. 신 프로는 1500원, 구 프로는 500원 대여해서 보는 대형비디오 점도 많았다. 어느 날 비디오테이프를 넣었더니, 텔레비전에서 미소녀가 화면 밖으로 나와버렸다. 1989년~1992년까지 「카츠라 마사카즈」가 연재한 『전영소녀』라는 만화이다. 단행본이 발간된 초기부터, 영어·중국어·프랑스어·한국어 등 각국의 번역되며 큰 인기를 끈 연애만화이다. 실연당한 요타(주인공)에게 아이(비디오걸)이 등장하고, 그와 그녀의 일상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신비롭게 그려진 만화이다. 당시 나는 진심 저런 비디오걸 같은 천사가 21세기에 나와주길 간절히 바랐던 것 같다.

 

 

「2002년」 2000년 9월~ 2002년 10월까지 CLAMP가 연재한 『Chobits』의 만화가 있다. 클램프는 성전, X시리즈로 유명한 일본의 여성 만화가 그룹이다. 쵸비츠는 누구나 인간형 컴퓨터를 집사처럼 데리고 다니는 시대에, 길거리 쓰레기더미에 버려진 컴퓨터이다. 치이라는 이름의 여성 컴퓨터는 아기처럼 모든 것을, 재수생 히데키(주인공)를 통해 새롭게 배워나간다. 컴퓨터의 컴자도 모르는 히데키와 인간형 컴퓨터와의 동거동락 로맨스를 그린 귀엽고 유쾌한 만화이다. 컴퓨터의 이름이 치이인 것은, “치이~”라는 말 밖에 할 줄 몰라서였다. 20세기의 『전영소녀』가 드디어 21세기에는 컴퓨터로 나오게 된 역사적인 사건이다.

 

 

「2021년」 팩토리나인 출판사에서 『테스터 아이』가 출간되었다. “아이(Ι)가 실행되었습니다.” 자신의 잘못으로 아이를 잃어버리고 실의에 빠진 주인공 서동성에게 친구가 A.I 프로그램의 테스트 의뢰를 하게 된다. 자신과 아내의 알고리즘을 섞어 데이터를 입력하던 중, 로마숫자를 영문으로 읽고 실수로 입력하게 된다. 자신과 닮은 채 태어난 아이를 잃어버린 아이와 같이 만들기 위해, ‘아이’를 통제하는 모습을 깨닫고 자유권한을 부여하는 스토리이다. 1992년과 2002년을 거쳐 2021년에 다시 나타난 A.I 소녀 이전엔 로맨스였다면, 이번엔 인간다움이다. 과연 이 이야기는 해피엔딩이 될까? 새드엔등이 될까?

 

 

「김윤」 순천향대학교 미디어학부를 졸업하고 여러 장르의 글을 쓰는 작가 지망생이었고, ‘교보문고 스토리크리에이터 3기’를 수료하며 이번 『테스터 아이』를 출간하게 되었다고 한다. 단편, 장편, 웹 소설 등 그의 글에는 상냥함이 묻어있다고 한다. 대문호가 되는 것이 꿈이라고 말하는 작가는, 장르문학의 희망이 되어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오류가 있기에 완전한 인간이다.” 네가 처음 내게 배운 게 ‘너’였는데, 나중엔 내가 너로부터 ‘나’를 배웠다는 걸 깨달았어. 어쩌면 ‘우리’는 그렇게 배우는 건가 봐. 나의 이야기를 너의 세계에서 읽을 때 부디 마음에 들어 하길.

 

 

A.I(인공지능)는 90년대 체스로 인간을 넘어서고, 알파고는 이세돌이라는 바둑기사마저 무너뜨렸다. 20세기 인간 유전자의 비밀을 밝히기 위해 게놈 프로젝트를 진행하였지만, 우리의 근원에 다가설 수 없었다. 21세기 인간이 선택한 것은 ‘뇌과학’과 ‘인공지능’이다. 인공지능을 통하여 우리의 근원을 유추해 내려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인간에게는 세상에는 아직 단 한 번도 ‘완벽한 진실’이 있었던 적이 없었다. 인간은 자신의 근원을 모르기에 늘 불안한 존재였고, 그래서 ‘신’이라는 존재에 모든 것을 의탁했다.

