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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괜찮은 태도 - 15년 동안 길 위에서 만난 수많은 사람들에게 배운 삶의 의미
박지현 지음 / 메이븐 / 2022년 9월
평점 :
VJ(비디오 저널리스트)는 쉽게 풀어보면 영상 기자라고 할 수 있다. 일반적인 방송은 취재를 담당하는 기자나 MC를 두고, 촬영 담당, 조명 담당, 기획가 편집을 담당하는 PD 등 다양한 사람이 역할을 나누어서 프로그램을 제작한다. 반면 VJ는 이러한 모든 과정을 혼자의 힘으로 제작한다. 이 책의 저자는 「다큐멘터리 3일」의 원년 멤버로 2007년부터 12년 동안 VJ로 일해왔다고 한다. 「다큐멘터리 3일」을 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카메라를 든 사람이 72시간 동안 촬영을 하면서 인터뷰도 진행한다. 입에 넣어 주는 음식을 받아먹기도 하고, 가끔은 손이 급할 때는 한 손은 카메라를 들고 도와주기도 한다. 방송팀이 촬영한다면 작위적이거나 어색한 부분이 생기기 마련인데, VJ의 촬영은 영상미는 조금 떨어져도 자연스러운 모습이 촬영되어 좀 더 솔직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힘들지 않으세요? 「다큐멘터리 3일」의 VJ로 일하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말입니다. 사실 다큐멘터리 작업을 하다 보면 태풍이 몰아치는 배에서 난간을 붙잡고 선원들을 촬영하거나 영하 20도 추위에 손가락이 얼어붙어 뜻대로 움직이지 않아도 카메라를 들고 촬영해야 할 때도 있습니다. 밥을 굶는 건 다반사고 아직 수습되지 않아 눈 뜨고 보기 힘든 참사 현장을 가장 가까이에서 기록해야 하는 순간들도 있습니다. 그런데도 저는 그 일이 좋았습니다. 제 인생에 있어 너무나 큰 행운이었습니다.”
2000년 이후 졸업한 세대들이 그러하듯이 저자 또한 대학 졸업 후에도 취업이라는 관문을 넘기가 힘들었다고 한다. 그렇게 자신감이 떨어져 갈 무렵, 선배의 권유로 VJ 일을 시작하게 됐다. 그렇게 저자는 다른 누군가의 삶을 72시간 동안 지켜보게 된다. 우리가 일생을 살면서 누군가의 삶을 72시간 동안 밀착해서 바라볼 기회가 있을까? 많지 않은 급여와 생각 이상으로 고된 일임에도 저자는 이 일이 행운이라고 말한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는 미래는 없다.’ 인간은 현재 또는 미래를 살아감에도 반드시 배워야 하는 것이 역사이다. 과거에서 배움을 얻지 못한다면 미래 또한 과거와 같은 실수가 반복되기 때문이다. 저자가 이 일이 행운이라고 한 이유가 여기 있는 것이다. 인간은 사회에서 함께 살아가는 생물이기에, 결국은 누군가의 삶을 통해서 실수하지 않는 법을 배우고, 누군가의 경험을 토대도 자기 삶을 설계할 수 있기 때문이다.
“21년간 억울한 감옥살이를 한 사람의 한마디, 분홍색 보자기에 첩첩 싸여 있는 2,000장의 사건 기록은 얼마나 많은 사람의 손을 거쳤는지 종이 끝이 다 헤져 있었다. 결국 그는 2021년 2월 4일 무죄를 선고받았다. ‘나는 안 죽였어요.’라는 말을 했지만 돌아오는 건 매질뿐이었고, 그 후로 ‘무죄를 선고한다.’라는 일곱 글자를 듣기까지는 30년이 걸렸다. 살인 누명을 쓰고 20년 넘게 감옥살이한 사람의 마음을 어떻게 짐작할 수 있을까. 언젠가 진실은 밝혀질 거라 믿고 그 희망 하나로 살아왔지만 그러기엔 너무나 긴 세월이었다.”
대략 60개의 에피소드 중에서 가장 안타깝고 답답한 사연이었다. 내가 겪지 않은 일이라고 해서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일들이 아니다. 이 말은 언젠가는 나 또는 내 가족이 겪지 말라는 법이 없다는 것이다. 특히 요즘처럼 공안정국이 되어가는 세상에선 약자들이 가장 억울하게 당하는 것이 사법 피해다. ‘용서’라는 말의 의미에 대해서 생각이 깊어져 많은 생각 후에 다음 에피소드들을 읽을 수 있었다. 책은 많은 에피소드만큼 많은 사람과 다양한 그들의 삶이 등장한다. 저자는 15년 동안 그들의 삶을 지켜보면서 절대 풀 수 없을 것 같았던 삶의 해답들을 알아냈다고 한다. 사람이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직·간접적인 경험을 통해 방법을 익힌다. 그렇다면 사람이 가장 사람답게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역사를 배우는 것처럼, 다른 사람의 삶에서 배우는 것이 가장 현명하지 않을까? 삶의 태도를 배우기에 참 괜찮은 책이다.