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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 미제라블 - 인간의 잔혹함으로 지옥을 만든 소설
빅토르 위고 지음, 서상원 옮김 / 스타북스 / 2021년 8월
평점 :
품절

빅토르 마리위고 (프랑스, 1802~1885) 프랑스의 정치가이자 작가이며, 서양 문학사에 지대한 영향력을 준 위대한 작가이다. 아버지는 나폴레옹 휘하의 군인이었고, 어머니는 왕당파 집안이었다. 이건 가정환경은 그의 향후 글쓰기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인간적인 평판, 세속적인 평판 모든 것이 조화롭게 훌륭할 수도 있지만, 위고는 ‘쥘리에트 드루에’라는 여배우와 반세기 동안 불륜 관계를 지속하면서 가정은 지키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국회의원으로서나 작가로서의 세상에 대한 그의 철학과 행동은 세상이 위대하게 평가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를 가장 잘 표현하는 말은 그의 유언장에서 살펴볼 수 있다.
《1881년 첫 유언장을 작성한다.》
“신과 영혼, 책임감. 이 세 가지 사상만 있으면 충분하다.
적어도 내겐 충분했다. 그것이 진정한 종교이다. 나는 그 속에서 살아왔고 그 속에서 죽을 것이다. 진리와 광명, 정의, 양심, 그것이 바로 신이다. 가난한 사람들 앞으로 4만 프랑의 돈을 남긴다. 극빈자들의 관 만드는 재료를 사는 데 쓰이길 바란다.
내 육신의 눈은 감길 것이나 영혼의 눈은 언제까지나 열려 있을 것이다. 교회의 기도를 거부한다. 바라는 것은 영혼으로부터 나오는 단 한 사람의 기도이다.”
《2년 뒤 1883년 그의 유언장은 짧게 수정한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5만 프랑을 전한다. 그들의 관 만드는 값으로 사용되길 바란다. 교회의 추도식은 거부한다. 영혼으로부터의 기도를 요구한다. 신을 믿는다.”
1885년 파리에서 사망한 장례식은 국장으로 치러졌고, 200만의 인파가 뒤를 따랐다고 한다. 프랑스 시민들이 그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잘 보여주는 모습이라 하겠다.
소설 『레 미제자블』은 19세기 프랑스혁명을 배경으로 쓴 대하소설이다. 책의 분량도 대단할 뿐 아니라, 책 속에서 그려진 사건 또한 엄청나게 많은 소설이다. 빅토르 위고의 필생의 역작이며, 그의 사상 지식을 모두 쏟아부은 작품이라 하겠다. 정치, 철학, 정의, 종교, 낭만, 가족애 등 인간이 가질 수 있는 모든 감정과 본성이 책에서 다양한 캐릭터들로 그려지고 있다.

어린 시절 다양한 세계명작만화에 단골로 등장한 것이 레 미제라블이며, 2007년 세계명작극장으로 유명한 NHK의 『레 미제라블 소녀 코제트』는 나에게는 수작으로 남는 애니메이션이다. 기존 장발장의 시선으로 이야기가 진행되었다면, 이 작품에서는 장발장의 양녀가 되는 코제트의 시선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1인칭 시점의 장발장에서 3자의 시선으로 장발장을 바라보고 묘사하는 것이 인상적이다.

책의 주요 내용은 혁명의 시대 프랑스 민중의 비참한 삶을 이야기하며, 주된 사건으로는 6월 봉기를 소재로 장발장과 코제트의 이야기를 다룬다. 굶주린 일곱 조카를 위해 빵 한 조각을 훔친 죄로 19년의 감옥살이를 한 장발장. 그에게 음식을 제공하고도 도둑맞은 식기에 은촛대까지 주며 용서하는 미리엘 주교, 프랑스 민중의 비참한 삶을 그대로 보여주는 팡틴, 그리고 표지에 자신의 키보다 큰 빗자루를 들고 있는 코제트. ‘외프라지 코제트 포슐르방’은 팡틴의 딸로서, 가난으로 인해 여관을 운영하는 테나르디 부부에게 맡겨진다. 신데렐라가 구박받는 모습이 귀족적이라면, 코제트가 받는 구박은 마치 지옥처럼 느껴질 만큼 애처롭다. 이 부분에서 테나르디의 이중성과 인간의 근원적인 욕망, 이기를 정말 위고는 잘 표현해내고 있다.
명화와 고전 등은 저작권 시효가 있다. 『레 미제라블』 역시 시효가 만료되어 많은 출판사에서 찍어내고 있다. 저작권이 없는 대신 유명 번역가 모시기에 경쟁이 시작되고 있다. 그러한 무한경쟁 속에 이번 스타북스의 소설은 과한 MSG도 부족하지도 않은 아주 담백하게 번역되었고, 무엇보다 읽는 내내 편하게 해준 편집이 인상적이었다. 책은 종이에 단순히 글자만 빼곡하게 채우는 것만이 아니라, 편집이 주는 편안함이 어떤 것인지 다시 한번 느끼게 해준다.
도서출판 『스타북스』는 20년 경력의 1000권가량의 책을 출간한 중견 출판사이다. 소설, 인문, 자기계발, 에세이 등 다양한 장르를 출판하지만, 인문학과 고전문학이 주를 이룬다. 이 분야는 이미 나온 수많은 번역서가 있기에, 스타북스 특유의 가시성 좋은 편집과 읽기 쉬운 번역이 장점으로 주목받는다. 출판사가 주목받기보다 출간되는 책과 작가가 기억되게 만든 뒤에서 묵묵하게 받혀주는 출판사이다.
“단테가 시로 지옥을 그려냈다면 나는 현실로 지옥을 만들어 내려 했다.”
《빅토르 위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