 

 

이번 소설은 이런 인류의 기술적 흐름에서, 인공지능이 인간 근원의 답을 줄 것인지 아니면, 인공지능이 더욱 인간다움을 보이며 인간을 대체할 것인지에 관한 물음일 수도 있다. 인간에게는 동물이나 기계에 없는 영혼이 존재할까? 인공지능이 인간성을 가지면 영혼이 생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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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 3 : 송 과장 편 ㅣ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 3
송희구 지음 / 서삼독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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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운 날 일 없어도 기운 내야 하는 ‘어른’들에게 전해주는 뼈 때리는 위로. 극한의 현실적인 디테일, 페이지마다 웃음과 소름이 교차하는, 그래서 결국 나를 돌아보게 하는, 간만의 깊은 몰입감. 드라마로 탄생한다니 캐릭터가 아닌 진짜 사람이 살아있는 드라마가 탄생할 것 같다. 생각만 해도 기대가 넘친다.” 「배우 류수영」 인기배우의 이야기지만, 사실적인 묘사와 재미는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

 

 

책의 저자는 송희구 과장이다. 그런데 왜 책의 제목의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일까? 그 이유는 이 책이 자서전이나, 자기계발서나, 경제경영 관련이 아니라 웹 소설이기 때문이다. 올해 38살의 작가는 서울의 한 대기업에서 입사 11년 차의 ‘과장’ 직급에 있는 직장인이다.

 

 

새벽 4시 30분에 일어나 소설을 쓰고 이를 개인 블로그와 부동산 카페에 올린다. 30일 만에 블로그 조회 수는 200만, 카페는 1000만을 기록하자, 조선일보 1면을 톱으로 장식한다. 드라마와 웹툰 제작도 확정이라고 한다. 이미 「서삼독」에서 3권의 책이 출간되었다. “이 시대 모든 직장인에게 이 책을 바칩니다. 김 부장 시리즈를 닫으며, 송희구” 이번 송 과장 편을 끝으로 소설은 마무리가 된다. 이제 남은 것은 드라마 제작일 것이다. 서울 대기업 과장이면 연봉 1억 가까이 될 것이다. 꾸준하게 부장으로 진급하고 20년이면 강남에 아파트 한 채는 마련할 것이다. 지방에서 중소기업을 다니는 사람으로선 매우 부러운 일일 것이다. 그런데, 소설까지 대박을 터뜨리니 송 과장은 완전하게 경제적 자유를 성취했다. 무엇이 그를 새벽에 일어나 소설을 쓰게 만든 동기와 동력이 되었던 것일까?

 

 

동양에 행복이라는 말이 들어온 역사는 얼마 되지 않는다. 그런데, 강연이나 자기계발 온통 행복한 삶을 살아야 한다고 말한다. 과연 인생에서 행복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천문학적인 돈을 버는 것일까? 천만 명이 알아보는 유명인사가 되는 것일까? 우리는 행복의 개념부터 알고 있을까? “가난한 사람들만 사는 곳에서는 부자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한다. 왜냐하면, 모두가 가난하기 때문이다.” 행복은 자신의 주관대로 느끼는 절대적인 감정을 말한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타인과의 차별을 통해서 상대적인 행복과 박탈을 느낀다. 행복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프리카 나이지리아에서 의사 생활을 하는 사람과, 미국의 소도시에서 의사 생활을 하는 사람과, 대한민국에서의 의사 생활을 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최상의 전문직인 의사이다. 하지만, 그들의 상대적인 평가 기준은 자신이 속한 나라, 지역에 한해서이지 바다 건너에서 일하는 의사들이 아니다. 서울에서 대기업을 다니면 연봉은 크지만, 서울의 집값은 대한민국에서 최고로 비싸다. 반면에 지방의 중소기업을 다니면 연봉은 적지만, 집값 또한 그 정도에 비례한다. 어느 심리학자의 강연에 따르면, 대한민국에서 금전적으로 불행을 느끼지 않는 최소금액이 5,000만 원이라고 한다. 그 이상의 돈은 행복의 감정이 아닌 욕망이나 욕구의 감정이라고 한다.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 작가의 실제 경험을 토대로 했던, 허구의 구성이던 책은 실제 대기업에서 다니는 직장인이 하는 행동과 이야기로 쓰여있다. 송 과장 편의 핵심은 부동산 대박이다. 어느 나라에서나 부동산 투자로 부를 쌓겠지만, 홍콩과 한국은 유독 치열하다. 10억짜리 아파트가 5년 만에 30억이 되는 곳이 대한민국 서울이다. 대기업에 다니면서 연봉 1억을 꼬박 20년을 모아야 하는 돈을 큰 노력 없이 버는 것이다. 모두가 부동산 투자, 투기로 돈을 벌 때 따라 하지 않으면 잘못 사는 것일까? 국민의 주택을 책임지는 LH 공사직원들의 불법적인 행위는 이미 유명하다.

 

 

이 시대의 직장인이 꿈꾸는 것은 내 집과 경제적 자유다. 그렇지만, 일하면 할수록 갚아야 할 대출금은 줄지 않고, 자동차 대여 기간은 만료되어 재계약해야 한다. 자유를 얻기 위해 일을 하는 것인가, 대출금을 갚기 위해 일을 하는 것인가. 나는 작가의 책을 보면서, 새벽 4시 30에 일어나서 매일 글을 쓰고 올린 것에 주목했다. 이야기의 재능이 있고, 그 재능을 즐기고, 그것을 바탕으로 작가가 원하는 자유에 도달했다고 생각한다. 모든 직장인에게 자문해보길 추천한다.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지가 아니라, ‘왜’해야 하는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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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르시아 마르케스 - 카리브해에서 만난 20세기 최고의 이야기꾼 ㅣ 클래식 클라우드 29
권리 지음 / arte(아르테)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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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클라우드」 아르테 출판사의 시리즈 작품집이다. “우리 시대 대표 작가 100인이 내 인생의 거장을 찾아 떠난다. 책에서 여행으로, 여행에서 책으로, 나의 깊이는 만드는 클래식 수업!” ‘001 세익스피어x황광수’를 시작으로, ‘002 니체x이진우’, ‘029 가르시아 마르케스x권리’가 이번에 출간되었다. 2018년 4월 001이 출간되고 4년의 세월 동안 30권이면, 매년 7~8권이 꾸준하게 출간되는 시리즈이다. 주변 지인들이 이 시리즈를 소장하는 분들이 많은데, 처음 만난 책이지만 기대가 큰 책이다. 장르는 인문학, 문학, 예술에 이르기까지 고전을 모두 다루는 것으로 보인다. 먹기 좋은 떡이 맛있다고, 책의 표지가 굉장히 멋스럽다. 책장에 소장하는 지인들의 심정이 이해가 되는 부분이다.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1927년~2014년(87세), 콜롬비아 출신의 저널리스트이자 작가이며 정치운동가이다. 컬럼비아 국립대학교에서 법률공부를 시작하였지만, 당대의 남미는 혼란의 시기이기에, 학교를 중퇴하고 신문기자로 활동했다고 한다. 1955년 공산당에 입당 적극적으로 정치활동과 칼럼을 쓰며 활동을 펼치지만, 정계 진출에 관하여는 거절하고, 소설과 시사평론가로의 길만 걷는다. 작가의 확고한 신념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쿠바의 「피델 카스트로」와 매우 절친한 사이였다고 하며, 쿠바의 정치·사회 문제에도 많은 관심을 가졌다고 한다. 이 부분에서는 체 게바라가 생각나는 부분이다.

 

 

마르케스는 마술적 사실주의의 거두로 불리는데, 남미의 역사, 신화, 마술, 미신, 민담 등을 소설의 주요 소재로 삼기 때문이라고 한다. 1955년 첫 소설 『낙엽』을 출간하였으며, 그의 이름을 알린 소설은 1961년 『아무도 대령에게 편지 하지 않았다』이다. 1967년 출간한 『백년의 고독』은 1982년에 노벨문학상을 받게 한 작품이 되었다. 『백년의 고독』은 진짜 백 년에 걸친 두 가만의 이야기를 통해 중남미의 역사를 압축적으로 그려낸 수작으로 평을 받는다. 또한, 저널리스트 출신답게 소설에 메시지를 담아내는 것이 특징이며, 문학을 통해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펼치려는 작가의 신념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다.

 

 

『가르시아 마르케스x권리』 클클시리즈의 장점이 다양한 작가들의 개성적인 글을 읽을 수 있다는 점에 있다고 한다. 평소 좋아하는 문체 작가의 시리즈라면 더욱 즐겁게 읽을 수 있다는 것이고, 다른 작가를 통해서는 새로운 느낌을 받을 수 있는 것이 장점이 될 것이다. 권리작가가 기행 평전의 제안을 받은 해가 2015년이라고 한다. 2018년 10년 만에 콜롬비아를 재방문하여, 마르케스의 삶을 따라 여행하고, 이 책을 집필하는 데 3년 동안 500페이지에 달했다고 한다. 한 명의 작가가 다른 작가의 삶에 완전히 동화되어 같은 삶을 산 것 같은 느낌을 준다. 나 또한 많은 취미와 덕질을 하지만, 온전히 이 만큼의 시간 동안 하나에만 집중해 본 적이 있을까?

 

 

문학이나 인문 관련 서적을 읽을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시대적 배경을 이해하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서양 중세의 문학과 철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리스도교’를 알지 못하면, 아무리 문자를 이해했다 하더라도 저자의 생각은 이해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아직 마르케스의 『백년의 고독』을 아직 읽어보지 못했는데, 이번 권리작가와 클클을 통해 함께한 여행에서 많은 배경지식이 생겼다. 거의 1세기에 가까운 삶을 살면서, 마르케스가 민중에게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와 민중들이 어떠한 삶을 살길 바랐는지 무척 궁금해졌다.

 

 

가볍지만 화려한, 그러면서도 재미와 깊이가 있는 이 시리지를 지인들이 사랑하는 이유를 알 것 같다. 002 니체와 014 디킨스의 이야기가 궁금해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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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서 잠시 쉬어가기 - 공간과 빛이 주는 위안
안소현 지음 / (주)안온북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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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소현」 1984년~38세 서울 출신의 서양화가이다. 200년 예원 중학교 미술 졸업, 2003년 서울예술고등학교 미술 졸업, 2010년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멀티미디어 영상과 학부 중퇴가 그녀의 최종 학력 프로필이다. 그리고 그녀가 다시 나타난 시점은 2016년 서른셋의 나이에 ‘GIAF 광화문 국제아트페스티벌 아시아 현대 미술 청년 작가’로 선정되며 본격적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어릴 적부터 그림을 그려온 작가가 13년의 세월이 궁금해졌다. @ssohart

 

 

인터뷰의 내용을 보면 작가의 이름을 다음과 같이 소개한다. ‘편안할 안(晏) 밝을 소(昭)에 밝을 현(炫)’ 밝고 밝은데 심지어 성마저 편안하다는 것이 자신의 모습과 닮았다고 말이다. 작가의 부모님들이 예술가보단 취업을 중요시해 영상 쪽 일을 많이 해왔다고 한다. 특히 사진이나 영상편집의 일은 어머니의 권유가 컸다고 한다.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하는 일과 먹고 사는 일이 대부분 모두 같지는 않은 것이 현실이다. 2017년 드디어 자신이 꿈꾸던 회화의 길을 펼칠 여력과 도전의 시간이 도래한 듯하다. 참으로 부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2017년 『휴식의자』라는 작품은 제목 그대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의자를 그린 것이다. 정말 일상적인 사물이라고밖에 할 수 없는데, 일상을 휴식으로 바꾸는 그녀만의 기술이 있다. 햇빛이다. 그녀의 그림에는 항상 햇빛이 함께 한다. 기자의 질문에 그녀는 햇빛이 사람을 치유한다는 걸 몸소 겪어봤기 때문이라고 답한다. 스물네 살 네팔의 ‘포카라’ 지방으로 배낭여행을 떠난 적이 있다고 한다. 그런데, 거기 날씨가 너무 좋아서, 특히 햇빛이 너무 좋아서, 어떤 카페를 하나 정해놓고 매일 그곳에 가서 햇볕을 쬐며 삼시 세끼를 다 먹고, 멍하니 앉아서 지나가는 사람들 구경하는 일을 한 달 동안 했다고 한다. 그 한 달이 지날 때쯤에 배낭여행 전 가득했던 우울함이 완전히 날아간 경험을 했다고 말한다.

 

 

2017년 『식물원』은 거대한 크기와 함께, 선베드가 주는 안락함과 거대한 선인장이 인상적인 그림이다. 그녀는 이 그림에 인간의 본성이 좋아하는 것들이 많이 들어 있다고 한다. 햇살, 초록, 누울 곳, 그리고 선베드가 두 개여서 말이다. 두 개는 즉 ‘동반자’의 자리를 말하는 것이라고 한다. 이십 대 때 회화를 반대하는 부모님과의 갈등으로 많은 방황을 했다고 한다. 그러다, 지금의 신랑을 만나 경제적인 부분은 신경 쓰지 말고 오로지 하고 싶은 그림만 하라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그렇게 동반자와 여행을 떠나고 돌아와서 다시 캔버스를 든 게 2016년이라고 한다. 안소현의 그림이 세상에 나올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동반자’였다.

 

 

로쉬 아트홀, 갤러리 라이프, 예술의전당 등 국내의 전시뿐만 아니라, 뉴욕 메트로폴리탄에도 그녀의 작품이 전시되었다. 그녀의 책이 나오기 전에 SNS에서 기대 평을 보면서 어떤 화가이기에 사람들이 이토록 열광할까 하는 의문이 들 정도였다. 전시회에서 직접 그림을 보진 못했지만, 책을 통해 그녀의 그림을 접하고, 그녀의 이야기를 접하고 알 수 있었다. ‘따뜻함’과 ‘휴식’이다. 그림의 기법이나 예술적 가치 이런 이론적인 것은 모르겠다. 그렇지만, 그녀의 그림을 보고 있으면 멍하니 쉬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기술과 문명이 발달할수록 인간은 잃어야 하는 것이 있다. 에디슨의 전구가 세상을 밤에도 밝혔을 때, 인간들은 밤에 쉬는 것을 잃어버렸다. 미디어가 발달할수록 인간은 발이 아닌 화면으로 여행을 다니게 된다. 결국, 인간은 쉬지 못하는 기계가 되어버린 것이다. 코로나 이전 매년 한강에서는 ‘멍때리기’ 대회가 있었는데, 그냥 햇볕을 쬐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이 우승하는 대회였다. 그런데 놀랍게도,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사람이 정말 없다는 것이다. 예능에서 유아인은 ‘알렉산더 테크닉’이라는 운동법을 소개하는데, 방송을 보고 있으면 가만히 누워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이 운동을 창시한 배우는 자신의 병이 무의식적으로 잘못 사용하고 있는 ‘몸의 습관’에 있음을 발견하고, 휴식 같은 운동으로 잘못된 무의식의 습관을 고치고 현실의 병도 고친 것이다. ‘휴식’ 제대로 쉬는 방법을 아는 사람이 몇 명이나 있을까? 지금 당신은 제대로 쉬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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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난 척하고 싶을 때 써먹기 좋은 잡학상식 - 1일 1상식 앤드류의 5분 대백과사전 ㅣ 잘난 척하고 싶을 때 써먹기 좋은 잡학상식 1
앤드류 지음 / 경향BP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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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는 뭐라고 불러야 할까?”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은 무엇이라고 불렀나요? 1번 ‘샵’, 2번 ‘해시태그’, 3번 ‘우물 정’ 나는 최소한 70대는 아니었다. ‘샵’으로 읽으면 30대 이상, ‘우물 정’은 70대 이상, 그리고 요즘의 10대 20대는 ‘해시태그’로 읽는다고 한다. 전화 받는 마임을 할 때도 엄지와 새끼손가락을 펼치면 삼촌이고, 손바닥을 가져다 대면 10대라고 한다. 시대는 변해가는 데 우리 뇌는 그대로 머물러 있는 것 같다. 지금 시대에서는 ’#경향비피’라고 읽는 것이 가장 옳을 것이다.

 

 

『잘난 척하고 싶을 때 써먹고 좋은 잡학상식』 제목은 잘난 척이지만, 사실 책은 다음과 같은 일을 할 때 유용하다. ‘딱딱한 회의 시간을 유연하게 하고 싶을 때’, ‘호감 가는 이성과의 대화 중 공백이 생기지 않게’, ‘다양한 주제로 술술 이야기를 이어 나가고 싶을 때’, ‘흥미로운 주제들로 말솜씨 있는 ’인싸‘가 되고 싶을 때’ 유용한 책이다. 저자가 ‘앤드류’라서 외국 사람인 줄 알았더니, 현재 대학에서 강의하는 한국 사람이라고 한다. 하루 5분의 주제를 가지고 유튜브에 각종 지식을 올리고 있다고 한다.

 

 

연구하는 사람은 깊은 지식이 중요하다. 말을 하거나, 글을 쓰는 사람에겐 너무 깊은 지식은 과하게 표현할 우려가 있기에, 오히려 넓고 얕은 지식이 더 쓸모 많을 때가 많다. 칭찬도 반복적으로 들으면 짜증이 난다고 한다. 아무리 전문적이고 훌륭한 지식이라도, 대화를 이어 나가기에는 짧으면서도 다양하고 흥미로운 주제들이 훨씬 유익할 것이다. 이런 대화법은 한국의 소위 잘나가는 소통 전문가들에게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소통의 대가라고 불리는 김창옥 강연자는 부모님의 경험담, 주변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가볍고 다양한 소재들로 스토리를 만들어 낸다.

 

책의 전반적인 느낌은 얼마 전 읽은 베르나르의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과 많이 닮았다. 차이점이라면 ‘상절지백’은 작가의 관심사가 집대성된 것이고, ‘잡학상식’은 은근히 써먹기 좋은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글을 쓸 때는 전자가 낫고, 대화하기에는 후자가 낫다는 것이 두 책을 읽은 나의 견해이다.

 

 

우리 몸은 엄청난 뼈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 뼈의 4/1이나 집중된 곳이 있는 것을 아는가? 일반적인 사람의 뼈는 206개로 구성된다고 한다. 4/1이면 대략 52개의 뼈인데, 한쪽 발에 26개의 뼈가 있으며, 30개 이상의 관절, 수많은 근육, 힘줄, 인대가 자리 잡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두 발의 뼈를 합치면 52개가 된다. 무엇보다 놀란 것은, 가끔 건강 프로그램을 보면 우리 발은 인체의 축소판이라는 내용을 많이 봤었는데, 이런 구조를 직접 확인하니 더욱 신빙성이 간다. 머리가 아플 때 발의 특정 부위를 자극하면, 두통이 사라진다는 것을 한 번 정도는 봤을 것이다. 건강에 관련된 이야기를 하면서, 이 이야기를 곁들인다면 당신의 이야기에 더욱 신빙성이 실리게 될 것이다.

 

 

“남자와 여자 중 누가 더 와인을 많이 마실까?” 여성이 훨씬 많이 마신다고 한다. 여성이 남성보다 후각이 더 발달하여서, 와인의 풍미를 더 잘 느낀다고 한다. 특히 25~35세의 여성들은 후각발달이 정점에 이른다고 한다. 이 말은 즉, 이 연령대의 여성들이 와인 소비를 가장 많이 한다는 말이다. 그럼 750mL 와인 한 병을 만드는 데 얼마만큼의 포도가 들어갈까? 우리가 아는 커다란 포도송이 5개 정도가 필요하다고 한다. 포도나무 한 그루에 대략 30~40송이가 열리므로, 나무 당 6~8병의 와인밖에 나오지 못한다고 한다. 그리고, 와인 제조에는 포도 외에는 그 어떤 첨가물도 넣지 않고, 우리가 먹는 포도와 와인 제조의 포도는 품종이 다르다고 한다. 어떤가? 와인을 마시면서 이 한 가지 이야기만으로도 충분한 공감대와 흥미를 유발하는 대화가 되지 않겠는가?

 

 

책은 10가지 주제에 126가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역사, 전쟁, 성, 연애, 술, 음식, 스포츠, 게임, 영화, 음악, 과학, 기술, 동물, 물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데, 역시 최고 재미있는 것은 성과 연애가 아닐까 싶다. 물론 술과 음식을 통달한다면, 술자리와 식사자리에서 최고의 재담꾼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대화를 잘 하고 싶고, 주도적인 대화를 하고 싶고, 사람들과의 관계를 넓히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 책은 정말 좋은 소재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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